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에너지의 미래를 위한 세계적인 약속 RE100>
16기 이나영
오늘날 스마트폰은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IT산업도 발맞춰 발전하고 있다.
화석에너지 대신 전기난방과 전기자동차가 시장에 나오고 있고,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구동을 위해서도 전기에너지가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lte보다 20배가량 빠른 5G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전력소모량이 그 전보다 훨씬 더 증가한다고 한다.
[사진 1. 전기난방]
출처: dreamstime
이렇게 IT산업이 발전하면서 현대사회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되었는데 바로 ‘전기에너지’이다. IT와 전기에너지, 그다지 생소한 조합은 아니다.
그러나 IT발전속도만큼 전기에너지 소모량이 늘어난다면?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014년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가 연합하여 뉴욕시 기후 주간(climate week nyc 2014)에서 ‘RE 100’ 캠페인을 처음 발족하였다고 한다.
RE100의 정확한 명칭은 renewable energy 100%로,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적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이는 전기에너지의 사용에 있어 온실가스의 배출이 전혀 없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의미 있는 캠페인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친환경에너지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증대와 함께 이전까지 각광받지 못했던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경제성 개선 등이 있다.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위해 여러 계획들을 발표하였고, 우리나라도 현재 사용하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전체의 약 7%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여 2040년까지 35%로 늘리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RE100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RE100 캠페인은 기업이 단순히 지원하여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3가지의 조건을 갖추어야한다.
지원조건 |
내용 |
첫번째 |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한 전력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선언해야함. |
두번째 |
기업이 보유한 전 세계의 모든 사업장 및 사무실의 전력 사용을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조달해야함. |
세번째 |
각 기업이 매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목표량에 대한 달성 수준을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에 보고해야함. |
[표 1. RE100 캠페인 참여 조건]
자사의 재생에너지 공급과 이용 계획들을 보고해야하며, 본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사 역시 RE100 캠페인에 반드시 동참하는 것이 조건이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에도 2017년 RE100 참여기업은 122곳, 2018년에는 159곳, 올해 4월에는 171곳으로 순조롭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RE100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전기에너지를 거래하는 걸까
[그림 1.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원으로부터 생산받는 전기에너지 경로]
출처: RE100
우선 첫 번째로는 Renewable Energy Certificate(REC)와 같이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에 따라 발급되는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법인데, 이때 REC란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 공급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서이다.(회색)
두 번째는 전력공급자들과의 재생에너지원 조달 계약을 맺거나(초록색) 세 번째,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과 직접 협의된 고정가격으로 계약하여 재생에너지를 거래한다는 전력구매협약(PPA)(남색)이 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해 에너지의 가격을 기업과 발전사업자들이 고정하여 기업과 판매자 모두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PPA 계약이 성행하고 있고, 지난해는 약 1/4 정도의 글로벌 기업들이 PPA로 재생에너지를 거래하였다.
마지막 네 번째로 정말 적은 비율이지만 재생에너지 자가설비 등으로 직접 전기를 생산하여 전력을 조달을 목표로 하는 기업도 있다.
초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간접적 에너지 거래방식인 REC를 택하여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기업이 화력발전을 통한 전기에너지를 공급받았다고 하더라도 REC를 구매하면 구매량만큼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생산단가가 8년 동안 72%가 하락하면서 기존 화석연료와 경쟁력이 비슷해지자 기업들의 거래방식도 PPA로 점점 바뀌는 추세이다.
실제 위의 그래프를 보면 PPA 방식이 초기 3.3%에서 1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 RE100캠페인에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들]
출처 : EKOenergy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의 로고사진이다. 실제로 낯익은 기업들 로고가 많이 보이는데 이들 중 2가지 기업을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은 2018년 4월 세계 43개국에서 100% 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 사용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애플의 공급업체들에게도 자사가 납품하는 부품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제조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애플 뿐만 아니라 구글 역시 2017년 자사의 모든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공급받고 있고, 이 과정에서 세계 20개 이상의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와 계약을 맺었다. 또 재생에너지 활성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 등 여러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낳고 있다. 이외에도 페이스북, GM, HP, Inc 등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RE100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RE100에 동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서로 네트워크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은 필수조건이 되었으며 기업들이 공급업체들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서약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 주요 고객사인 BMW 에너지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계획을 세웠다.
