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불평등 - 기후 위기와 인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윤진수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보고서 ‘기후 위기와 인권에 관한 인식과 국내·외 정책 동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500명의 국민 중 ‘기후 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라는 문항에 ‘심각하다’고 답변한 이들은 93.7%나 됐다. ‘기후변화가 삶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가’ 문항에서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응답(79.8%)이 대다수였다. ‘기후 위기 이슈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도 80.4%로 높았다.
‘어떤 부분에서 기후변화를 가장 많이 체감하고 있는가’라는 문항에 ‘폭염’(39.6%)을 언급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폭우, 태풍, 장마’(25.4%) ‘생태계 파괴와 생물 다양성 훼손’(15.0%) ‘감염병 발생’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기후 위기를 기본권 침해 등 인권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은 다소 적었다. 기후 위기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는 문항에 ‘인지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52.1%였다. 기후 위기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 접근성과 관련해선 ‘자주 접한다’는 응답이 48.9%, ‘접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1%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잦은 폭염, 폭우, 한파 등의 이상기후로 일상에서 기후 변화를 체감하고 있지만 기후 위기와 인권에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인권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다.
기후 위기는 삶을 위협하는 인권문제라는 인식
“기후 위기, 2차 대전 이래 최악의 인권 위협”
2019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유엔 인권 최고 대표의 말이다. 생명·건강·식량·식수·주거에 대한 기본적 권리, 이에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에 이르기까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인간에게 기후 위기란 지구 상에 실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다. 이대로 간다면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논리가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과 시스템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즉, 폭염, 집중호우, 한파 등 이상기후가 지속될 경우 극심한 분열과 사회 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적절한 음식과 물에 접근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부터 희생되고 배재될 것이다.
실제로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강타했을 때 맨해튼 골드만삭스 본사 건물은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와 수만 개의 모래주머니를 놓고 사설 발전기를 돌려 위기를 견뎠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추위와 공포로부터 그들을 지켜줄 방패가 없었다. 2005년 8월 미국 남동부 지역을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 제방이 붕괴됐다. 대피 경고를 받고도 자가용 등 교통수단이 없어 대피하지 못한 빈곤층 등 1500여 명이 숨졌다.
유엔은 이런 기후 위기 문제 이면에 숨겨진 불평등한 권력 문제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인구의 절반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만 차지하고 있는데도, 개발도상국들은 기후 위기 비용의 75%를 지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평등의 문제 – 누군가는 배출하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자료 1.전 세계 인구의 소득불평등 ]
출처 : Share The World's Resources
[자료 2. 전 세계 인구의 소득분위별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 OXFAM MEDIA BRIEFING
위 그래프를 잠시 분석해보면 왼쪽 그래프는 상위 10% 소득계층이 전체 소득의 52%를 차지하고 하위 50% 소득계층이 전체 소득의8%를 차지한다는 내용이고 오른쪽 그래프는 상위 10% 소득계층이 소비기반 배출량의 약 50%를 차지하고, 하위 50% 소득계층이 소비기반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한다는 내용이다.
그래프만 보더라도 소득 불평등과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과 같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기후 위기의 해결책은 평등이 될 수 있겠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더욱 이 해결책은 평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3. 폭염 민간계층 실태조사]
출처 : 한겨레
‘폭염 민감계층의 건강피해 최소화 방안’ 보고서(한국 보건사회 연구원, 연구책임자 채수미)에 따르면 교육 수준, 비만, 독거 여부, 에어컨 사용, 지자체 도움, 만성질환 등의 지표를 적용해 실태를 조사했다.
민감계층인 저소득층의 경우 일상생활 공간의 온도를 견디기 어렵다는 응답은 절반 가까운 49.1%였다. 일반 인구집단 응답 비율(35.2%)보다 높았다. 수면 공간 온도를 견디기 어렵다(저소득층 52.8%, 일반 44.2%), 주거공간 환기가 어렵다(저소득층 15.2%, 일반 8.6%)는 응답도 마찬가지였다. 에어컨이 없는 저소득층은 14.1%(일반 2.5%)였는데,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 때문에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68.6%(일반 44.9%)에 이르렀다.
여름과 마찬가지로 겨울도 그렇다. 기후민감계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유가 있다. 9년째 겨울철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 에너지시민연대는 서울·부산·광주·대구·목포의 에너지 빈곤 300가구를 대상으로 비대면 유선 조사를 했다. 노인 가구가 247가구(82.3%)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 가까운 132가구(44%)가 한파로 인해 건강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은 감기(29%), 신경통(22%), 관절염(18%), 두통(13%) 차례였다. 111가구(37%)는 한파를 겪은 뒤 약국 또는 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980년도 이전에 지어진 40년 이상 된 주택 거주자가 189가구(63%)였다. 이들이 머무는 집은 에너지 효율을 결정하는 창호 기능 만족도(5점 기준)에서 통기성(2.9점), 채광(2.7점), 기밀성(2.8점), 결로(2.9점), 유리·창틀·벽체 균열(3.0점), 창틀 뒤틀림(3.0점), 개폐력 저하(2.9점) 등 모든 분야에서 점수가 낮았다.
