매년 5억 개의 폐 타이어를 아끼는 방법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김승진
폐 타이어 문제의 심각성
[자료 1. 쓰레기 매립장에 쌓여있는 폐 타이어들 사진]
출처: wastetoday
매년 10억 개의 타이어가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 중 5억 개만이 재활용되며 절반은 땅에 묻어버린다. 많은 양의 타이어가 소비되고 있음에도 우리가 둔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폐 타이어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쿠팡, 테무에서 산 물품들은 모두 트럭으로 배송되며, 도로 위 차들은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자료 2. 타이어 마모 가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출처: 연합뉴스
타이어는 고분자 물질이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마모(wear)가 되어 작은 마모 조각(particle)을 생성한다. 사례로 도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반나절 정도만 지나도 창문에 검은색 가루가 쌓이는데, 이러한 것들이 환경오염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폐 타이어의 파괴에 대한 이해
버려지는 폐 타이어를 줄이고자 성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마모(wear)의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타이어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과학자들은 파괴를 어떻게 정의할까? 이를 위해서는 인성(toughness)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료 3. 인성(toughness)에 대한 개념설명]
출처: 고체역학(Crandall)
인성(toughness)은 단위 면적(A)의 파괴(crack plane)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J/m2]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질김의 정도’로 받아들여도 좋다. 이는 ‘딱딱함’과는 무관한 수치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강성(stiffness)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현행 고분자 성능향상 기술의 원리와 단점
[자료 4. 고분자 이중구조의 원리 개략도]
출처: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먼저 그동안 타이어와 같은 고분자들을 ‘질기게’ 하는 가장 유명한 원리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간단한 방법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더블 네트워크(double network)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분자(elastomer)의 단위체인(polymer)가 기본적인 결합으로만 이루어진 경우 이 결합들을 끊어내기 쉽다. 즉 체인을 하나만 끊어내면 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적게 필요하며, 결과적으로 질기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더블 네트워크 구조는 또 다른 고분자 물질을 프리커서(고분자 용액)에 섞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물질이 섞인 고분자를 합성하게 되면 결합 체인이 서로 얽히게 되어 물질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양의 결합들을 끊어내야 하므로, 인성(toughness)값이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방법은 2012년 Nature에서 밝혀진 이후로 주목 받았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람들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고분자를 합성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는 큰 단점이 있다. 이러한 더블 네트워크 반응을 통해 결합 숫자를 늘리더라도 결합들이 끊어지고 나면, 에너지를 발산하고 끝난다. 흔히 우리는 이것을 이력(hysteresis) 라고 하며, 이는 변형 후에 되돌아와야 하는 고무의 성질에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정리하면 질겨지는 것은 맞지만, 고분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성질인 되돌아오는 성질(탱탱함)이 줄어든다.
화학적 한계를 극복한, 기계적 관점의 최신 합성 기술
위와 같은 더블 네트워크 구조에 한계를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고분자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등장했다. 바로 고분자 구조체의 ‘결합 숫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얽힘 정도’에 집중하는 관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자료 5. 고분자 긴 사슬 & 얽힘 구조의 개략도]
출처: science
만약 우리가 기존에 하나의 고분자 구조체를 최대한 길게하여 서로 잘 얽히게 할 수 있다면, 고분자를 당길 때 얽힌 구조체를 당겨야 할 것이다. 이는 분자구조의 끊어짐 없이 훨씬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하게 된다. 역학적인 관점에서 더 탄력적이고(high modulus), 질긴(high stiffness) 물질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료 6. 긴 고분자 사슬이 얽혀 있으며 가지는 강점 개략도]
출처: scienceDirect
정리하면, 고분자 구조체들의 단위 결합을 더 길게, 서로 더 얽히게 만들수록(entanglement), 더 탄력적인(high modulus), 물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자료 7. monomer 함량이 높은 고분자 반죽의 이론적 그림(아래)]
출처: Nature
다시 우리의 주제인 타이어로 돌아와 보자. 단위 결합을 길게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고분자 합성 시에 결합의 주요 구조체를 구성하는 물질(monomer)의 비율을 아주 높게 설정하면 된다 라고 간략하게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자료 8. 고분자 반죽을 섞는 과정의 이론적 그림]
출처: researchgate
이제 주요 문제가 발생한다. 체인의 길이가 긴 폴리머를 만드는 것까진 좋지만 이를 반죽해서 서로 얽히게 만드는 것은 난이도가 높다. 구조체의 구성 물질이 너무 많아 단단하고, 물을 첨가할 경우 점성이 높아 끈적함이 나타난다. 이 문제를 화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우선 폴리머와 물을 섞어놓고, 기계적으로 열심히 반죽을 해가면서 어떻게 해야 잘 섞이는 최적점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즉, 화학적 성질이 아닌 기계적 성질에 근거하여 고분자 구조물의 성질값을 바꿔낸 새로운 시도였다. 이 연구는 고분자 과학계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고 타이어의 성질에도 이용되기 시작했다.
