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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국내에 미칠 영향

by R.E.F. 19기 서명근 2021. 4. 26.

세계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이 국내에 미칠 영향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9기 서명근

 

 전기차와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인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최근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앞세우면서 국내 배터리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게다가 글로벌 기업인 현대자동차까지 배터리 자체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내재화는 회사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고 공급하겠다는 의미이다. 즉, 배터리 공급업체에서 배터리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배터리 내재화를 준비할까?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자료 1.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출처 : 테슬라 유튜브

 지난해 9월 23일 테슬라는 주주총회겸 테슬라의 비전을 소개하는 배터리데이를 진행했다. 이날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내재화를 암시하는 여러 내용들을 소개했다.

 머스크는 현재 개발중인 테슬라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80’을 공개했다. 이는 기존 테슬라의 대표적 배터리인 21700보다 부피는 2~3배 크고, 에너지 집적도는 5배, 출력은 6배가 더 높으며 주행거리는 16%나 증가된 배터리이다. 이와 더불어 배터리 제조 공정의 혁신도 언급했다. 머스크는 지난번 인수했던 멕스웰의 건식기술을 이용하여 공정을 단순화시키고 원가를 절감시켜 생산력 향상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수년에 걸쳐서 배터리 생산을 크게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내세웠다.

 배터리데이에서는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인 4680, 배터리 제조 공정의 혁신, 배터리 생산 계획 등의 내용들을 보았을 때 이는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개발을 하는 배터리 내재화를 암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 2.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출처 : 폭스바겐 유튜브

 폭스바겐도 3월 15일 파워데이를 개최하면서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우선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240GWh 규모의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밝혔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량인 120GWh보다 두 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독일, 서유럽, 동유럽에 순차적으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자료 3. 전기차 배터리 형태별 특징]

출처 : 뉴스토마토

 또한 전체 전기차 배터리 분량의 80%를 각형 배터리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이 언급한 각형 배터리를 제조하는 주요 회사는 중국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유일하다. 즉 삼성SDI를 제외한 SK, LG는 각형을 제외한 20%의 발주에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추가로 폭스바겐은 배터리 셀 부분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셀에 사용되는 전지는 크게 2가지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제조하는 리튬이온 삼원계(NCM)계열과 중국업체에서 제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이다. 국내에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전혀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너도나도 배터리 내재화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단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는 전기차의 성능을 결정하는 주요 부품이다.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리콜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작년부터 배터리 화재로 인해 발생한 잡음은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작년 5~6월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폭스바겐 3종류의 차량에 리콜이 발생하였고, 총 213대가 회수되었다. 또한 전기차의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른바 ‘배터리 품귀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를 기다리는 을(乙)의 입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생산 및 개발에 착수하여 안정성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잇따른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 측의 의견도 적지 않다. 다년간의 투자와 개발로 이뤄낸 품질, 성능, 기술 등을 하루아침에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 세계의 전기차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독자적인 노선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완벽한 배터리 내재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그전까지는 배터리 회사들과 유지해왔던 관계는 쉽게 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각기 다른 전략]

 

1. LG에너지솔루션 – 생산 설비 투자, 동맹 전략

[자료 4. LG에너지솔루션 로고]

출처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 투자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5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배터리데이 행사 당시 머스크가 파나소닉(일본) 외에 다른 업체와도 4680 배터리 개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두 업체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GM(제너럴모티스)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세우고 2019년부터 미국 내 최대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3월에 추가로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 삼성SDI – 생산 설비 투자, 기술경쟁력 확보

 

[자료 5. 삼성SDI 로고]

출처 : 삼성SDI

 삼성SDI도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설립 장소는 중국의 텐진을 염두해두고 있는데, 텐진은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의 거점으로 LG와 마찬가지로 테슬라에 납품하는 물량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헝가리에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배터리 생산 설비에 1조원을 투자하면서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여 각형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추가로 R&D 투자를 늘려 배터리 안정성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의 화재 방재기능을 강화하고 하반기에는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3. SK이노베이션 – 배터리 소재 분야 강화

 

[자료 6. SK이노베이션 로고]

출처 : SK이노베이션

 SKIET(SK아이테크놀로지)는 폴란드에 배터리 분리막 공장에 1.1조원을 투자하면서 분리막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서겠다는 행보를 보였다. SKIET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이며 공급중인 배터리 분리막은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정상을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분리막은 리튬이온 배터리에 안정성과 성능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배터리 원가에 20%를 웃도는 소재다. SKIET의 분리막은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화재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구매 요구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공장 증설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경쟁에서 살아남기]

