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목표가 아니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7기 정예진
신기후체제 출발!
[자료1. 파리협정 채택 순간]
출처: UN NEW
인간이 기후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된 건 1938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부차원에서 논의되지 않고 주로 과학자들이나 시민단체 등 비정부 부문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1988년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널리 인식되게 되고, 유엔환경계획(UNEP,United National Environment Programme)과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의 지원을 받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창설된다.
이후 1992년에는 세계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서명했다.
기후변화협약의 목표는 '인간이 기후 체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으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변화협약은 각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이에 1997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각 국가별 구체적인 감축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한 교토의정서를 도입한다.
[자료2. 교토의정서에 도입된 시장메커니즘]
출처: 환경부 파리협정 길라잡이
그러나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다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하고, 중간 과정에서 캐나다,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 등도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중국이나 인도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감축 의무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토의정서는 그 체제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해졌고,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여러 논의 끝에 2015년 12월, 제21차 당사국총회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했다.'신기후체제'라고 불리는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 체제가 가진 한계점인 하향식(top-down)감축의무를 포기하고 각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상향식(bottom-up)방식을 채택한다. 이러한 방식을 '국가결정기여(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라고 한다.
파리협정이 낳은 두자녀, NDC와 LEDS
NDC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6개의 각 분야별로 당사국이 스스로 취할 노력을 결정해 제출한 목표를 말한다. 6개 분야로는 감축, 적응, 재원, 기술, 역량배양, 투명성의 6개 분야를 포괄한다.
파리협정 채택 이전에 제출한 것은 Intended(의도된) NDC라고 하고, 채택 후 제출한 것은 NDC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에도 감축 의무를 부과할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하여 '공약(commitments)'보다 중립적인 '기여(contribution)'를 사용했다.
파리협정은 모든 당사국에 NDC를 제출할 의무를 부과했다. 동시에 일부 국가만 참여했던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NDC의 내용에는 구속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법정 구속력이 없어도 당사국이 마음대로 NDC를 어길 수는 없다. 당사국은 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 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새로운 NDC를 제출할 의무도 있다. NDC를 어기면 국제사회와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파리협정은 NDC의 내용이 아닌, 관련 절차에 구속력을 부여해 당사국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각 당사국은 5년마다 NDC를 제출해야 한다.
NDC가 5년마다 제출하는 단기적인 계획이라면, LEDS(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는 파리협정의 목적인 지구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다. 그러기위해선 2050년까지 대기중에 방출되고 흡수되는 이산화탄소량이 같아져 '0'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Net Zero 정책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의 2050탄소중립 정책이 LEDS에 속한다.
파리협정 원문에서는 LEDS와 NDC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자료3. 파리협정 4조 19항]
(4조 19항) 모든 당사자는 상이한 국내 여건에 비추어, 공통적이지만 그 정도에 차이가 나는 책임과 각자의 능력을 고려하는 제2조를 유념하며 장기적인 온실가스 저배출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통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자료4. 파리협정 3조]
(3조) 기후변화에 전지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결정기여로서, 모든 당사자는 제2조에 규정된 이 협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4조,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1조 및 제13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의욕적인 노력을 수행하고 통보하여야 한다. 이 협정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개발도상국 당사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을 인식하면서, 모든 당사자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전되는 노력을 보여줄 것이다.
위 협약문에서 보았듯이 장기적인 온실가스 저배출 전략(LEDS)을 이행하기 위해 국가결정기여(NDC)를 해야한다고 나타나있다. 이는 NDC 자체로 목적성을 띄기 보다는 LEDS를 위한 노력 자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즉, 각 국가마다 유엔기후변화사무국에 제출하는 10년 단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적힌 NDC는 2050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 자체로 온전한 목적이 될 수 없다.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목표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NDC와 장기적인 LEDS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고, 둘 다 같이 이행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이자 10년째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빌게이츠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허점에 대해 지적한다. 그의 책「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의 한 페이지를 인용하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굉장히 다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을 위한 중간 단계의 목표가 아니다. … (중략) 잘못된 방식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자칫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을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2050년까지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목표는 서로 다른 성공의 척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둘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목적이라면 우리는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탄소포집 장치가 설치된 가스화력발전소를 건설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짓는 가스화력발전소는 2050년에도 여전히 운영될 것이다. (발전소는 건설비용을 회수하려면 몇십 년은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발전소는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우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는 달성할지 몰라도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은 요원해질 것이다.
