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도 침수될까? 홍수위험지도로 알아보는 침수위험지역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도시 침수 시리즈]
7월에는 집중호우로, 8월에는 태풍으로 도시가 잠기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끝나고 지구 가열기인 'Global Boiling'에 접어든 만큼 기후 재난의 위력은 거세지고 있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강해지는 기후재난으로부터 정말 안전할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인 인천과 부산은 어떻게 침수를 막고 있을까? '도시 침수 시리즈'에서 본 기자와 함께 현장을 들여다보자.
[오송지하차도 침수, 홍수위험지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7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렸다. 예상하지 못한 강수량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궁평 2 지하차도'가 미호강의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버스 승객 등 1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환경부에서 제작한 홍수정보시스템의 하천범람지도에서 '100년에 한 번 내리는 비'가 내린다면 해당 지하차도와 인근 지역이 잠긴다는 자료 또한 있었다.
[자료 1. 하천범람지도에서 본 궁평2지하차도]
출처: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궁평 2 지하차도'이다. 하천범람지도에서 확인했을 때, 이 지역은 100년 빈도의 강우가 내릴 시 2.0m에서 최대 5.0m 이상 침수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홍수위험지도 중 하천범람지도는 하천제방의 설계빈도를 초과하는 홍수가 발생해 미호천 제방 붕괴와 같은 제방 붕괴, 제방 월류 등의 극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가정하에 하천 주변 지역의 침수 범위와 깊이를 나타낸 지도다. 홍수위험지도에는 하천범람지도와 도시침수지도가 있으며, 하천범람지도는 전국적으로 완성되었고, 도시침수지도는 일부가 공개되었고 제작 중인 곳도 많다.
인류는 2000년대 들어서 급격한 산업 발달 및 도시화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어디든 침수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대한 홍수방어 대책이 변화하고 있으며 잠재적인 홍수위험구역을 파악해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환경부는 지도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내가 사는 곳도 안전하지 않을 텐데, 과연 어디에서 침수가 발생할까?
본 기자는 하천범람지도를 통해 현재 거주 중인 인천 부평구 삼산동 일대의 침수위험지역을 직접 방문해 보았다.
[침수위험지역 확인: 인천 부평구 삼산동 395-7 일대]
[자료 2. (좌측) 50년 빈도 / (우측) 200년 빈도의 강우가 내린 상황의 인천 부평구 삼산동 395-7 일대]
출처: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
하천범람지도로 확인한 결과 이 일대는 50년 빈도의 강우가 내렸을 때 최대 2m까지 잠기고, 200년 빈도의 강우가 내렸을 때는 침수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최대 2m까지 잠기는 부분, 바로 옆 연두색은 최대 1m까지 물이 찬다는 것을 의미한다. 침수위험지역(인천 부평구 삼산동 395-7)은 저지대이므로 범람한 굴포천의 물이 모이게 된다.
[자료 3. 굴포천이 범람해 침수위험지역으로 하천물이 유입된다]
출처: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
[자료 4. 평소에는 체육공간, 우기철에는 유수지로 사용되는 삼산체육공원]
출처: ⓒ23기 김경훈
평소에는 시민들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이용되지만,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하천 범람을 막아주는 유수지로 사용된다. 범람하기 쉬운 굴포천의 특징 때문에 저류시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50~200년 빈도의 강우가 내린다면 이곳도 가득 차 결국 굴포천은 범람하게 되고 그 물은 저지대인 침수위험지역에 모이게 된다.
[침수위험지역 방문: 인천 부평구 삼산동 395-7 일대]
[자료 5. (좌측) 인천 부평구 삼산동 395-7 일대 실제 사진]
출처: ⓒ23기 김경훈
이곳이 바로 침수위험지역이다. 편의점 앞쪽에 물이 고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구간이 최대 2m까지 침수되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다. 이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옆에는 아파트 단지가 2개 있으며 신호등 왼쪽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려면 차량은 급커브를 해야 한다.
만약 비가 와서 이 지역이 잠긴다면 지나가는 보행자는 차량에 의해 튄 물에 맞을 수 있고, 차량은 미끄러질 수도 있다.
[자료 6. 침수위험지역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단 4개]
출처: ⓒ23기 김경훈
그렇다면 "빗물받이가 더 많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곳에 빗물받이는 단 4개만 설치되어 있었다. 빨간색 동그라미 친 곳이 빗물받이가 설치된 곳, 주황색 동그라미 친 곳은 이번 '국민안전제안'의 결과로 빗물받이 설치 예정인 구역이다.
다시 말해, 상습침수구역에 별다른 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사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침수에 대한 대비가 잘 안 되어 있는 것도 자율에 맡기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자료 7. 하수도설계기준 2022 중 14.3 빗물받이 조항]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하수도설계기준 2022>의 '14.3 빗물받이'에 대한 항목을 살펴보면, "빗물받이는 10m~30m 정도로 한 개 설치하고, 상습침수지역에 대해서는 이보다 좁은 간격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설치된 빗물받이의 간격을 확인했을 때, 22m, 13m, 15m로 기준에 맞게 설치되었다. 간격은 2걸음당 1m라고 가정해 측정했다.
