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먹고, 수소를 만드는 고마운 해양 미생물!
16기 변은경, 17기 변은지, 17기 심우빈, 17기 이유림
현재 우리는 주 에너지원으로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큰 문제점 또한 가져다준다. 여기에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파리협정이 채택되면서 석탄과 석유의 소비 억제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을 통한 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환경 오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에너지 효율은 높이는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유망한 차세대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에너지와 그 생산 방법, 이를 활용한 사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수소에너지는 수소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수소는 대기 중에 존재하기 때문에 구하기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122 kJ/g)을 가진다. 또한 연소 시 산소와 결합하여 극소량의 질소산화물과 물로 변하기 때문에 공해물질을 거의 생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소에너지는 비교적 생산성이 낮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효율이 낮아 생산 비중이 떨어진다. 수전해를 통해 생산되는 수소는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약 4%에 불과할 정도로 대부분은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된다. 그래서 천연가스인 메탄을 고온 ⋅ 고압에서 스팀으로 분해하는 방법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데, 이는 수소와 동시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셈이니 궁극적인 수소 생산 방법이라 할 수 없다.
- 수소에너지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해양 미생물(Thermococcus onnurineus NA1)의 등장!
수소는 생산성이 낮고 대부분 화석 연료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수소에너지의 대표적인 문제점이었다. 그렇다면 수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활용하여 바이오 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2002년,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파푸아뉴기니 인근 수심 1,500m 해저 열수구의 퇴적물에서 신종 미생물을 채취하였다. 이 미생물의 이름은 미생물을 발견할 때 타고 떠났던 ‘온누리호’에서 이름을 따서 ‘Thermococcus onnurineus NA1’으로 지어졌다.
이 미생물은 초고온성(hyperthermophilic) 고균(archaea)으로 심해 열수 환경에 편재되어 있으며 우점하는 써모코커스(Thermococcus) 속에 속한다. 연구진은 미생물에 7개의 수소화 효소균이 있어 일산화탄소 같은 폐기물질을 섭취하고 수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야생종보다 수소 생산성이 100배 높은 개량종(NA1)을 개발하였다.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의 특성”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의 전자현미경 사진]
출처: https://doi.org/10.1038/srep22896
균주의 세포는 직경 0.5~1.0 µm 정도의 구형(coccoid)의 단일 세포로 존재하며 편모(생물의 세포 표면으로부터의 돌기 물로 형성된 운동성이 있는 세포기관)를 이용해 운동성을 보인다. 생장을 위한 최적 온도는 80℃, 최적 pH는 8.5, 최적 염분(NaCl) 농도는 3.5 % 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단백질, 아미노산, 전분, 유기산 등 다양한 유기물질을 탄소와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종속영양균으로서 황이 존재할 때 황을 전자수용체로 이용해 황화수소를 생산하면서 생장하는 특성을 보인다. 반대로, 황이 없는 조건에서는 당을 분해하면서 생성되는 페레독신(ferredoxin)을 산화하면서 수소를 생산하는 특성을 보인다.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의 유전체 분석”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의 유전체 지도]
출처: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써모코커스(Thermococcus) 속에 속하는 고균들은 다양한 심해 열수 시스템에 주로 존재하여 열수구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심해열수구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T. onnurineus NA1의 유전체 분석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T. onnurineus NA1은 일산화탄소(CO)를 이산화탄소(CO2)로 산화시켜 생체 에너지를 생성하며 생장함이 밝혀졌다. 미생물은 열수구 주위의 영양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열수구 환경에 존재하는 일산화탄소를 이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대사 전략을 도입해 생존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미생물이 만드는 수소”
여러 미생물은 *개미산을 산화하여 수소(H2)를 생산하지만 미생물 생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기에는 불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COO- + H2O → HCO3- + H2, ΔG = +1.3 kJ/mol
T. onnurineus NA1은 단일 미생물이 *개미산을 전환해 수소를 생산하면서 생장이 가능한 미생물로 세계 최초로 보고되었다. 개미산을 이용한 생장 실험에서 실제 ΔG 값은 -8 ~ -20 kJ/mol 사이의 범위로 계산되어, 미생물의 생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최소 에너지(minimum quantum energy)보다 적은 에너지로도 생장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T. onnurineus NA1은 일산화탄소와 개미산, 물의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작용을 통해 수소가 생산되는 현상이 규명되었고, 이는 국제적 학술지에 등재되었다. 현재 T. onnurineus NA1는 유전체 연구, 호열성 효소, 바이오 수소 연구의 대상 균주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 개미산: 가열상태에서 빨리 분해되는 유기화학물질로, 황산과 접촉하면 분해되면서 일산화탄소를 생산한다.
