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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원전 괴담, 경주 방사능 노출 팩트 체크

by R.E.F.18기 정동호 2021. 3. 29.

원전 괴담, 경주 방사능 노출 팩트 체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정동호

 

경주 방사능 누출

 지난 1월 7일 포항MBC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자체 조사에서 월성원전 부지가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월성원전 부지 10여 곳의 지하수 모든 곳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한다.

원전 구조상 방사성 물질은 안전을 위해 완전히 밀폐, 격리돼 지정된 설비를 제외하고는 검출되면 안 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방사성 물질 외부 누출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많게는 71만 3천 베크렐, 관리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상당량의 삼중수소가 월성원전 부지 곳곳에 검출됐다.

[자료1. MBC 방송화면 캡처본]

출처 : 아시아경제

원전 중심 부지에서 300미터 떨어져 있는 북쪽 경계 지역에서도 최고 924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으며, 이에 전문가들은 원전부지는 물론, 외부까지 오염됐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한 월성 1호기 핵폐기물 저장 수조에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막아주는 차수막이 8년 전 파손된 채 방치돼 관리부실 의혹도 나오고 있다.

누출된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고, 한시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었으나 일찍 종결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논란의 중심, 삼중수소

누출 논란을 일으킨 물질인 삼중수소는 수소(Hydrogen, H)의 방사선 동위원소이다. 일반적인 수소원자의 핵은 단일 양성자로 구성되었지만 삼중수소의 원자핵은 한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성자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 수소보다 약 3배가량 무겁다.

삼중수소와 같이 수소보다 중성자가 더 많은 핵은 불안정하여 베타붕괴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는 전자와 반중성미자를 방출한 후 헬륨으로 변한다. 베타붕괴 시 방출되는 베타선은 약 6keV의 낮은 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약 6mm정도 밖에 이동하지 못하고 동물 피부의 표피층을 뚫지 못하여 생명체에 무해하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먹거나 들이마시게 되면 몸 내부에서 직접 방사선에 피폭되므로 위험성이 있다. 다만 삼중수소는 화학적으로 수소와 완전히 같고, 수소는 탄수화물 등 대부분의 유기화합물에 포함되어 활발히 대사되는 원소이다. 따라서 섭취될 경우 7~14일의 짧은 생물학적 반감기를 지니므로 몸에서 금방 빠져나간다. 그러나 유럽방사성위원회에서는 삼중수소가 DNA 구성에 사용된 후 헬륨으로 붕괴하면 DNA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자료2. 삼중수소의 베타붕괴 화학식]

출처 : 네이버물리학백과

이러한 이유로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의 체내에는 삼중수소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피폭량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을 뿐더러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수에 대량 함유돼 논란이 된 적이 있어 더욱 불거졌던 사건이다.

 

팩트 체크

경주 방사능 누출 논란이 이슈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친여권 성향인 공영방송을 활용해 월성 1호기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뒤, 이를 다시 '셀프 정쟁화'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됨과 동시에 기초적인 사실관계에도 오류가 존재할 뿐더러 공포심을 과도하게 조장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어 팩트체크 및 궁금증을 정리하고자 한다.

[1. 방사성 물질 기준치 넘었나..?]

포항, 안동 MBC보도에 따르면 월성원전 부지 내 10여 곳의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으며, 많게는 71만 3000베크렐, 관리기준의 18배에 이르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보도를 하였는데 이런 설명은 '가짜뉴스'에 가깝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있다. 

이는 비교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MBC가 언급한 삼중수소 기준치(4만베크렐/L)는 '원전 내 측정 기준'이 아닌 '배출 허용 기준'이다. 그런데 MBC는 원전 내부의 한 지점을 측정한 수치를 두고 '배출 기준치의 18배'라고 언급하였다. 비유하자면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워 갓 나온 매연을 각종 오염물질 저감 공정을 거쳐 굴뚝으로 배출되는 검사 기준에 미달한다고 비판한 것과 같다.

한수원은 71만 3000베크렐이 검출된 것은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며 발견 즉시 회수해 처리하였으며, 유출은 없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측정한 그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는 배출 기준치 이내인 약 1만 베크렐/L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2. 인근 지역 주민 건강 괜찮나...]

한수원이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11월~ 2020년 7월 조사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최대농도는 16.3베크렐/L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이 피폭량이 모두 월성 원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가정하여도, 바나나 6개 또는 멸치 1g 섭취, 흉부 X-ray 1회 촬영의 100분의 1 정도와 동일한 수준이다. 방사성 물질은 바나나 멸치 등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품이나 물질에서도 검출되기 때문이다.

