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재포장 금지법 시행 2년 후··· 아직도 배보다 큰 배꼽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이태환
과대포장을 막아라··· 재포장 금지법의 등장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속담만큼 우리 사회의 과대포장 실태를 잘 나타내는 속담은 없다. 과대포장은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으로 이어지는데, 포장재의 대부분이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되어 더욱 큰 문제가 된다. 사용 후 폐기가 쉽게 이뤄지는 포장재의 특성 때문에 OECD에서 2022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중 포장재의 비율이 40%에 달해 가장 큰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자료 1. 플라스틱 폐기물 중 포장재의 비중]
출처 : National Geographic
환경부는 이와 같은 불필요한 과대포장으로 인한 생활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에 속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인 '재포장 금지법'을 2020년 1월 말에 공포하여, 2021년 1월부터 시행했다. 더불어 제도 시행으로 연간 폐비닐 발생량을 8.0%(2만 7,000여 톤) 가량 감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재포장 금지법이 시행된 지 어언 2년, 본 기사에서는 고양시 소재 대형 마트 2개소와 중형 슈퍼마켓 1개소를 현장 점검하고, 온라인 배송으로 받은 제품의 포장재를 분석해 재포장 금지법이 제대로 시행이 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더해서 포장 관련 규제가 자원순환 사회를 위한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이 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어떤 방향으로 법안이 개선돼야 할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헷갈리는 재포장 금지법, 바로 알기
재포장 금지법은 초기 모호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할인 판촉 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비롯해 여러 혼동을 낳았다. 이후 여러 차례 기업, 시민과의 간담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했으나 복잡한 기준이 남아있어 이를 제대로 알고 가고자 한다.
[자료 2. 재포장 금지 적용 대상과 예외 기준]
출처 : 경기국제공항 건설 블로그
먼저 재포장 금지법의 적용 대상부터 보면, 공장에서 생산 완료된 제품 또는 수입된 제품을 유통사나 대리점이 판매 과정에서 진행하는 추가 포장을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유 두 팩을 묶음 판매하고자 할 때 이를 비닐로 재포장하는 형태를 금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띠지나 고리를 통해 연결하는 상품의 경우 예외 기준으로 허용되고 있다. 또한 일시적, 특정 유통채널을 위한 N+1 형태와 증정품 제공 등 행사 기획을 위한 묶음 포장을 금지하고 있다. 낱개로 판매되는 단위 제품에 대해서 3개 이하일 때 묶음 포장을 금지하고 있다. 기준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사와 유통사 모두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되고 있다.
단 앞선 기준들은 예외 기준에 따라 수송, 운반, 위생, 안전 등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1차 식품인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 예외 기준의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의 지정을 받은 과대포장 검사 기관이 존재하며, 절차에 따라 의뢰할 수 있다.
재포장 금지법 2년 후, 잘 시행되고 있을까?
[자료 3. 띠지로 제품을 묶어 파는 모습 ⓒ이태환]
재포장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현장 점검을 통해 확인해 봤다. 법안의 대표적인 예시였던 우유의 경우 비닐 재포장 없이 모두 띠지를 통해 두 개의 제품을 묶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브랜드에 따라 띠지의 재질이 종이와 비닐로 나뉘었다. 맛살과 같은 다른 신선품들도 모두 띠지를 활용해 묶음 할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료 4. 증정품을 테이프로 제품에 붙여놓은 모습 ⓒ이태환]
증정품 역시 별도의 비닐 사용 없이 테이프를 이용해 제품에 부착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제품의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프를 과도하게 사용해 붙여 분리배출 시에 제한 사항이 없을지 우려됐다.
[자료 5. 동일 제품 4개부터 묶음 포장이 이루어진 모습 ⓒ이태환]
앞서 법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동일 단일 제품에 대해서는 3개 이하의 상품을 묶어 포장 판매했을 때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현장의 대부분의 제품이 4개 이상부터 묶음 포장이 돼 있는 모습을 통해서도 법안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 6. 1+1 상품을 별도의 포장재 없이 소비자가 가져가도록 하는 모습 ⓒ이태환]
또한 긍정적인 부분은 1+1 행사 제품을 표기하여 별도의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소비자가 가져가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편의점에서는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으나 계산대와 제품 사이 거리가 먼 대형마트의 특성상 최소한의 띠지를 이용한 재포장이 불가피하다고 통용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행동하도록 바뀌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제도 제정의 취지에 맞춰 불필요한 재포장재의 사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제조사와 유통사의 노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자료 7. 비닐이 이중으로 포장되어있는 제품(좌), 플라스틱으로 재포장된 제품(우) ⓒ이태환]
그러나 불필요해 보이는 재포장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미 비닐을 통해 1차 포장이 이루어진 제품에 대하여 이중 포장이 돼 있는 제품과 종류가 다른 단일 제품에 대한 플라스틱 포장이 그 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과대포장인지 바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이처럼 기준 위반 여부가 모호한 제품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듯 과대포장 검사 기관에 의뢰해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자료 8.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맛과 용량에 따라 포장재가 다른 모습 ⓒ이태환]
또 다른 아쉬운 점은 같은 브랜드의 동일한 제품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맛과 용량에 따라서 포장재가 각각 비닐과 종이로 달라지는 것이었다. 재포장 시에 종이 포장재를 활용한다면 불필요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충분히 줄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과대포장 잡기, 아직 갈 길이 멀다
[자료 9. 포장지에 비해 양이 적게 들어있는 과자 제품 ⓒ이태환]
지금까지 대형마트에서 재포장 금지법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과대포장은 재포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질소를 사면 과자를 준다’는 수 해 전부터 유행처럼 쓰인 말처럼 대부분 과대포장이라고 하면 아마 과자류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자류의 포장 공간 비율 기준은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별포 1]'에서 20%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는 비고 3의 2번에서 발생한다.
