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7기 서유경
[자료1.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탱크]
출처: KBS
일본 경제산업성은 10월 27일,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후쿠시마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화하였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약 137만 톤의 방사성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로 쏟아내게 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소위원회의 오염수 보고서에 따르면 소위원회는 2022년 이후에도 오염수를 발전소 내/외에 모두 추가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오염수를 장기간 보관하면 적어도 삼중수소가 야기할 방사성 오염피해는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조율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이를 배제했다.
지하수 오염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계속 진전됨에 따라, 오염 문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의 산악지대 및 범람원에서 원전 부지로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은 다소 감소했으나, 2018년 일평균 유입량 140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태풍 이후에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용융된 연료가 지하수와 냉각수에 노출되어 있는 한, 오염수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이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제점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문제점1_오염수 추가적 발생의 지속성
근본적인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매일 추가적인 오염수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인데, 오염수 해양 방류 처분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원자로 내부로 주입하는 냉각수가 직접 혼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도쿄전력은 그동안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산에서 유입되는 지하수가 원자로 건물로 침투해 냉각수 및 용융 핵연료와 혼합되고 경화된다. 이로 인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물(“오염수”)이 매일 발생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2020년 3월 도쿄전력은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원자로/터빈 건물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의 양이 일 106m³, 지하수 배수 시설에서 원자로/터빈 건물로 이동하는 물의 양이 매일 7 m³ 이므로 매일 113톤의 오염수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해당 수치는 강수량이 0이었던 주간에 측정한 것이다. 2020년 8월 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자로/터빈 건물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의 양이 매일 41 m³, 지하수 배수 시설에서 원자로/터빈 건물로 이동하는 물의 양이 매일 6톤으로 매일 47톤이 만들어진다.”
이미 오염수 일부가 발전소로 흘러들어온 지하수와 섞였고, 도쿄전력은 지하수 오염을 중단시킬 확실한 계획이 없음이 분명하다. 삼중수소와 스트론튬-90은 반감기(방사성이 50%로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가 각각 12.5년, 28.8년으로, 이 두 개의 방사성 핵종에만 방사성 위험이 약 125~290년 간 존재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반감기 10회까지 위험기간으로 간주). 하지만 오염수에는 그밖에도 반감기가 더 긴 방사성 핵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갑상선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핵종으로 알려진 요오드-129는 반감기가 1,300만 년에 달한다.
문제점2_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실패
후쿠시마 제1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이하 ALPS) 3대를 사용한 오염수 처리로 방사성 농도를 낮추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 2018년 8월 공개되었다. 2018년 9월 28일 도쿄전력은 저장된 오염수 수십만 톤에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농도는 해양 방출 허용 기준보다 높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020년에는 저장된 오염수 72%에 해당하는 78만 톤을 2차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처리수 6만 5천 톤 중 스트론튬-90의 농도는 규제기준보다 100배 이상 높다. 일부 탱크는 기준치의 2만 배 수준이다. 스트론튬은 가장 유해한 방사성 핵종에 속하며, 동식물 및 인체에 농축되므로 절대 환경에 유입되어서는 안 된다. 칼슘과 유사한 성질을 보이기 때문에 향골성 물질(bone seeker)이라고 불리며, 백혈병 또는 혈액암 위험을 높인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ALPS 처리기술로 방사성 농도를 “배출허용 기준 이하”로 낮출 수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2018년 ALPS의 실패를 인정했다. 공개된 여러 문서를 보면 ALPS가 불검출 수준으로 오염수를 처리 및 정화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2013년에 이미 인지하고 있다.
문제점3_ 잘못된 오염수 처리 전략과 선택
ALPS 설비가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선의 기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가장 저렴한 기술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핵종 제거 기술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제염 계수(DF) 처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했다.
2018년 6월 컨설팅 엔지니어 존 라지(John Large)는 그린피스 일본사무소의 의뢰를 받아 도쿄전력이 제공한 공개자료 일부를 검토했다. 도쿄전력은 2011년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발표해 왔으나, 그 정확성을 독립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1차 분석 후 그는 도쿄전력 데이터의 정확성이 심각하게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면, 2016년 데이터 표에 처리 후 세슘-137의 농도가 30Bq/l로 표기되어 있으며 “해양 배출 허용 기준에 놀라울 정도로 적합한 값”이라고 거의 일관되게 언급돼 있다.