[자료 9. 타이어 구조체에서 새로운 기계적 구조가 가지는 강점]
이러한 얽힘 구조는 타이어 구조체에 많이 들어가는 탄소체 가루(carboon particle)들과도 효과적으로 단단한 구조체를 형성했으며, 이는 우리가 처음에 걱정했던 타이어의 마모(wear)로 인한 단점들을 빠르게 극복하며, 기존보다 이론적으로 10배 정도 더 단단한 타이어 제작의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타이어 기술개발의 필요성
[자료 10. 전기차에서 더 자주 소비되는 타이어]
출처: 한경비즈니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무겁기 때문에 타이어의 교체 주기가 훨씬 빠르다. 기계적 관점에서 고분자의 구조체를 설계하는 기술은 타이어의 교체 수명을 늘리고, 폐 타이어의 개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타이어 소재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 또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기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받고 있다. 매년 5억 개의 폐 타이어가 재활용 없이 땅에 묻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용 타이어가 자연 분해되려면 100년이상이 걸린다. 구조적으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타이어를 만드는 기술개발을 통해 폐 타이어의 숫자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타이어에 대한 대학생신재셍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도로에 미세플라스틱 뿌리는 전기 자동차", 23기 김경훈, 송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106
2. "[미리보는 ENTECH] 폐타이어를 활용한 친환경 소재의 선도 기업, 엘디카본", 20기 윤지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58
참고문헌
[늘어나는 폐타이어와 환경문제]
1) 이유진, "숨 막히는 미세먼지 배출…타이어가 자동차의 20배(종합)", 연합뉴스, 2014.06.17, https://www.yna.co.kr/view/AKR20140616175851003
2) Haley, Rischer, "Tennessee announces grants for waste tire reuse", wastetoday, 2024.01.15, https://www.wastetodaymagazine.com/news/tennessee-announces-grants-for-waste-tire-reuse/
[폐 타이어의 파괴에 대한 이해]
1) Jia Yang, "Recent Progress in Double Network Elastomers: One Plus One is Greater Than Two",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022,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002/adfm.202110244
2) Norman C. Dahl, "crandall의 고체역학", crandall, 2015
[현행 고분자 성능향상 기술의 원리와 단점]
1) Guodong Nian, "Making Highly Elastic and Tough Hydrogels from Doughs", advancedmaterials, 2022, https://www.researchgate.net/figure/The-properties-of-hydrogels-made-from-doughs-of-long-chain-PEG-depend-on-various_fig5_363712485
2) Junsoo Kim, "Fracture, fatigue, and friction of polymers in which entanglements greatly outnumber cross-links", Science, 2021,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g6320
3) Sammy Hassan, "Polyacrylamide hydrogels. IV. Near-perfect elasticity and rate-dependent toughness", ScienceDirect, 2022,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2250962100301X?dgcid=author
[화학적 한계를 극복한, 기계적 관점의 최신 합성 기술]
1) Jason Steck, "Multiscale stress deconcentration amplifies fatigue resistance of rubber", nature, 202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782-2
[타이어 기술개발의 필요성]
1) 김정우, "전기차 산거 후회해...이번엔 짧은 타이어 수명 논란", 한경비즈니스, 2024.02.05,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7293407&memberNo=2954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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