현재 RE100 캠페인은 현재까지는 의무화가 아닌 기업의 자발적인 선택이지만, 머지않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될 것이다. 공급사슬의 상위기업들이 재생에너지원의 전력 공급을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고, 하위 공급업체들에도 요구하는 실정에서 재생에너지원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업체는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더욱더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의 RE100 참여 현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현재 어떤 기업도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70개로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 그 다음 41개로 미국, 인도, 일본, 중국 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기업의 ‘전력 과소비’는 전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4년 기준 OECD 산업 부분 전력 소비 평균이 32%이다. 반면 한국은 55.4%에 이를 뿐만 아니라 산업부문에서 쓰이는 에너지 중 전기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전력 소모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공급받지 않는지 알아보자.
가장 큰 이유는 RE100 캠페인에 대응할 마땅한 법률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RE100 캠페인에서 기업의 역할은 에너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참여하는 것인데, 한국의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전력계약을 맺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발전사업자와 전력 판매사업자는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따라 전력시장에서만 전력거래를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법적으로 한국전력이 전기 판매를 독점하고 있어, 기업이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구매나 생산,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RE100에서는 기업 PPA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기업의 간접적 참여방식인 REC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보급이 확보되며, 좀 더 믿을만한 경로이기 때문이다.
RE100에 참여하는 미국 주요 기업들(apple, facebook, microsoft, starbucks, walmart 등) 모두 PPA는 필수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PPA 방법으로 에너지를 조달받기 위해서는 공급 업체를 기업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한다. 한국은 앞서말했듯이 법적으로 전력시장에서만 전기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어 PPA가 불가능하다.
올해 7월 29일 전력시장의 자율화를 위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지만 언제 통과되어 시행될지는 미지수이다.
두 번째로 한국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선진국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OECD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하여 최대 60%의 전기비용이 절감된다. 기업이 굳이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면서 전기를 생산, 소비하지 않아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RE100에 대한 한국 기업의 관심을 막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RE100 캠페인에 참여할 만큼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
산업분석부 이선화 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2012년 이후 빠르게 성장해왔으나 설치량 면에서 세계 시장과는 큰 격차가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 2015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치량은 세계 설치량의 0.78%에 불과하며 국내 전력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설비용량기준 9.4%, 거래량 기준 3.6%로 매우 미미하다’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을까?
개정법률안보다 빠른 방안으로 정부는 현재 법 개정이 필요 없는 비교적 간단한 ‘녹색요금제’ 시행계획을 발표하였다.
녹색요금제란 기업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원래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고 녹색전력(재생에너지)을 한전에서 공급받는 제도이다.
기존 한 가지밖에 없었던 전기에너지 공급 경로가 두 가지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기회가 늘어났으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 또한 이제는 RE100이 기업의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 실정에서 ‘녹색요금제’를 반기는 분위기이다.
녹색요금제의 특별한 점은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만 녹색에너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재생에너지의 발전에 작은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
녹색요금제를 통해 한국에서도 RE100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들이 생겨난다면 재생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고,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가 확대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량이 매우 줄어들 것이다.
정리하자면 RE100캠페인은 <기업 – 전기 공급 업체 – 정부> 가 모두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세우고, 지원하여 전기 공급시장의 구조를 바꾼 다음, 기업과 공급 업체들이 법 안에서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한국의 기업 한 개, 두 개가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도 물론 의미있지만 앞서 언급한 선진국의 사례처럼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이 계약하는 여러 프로젝트나 사업들이 긍정적인 반향을 미치는 것 또한 충분히 기대할 만한 효과일 것이다.
출처
1. 전기사업개정법안 본회의 통과 촉구, industry news, 2019
http://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646
2. 지속적인 전력수요 증가수치, industry news, 2019
http://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061
3. 최근 신재생에너지 글로벌 이슈와 시사점...산업분석부 이선화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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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국적 기업인사템 RE100 한국기업도 참여할 수 있을까”..세계일보, 2019
http://www.segye.com/newsView/20190729505380?OutUrl=naver
5. “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쓰는 날이 온다”..ZDNET, 2019
http://www.zdnet.co.kr/view/?no=20190719134149
6. 애플, 구글 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 전기신문, 2018
http://m.electimes.com/article.php?aid=1544672321170483097
7. "RE 100’ 위한 ‘녹색요금제’ 10월 도입된다”, 에너지데일리, 2019
http://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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