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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과 변함없는 전력시장

15기 김수연

 

[그림 1. 에너지전환]

출처: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정보센터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을 하는 중이다. 2년 동안 에너지전환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누어졌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여러 논의를 나누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평가로 에너지 시장 규제, 에너지 과소비 산업구조, 폐쇄적 전력시장 등 구조적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라고 하면, 흔히 탈석탄 및 탈원전에 대해서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공급 부문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다. 에너지전환은 수요와 공급, 시장제도, 규제 등 에너지 전반의 시스템의 효율화와 저탄소화를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에너지 믹스에 초점을 맞추었고, 시장개혁을 포함한 구조적 개편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무관심했다는 시장개혁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금부터 필자는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이 가지는 특징이 무엇이며 어떠한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전력시장 구조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CBP(Cost Based Pool, 변동비반영시장체제로 전력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CBP, 전력시장에 참가한 발전기들의 변동비를 기준으로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발전시장이다. 이러한 CBP 시장은 실제 소요된 비용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가격 입찰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경쟁요소가 제한적인 시장이다.

 두 번째, 전력산업 구조가 발전 부문만 독립되어있고, 송전 및 배전 판매 부문은 한전에 의해서 독점 운영되는 형태이다. 발전회사가 독립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발전회사 모두 한전의 자회사들이라는 점, 발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한전이 독점적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체제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림 2. 우리나라의 전력시장구조]

출처: 전력거래소

 세 번째, 현재의 전력시장은 참여의 강제성이 부여된다. 한전과 별도의 전력구입계약(PPA)를 체결한 발전사업자를 제외하고는, 20MW 일정 용량 이상의 발전기에 의해 발전된 모든 전력은 전력거래소를 통해서 거래되어야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발전 부문을 제외한 수직통합적 독점 구조인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 전환 및 신규산업에 걸림돌이 된다. 먼저, 요금에 있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으며 자율성이 미비하여 수익성 모델 개발에 한계를 가져다준다. 또한 독점적 시장구조는 다른 판매 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신규 사업모델 개발 시도를 어렵게 하며, 수요반응 및 결합 서비스 창출에 장애를 일으킨다. 시장구조에 대한 정보는 신규 수익모델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시장 구조는 정보의 독점화를 가져다주어 데이터 활용 사업모델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원별 엄격한 구분과 규제들로 다양한 에너지 융복합 사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전력시장의 구조변화 없이 기술발전과 ICT를 적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국 전력시장구조에 의해서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림 3.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문제]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전력산업의 특성에 의해서 전통적으로 발전, 송전, 배전, 판매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 판단했고, 수직적으로 통합된 체제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전력시장이 독점체제로 유지되는 것은 산업 전반에 걸친 진입 규제의 문제와 독점 공기업의 비효율성의 문제가 나타나며, 규제 완화와 경쟁 도입, 전력시장 개방이 언급되었다. 이후 1990년 초반 영국이 발전, 송전, 배전, 판매 각 단계를 분리하고, 발전과 판매 부문에서 경쟁을 도입하였고, 다양한 국가에서 전력산업구조에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현재 OECD 회원국 중 전력시장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 멕시코, 이스라엘에 불과하다. 다른 국가들의 경쟁체제를 도입한 전력시장구조로는 다음과 같은 유형들이 있다.

(1) 과거의 수직결합독점업체가 송배전을 독점하고 발전과 판매 단계에서 다른 업체들과 경쟁: 미국의 여러 시장(California 사태 이후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구조개편의 속도가 느려진 것과 관계가 있다.)

 송배전 독점업체가 발전시장과 판매시장에도 진출하는 것이 허용되어있는 제도이다. 송전과 배전에 대해서는 독점기업에 대해 요금규제를 하며, 발전과 판매 단계에 대해서는 진입과 퇴출 장벽이 없거나 낮다. 다수의 발전업체와 다수의 판매업체가 각각 전력의 판매자와 구매자로서 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전력을 거래하거나 또는 전력과 용량을 거래한다.

(2) 네트워크와 발전, 판매의 분리 및 경쟁 도입: 호주의 서부지역

 송전과 배전을 묶어서 독점으로 하되 송배전 업체가 발전이나 판매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이다. 발전업체와 판매업체는 각각 발전과 판매만을 할 수 있다. 다수의 발전업체와 다수의 판매업체가 도매전력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전력을 거래하거나 또는 전력과 용량을 거래한다. 배전 독점은 요금규제의 대상이 된다.

(3) 발전, 판매, 송전, 배전의 분리, 발전과 판매의 겸업 허용: 영국을 포함한 대부분 EU국가, 미국 동부지방의 많은 지역, Texas

 송전은 전국 독점, 또는 넓은 지역을 독점한 지역 독점으로 하고 배전은 송전에 비해 훨씬 세분화된 지역 독점으로 하며, 송전업체나 배전업체는 발전이나 판매업을 하지 못하게 하고, 발전과 판매는 각각 경쟁을 통해 전력을 거래하거나 전력과 용량을 거래하도록 하는 한편 발전업과 판매업의 겸업을 허용하는 구조이다.

