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술-산업-정책

폐플라스틱 : 이래도 단순 쓰레기로 보이시나요?

by R.E.F. 21기 길민석 2022. 5. 30.

폐플라스틱 : 이래도 단순 쓰레기로 보이시나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길민석, 21기 박도현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 및 재활용 실태

 

[자료 1. 플라스틱 폐기 비율]

출처 : Social Innovators Table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쓰레기는 무엇일까? 비닐, 종이, 플라스틱 등이 떠오를 것이다. 이중 분해되는데 가장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현재 국내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이 50만 톤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의 일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54만 872t으로, 전년보다 8.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생량과 증가폭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이중에서도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88kg으로 코로나 이전에도 미국(130kg)과 영국(99kg)에 이어 세계 3위였다. 이렇듯 썩는 데 최대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은 환경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하급수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0년 2억 1000만t에서 2020년 4억 6000만t으로 20년 새 두 배로 늘었다. 반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9%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각 또는 매립되는 실정이다. 

이러한 폐플라스틱 소각 및 매립은 대기오염 및 기후변화를 발생시키며, 나아가 다이옥신, 납, 수은 등의 독성물질을 방출한다. 결국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이 환경보호의 주요 핵심인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폐플라스틱 열분해>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이란 무엇이고, 이 기술이 환경 및 에너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폐플라스틱 열분해 유화공정

 

[자료 2. 폐플라스틱 열분해 플랜트]

출처 : 서울경제

우선 열분해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처리하여 2차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시키면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기술의 하나로서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또는 저산소 조건하에서 고온(500℃)으로 가열하는 조작이다. 연소는 발열 반응에 의하여 이루어지나 열분해는 흡열 반응에 의하여 진행된다.  탄화수소 사슬을 가진 유기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면 유화 처리의 대상 폐기물이 될 수 있으며, 폐타이어,폐비닐,폐고무,폐플라스틱 등 고분자폐기물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열분해 공정은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조건에서 열을 가하고, 이때 환원성 조건에서 기체, 액체로 분해되어 이를 통해 열분해유를 제조할 수 있다. 생성물의 수율은 원료의 화학구조 형상 열분해속도와 속도에 의존하게 된다. 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유화기술은 플라스틱을 연소할 시 발생하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은 물론이고 폐기물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자료 3. 폐비닐 열분해 유화공정]

출처 : 에코타임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

 

[자료 4. SK의 열분해유 생산 공정]

출처 : 전자신문

열분해유는 매립·소각될 수밖에 없는 비닐봉지 등 폐플라스틱을 300~800도(℃) 고온으로 녹여 만든 재활용 원유다.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다시 원유(열분해유)로 만들어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쓰게 되면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유 수입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순환 구조를 기술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하는 수율이 국내에서 높다고 하는 곳도 60% 수준이다. 열분해유를 추출해낼 때 오염물을 걸러내는 것과 대기오염 물질이나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 등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봤을 때, 2021년 기준 11개 기업이 총 4100톤의 열분해유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입된 폐플라스틱 양은 1만여 톤이다.

이 열분해유를 가져다 곧바로 플라스틱 원료로 쓰기도 어렵다. 기존 정제유 대비 염소, 황, 질소 등 고농도 불순물이 많아 대기오염 물질이 나오거나 설비 부식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따라서 불순물을 낮추는 게 열분해유 활용의 관건인데, 현재 SK환경과학기술원에서 개발한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이 하나의 솔루션이 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수소 첨가 반응 기술을 통해 열분해유를 후처리하는 기술이다. 수소와 반응시키고 촉매를 첨가해 불순물을 염화수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으로 기체화해 분리해내는 원리를 사용한다. 짙은 갈색의 열분해유는 기껏해야 산업용 보일러나 농가용 보일러 연료유로밖에 쓰지 못하지만 후처리 기술을 통하면 비점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원료가 되는 나프타, 항공유, 디젤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제유를 얻을 수 있다. SK환경과학기술원의 열분해유 후처리를 통한 열분해 정제유는 수율은 95~100%다.

[자료 5.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후처리 과정]

출처 : 머니투데이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을 활용한 수소 생산

두산중공업이 폐플라스틱·폐비닐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폐플라스틱은 그동안 환경 캠페인 차원에서의 섬유 소재 등 제한된 영역에서 재활용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에너지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업사이클링’ 활성화가 기대된다.

두산중공업은 폐플라스틱 열분해 전문기업인 리보테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리보테크는 폐플라스틱을 연속식으로 열분해해 가스를 생산하고, 두산중공업은 이 가스를 수소로 개질하는 핵심 설비와 공정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적용하는 연속식 열분해 기술은 원료의 지속 투입으로 가스 연속 생산이 가능해져 수소 개질 처리 규모를 손쉽게 확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두산중공업의 설명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안에 하루 약 0.3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소 개질기’를 개발해 이를 경북 문경에 있는 리보테크에 설치·운영할 방침이다. 이후 실증과제를 통해 폐플라스틱에서 하루 3t 이상의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현대엔지니어링도 폐플라스틱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고순도 청정수소 생산 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까지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고순도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 테스트를 마치고 2022년부터 수소생산 플랜트 건설을 시작해 2024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총사업비는 4천억원 규모로 충남 당진에 플랜트를 건설한다.

[자료 6. 두산중공업의 폐플라스틱 수소화 공정도]

출처 : 경향신문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현황 및 전망

[자료 7. 세계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 현황 및 전망]

출처 : 매일경제

최근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계의 골칫거리였던 폐기물이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 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2021년 455억달러(약 55조원)에서 2026년 650억달러(79조원)로 연평균 7.5%씩 성장할 전망이다. 2018년 폐플라스틱 수입을 전격 금지한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성장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폐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글로벌 기준 2050년까지 약 600조원 정도로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은 기술 확보를 통한 시장 선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먼저 정유업계는 자원순환 및 탄소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에 주목하고 있다.