퓨로라이트는 원자력 분야에서 다양한 글로벌 경험을 보유한 미국의 용수 분리 기업이다. 2011년 퓨로라이트는 히타치 GE 원자력 에너지(HGNE, 이하 히타치 GE)와 함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초기 ALPS 테스트 설비를 운영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퓨로라이트에 따르면, 삼중수소를 제외한 62개 방사성 핵종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ALPS 설비의 구축 및 운영 계약을 따낸 것은 퓨로라이트가 아니라 도시바(최종적으로 히타치GE가 선정)였다. 퓨로라이트는 배제됐다.
퓨로라이트는 수처리 분야에서 수십 년 간의 경험이 있으나 도시바와 히타치GE는 경험이 전무했다. 이후 퓨로라이트는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히타치GE가 퓨로라이트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설계 정보를 허가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고, 이 정보를 사용해 고성능 ALPS를 설계 및 운영함으로써 비밀 유지 계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이었다.
퓨로라이트가 히타치G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증거자료를 보면, 도쿄전력이 기술, 경험 면에서 더 우수한 것으로 판단되는 설비를 도입하지 않음으로써, ALPS 성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퓨로라이트는 자사의 기술로 2011년 테스트 가동 중 63개 방사성핵종 중 62개에 대해 불검출 수준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도쿄전력의 시방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목표치는 도쿄전력이 명시한 것으로, 도쿄전력은 2014년 말까지도 “새로운 고성능 수처리 설비로…..스트론튬 농도를 불검출 수준까지 낮출 것이다.”라는 입장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도쿄전력이 ALPS의 실패로 추후 검출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도쿄전력이 원래는 제거하려 했던 위험한 방사성 핵종이 오염수 방류 시 함께 방출된다는 의미다. 계획대로 오염수를 2차 처리한다고 해도, 스트론튬-90, 요오드-129와 같은 방사성핵종의 농도는 2011년 퓨로라이트의 기술로 성공했을 때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문제점4_유해물질 처리 문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관련 정보를 소통할 때, 주로 삼중수소만 다루고 스트론튬, 세슘, 요오드, 플루토늄 등에 대해서는 그만큼 언급하지 않는다. 또, ALPS가 62개 방사성핵종을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홍보해왔다. ALPS에서 제거되지 않는 한 가지 방사성 동위원소는 삼중수소이며, 이는 방류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와 다르다.
원자로 가동 중 생성되는 주요 방사성 물질 중 탄소-14(C-14)가 있다. 탄소-14는 반감기가 5,730년이며, 베타 방사선을 방출한다. 탄소-14는 탄소 순환 사이클에 유입되는데, 간단히 말해, 탄소-14는 모든 생물체에 유입되며 농축계수는 각기 다르다. 반감기가 5,730년이며 모든 생명 물질의 기본 구성요소 중 하나인 탄소-14는 장기간에 걸쳐 세계 인체집단선량의 주요 원인이 된다. 세계 인체집단선량은 피폭 인구 집단 전체에 대한 총 선량에 해당하는데, 선형선량 반응 관계에 따라 인체 영향을 나타내는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 프랑스 원자력안전방사선방호연구소(IRSN)의 설명에 따르면, “탄소-14는 세포 구성성분(단백질, 핵산), 특히 세포 DNA에 유입되기 때문에 방사선 생물학 관점에서 흥미로운 물질이다. 이로 인해 DNA가 손상되면 분자 분열이 일어나며, 세포가 망가지거나 유전적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ALPS는 탄소-14를 제거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2차 처리를 통해서도 탄소-14는 제거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계획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탱크 내 탄소-14 전체가 환경에 방류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ALPS를 기술 성공 사례로 홍보해왔지만, 도쿄전력, 경제산업성 및 기타 일본 정부 기관은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 탄소-14를 언급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ALPS 처리 후 남아있는 동위원소는 삼중수소이며 이로 인한 영향이 없다고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20년 8월 27일 도쿄전력은 마침내 탄소-14의 존재가 저장된 오염수의 베타 방사선 측정의 주요 요인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8월에 발표된 문서에서 도쿄전력은 “…ALPS 배출구 검사에서 측정한 법규에 따른 비율의 합계와 탱크 샘플링을 통해 파악한 법규에 따른 농도의 합계 사이에 큰 편차가 있음이 발견되었다.”라고 했다. 즉, 총 베타 방사선량이 이전까지 측정한 모든 베타 동위원소의 합보다 컸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총 베타 값과 초기 핵종 측정값 사이에 편차가 발생한 원인이 탄소-14”임을 확인했다. 9월 발표된 문서에서는 ALPS 2차 테스트를 10월 중 진행 예정이며, 오염수 중 “방사성 탄소(C-14)와 삼중수소(H-3) 외에, 제거 대상 방사성 핵종 62종 검출 여부를 측정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2차 ALPS 처리된 오염수에서 탄소-14를 특정하여 측정하겠다는 도쿄전력의 계획이 처음으로 알려진 사례였다.