[3.그럼 왜 논란이 되었나...?]

원전업계 및 전문가들은 이번 MBC 보도와 이에 따른 민주당의 잇따른 문제 제기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를 덮기 위한 전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당의 영향력이 미치는 공영방송이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고, 직후 민주당이 총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의 '안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전략과도 맥이 닿는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정부가 월성 1호기를 폐쇄한 것은 안전성 및 주민 수용성을 감안한 결정이라 주장했으며, 그런데도 감사원과 검찰 및 야당은 경제성 평가만을 문제 삼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제성을 조작한 게 아니라 과정에서 사소한 잘못이 있었을 뿐이며, 이조차도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이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정작 지역 주민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월성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최학렬 경주시 감포읍 주민자치위원장은 경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괴담을 퍼트리고 소설을 쓰는 것"이라며 "한동네에서 원전과 같이 사는 우리는 괜찮은데 왜 갑자기 이러는지 거꾸로 묻고 싶다"고 전했다.

 

원전 괴담의 피해자 경주 시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의 힘에 답변한 자료로 미뤄본다면 지난달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월성원전 삼중수소 유출 논란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주장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인체에 유해한 정도의 방사능이 유출됐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을 뿐더러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배출 관리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없고 삼중수소의 외부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명백하게 밝혔다. 또한 전문가들도 지나친 괴담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 달 나라를 뒤흔들 만큼의 소란을 피우며 마치 경주시가 방사능에 오염된 도시인 것처럼 떠들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조용해진 것은 삼중수소 유출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했던 이들도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제대로 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노력해왔지만, 갑자기 삼중수소 누출 의혹과 방사능 괴담이 퍼지면서 원전 주변 마을의 상가는 매출이 40%나 줄어들었고 월성원자력본부 인접 마을인 경주시 나아리의 새마을지도자 김홍기 씨는 지난달 갑자기 논란이 된 삼중수소 누출 의혹으로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자료3.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새마을지도자 김홍기 씨 인터뷰 中]

출처 : 경북신문

김씨는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관계"라고 잘라 말했으며, "원전 주변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원하는 것도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의혹제기나 논란이 아니라 객관적 수치로 확인된 진상"이라며 "혹시라도 모를 원전사고로부터 주민과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조치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피해는 경주시민들만 보게 되었다. 국민은 경주가 월성원전에서 새어나온 방사능으로 사람이 살기에 위험한 도시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원전 주변 동해안을 찾던 관광객들은 발길을 끊었고 숙박업과 음식점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이 상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원전은 안전이 최우선의 과제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내의 원전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고 엔지니어들은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불철주야 집중하고 있다. 누구보다 원전의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삼중수소가 논란이 된 바와 같이 위험할 정도로 유출됐다면 쉽게 원전에서 근무를 지속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전 운영자는 더욱 안전한 원전을 지켜나가야 하고 확실한 증거도 없이 불안만 조성하는 여론 조성도 더이상 없어야 한다. 정치적 기회로 이용해 무분별한 논란을 계속 야기한다면 그 피해는 나비효과처럼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경주 방사능 누출]

1) 김봉주 기자,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광범위 오염 우려", 아시아경제, 2021.01.08, view.asiae.co.kr/article/2021010820503630564

[논란의 중심 삼중수소]

1) 네이버 물리학백과, "삼중수소", terms.naver.com/entry.nhn?docId=5741584&cid=60217&categoryId=60217

2)나무위키, "삼중수소", namu.wiki/w/%EC%82%BC%EC%A4%91%EC%88%98%EC%86%8C

[팩트체크]

1) 성수영 기자 외1명, 한국경제, "월성 원전에서 방사능 누출됐다고?...'원전괴담' 팩트체크", 2021.01.11, 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1117710i

[원전 괴담의 피해자 경주 시민]

1) 경북신문 기자, 경북신문, "[사설] 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 누가 책임질 것인가", 2021.02.17, www.kbsm.net/default/index_view_page.php?idx=302726&part_idx=243

2) 이상문 기자, 경북신문, "삼중수소 괴담...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의 몫", 2021.02.18, www.kbsm.net/default/index_view_page.php?idx=302882&part_idx=320www.kbsm.net/default/index_view_page.php?idx=302726&part_idx=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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