[자료 10.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별포 1]의 비고]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제품의 제조나 수입 또는 판매 과정에서 부스러짐과 변질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를 주입한 경우 포장공간 비율 기준을 35% 이하로 완화하는 것이다. 실제 육안으로 확인한 과자의 양은 65%(100%에서 포장공간 35%를 제외한)보다 적어 보일 수 있으나 과자 업계는 포장공간 비율을 지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제품을 받아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역시 불필요한 과대포장이며 소비자 기만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자료 11. 과대포장 된 비닐 포장재에 온 제품 ⓒ이태환]
최근에는 온라인 주문이 증가하면서 일회용 택배 포장의 과대포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직접 제품을 주문한 결과, 제품 용적의 5배에 해당하는 일회용 포장재에 밀봉돼 왔다. 물론 환경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2022년 4월 법을 개정했으나, 실질적인 제도의 시행은 24년 4월부터로 아직도 약 1년이 남아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측정 기준 부재이다. 환경부에서 관련해 측정 기준 연구 과제를 입찰 공고를 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가 없어 기업의 자체적인 저감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완전한 자원순환 사회를 위하여
재포장 금지법이 시행된 2년이 지난 현재, 현장 점검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이 규제 기준을 잘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시에 기준이 모호한 제품들도 있었는데 이는 더욱 꼼꼼한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과대포장을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현재 추석과 설 같은 명절에 진행되는 과대포장 집중 단속에 더해 상시 단속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과자류와 같은 1차 포장에 대해 소비자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환경부는 포장과 실제 내용물 간 공간 비율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감축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숙제이다. 수도권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플라스틱에서 용출된 미세 플라스틱의 위해성은 계속해서 경고되고 있다. 아직도 분명 해결할 수 있는 과대포장이 남용되고 있다. 더욱 빠른 자원순환 사회 달성을 위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안의 빈틈을 더욱 면밀히 조사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던진 플라스틱 폐기물이라는 부메랑에 당하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는 지구를 위해 약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폐기물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지상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 국제 에베레스트 쓰레기장", 작성자(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82
2.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작성자(21기 이태환, 22기 류나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85
참고문헌
[과대포장을 막아라··· 재포장 금지법의 등장]
1) 환경부, “(참고)1+1 재포장, 소형·휴대용 전자제품류 과대포장 원천 퇴출”, 2020.01.28., http://me.go.kr/home/web/board/read.do?pagerOffset=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titleOrContent&searchValue=%EA%B3%BC%EB%8C%80%ED%8F%AC%EC%9E%A5&menuId=10525&orgCd=&boardId=1222170&boardMasterId=1&boardCategoryId=&decorator=
2) 환경부, “포장폐기물 감축 위해 합성수지 재질의 재포장 줄인다”, 2020.09.21., http://me.go.kr/home/web/board/read.do;jsessionid=CVoUcJhDxfGWfD6goZJ+Rae4.mehome2?pagerOffset=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titleOrContent&searchValue=8.0&menuId=10525&orgCd=&boardId=1398980&boardMasterId=1&boardCategoryId=&decorator=
3) Laura Parker, “Fast fact about plastic pollution”, National Geographic, 2018.12.21.,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article/plastics-facts-infographics-ocean-pollution
4) OECD (2022), “Global Plastics Outlook: Economic Drivers, Environmental Impacts and Policy Options”, OECD Publishing, Paris, https://doi.org/10.1787/de747aef-en.
[헷갈리는 재포장 금지법, 바로 알기]
1) 환경부, “(설명)소비자 할인혜택은 그대로, 과대포장 줄여 환경보호는 강화[한국경제, 서울경제 2020.6.20일자 보도에 대한 설명]”, 2020.06.20., http://me.go.kr/home/web/board/read.do?pagerOffset=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titleOrContent&searchValue=%EA%B3%BC%EB%8C%80%ED%8F%AC%EC%9E%A5&menuId=10525&orgCd=&boardId=1379575&boardMasterId=1&boardCategoryId=&decorator=
2) 환경부, “포장폐기물 감축 위해 합성수지 재질의 재포장 줄인다”, 2020.09.21., http://me.go.kr/home/web/board/read.do;jsessionid=CVoUcJhDxfGWfD6goZJ+Rae4.mehome2?pagerOffset=2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titleOrContent&searchValue=8.0&menuId=10525&orgCd=&boardId=1398980&boardMasterId=1&boardCategoryId=&decorator=
[과대포장 잡기, 아직 갈 길이 멀다]
1) 김경애, “'질소 과자' 면죄부 주는 환경부…과자 과대포장 추가 규제 어렵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2022.11.09., http://www.consume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2816
2) 환경부, “「1회용 택배포장의 과대포장 세부기준 마련 연구」 입찰 재공고”, 2022.11.09., http://me.go.kr/home/web/board/read.do;jsessionid=pIcTpV-4Cboipw6GOhof0lng.mehome2?pagerOffset=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title&searchValue=%ED%8F%AC%EC%9E%A5&menuId=10524&orgCd=&boardId=1559520&boardMasterId=39&boardCategoryId=&decorator=
[완전한 자원순환 사회를 위하여]
1) Ekta B. Jadhav et al, “Microplastics from food packaging: An overview of human consumption, health threats, and alternative solutions”, Environmental Nanotechnology, Monitoring & Management, 16, 2021.12.,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221515322100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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