탄소-14와 더불어 삼중수소의 위험성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처리된 오염수의 방류 계획을 정당화하고자 2019년 9월 “삼중수소수는 물과 유사한 성질을 갖기 때문에, 삼중수소가 인체 및 특정 생물체 내 축적되는 경우는 발견된 바 없다.”라고 발표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은 유기결합삼중수소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안 페리(Ian Fairlie) 박사는, “ICRP/IAEA 선량 모델은 일회적인 방류를 위한 것이며, 다회 방류 시에는 유기결합삼중수소 농도가 점차 증가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행 ICRP 모델(1989)에서는 삼중수소수(HTO) 섭취 후 100% 흡수되어 혈액에 유입된다고 가정한다. 삼중수소수의 전환반감기는 10일로 추정된다. 섭취한 삼중수소수의 5%는 유기결합삼중수소가 되며, 삼중수소수 섭취로 인한 유기결합삼중수소 선량은 무시해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있다.”고 한다.
유기결합삼중수소의 잔류 시간에 대해 많은 논문 저자들의 결론은 “유기결합삼중수소/삼중수소수 불균형에 대해 현재로서 합의된 바는 다음과 같다. 자유 형태의 삼중수소는 주변 환경과 빠른 속도로 교환되나, 유기물에 통합된 삼중수소는 장기간 존속된다는 것”이다.
2020년 ALPS 2차 처리
도쿄전력은 2020년 10월부터 오염수 2차 처리를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테스트 처리의 목적은 스트론튬-90, 요오드-129 등 방사성핵종 농도를 배출허용 기준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농도가 배출허용기준의 100배 이상인 오염수 2,000 m³ 를 테스트에 사용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과거 실패 사례를 볼 때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느냐이다.
2020년 3월 도쿄전력은 오염수 2차 처리 목적이 “환경으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도쿄전력이 ALPS 설비를 통한 처리에 실패했음을 사실상 인정하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함량을 불검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철회하는 것이다. 퓨로라이트 CEO 스티브 브로디(Steve Brodie)가 2012년 경고했듯이, “오염수를 정화하여 해양으로 안전하게 방출하기 위해, 62개 방사성핵종 모두 불검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지역사회, 어민, 농민, 인접국, 정부 기관에 모두 중요한 사안이다. 62개 방사성 핵종 중 어느 하나라도 불검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도쿄전력은 저장 탱크를 추가 설치해야 할 것이고, 만족스러운 솔루션이 개발될 때까지 탱크 파열, 누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소위원회 입장
소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의사 결정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사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 표는 소위원회가 방류 시작일 및 연간 처분량에 따라 오염수 처분에 필요한 기간(완료 시점까지)을 대략 밝힌 것이다.
[자료2. 방류 시작일 및 연간 처분량에 따라 오염수 처분에 필요한 기간표]
출처: 그린피스보고서
위 표의 핵심은 2035년부터 연간 최대 22TBq를 방류하면 완료 시점이 2055년이라는 것이다. 반면, 2020년부터 동일하게 최대 22TBq를 방출하는 경우에는 2052년에 완료된다. 다시 말해, 2035년까지 15년간 방출을 보류하면 방류 완료까지 21년이 걸린다. 반면 2020년에 결정하면 방류 작업이 33년 걸린다. 2020년에 시작했을 때 14년이 더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2035년까지 기다리는 기간(15년)이 삼중수소의 반감기 1회 (12.5년)보다 길기 때문에, 붕괴가 진행되어 총 방사선 잔량이 현재 수준의 절반 이하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파악된 삼중수소의 위해성 측면에서도, 방류 결정을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타깝게도 소위원회는 모든 의사 결정을 보류하라는 확실한 권고는 하지 않고, “일본 정부는 일정과 관련된 다양한 요인, 평판 영향, 관계자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처분 개시 시점과 그 기간을 결정할 책임이 있다.”고 언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참고문헌
2022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
1. 숀버니(Shaun Burnie), "2020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차단하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 그린피스,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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