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폐수, 그린 암모니아로 재탄생한다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김채윤, 박도현, 23기 김서정, 김태현
[ 3월 22일, 물의 날을 맞이하며 ]
[자료1. 세계 물의 날]
출처: LG케미토피아
유엔(UN)은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지난 1992년 제47차 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다. 우리나라도 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1995년부터 정부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이렇듯 수자원 보호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개발한 '폐수와 햇빛을 이용한 암모니아 생산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 그린 암모니아가 필요한 이유와 현재의 암모니아 생성 방식 ]
현대 사회에서 탄소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바로 질소 순환 문제다. 특히 질산염(NO3-)은 하버-보슈법의 개발 이후 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과량 축적되어 토양 및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질산염은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도 알려졌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질산염을 암모니아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환경 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암모니아라고 하면 흔히 코를 톡 쏘는 자극적인 냄새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와 같이 독특한 냄새를 가진 무색의 암모니아 기체는 물에 잘 녹아 암모니아수로 활용된다.
최근 암모니아는 “악취“ 이미지 대신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암모니아는 별도의 과정을 거쳐 수소로 추출하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로 사용이 가능한 수소 대체 에너지이지만 수소보다 뛰어난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암모니아는 상압에서 수소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 -33도에서 액화되며, 상온에서는 10기압에서 액화되어 수소보다 액화가 쉽다. 즉, 수소보다 액화를 위한 에너지 소모와 탄소 배출이 적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운송, 유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암모니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업적 용도로 활용되고 있어 추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현재의 대량 생산 설비만으로도 충분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제조, 저장, 수송과정이 단순하고 생산 비용이 저렴해 수소 자체를 저장, 수송하는 것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다.
[자료2. 그린 암모니아의 생산 및 활용 과정]
출처:산업통상사업부
따라서 암모니아는 수소 운반 수단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가지며 ”그린 암모니아“로 불린다. 탄소 중립이 필수적인 시대에 수소 운반 수단으로서 높은 가치를 가지는 그린 암모니아는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암모니아 생산은 대부분 ‘하버-보슈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하버-보슈 공정은 수소와 질소를 한곳에 넣고 높은 압력과 온도를 가하게 되면 르-샤틀리에 원리에 따라 부피가 더 작은 암모니아로 변하게 되는 원리이며, 다양한 촉매를 활용하여 암모니아를 최종적으로 합성하는 공정이다.
[자료3. 현대 하버-보슈 공정 모식도]
출처:KOSMOS
하지만 하버-보슈 공정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상당한 양의 에너지 소모”에 있다. 이 공정에서 대부분 에너지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을 섭씨 700~1,000도의 수증기와 함께 25기압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분리해 얻는 천연가스 개질(SMR)을 위해 소모된다. 이 과정에서 지구 상 에너지의 1% 이상을 소모하게 되며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 중 3%가 배출된다.
이러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암모니아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따라서 보다 친환경적인 암모니아 생산 공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고 질소 환원 암모니아 생성 반응(NRR), 리튬 중계 질소 환원 반응(Li-mediated Nitrogen Reduction Reaction) 등 다양한 암모니아 합성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 폐수를 활용한 암모니아 생산 기술의 등장 ]
NRR 공정 방식의 낮은 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광촉매를 이용해 폐수 속 질산염을 환원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기술로 촉매를 이용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려면 2가지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기존의 전기 촉매는 고농도의 질산염 용액에서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되는 섬유산업 폐수나 오염된 지하수 등에 포함된 질산염은 농도가 낮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질산염 농축 과정을 거치거나 고성능의 전기 촉매를 사용하려면 효율성 대비 큰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두 번째, 암모니아의 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용액에 높은 작동 전압을 가해야 한다. 질산 환원은 여러 중간생성물(예: NO2 및 NO)과 느린 다중 전자 매개 반응 속도를 포함하는 복잡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자료4. 질산염 환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4가지 주요 반응식]
출처: ROYAL SOCIETY OF CHEMISTRY
새로 개발한 광촉매는 이 중 첫 번째 한계점을 극복했다. 저농도의 질산염 폐수에서도 높은 수율의 암모니아를 생산해낸 것이다. 해당 광촉매는 구리와 PTCDA(Perylenetetracarboxylic dianhydride)라고 하는 유기 분자를 결합해 만들었는데, 이는 암모니아의 높은 수율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이유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촉매에서의 흡착, 탈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촉매 반응에서 단순히 ‘질산염이 환원되어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반응’만 일어난다면 암모니아의 수율로 인한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장 큰 방해 요인이 존재한다. 암모니아가 아니라 수소가 생성되는 것이다. 광촉매에 들어온 광전자의 에너지가 모두 암모니아 생성에 쓰이지 못하고 수소 발생 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에 쓰이게 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데, 여기서 HER을 경쟁 반응이라고 하고, 바로 이러한 경쟁 반응을 억제해야 우리가 원하는 암모니아의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촉매에서의 수소 발생은 앞서 말한 흡착과 탈착으로 이루어진다. 흡착이란 물질의 표면에 원자나 분자가 붙는 것을 말한다. 즉 앞서 말한 광촉매의 구리 표면에 수소가 붙으면 이를 수소의 흡착 반응이라고 하고, Volmer reaction이라고 부른다. 표면에 흡착된 수소 원자 2개가 만나면 수소 분자(H2)를 이루고 이는 구리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는데, 이를 탈착이라고 한다. 탈착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미 흡착된 수소 원자 근처 구리 표면에 또 다른 수소나 H2O가 붙어 수소 분자(H2)가 생성되는 경우, 이 메커니즘을 Tafel 반응이라고 한다.