[그림 4. 해외전력시장의 유형]

출처: 전력거래소

 경쟁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소비자에게는 최적의 발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긴다. 소비자는 전력가격, 경영성 및 사회적 요소 등을 다양하게 고려하여 최적의 전력회사를 선택할 것이고, 이는 전력회사들의 발전을 유도할 것이다. 또한 발전사는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의 직도입, 발전설비 효율성 제고, 변동비 절감과 같은 원가절감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고객 확보 및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도 가능해진다.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장밋빛 에너지 시장이 펼쳐질 것 같은데, 왜 경쟁체제를 도입한 전력시장으로 개편을 못 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로 사용자 측면에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판매 경쟁 도입초기였던 ‘96~’99년 사이에는 요금이 소폭 하락했지만, ‘02년 요금규제 폐지 후 ’11년에는 ‘03년 대비 97% 요금이 인상되었다. 프랑스, 캐나다도 소매 완전개방 이후 요금의 지속적 상승으로 규제 요금으로 전환하였다. 이처럼 경쟁체제 도입 초기에는 가격 인하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공급자 측면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신산업을 창출할 기회일 수 있지만, 섣부른 경쟁체제 도입은 일부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수익성이 높은 고객에게만 좋은 혜택이 주어지며, 일반 소규모 고객들에게는 요금인상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 추가로 예비전력을 확실하게 준비해두지 못하여 전력공급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의 문제도 있다.

 경쟁체제 도입이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전력시장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California 사태에서 보여줬다. 1998년 전력시장구조개편 이후 처음에는 예측한데로 시장이 운영되었으나 2000년 여름에 전력수요는 크게 증가한 반면 가뭄으로 인한 수력발전의 발전량이 급감하였다. 이에 도매시장가격은 크게 상승하였고, 심지어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지배력이 높은 일부 발전회사들이 고의로 일부 발전기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높은 가격을 입찰하며 가격이 더 인상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정부는 대비책을 준비하지 않았고, 별도규제를 하지도 않는 중대한 오류를 범하며 여러 차례의 대규모 순환정전을 발생시켰다. 이러한 사례는 전력시장구조 개편에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쟁체제의 도입 후 적절한 계통 운영 및 요금 유지, 발전비용의 최소화, 보조 서비스 제공, 예비력 제공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목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독점적 체계 또한 이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한 독점기업이 정보를 독점하여 운영하고, 전력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위험은 소비자가 100% 부담하게 되는 구조이다. 반면 경쟁체제에서는 발전업체와 판매업체의 경쟁을 통해서 즉 시장경제원리에 의해서 운영이 되며, 문제들에 대한 위험은 발전업체와 판매업체들이 부담하게 된다.

 경쟁체제가 좋을지 안 좋을지는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 이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면 시장경쟁체제와 관련된 유사한 사업 경험을 통해서 역량 확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어 가상발전소, 수요관리, 프로슈머, 분산형 자원 거래 등의 판매시장 경쟁체제 도입이 있을 것이다. 또한 과도한 가격 규제에서 시장의 가격기능을 활성화하여 가격 자유화를 시키고, 다양하고 차별화된 요금 제도를 마련하는 개혁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의 과도기적인 상황만 보았을 때는 현재의 전력시장구조에 만족하고 안주해도 된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전원이 확대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요소가 개발되고, 융복합을 통한 에너지 신사업이 확산하는 등 에너지 산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에너지전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 전력시장 개혁의 필요는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서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는 전력시장에 변화의 불씨를 던져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1.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

2. 2017 하반기 중급전력거래반 교재, 전력거래소

3. 전력산업에 대한 경쟁정책, 한국개발연구원, 남일총, 2012.02.

4.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특징과 구조개편의 효율성 분석, 산업연구원, 김대욱 외 3명, 2006.12.

5. 에너지전환시대의 전력시장 개혁 방향, 에너지경제연구원, 이유수, 2019.01.17

6. 우리나라 전력산업 경쟁체제 도입 현황 및 향후 전망, 포스코경영연구원, 장기윤, 2018.09.13.

7. 주간에너지이슈브리핑 제 140호, 한국에너지공단, 2016.07.22.

8. 文정부 2년, 에너지 시장규제 달라진 게 없다, 이투뉴스, 2019.05.06

9. [특별좌담회|에너지전환 워킹그룹에게 듣는다]"에너지문제, 정치논쟁의 대상으로 이용하면 안된다", 내일신문, 2018.12.20

10. 현 전력시장 구조에선 에너지전환 탄력받기 어려워", 데일리안,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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