이처럼 기후민감계층이 실제 느끼는 기후 위기의 문제는 인권과 직결된다는 것을 시민들이 깨달아야 한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비한다면 기후민감계층에게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주거환경개선이 필수적이다. 결국 기후 위기의 해결책은 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로 타격을 입었을 때 소득과 자산의 손실 비율이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보다 더 크다. 부유한 사람은 위험에서 피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위험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이 때문에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유엔 빈곤·인권 담당관 필립 알스턴이 2019년 유엔인권협의회(HRC)에 제출한 ‘기후변화와 빈곤’에 관한 보고서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과 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람 사이에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과거 남아공에서 합법적으로 제도화된 인종차별과 분리정책을 말한다. ᅠ
불평등의 문제 – 세대 간의 문제
기후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금 어린 세대는 기성세대처럼 사치스러운 이산화탄소 배출을 누릴 수 없다. 허용 가능한 배출량이 이미 대부분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기후 단체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으려면 어린이와 청소년(1997~2012년생)은 그들의 조부모(1946~1964년생)가 쓰고 누리기 위해 배출한 양에 비해 단지 6분의 1 정도만을 배출할 수 있을 뿐이다. 온실가스는 배출 후 바로 사라지지 않고 수백 년 동안 대기 중에 누적된다. 미래세대는 자기들이 배출하지 않은 온실가스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벨기에 공공 대학이 주도한 ‘극한 기후 노출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에 따르면 2021년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60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7배나 더 많은 폭염, 2배 더 많은 산불, 거의 3배나 많은 가뭄, 홍수, 기근이 일어나는 지구에서 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당장 아무 조치로 취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 세대는 현재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기후 위기로 시련을 겪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후 위기에 대한 초점을 공정에 두지 않는다.
기후 위기는 언제 어디서 누가 온실가스를 배출했는지에 상관없이 그 피해가 전혀 다른 계층, 지역, 세대에게 닥칠 수 있다. 원인 유발자와 그 결과를 당해야만 하는 사후 처리자가 같지 않다. 그러므로 배출 책임을 ‘인류 책임’이라고 뭉뚱그리면 공정하지 못하다.
[자료 4. 대륙별 누적 CO2 배출량 현황]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산업 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미국이 25%,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29%, 일본이 4% 그리고 중국이 13%를 차지한다. 누적 효과를 고려하면 부유한 나라가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배출 책임은 나라뿐만이 아니라 계층에 따라서도 다르다. 과잉 배출하는 부유한 사람에게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스웨덴 웁살라대학 케빈 안데르손 교수가 주장했다. 전 세계 상위 10% 부유한 사람이 유럽 사람의 평균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나머지 사람 90%가 전혀 줄이지 않아도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 세계 대다수 사람이 기후 대응을 하지 않아도 저탄소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로부터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는 우리나라가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전체 기후 피해의 약 75%가 발생한다. 가난한 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기후 위험에 더 노출되어 더 큰 고통을 당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부유한 나라와 사람은 가난한 나라와 사람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위계적 배려 차원이 아니라 부유한 나라와 사람들이 더 책임지는 공정함에 기반해야 한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공정과 기후 위기를 다르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불평등은 소수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모두의 장기적 이익을 파괴한다. 그로 인해 온실가스 농도는 전 지구적으로 평등하게 증가해도 그 피해의 대부분은 불평등하게도 가난한 지역과 미래세대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는 부유한 자와 부유하지 못한 자의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기후 위기를 공정하고 평등하게 바꾸지 않는다면 지구는 곧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늦지는 않았다. 다만 기후 위기와 인권의 관계를 인지하는데 이미 늦었을 뿐이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차별하는 기후위기? 저소득층의 현실, 15기 김민서, 18기 오연지, 19기 도형준, 19기 양은우, 19기 최혜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267
참고문헌
[기후 위기와 인권문제 인식은?]
1) 정우진, “국민 94% “기후위기 심각”… 인권 문제 인식 비율은 낮아”, 국민일보, 2021.11.07.
http://m.kmib.co.kr/view.asp?arcid=0016442684
[기후 위기는 삶을 위협하는 인권문제라는 인식]
1) 최우리, “기후위기는 삶 위협하는 인권문제”, 한겨레, 2021.01.05.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77275.html
[불평등의 문제 – 누군가는 배출하고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1) 김민제, 최우리, “겨울밤, 화장실 가기 겁나”…기후민감계층의 집은 어디인가”, 한겨레, 2021.01.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78152.html
2) 김민제, 최우리, “저소득층 49% “일상공간 온도 견디기 힘들어”, 한겨레, 2021.01.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78151.html
3) 조천호 “가난하거나 어리거나…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얽혀 있다”, 한겨레, 2022.02.20.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1762.html
[불평등의 문제 – 세대 간의 문제]
1) 조천호 “가난하거나 어리거나…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얽혀 있다”, 한겨레, 2022.02.20.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1762.html
[기후위기로부터 인권을 지키기 위해]
1) 조천호 “가난하거나 어리거나…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얽혀 있다”, 한겨레, 2022.02.20.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317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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