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감귤이 사라지고 있다?
매년 60만 톤 이상이 생산되는 제주도의 대표 농산물 감귤. 지금까지 감귤은 제주도 1차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의 산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감귤 농원지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바로 태양광 발전소이다.
제주도는 어떤 이유로 감귤 농원지를 발전부지로 바꾸는 것인가?
2016년 6월 8일에 열린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관광업 중심이던 제주도의 산업구조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 시티 등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 중심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원희룡 지사의 대통령 보고로 시작된 제주도의 에너지정책인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 2030’는, 제주 전역의 전력수요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충족시키는 계획이다. 현재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 중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감귤 폐농원지를 이용한 태양광발전 설비 보급 정책이다.
이번 제주도의 발전설비 보급정책은 주민 주도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주민 주도의 모델인 만큼, 이번 정책의 키워드는 ‘프로슈머’이다. 2017년부터 시행 예정인 에너지 프로슈머는 개인이 생산한 소규모 전력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동안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했던 전력공급거래를 민간에 개방하여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장을 넓히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를 이용하여 제주도가 지자체 단위로는 처음으로 에너지 보급 정책을 세운 것이다. 제주도는 소규모 발전시설들을 위해 전기를 모아 판매하는 ‘분산 자원 중개 사업’을 함께 육성할 계획이다.
1. 안정적 수입
감귤의 경우 기후에 영향을 받기 쉬워 출하량이 불안정하다. 2015년 제주도의 감귤 출하량은 기상악화로 인해 전년 대비 약 9% 감소했다. 그 결과 감귤 농장의 수익은 전년 대비 약 10%(685억) 감소했다. 제주도의 평균적인 감귤 농가 순수익은 1㎡당 1,220원이다. 하지만 도에서 제시한 태양광발전 수익은 이의 3배 수준이다. 제주도는 이 사업을 설계할 때 1만5천㎡에 1㎿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로부터 생산되는 전력을 ㎾당 180원에 팔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계획대로라면 농가는 태양광발전시설 비용과 공사비, 제세공과금, 유지관리비 등을 모두 빼고도 연간 6천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당 4천원의 순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20년간 발전 사업자에게 확정된 수익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2. 제주 농민의 인력 고령화와 고된 농사
제주도의 산업구조는 1차산업의 비율이 높은데, 농민들의 고령화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2013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농민 구성 연령은 60∼69세가 35.6%로 가장 많았으며 70∼79세(25.6%)가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60세 이상 고령 농가의 비율은 전체의 65.8%를 차지했다. 그런데 감귤 농사의 경우 일거리가 많지만 인력은 부족하여, 연 1회뿐인 출하를 위해 높은 강도의 노동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태양광발전 사업은 육체노동이 적고 매달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높고 안정적인 수입, 그리고 수월한 업무 강도는 많은 농가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제주도는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기업들의 입찰을 받았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은 우선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또한 태양광발전 사업을 통해 20년간 도민에게 순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컨소시엄은 EPC사업자, 금융기관, 도내 기업으로 공동 구성된다. 제주도는 공모 후 농가에게 제공되는 순이익 규모를 가지고 사업성을 평가한 후 가장 많은 소득을 농가에 제공하겠다는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할 것임을 밝혔다.
감귤 농장의 경우, 유휴경작지는 내년부터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분별한 부지 전환은 제주도의 1차산업에서 한 축을 맡고 있는 감귤 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제주도는 사업 공고에서 “부서 검토 및 내부 심사와 평가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할 것이다. 신청한 토지가 사업 가능여부 조회 불가 항목이 없는 경우, 최대한 선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고령 농가 소유의 감귤 농원지, 부적지 감귤원 등을 우선으로 선정한다. 이후 사업 계획 타당성, 농가에 대한 수익 창출 및 보장 계획, 세부 추진계획의 수립, 사업 수행실적,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심사하여 EPC를 선정하고 농가와 계약을 맺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영철 제주도 에너지산업과장은 "이 사업은 감귤원을 폐원하여 감귤의 적정 생산과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제주의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계획을 실현하며, 태양광발전으로 얻는 수익이 직접 주민과 마을에 돌아가게 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전력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족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낮은 편이다. 미국중앙정보부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은 1.9%이다. 이는 세계 82위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 9.2%에 크게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때문에 모든 에너지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족한다는 제주도의 성공 여부는 아직 의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태양광 발전 업체인 메가솔라(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메가솔라(주)는 투자의 컨설팅부터, 행정업무, 설비, 유지보수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담당하는 태양광 발전 기업이다. 메가솔라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태양광 발전 산업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ww.mega-solar.co.kr / www.blog.naver.com/lizensup)
Q. 메가솔라는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제주도의 폐농가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 사업 확대에 대해 소개했다. 제주도가 가진 지리적, 정책적 이점은 무엇인가?
제주도는 국내에서도 친환경 발전 사업을 진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풍부한 자연 조건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기본으로, 오염되지 않은 지역일수록 더욱 큰 효과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제주도에서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은 큰 의미를 지닌다. 제주도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이런 곳에 태양광발전소를 비롯한 각종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설치하여, 관광사업과 결합한 모델을 개발하는 일도 구상해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은 많은 업체에서도 눈독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그만큼 제주라는 곳이 가진 특수성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Q. 우리나라에서 도시 단위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할 것인가?
최근 언론 매체를 통해서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사업에 관한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생산과 사용을 자립으로 해내는 섬마을과 작은 리 단위의 마을에선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보급이 더욱 사랑받고 있다. 현재는 주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곳에 에너지 자립 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공해로부터 자유롭고, 친환경에너지라는 장점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해가 갈수록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도시 단위의 대규모 에너지 자립 조성 사업이 시행된 적은 없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의 앞선 신재생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 사업을 모범으로 삼고 진행한다면, 친환경에너지 타운을 건설하는 데에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메가솔라와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도는 우수한 자연적 조건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곳이다. 앞으로 제주도는 2022년까지 이 사업을 완성하여 도민들의 이익과 국가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을 이룬다는 생각이다. 제주도가 국내 지자체중 전기자동차, 에너지자립 등 많은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가장 앞장서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눈여겨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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