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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피해자인 미래세대는 언제까지 무시받나

by R.E.F. 17기 정예진 2021. 10. 25.

기후위기 피해자인 미래세대는 언제까지 무시받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7기 정예진

 

“기본권은 세대 간의 자유 보장으로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을 반대한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가 4월 29일(현지 시각) 독일 내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명시한 연방기후변화법(Bundes-Klimaschutzgesetz)에 대해 일부 위헌을 결정했다.

[자료1.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영문 보도자료]

출처: Bundesverfassungsgericht

연방 기후 보호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부문별 연간 배출량을 규정해 감축 수준을 결정하고 있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법이 기존의 국가가 달성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지만, 파리협정 목표인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이후 요구되는 감축량은 현재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달성해야 한다며 이는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고 내년 말인 2022년 12월 31일까지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2030년 이후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량 제한으로 인간의 생활영역 전체가 위협받기 때문에 입법자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충분한 예방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으므로 2022년 12월 31일까지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를 더욱 자세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독일 연방 내각은 위헌이 발표되고 2주 뒤인 5월 12일 탄소중립 시기를 기존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기고 2030년과 2040년 탄소배출량을 각각 1990년 대비 65%, 88% 줄이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기후변화대응법 개정안을 의결, 확정했다.

독일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EU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주도적으로 기후변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다. 또한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홀로코스트 대량학살의 반인륜적 국가범죄에 대한 처절한 반성 위에 2051년 설립된 독일의 최고 재판소로, 1987년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설립될 때도 참고가 되었다. 유럽 내에서도 가장 모범적이고 지도적인 헌법재판소로 존경을 받고 있는 독일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은 추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래세대를 얼마나 신경쓰나?

독일에서 기후변화의 피해자인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이유로 현재의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등 과감하게 조치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애석하게도 미래세대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환경에 관련된 기본권과 관련된 조항이 있다. 아래 헌법 제 35조가 그것이다.

[자료2. 헌법 제35조 환경권과 관련한 항목]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렇게 명시된 환경권은 1980년에 헌법에 명문화되었고, 그 개념, 법적 성질 및 효력을 둘러싸고 학설이 분분하지만, 일반적으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라고 이해되고 있다. 즉 건강하고 안전하며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양호한 환경을 향수할 권리이다.

그러나 환경권이 헌법상 보장되어 있을지라도 그 내용과 행사에 관련 사항이 법률에 유보된 이상 (35조 2항), 입법권자가 그 내용과 효과, 행사 방법 등을 구체화해야 실현할 수 있다. 이는 입법자에게 입법형성의 재량을 부여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 35조 1항에 따른 환경권 및 국가의 환경 보호 의무를 구체화해야 할 입법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기본권 규정으로서의 환경권 조항이 규범력을 뚜렷하게 확보하기 전까지는 권리보장의 불완전, 나아가 헌법의 장식화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기본적인 환경권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권리는 제대로 보호받을 리가 없다.

*참고 한국의 환경권 확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국가와 국민의 환경 의식, 집행 결여의 문제, 환경 입법의 복잡화 및 정비 부족 등 실질적인 문제 등이 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죠, 청소년 기후행동 헌법소원

“제가 처음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1년 전부터 오늘 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벗어나 마음껏 ‘꿈 꿀 권리’를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첫 ‘기후변화’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청소년 원고, 김유진 양의 작년 3월 당시 기자간담회 발언.)

[자료3.헌법소원을 제기한 청소년 시민단체 '청소년 기후행동'] 

출처: KBS

지난해 3월, 우리나라 청소년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의 원고 19명은 기후변화를 방치하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 소송을 제기했다. 미흡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의 생존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 의견서에서 정부는 충분한 기후위기 대응을 하고 있고, 청소년들이 기후위기의 당사자임을 부정했다. 이에 따라 미래세대가 기후위기로 생존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등의 기본권 침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러한 정부의 의견에 반박 의견서와 함께 기후소송의 공개변론도 신청한 상태이다.

[자료4.기후 헌법소원의 대리를 맡고 있는 기후솔루션의 윤세종 변호사와 S&L파트너스의 이병주 변호사, 헌법 소원을 청구한 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도현 청소년 원고와 김유진 청소년 원고]

출처: 경향신문

국내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처음으로 제기된 이 소송은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현재 기후정책을 결정하는 기성세대를 상대로 낸 소송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입법·행정 영역에만 맡겨뒀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이대로 괜찮은지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의 판단을 요청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번 헌법소원은 이례적으로 청구인 전원이 10대인데다,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법적 판단을 구하기보다는 기후변화 문제를 사회 의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선언적 퍼포먼스’처럼 비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대리를 맡은 이병주 변호사는 “그렇지 않다” 라며 “공동대리인단이 일반 로펌인 S&L파트너스와 기후, 환경 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를 한 기후솔루션으로 구성돼 있다. 로펌에는 법원 출신 변호사들도 있는데, 저희가 쓴 청구서 내용이 법관들이 볼 때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 계속 검증을 받으며 진행했다. 이겨야 하는 소송일 뿐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소송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다.”라고 단순 퍼포먼스 행위가 아님을 밝혔다.


참고문헌

1)홍준형,『시민을 위한 환경법 입문』,박영사,2021.08
2)최우리 기자 김정수 기자, "독일 헌재 "온실가스 감축 부담, 미래세대로 넘기면 위헌",한겨레 , 2021.04.30,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93404.html
3)주성훈 독일입법관,『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연방기후보호법 일부위헌 결정 및 향후』,국회입법조사처,2021.05.14
4)고문현 안태용,『환경보호조항의 헌법적 수용-독일기본법 제20a조와 대한민국헌법 제35조의 비교를 중심으로-』,법학논총 제 34집 ,2015.07.
5)이율 기자,"독일 2045년 탄소중립 달성 확정…2030년 탄소배출량 65%↓",연합뉴스 ,2021.05.13,https://www.yna.co.kr/view/AKR20210513002000082
6)이병주, 김민경 변호사,"[환경과 법]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기후소송 위헌결정의 내용과 의의",리걸타임즈                                                  ,2021.07.07,https://www.leg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346
7)양민철 기자, " “소극적 기후 대응은 기본권 침해” 청소년들 아시아 국가 중 첫 헌법소 원",KBS, 2020.03.13 ,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56&aid=0010803354
8)청소년 기후행동,"기후 헌법소원",https://youth4climateaction.org/climate-litigation
9)김한솔 기자, "[인터뷰]청소년 기후소송 맡은 변호사들 “이겨야 되는, 이길 수 있는 소송”",경향신문 , 2020.03.14,https://www.khan.co.kr/print.html?art_id=20200314091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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