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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네가 예술가야?

by R.E.F. 22기 박재욱 2022. 12. 26.

네가 예술가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류나연, 22기 박재욱

 

[명화를 향한 폭탄]

[자료 1. 토마토 수프를 뒤집어쓴 고흐의 ‘해바라기’]

출처: SBS News

 

  2022년 10월 14일,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전시되어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명화 ‘해바라기’는 더욱 샛노랗게 물들여졌다. 바로 토마토 수프를 뒤집어쓴 것이다. 그림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도 들어봤을 법한 명화에 음식을 쏟다니, 도대체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짓을 한 것일까? 심지어 같은 해 10월 27일, 오르세 미술관의 반 고흐 자화상에 수프를 쏟고 풀칠을 하려다 경비원에게 제지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동일 인물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전 세계의 명화를 공격하며 이렇게 말한다. "아름답고 귀중한 무언가가 당신 눈앞에서 훼손되는 걸 보니 기분이 어떤가? 우리 행성이 훼손될 때 나도 바로 그런 기분을 느낀다." 

 이들이 속한 ‘Just Stop Oil (저스트 스탑 오일)’이라는 환경단체는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석유와 가스의 생산 및 사용에 반대하는 집단이다. Just Stop Oil의 구성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를 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해 명화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노력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에는 성공했다. 이는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쏟은 환경 운동가 ‘애니 홀랜드’의 말에 잘 담겨있다. “두 명의 젊은이가 명화에 수프를 끼얹었더니 온 세상이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던 바다.”

 사람들은 이들을 환경 운동가가 아닌 ‘환경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테러리스트’라는 단어가 지닌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았을 때, 이들이 마냥 긍정적인 시선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님이 확실하다. 분명히 좋은 취지에서 이루어진 활동들이지만, 극단적인 방법에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는 반응도 이어지는 등 유럽에서도 명화 훼손 시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고 한다. 도대체 이 친환경 범죄자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이것이 진정 인류에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까? 우리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테러리스트의 요구 사항]

[자료 2. 환경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한 명화]

출처: ocuration

 

 위의 표는 2022년 5월부터 시작된 명화 테러 사건들을 정리한 것이다. 공격받은 명화들은 모두 미술 역사상 최고의 작가들의 것이며, 어느 나라할 것 없이 다양한 지역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사실 에코 테러리즘의 시발점은 40년 전부터 찾아볼 수 있다. 1986년 ‘시 셰퍼드’라는 단체가 아이슬란드에서 선박의 바닷물 흡입구를 열어 침몰시킨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 다양한 환경 테러 단체가 2000년대까지 방화, 폭파, 시설물 파괴 등의 사건을 일으켰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FBI가 집계한 사건만 1200건에 달하고, 피해 금액은 2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자료 3. 도로를 가로막으며 시위하는 Just Stop Oil]

출처: 인사이트

 

 그렇게 시작된 환경 보호 테러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리치 펠게이트(Rich Felgate)는 Just Stop Oil의 시위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덕분에 환경 테러리스트들과 친분을 쌓고 그들의 이념에 대해 자세히 엿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펠게이트의 말에 의하면 Just Stop Oil은 기후 변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환경오염의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인다. 실제로 이에 대한 근거는 IEA,  IPCC 등의 권위 있는 국제기구들이 매년 발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꼭 그런 방법을 썼어야만 했을까?’라는 질문에는 많은 환경 운동가들로부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고 답했다. Just Stop Oil은 과거부터 출근길 교통을 방해하며 시위를 진행하거나 대기업 건물에 페인트를 쏟는 등 자신들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왔지만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그들의 총구가 명화를 향한 뒤에야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궁금해하게 되었다. 

 Just Stop Oil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화석 연료의 사용을 ‘당장’ 중단하고 친환경 에너지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심각해진 기후 변화를 고려했을 때, 이들의 경고는 분명히 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는 ‘그때 그들이 옳았다’며 과거의 태만함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인류 문명을 이끌어가는 화석 연료의 화학 에너지를 단숨에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들의 의사 표현 방식도 옳은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기의 명작들이 공격받은 이 사건들을, 사람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을 보는 시선]

 위 환경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환경 테러리스트와 같이 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전체주의를 정당화하는 사상을 에코파시즘(Ecofascism)이라 한다. 즉, 에코파시즘은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사상을 의미하며 현재 명화 테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에코파시즘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에코파시즘의 대표적 예시로는 독일의 나치주의가 있는데 에코파시즘은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한편, 특정 인종이나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여 환경 파괴의 원인을 다른 민족에게 둠으로써 다른 민족의 제거를 정당화하였다. 다시 말해, 나치정권의 환경이념은 순수한 독일 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유태인의 학살이 정당하다는 이론적 명분이 되었다.