[자료 7. 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출처 : SNE Research

 이미 국내 배터리 3사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기업 CATL, BYD, CALB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은 3사 모두 하락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변화, 중국 기업들의 약진, LG-SK 배터리 특허 소송 등 잇따른 악재들 속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간 배터리 전쟁의 서막은 열렸다. 이제는 해외에 대규모 생산 라인을 건설하여 원활한 공급선을 구축하는 것만이 배터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소재, 안정성, 가격 등 기술적으로 중국과 일본보다 뛰어난 자체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국내 3사는 리튬이온 삼원계(NCM)만을 제조하는 것이 아닌 리튬인산철(LFP), 전고체배터리를 제조하는 데에도 공들여야 할 것이다.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모두를 아우르는 공급의 유연성을 갖춰서 소재는 다양하고, 안정성은 높이며, 값싼 가격의 배터리를 대량 생산해야 한다. 더불어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의 협업 체계를 강화한 것처럼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이 요구된다. 테슬라, 폭스바겐이 전기차 패권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상, 배터리 업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참고문헌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1) 권안나, “(폭스바겐 쇼크)②"각형 쓰겠다"…전기차 '배터리 표준' 재편으로”, 뉴스토마토, 21.03.23,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032724

2) 김대호, “[김박사 진단] 테슬라 배터리 자체생산 "내재화" 사실상 시작, 머스크 CEO 발표 행간의 뜻”, 글로벌이코노믹, 20.09.23, https://cmobile.g-enews.com/view.php?ud=2020092308543783104a01bf698f_1&ssk=favorset&md=20200923130929_R

3) 박영민, “'자체생산 발표' 없었지만…배터리업계, 테슬라發 위기감 커져”, ZDnet, 20.09.23, https://zdnet.co.kr/view/?no=20200923103837

4) 박태준, “테슬라, ‘배터리 내재화’ 착수…3년 내 2000만대 전기차 출시, etnews, 20.09.23, https://www.etnews.com/20200923000130

5) 박태준, “[이슈분석] 전기차 배터리 대전환 시대…’중국에 밀린 K-배터리’”, etnews, 21.03.23, https://www.etnews.com/20210323000144

6) 배성재, “[단독] LG 배터리, 유럽서 또 리콜…르노 이어 폭스바겐도”, 한국경제TV, 21.03.23, https://news.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103220401&t=NNv

7) 우경희, “폭스바겐도 테슬라도 "배터리 독립"…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21.03.22,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2209021776723

8) 장현민, “[영상] 폭스바겐 파워데이 완성차 업계 배터리 시장 진출 신호탄인가”, THEELEC, 21.03.23, http://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11619 

[국내 3사의 각기다른 전략]

1) 김은배, “LG·삼성, 테슬라에 배터리 구애?…원통형 생산공장 증설 추진”, ThePublic, 21.03.17, http://www.thepublic.kr/news/newsview.php?ncode=1065602522127432

2) 김지웅, “전영현 삼성SDI 사장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거점 확대”, etnews, 21.03.17, https://www.etnews.com/20210317000179

3) 김지웅, “삼성SDI, 헝가리 ‘각형 배터리’ 생산라인 두 배 증설…”유럽 시장 주도권 굳힌다”, etnews, 21.03.23, https://www.etnews.com/20210323000217

4) 이윤재, “SK, 폴란드 배터리 분리막 공장에 1.1조 투자 나선다”, 매일경제, 21.03.28,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3/293930/

5) 임한솔, “, 삼성SDI 각형배터리 화재 방지기능 강화, 신제품도 하반기 양산”, BUSINEESPOST, 21.03.26, 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23620

6) 염지은, “SK이노 '분리막' 사업 박차...SKIET, 1.2조 투자해 폴란드에 3·4공장”, 포쓰저널, 21.03.28,  http://4th.kr/View.aspx?No=1543506

7) 정예린,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배터리 대란' 대응책은?…동맹 vs 독립”, THE GURU, 21.03.28,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20072

8) 홍보영, “원통형 배터리 공급 부족에…삼성SDI·LG엔솔, 증설 경쟁”, 브릿지경제, 21.03.17,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10317010004642

9) 황주영, “동맹 vs 독립, 美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 부족 대응전략”, KOTRA해외시장뉴스, 21.03.24, https://news.kotra.or.kr/user/globalBbs/kotranews/782/globalBbsDataView.do?setIdx=243&dataIdx=187645

10)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용 4680배터리 만든다…미국·유럽 생산지 검토”, BLOTER, 21.03.10, http://www.bloter.net/newsView/blt202103100002

[배터리 경쟁에서 살아남기]

1) 곽호룡, “완성차 ‘상이한’ 배터리 전략, 누가 웃을까”, 한국금융, 21.03.29, https://cnews.fntimes.com/html/view.php?ud=202103272349498967dd55077bc2_18

2) 우경희, “폭스바겐도 테슬라도 "배터리 독립"…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머니투데이, 21.03.22,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2209021776723

3) “2021년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한국계 3사 모두 TOP 10 고수”, SNE Research, 21.03.30, http://www.sneresearch.com/_new/html/sub/sub2/sub2_01_view.php?id=95908&s_keyword=&f_date=&t_date=&pg=&cate_id=&type=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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