[자료. Tafel 반응]
반면 아래 그림과 같이, 이미 흡착된 수소 원자 자체에 직접 다른 H+나 물 분자가 붙어 수소 분자가 탈착하는 경우, 이를 Heyrovsky 반응이라고 한다.
[자료5. Heyrovsky 반응]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광촉매에서는 바로 Tafel 반응과 Heyrovsky 반응, 즉 수소가 구리 표면에서 탈착하는 것을 억제하여 수소 발생 반응(HER)을 막는 것이다. 해당 논문에서는 약 0.2V에서 질산염의 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동시에 HER 반응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산염을 환원시켜 암모니아로 생성하는 기술은, 태양광을 이용한 광촉매 기술이라는 점에서 온전한 ‘그린 암모니아 생성’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오염된 폐수를 정화하기 위해 질산염을 질소로 전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골칫거리였던 질산염으로부터 곧바로 암모니아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폐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적이고 실용적이다.
[자료6. 구리 표면에서의 질산염 환원]
출처: ROYAL SOCIETY OF CHEMISTRY
[ 그린 암모니아 생성의 한계 ]
지금까지 폐수에서 질산염 환원 과정을 통해 암모니아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과 이 촉매의 장점을 살펴보았다. PTCDA와 구리가 혼합된 촉매인 기존 촉매와의 차별성 중 하나는 암모니아 생성 반응의 경쟁 반응인 수소 생성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암모니아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것이 역설적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방해하기도 한다. 암모니아는 주로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시켜 저장하고 운송하는 데 사용된다. 수소는 밀도가 낮아 저장 및 운송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에, 이를 암모니아로 바꿔 운송한 후 수소로 다시 변환해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즉, 수소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된 수소를 운송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기도 한다. 수소 저장 합금 등 암모니아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 저장 장치도 많다. 수소 생성을 억제하며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것이 꼭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다.
[자료7. PTCDA 구조]
출처: Fig. 1 | Nature Communications
또한, PTCDA의 특성으로 인한 촉매 자체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PTCDA는 귀금속 촉매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광촉매로서 각광받고 있지만, 이를 촉매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 번째로, PTCDA는 전해질에서 녹아 이온화된다. 촉매 속 PTCDA가 이온화되면 이 광촉매는 촉매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두 번째로, PTCDA는 전극 표면의 금속을 침전시킬 수 있다. 이 경우 질산 환원 반응을 저해하며, 폐수의 전기 전도성도 떨어지게 된다. 심할 경우, 전극에 비가역적인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PTCDA 중합, 고정 등 다양한 화학적 공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 깨끗한 수소 경제를 꿈꾸며 ]
[자료8. 폐수의 모습]
출처: 충북일보
폐수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자원을 감소시키며, 식수에 포함되면 우리의 건강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폐수를 광촉매를 통해 암모니아로 전환한다면 방치되는 폐수를 암모니아로 전환시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수소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연구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점이나 한계를 새로운 연구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싼 값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암모니아가 새로운 연료와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광촉매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져, 조금 더 효과적이고 빠른 2050 탄소중립을 이루기를 바란다.
암모니아 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요소수 사태와 NOx, 그 해결책은?", 19기 정승준, 20기 김원경,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51
2. "수소를 암모니아로 옮긴다고?!", 20기 서범석, 윤지민, 황지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470
참고문헌
[3월 22일, 물의 날을 맞이하며]
1) 환경부, 22일은 ‘세계 물의 날’…환경부, 기념식 개최,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2022.03.21,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00032
[그린 암모니아가 필요한 이유와 현재의 암모니아 생성 방식]
1) 한화토탈에너지스, “암모니아의 새로운 변신”, 한화토탈에너지스 케미인 공식 블로그, 2022.10.31, https://www.chemi-in.com/m/730
2) 임채은 외 3명, “전기화학 반응 기반 그린 암모니아 생산”, NICE 40권 제 2호, 176쪽~181쪽, 2022, https://www.cheric.org/PDF/NICE/NI40/NI40-2-0176.pdf
3) 양인범, “암모니아 연소기술의 현재와 미래 2, 석탄·LNG와 암모니아 혼소발전, 선박연료 등 적용분야 넓어”, gasnews, 2021.10.19, http://www.gasnews.com/news/articleViewAmp.html?idxno=101336
[폐수를 활용한 암모니아 생산 기술의 등장]
1) Keon-Han Kim 외 7명, “Energy-efficient electrochemical ammonia production from dilute nitrate solution”,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1~3쪽, 2023.01, https://pubs.rsc.org/en/content/articlelanding/2023/ee/d2ee03461a
2) 이준섭, “전기로 '폐수→암모니아' 생산하는 고효율 촉매 개발”, HelloDD, 2023.02.08,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99507
3) 임채은 외 3명, “전기화학 반응 기반 그린 암모니아 생산”, NICE, 제40권 제2호, 176~181쪽, 2022, https://www.cheric.org/PDF/NICE/NI40/NI40-2-0176.pdf
4) Rachel L. Belanger 외 7명, “Diffusion Control of Organic Cathode Materials in Lithium Metal Battery”, Scientific report, 1쪽, 2019.02.0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19-38728-y?pro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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