  이러한 에코파시즘 사상가들도 존재하는 반면에, 대부분의 사회는 이에 큰 반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과 대립하는 사람들은 “환경 테러리스트들의 행위는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의 손상 가능성을 허용 불가능한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반달리즘(Vandalism)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한다. 반달리즘이란 문화유산이나 예술,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행객이 여행지의 문화재에 낙서를 하는 행위가 대표적인 반달리즘에 해당한다.

 

[자료 4. 한글로 낙서가 된 베를린장벽]

출처: SBS 뉴스

 

 낙서 이외에도 더 크고 다양한 반달리즘의 사례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자료 4]의 낙서 사례만 보더라도 반달리즘이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인류의 예술적 문화유산을 단순한 사치품이라 생각하며, 예술 작품을 기후 재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기는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생각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무엇을 파괴하거나 불편함을 초래하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또 다른 부정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는 끝없는 굴레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많을수록 기후재앙을 더 빨리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반달리즘을 환경운동의 도구로써 사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 표현의 수단을 적절하게 선택하지 못한 환경 운동은 경각심보다는 더 큰 반발심과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 환경 테러리스트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며 문화예술 작품을 담보로 한 시위가 중단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차라리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비행기를 적게 타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명분(환경 보호)과 행동(명화 테러) 사이에 어떠한 논리적 연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리 없는 외침]

 전 세계의 환호 속에 진행되고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애석하게도 단 하나의 국가에게는 목숨을 걸고 자신들의 결의를 보여주어야 할 무대가 되었다. 현 시각, 이란에서는 반정부시위가 한창이다. 이란에서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구타를 당했으며, 3일 뒤 숨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에 반발하여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며, 8주 동안 3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 중인 이란 국가대표팀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하고자 국가제창을 거부했으며, 다양한 국적의 관중들은 흘러나오는 이란의 국가를 가리기 위해 그들의 함성을 보태고 있다. 현재, 국가제창을 거부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이란으로 귀국하게 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 5.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국가대표팀]

출처: 국민일보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또 누군가의 이목을 끌기 위해 예술 작품 테러를 하는 운동가들도 있는 반면, 반대로 침묵으로 자신의 굳은 의지를 전 세계로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예쁜 편지지를 고를 때 신중한 것처럼,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소통과 홍보에 있어 필연적인 요소이다. 일단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는 성공한 Just Stop Oil의 명화 공격 사건들을, 환경 보호라는 장식으로 꾸며진 예쁜 편지지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환경운동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제발 그만해, 그러다 다 죽어!' 기후위기를 향한 Z세대의 외침", 20기 조현욱,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531

2. "기후 혼란의 시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움직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ECPI)", 13기 윤지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2560


참고문헌

[명화를 향한 폭탄]

1) 곽상은, "그들은 왜 '환경 테러리스트'로 불리게 되었나 ①", SBS 뉴스, 2022.11.11,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66654

2) 곽상은,  "그들은 왜 '환경 테러리스트'로 불리게 되었나 ②", SBS 뉴스, 2022.11.1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67228

[테러리스트의 요구사항]

1)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네이버 블로그 환경표지와 표나는지구,"에코 테러리즘, 그것이 궁금하다", 2017.08.30,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keiti_sns&logNo=221081859007

2) 미대입시닷컴, "고흐 해바라기 테러 토마토? 1200억 고흐 명화에 토마토수프 뿌린 환경단체 저스트스톱오일 (Just Stop Oil) 유리액자", 2022.10.23, https://blog.naver.com/myappkorea/222907746553

[그들을 보는 시선]

1) 이정현, "환경 운동가인가 혹은 테러리스트인가", ocuration, 2022.11.24, https://oncuration.com/%ED%99%98%EA%B2%BD-%EC%9A%B4%EB%8F%99%EA%B0%80%EC%9D%B8%EA%B0%80-%ED%98%B9%EC%9D%80-%ED%85%8C%EB%9F%AC%EB%A6%AC%EC%8A%A4%ED%8A%B8%EC%9D%B8%EA%B0%80/

2) "'베를린 장벽' 그라피티 아티스트 낙서로 훼손", SBS 뉴스, 2018.06.11,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797240&plink=ORI&cooper=NAVER 

[소리 없는 외침]

1) 이주연, "“함께 한다”… 이란 국가 울리자 펼쳐진 풍경", 국민일보, 2022.11.26,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712057&code=611617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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