 

[자료 8.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시장 규모 현황 및 전망]

출처 : 뉴스웨이

 

기업들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및 열분해유 기술 현황과 사업 계획

[자료 9. 기업별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한 재활용 사업 계획]

출처 : 매일경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1월 18일부터 우선 100t의 열분해유를 정유공정에 투입해 실증 연구를 수행하여 안전성 확보 후 투입량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열분해유 원료 도입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배출 저감과 국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보유중인 DCU(Delayed Coking Unit·열분해공정)를 활용해 향후 연간 5만t 규모의 신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한다. 석유정제공정에 사용되는 탄소 기반의 기존 원재료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대체해 자원효율성을 증대하고 동시에 탄소를 저감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구축할 방침이다. 실증사업의 첫 단계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약 50톤을 여수공장 고도화시설에 투입한다. 최신 열분해 기술이 적용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여수공장 석유정제공정의 원료로 투입되며 이를 통해 열분해유 기반의 자원순환형 석유제품 및 공정 중간에 만들어지는 중간 제품인 프로필렌(Propylene) 등이 생산된다. GS칼텍스는 향후 실증사업 결과를 활용해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를 모색할 예정이다. 추가로 100만톤 규모까지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기반으로 사업화를 추진해 자원순환 및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폐플라스틱으로 제조한 열분해유로 나프타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고,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 조건에서 분해가 잘되는 플라스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자회사인 한화컴파운드를 통해 폐어망을 재활용해 생산한 폴리아미드(PA) 소재를 삼성전자에 갤럭시 시리즈용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의 활성화로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까지

이렇듯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규모는 커지고 있고, 이러한 시장 동향을 반영하듯 정부 및 기업은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과 같은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폐플라스틱 발생량 증가로 인해 폐플라스틱의 안정적 처리와 재활용 고도화가 필요해짐에 따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완비했다. 또한, 열분해 과정에서 생산된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개질 및 추출하여 연료전지, 수소차 충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활용 기능 유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법적기준 완화와 함께 기업들도 폐플라스틱 열분해기술, 폐비닐 열분해 오일화 기술, 폐플라스틱 열분해 수소화 기술,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 나프타 생산기술 등 폐기물 자원화 및 에너지화, 화학적 재활용 등의 친환경 사업에 힘쓰고 있다. 일례로, GS칼텍스는 석유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탄소 기반의 기존 원재료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대체하여 자원 효율성을 증대하고 동시에 탄소를 저감하는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이른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실증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이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이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시점에서 주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및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및 발전이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 실현에 있어서 하나의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 및 재활용 실태]

1) 박경모, "[사설]코로나로 플라스틱 쓰레기 폭증... 소각도 매립도 이젠 한계", 동아일보, 2022.01.11,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110/111183602/1

2) Social Innovators Table, "발표자 이야기 수퍼빈 김정빈 대표", 2020.11.19, http://sit.skhappiness.org/story/89

[폐플라스틱 열분해 유화공정]

1) 엄태규, "폐플라스틱 유화공정의 공정개선 및 효율향상", 한국환경기술학회지, 13,4, 371-378, 2012

2) 문병도, "버려지는 플라스틱에서 원유 뽑아낸다", 서울경제, 2017.08.08, https://www.sedaily.com/NewsVIew/1OJO75LWVA

3) 김정문, "폐비닐로 '기름'만드는 사업 강원도서 시작", 에코타임스, 2022.01.03, http://www.ecotig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054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

1) 이경민, "환경부, 폐플라스틱 열분해 비중 2030년 10%로 확대", 전자신문, 2021.06.21, https://m.etnews.com/20210621000221

2) 김성은, "비닐봉지 녹였더니 기름이 쭉쭉…현실이 된 '현대판 연금술'", 머니투데이, 2022.04.25,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42117591537188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을 활용한 수소 생산]

1) 정환보, "폐플라스틱·비닐로 ‘수소’ 만든다", 경향신문, 2021.05.06, https://www.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105061517001

2) 이영웅, "현대ENG, 폐플라스틱서 수소 생산기술 확보…고순도 청정수소 사업 추진", 아이뉴스24, 2021.12.21,  https://www.inews24.com/view/1434596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현황 및 전망]

1) 최양수,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뜬다…성장하는 600조원 폐플라스틱 시장", 뉴스워치, 2021.12.01, https://www.newswatch.kr/news/articleView.html?idxno=57292 

2) 박윤구, "'돈되는 친환경' 폐플라스틱 재활용 각축전", 매일경제, 2022.03.21,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3/254029/

3) 장기영, "정유·화학업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 사업 속도", 뉴스웨이, 2022.03.04, http://www.newsway.co.kr/news/view?ud=2022030413501731140 

[기업들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및 열분해유 기술 현황과 사업계획]

1) 박윤구, "'돈되는 친환경' 폐플라스틱 재활용 각축전", 매일경제, 2022.03.21,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3/254029/

2) 김경미, "정유사마다 “내가 최초”…폐플라스틱서 뽑아낸 열분해유 뭐길래", 중앙일보, 2021.12.2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6247#home

[폐플라스틱 재활용기술의 활성화로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까지]

1) 박상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수소 개질˙추출 활성화한다", 월간수소경제, 2022.03.03, https://www.h2news.kr/mobile/article.html?no=9742 

2) 김성현, "GS칼텍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실증사업 시작...순환경제 구축 속도", 아주경제, 2021.12.22, https://www.ajunews.com/view/2021122211223676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