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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기후위기 광고가 민감한 광고라고요?

by R.E.F. 26기 이서진 2024. 11. 25.

기후위기 광고가 민감한 광고라고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이서진

 

기후위기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이다?

지난 8월 14일, 907기후정의행진 홍보팀은 기후행동의 달인 9월마다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신청한 지하철 광고에 대해 승인 거부 판정을 받았다. 그들이 게시하려 했던 광고 문구는 단순했다. '기후가 아니라 □을 바꾸자. 9월7일(토) 오후 3시, 강남역 일대에서 확인하세요!'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단 두 줄에 불과한 광고를 허락하지 않았다. 해당 광고는 ‘의견광고’에 속한다는 이유였다.

[자료 1. 907기후정의행진의 기후정의행진 광고]

출처: 한겨레

서울교통공사는 202210월부터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는의견광고 게재를 중단하고 상업광고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후정의행진팀이 광고 게재 지침을 존중해 행사의 이름, 시간, 장소만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부당했다는 점이다. 기후정의행진 광고는 행진 홍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정파성을 띠고 있지 않고, 기후위기는 세계적 이슈이기에 일부 집단의 이익과 관련됐다고 볼 수 없다. 영국 런던교통국의 경우 한국과 비슷하게 공적인 논란과 민감성에 관련된 이미지·메시지가 있거나 정당 또는 정치적 명분과 관련 있는 광고는 게재를 거부하지만, 인종, 성별, 장애, 연령, 성적 기호,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동등함을 촉진하고 불법적 차별을 해소하는 경우엔 이를 허용한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런던 지하철에 게시된 광고 7건 중 1건꼴(13920건 중 2071)이 정치·사회적 광고였다.

이와 같은 사실들을 고려했을 때, 기후위기를 외치는 광고가 지나치게 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게재 지침을 준수한 양식에 문제가 없었다면 두 줄에 불과한 내용이 승인 거부의 원인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광고와 게임 광고와 같이 윤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광고들로 뒤덮인 지하철을 이용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광고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다.

 

기후위기에 대한 불편한 인식

그렇다면 도대체 왜 기후위기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지하철 광고로 올리기도 어려운 민감한 주제가 된 것일까? 답은 사람들의 달라진 인식에 있다. 과거에는 기후위기라는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재난에 공포를 느꼈으나,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현재에서는 지나치게 거시적이라 해결이 어려우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특성 때문에 경각심이 약해졌다. 기후위기를 인식하긴 하지만 그 심각성과 대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더 이상 기후관련 뉴스를 접할 때 단순히 공포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동기 부여만을 느끼지 않는다. 지난 4월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기후위기 관련 뉴스 및 정보를 접했을 때 드는 감정 반응을 확인한 결과 감정이 단일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혼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료 2. 기후 변화 관련 뉴스에 대한 반응 조사 결과]

출처: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의 여론

사람들은 슬픔과 불안감과 함께 동기부여 감정을 느낀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지구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슬펐다’는 데에 각각 84%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다’는 데에는 81%가 동의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나 정보에 대한 답답함과 혼란스러움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대한 다른 의견이 너무 많아 답답했다’는 사람은 48%, ‘정보마다 내용이 달라 혼란스러웠다’는 사람은 47%로 각각 절반에 달한다. 심지어 의심이나 짜증 감정도 일부 보이는데,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단체나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는 사람은 40%, ‘다들 이 문제에 관심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났다’는 사람은 24%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반복되는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잃으며 지겨움과 회의감까지 느끼고 있다.

 

기후위기 인식에 의한 여파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오늘날 새로운 갈등이 되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살펴본 기후정의행진 광고 승인 거부도 이에 속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지하철 광고 하나를 ‘고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사건들이 기후위기를 시발점으로 해 연쇄적으로 벌어진다. 지난 6일 2024 미 대선에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벌어질 나비효과가 그 예시다.

우선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가 확실시되고 있다. 각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이 협약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재임 기간(2017~2021년)인 2017년 "기후위기는 사기"라며 이미 탈퇴한 바 있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재가입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시 재차 협약에서 나오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또한, 기후 대응에 대한 전지구적인 퇴행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세계 1위 부국이자 2위 탄소 배출국인 만큼 미국이 '산업 경쟁력 보호'를 이유로 기후위기 대응을 내팽개친다면, 미국보다 산업 발전이 더 시급할 나머지 국가들이 굳이 나서서 환경 가치를 신경써야 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닷새 뒤인 이달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릴 예정인 COP29와 관련해 정치·경제인들이 참석 의사를 번복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 기후위기 부정론자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치고, 또 그 당선이 연쇄적으로 전 지구에 여파를 불러오는 상황이 된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

몇십 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려온 기후위기 뉴스는 어느덧 피로가 쌓이다 못해 짜증까지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됐다.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고 쌓인 끝에 오늘날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이제 기후위기에 대한 불편한 인식은 단순히 개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의 합산이 아닌, 정치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분위기다. 지하철에 기후정의행진 광고가 걸리지 못하게 하는 갈등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만 한다. 직면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예는 곧 회피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다수의 부정적인 인식은 해결 의지를 가진 이들의 행동할 기회마저 박탈한다. 기후위기는 특성상 정치적 협력이 필요한데, 기후위기에 부정적인 정책 무드가 형성되어 있다면 제대로 추진될 리가 없다. 대중의 확고한 지지가 정치와 경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압박임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위기가 닥쳤다는 사실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다. 그러나 회피는 대응의 걸림돌이 될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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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기후위기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이다?

1) 고나린, “기후위기 지하철 광고 ‘승차거부’…교통공사 “사회적 합의 안 됐다””, 한겨레, 2024. 08. 28.,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55659.html

기후위기에 대한 불편한 인식

1) 오승호, “[기획] 기후변화 경각심, 약해지고 있는가? –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조사”,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24. 06. 04., https://hrcopinion.co.kr/archives/30034/amp

기후위기 인식에 의한 여파

1) 김현종, “'기후정책 전방위 퇴행' 예고한 트럼프 2기… "친환경, 되돌릴 수 없는 흐름" 반론도”, 한국일보, 2024. 11. 08.,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071726000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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