“미생물을 활용한 해양수산부의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 사례”
지금까지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 미생물을 활용한 수소 실증 플랜트 사례를 살펴보자.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 사진]
출처 : 경동엔지니어링(주)
2019년 11월 6일, 해양수산부가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준공식을 개최했다.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는 바이오 수소 생산기술을 적용한 설비로, 심해에 서식하는 해양미생물을 이용하여 대기오염원인 일산화탄소를 친환경 수소에너지로 전환한다. 이는 실험실 수준을 넘어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규모까지 바이오 수소 생산기술 개발이 진행된 첫 사례이다.
바이오 수소 생산기술은 2010년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파푸아뉴기니 인근 심해에서 발견한 해양미생물이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규명하고, 야생종보다 수소 생산성이 100배 이상 높은 개량종(NA1)을 개발하면서 이루어졌다. 2017년에는 파일럿 플랜트(6kg/일)를 구축해 1개월 이상 연속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NA1을 이용한 바이오 수소 생산 시설 개념도]
출처 : 김재경, 한국수산해양부 공식블로그
실증플랜트는 부산물 저장부, 해수저장부, 열교환부, 균주관리부, 반응조, 수소 정제부, 수소가스 저장부로 구성되어있다. 최초 해수 탱크에서 출발한 해수는 열교환기를 통해 균주의 최적 온도인 80℃로 가열되어 균주 배양 반응기로 들어가 균주와 혼합되어 반응조로 이동한다. 발전소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역시 열교환기를 통해 가열된 상태로 반응주에 주입된다. 균주의 활동으로 수소가 발생하는 반응조는 내부와 외부에 고온 파이프가 설치되어 전 영역에서 균주가 활력을 가질 수 있는 80℃의 온도를 유지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가스는 거품 제거장치 및 냉각기, 응축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탱크에 저장되며, 향후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발전 설비, 수소충전소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연간 약 330t의 수소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 이는 약 2,200대의 수소차를 운행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이다. 특히 서부발전은 바이오 수소생산 실증설비의 운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기술지원이 가능한 국내 발전사이다. 서부발전이 해양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고 있는 만큼, 친환경적인 방법을 활용해 수소의 대량생산 기술 실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대효과
지금까지 우리는 ‘수소에너지’라는 틀 안에서 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방법만을 고안해왔다. 수전해를 이용하여 수소를 얻는다고 해도 물을 분해하기 위해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한계에 번번이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NA1은 하나의 에너지에 국한되지 않고 바이오와 수소의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단순한 융합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부족한 생산성을 보완한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는 것에 큰 가치를 지닌다.
또한 수소에너지가 주 에너지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CO2- free 수소 공급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고 있는 에너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어느 한쪽에 국한되지 않고 열린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NA1을 이용한 해양 바이오 수소 실증 플랜트는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수소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이다. 따라서 상용화 연구를 통해 경제성까지 확보한다면 수소경제를 주도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NA1의 전체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은 서부발전이다. 서부발전처럼 바이오수소 생산실증 설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응 가능한 인프라가 갖추어진다면, 이른 시일 내에 대량생산을 현실화할 수 있다. 이처럼 대량생산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고 상용화를 시행한다면 발전단가가 저렴해지는 선순환 또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한국분자 세포생물학회, “편모”, 분자 세포생물학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568864&cid=61233&categoryId=61233
[2] 한국미생물학회,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 미생물학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703544&cid=61232&categoryId=61232
[3] 이성목 외 3인, “초고온성 고세균 Thermococcus onnurineus의 개미산으로부터 바이오수소 생산을 위한 통계적 배지 최적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269-271, 2017.
[4] 해양수산부, “나쁜 일산화탄소는 냠냠! ‘착한 에너지’ 수소를 만드는 특별한 해양 미생물”, 2019.11.06, https://m.blog.naver.com/koreamof/221699538871
[5] 이종수, 수소생산의 새로운 방안 “해양바이오”
https://blog.naver.com/trizkee/221735431135
[6] “수소 에너지 생산”,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47811&cid=42383&categoryId=42383
[7] 이희수, “제당폐수의 복합적 전처리를 이용한 수소에너지 희수 기술”,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산업대학원, 2013. 02
[8] 인명진, “미래의 대체에너지인 수소에너지의 정책과 국내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 에너지대학원, 2007
[9] 차경훈, “태양광/풍력/수력발전 및 수소에너지에 대한 에코효율성 평가 연구”, 건국대학교 대학원,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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