반면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이 목표라면 석탄 화력 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대체하는 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게 된다. …(후략)
즉,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중간목표단계로 설정하면 이를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들을 도입할 거고, 결국 석탄화력발전은 살아남아 2050탄소중립(LEDS)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LEDS만을 최종 목표로 설정하면 지금 당장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멈추고 재생에너지 도입과 확산이 빨라질 것이다.
탈석탄 시기에 대한 논쟁
우리나라를 예시로 들어보면, 한국은 제 8차 전력수급계획과 제 9차 전력수급에 에너지전환 정책과 재생에너지3020정책이 반영되고, 석탄발전량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참고 2020년 11월에 발표된 2045탈석탄 발표는 제 8차 9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시기가 맞지 않기 때문)
제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완전히 폐지, 현재 건설 중인 2기를 LNG 발전소로 전환하고 4기를 폐지하고 LNG로 전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제 9차 전력수급계획에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 해당되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6기를 완전히 폐지, 신규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8차계획에 포함되는 4기에 새로 20기의 석탄화력 발전소를 더해 총 24기의 발전소를 폐지 후 LNG로 전환한다.
새로 건설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신기술이 도입되어 이전 발전소들보다 발전효율도 더 높아질 것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소될 것이다. 이러한 석탄발전소는 이전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기 때문에 한국의 NDC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발전소들은 이윤을 내야하고, 수십년 간은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작동할수록 투자자들은 좋아할 것이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 달성 시기인 2050년에도 여전히 가동될 것이며, 이는 LEDS 달성 실패를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2050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효율이 43%가 되지 않으면 발전소를 작동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전력회사들이 보유한 전체 석탄화력발전소 중 발전효율 40% 이상은 31기이며(총 발전소는 150기), 43% 이상은 2기임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발전효율이 낮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설비를 도입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을 고려하던 일본의 대규모 화력발전소들도 규제 강화에 따라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석탄화력발전소 신설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아쉬운 한국의 상황
파리협정 당사국 총회는 당사국이 제출한 NDC가 2℃ 목표에 부합하는지 5년마다 검토한다. 이를 글로벌 이행점검이라 하고, 이 결과를 반영해 당사국은 5년마다 새로운 NDC를 제출해야 한다. 새로운 목표는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를 '진전원칙(principle of progression)'이라고 한다.
[자료5. 진전원칙]
출처: 환경부 파리협정 길라잡이
[자료6. NDC 이행 시나리오]
우리나라는 지난 12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할 것을 목표로 하는 첫 NDC를 제출했으나 유엔기후변화협약으로부터 감축 목표가 너무 낮다고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받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한국의 낮은 NDC 를 비난하며, "대한민국과 같이 무역 집약도가 높은 국가들의 무대응으로 인한 전 세계의 경제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NDC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하고 전 세계에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은 오는 11월까지 NDC를 상향해서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2050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낮은 NDC와 더불어 2050 탄소중립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2050 탄소중립이 선포된 지 일 년도 안된 상황에서 당장 답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왕 하기로 한 거, 나날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1)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1-9호, 에너지경제연구원, 2021.05.03
2)파리협정길라잡이, 환경부, 2016.05
3)"앨 고어, 文에 편지 "한국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2배 높여야"", 김정연기자, 중앙일보, 2021.05.13,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3101256
4)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빌게이츠 , 2021.02.16, 김영사
'News > 기술-산업-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색 미래의 선두주자 대한민국, 제2차 P4G 정상회의 (1) | 2021.06.28 |
---|---|
ESG 시대 속 기업의 책임, 환경 정보 공시는 어떻게? (7) | 2021.06.28 |
CCUS, 에너지 전환의 단단한 징검다리 (5) | 2021.06.28 |
지구온난화 주범의 전환, C1가스 리파이너리 (7) | 2021.05.31 |
팬데믹에 맞서 카카오 SKT 삼성이 손을 잡다! (7) | 2021.05.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