하지만 이곳은 상습침수지역이므로 이보다 더 좁은 간격으로 빗물받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좁은 간격으로 빗물받이를 설치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올해 군산시의 사례가 좋은 예시이다.
[자료 8. 군산시의 하수도 및 빗물받이 정비 사업]
출처: 군산시
군산시는 올해 약 50억 원을 투입해 소규모 하수도 정비사업을 진행 중이고, 상습침수지역에는 이미 빗물받이를 추가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빗물받이를 주요 교차로에 2개소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지역에는 6~10개소가 되도록 최대한 많이 설치했다. 이 결과,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쏟아진 비 500mm에도 인명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안전신문고를 통한 빗물받이 설치 요구]
군산시처럼 필요한 시설을 구축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이 훨씬 많다. 그렇다면 빗물받이 설치를 직접 요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안전신문고의 '국민안전제안'을 통해 우리 지역에 필요한 안전시설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자료 9. 안전신문고 홈페이지]
출처: 안전신문고
[자료 10. 안전신문고 국민안전제안 신청서 및 빗물받이 설치 희망 구역]
출처: ⓒ23기 김경훈
주어진 항목에 제안 관련 지역과 그 지역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순서대로 입력한다. 최대한 현황과 문제점을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빗물받이 설치를 해야 하는 지점을 사진으로 찍어서 첨부파일로 첨가했다.
[자료 11. 안전신문고의 답변]
출처: ⓒ23기 김경훈
이렇게 접수한 안전제안은 약 일주일이 지나, 8월 1일에 안전신문고로부터 "제안을 수용한다"는 무척이나 기대했던 답변을 받았다.
[자료 12. 빗물받이 설치 예정 표시 / (우측) 직접 눈으로 확인]
출처: ⓒ23기 김경훈
부평구 도로과에서 현장 확인 후 빗물받이 설치 예정인 곳에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를 해두었고, 향후 빗물받이 설치 예정이라고 하였다. 추가로 부평구 도로과 노승주 주무관과 인터뷰를 진행해 빗물 받이 설치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평구 도로과 노승주 주무관과 인터뷰 진행]
Q: 제안 수용 후, 어떤 진행과정이 있었나요?
A: 민원을 받고 현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집수받이를 하나 설치할 예정이다. 지금은 공사 업체 지정이 안 된 상태라 아직 못하고 있다.
Q: 집수받이 한 개를 설치하는데 어떤 과정이 있고,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나요?
A: 집수받이만 설치하는데 약 40만 원 정도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집수받이를 설치하기 위해 연결관을 연결하는 과정, 연결관의 길이도 현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일괄적으로 얼마라고 말하기 어렵다.
Q: 현재 6호 태풍 카눈으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부평구에서는 어떤 침수 방지 대책을 가지고 있나요?
(인터뷰 당시 8월 10일로 6호 태풍 카눈은 한반도를 관통하고 있었다.)
A: 우선 민원사항이 들어오면 현장 확인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다면 집수받이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집수받이를 전부 다 설치하기에는 너무 많아서 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집수받이를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물이 잘 배수되는 것은 아니다.
[침수, 인명피해 막을 수 없지만 줄일 수 있다]
아쉽게도 빗물받이를 추가로 설치하고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시설을 만든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집중 호우가 내린다면 침수는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자료 13. 집중호우로 출입통제된 굴포천 산책로 / 비가 와서 잠긴 산책로]
출처: ⓒ23기 김경훈
그리고 사실상 지방정부가 모든 침수위험지역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민원 접수로 침수 예방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침수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홍수위험지도가 있기 때문에 침수가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올 때, 홍수위험지도에 표시된 위험지역을 가지 않는 것으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침수예방시설도 구축하기 쉬워질 것이다.
매년 발생하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는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그 '뫼비우스의 띠'를 끊을 때가 왔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부평구 도로과 노승주 주무관님 감사드립니다.
하천범람지도 및 안전신문고 제안에 대한 자세한 취재 내용은 본 기자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rlarudgns22/223179597379
도시침수 및 안전신문고 제안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2022년 폭우, 내년에도 반복될까?", 20기 서범석, 21기 김보연, 21기 안연빈, 22기 김혜윤, 22기 한예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98
2.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빗물은 빗물받이에", 21기 길민석,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129
참고문헌
[오송지하차도 침수, 홍수위험지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1) 김호경 기자 외 4명, "침수경보에도 통제안한 오송 지하차도, 13명 참변", 동아일보, 2023.07.17,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717/120266676/1
[침수위험지역 방문: 인천 부평구 삼산동 395-7 일대]
1) 구암동, 군산시 구암동 종합자료실 , 2023년 주요업무계획, 2023.4.4, https://www.gunsan.go.kr/guam/m1408/view/1304841
2) 스브스뉴스, "6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날, 군산 지켰던 공무원 직접 만나봄", 2023. 7. 18, https://youtu.be/rYUzQ8zgQco
3) 환경부(생활하수과),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하수도설계기준", 2022.1.20, https://www.law.go.kr/LSW/admRulLsInfoP.do?admRulSeq=2100000208452#AJ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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