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기반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 이면의 맹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윤진수, 22기 박재욱, 정이진, 23기 송시원, 신지연, 24기 김석언
탄소중립 시대, 핵심광물 없이는 못살아
수헬리베붕탄질산. 학창 시절 한 번쯤 들여다보았던 주기율표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금, 은, 구리, 철 등의 원소부터 ‘이런 물질이 어딘가에 사용되긴 하나’ 싶을 정도로 생소한 하프늄, 팔라듐 등 다양한 금속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보인 금속 원소들의 대부분은,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 잡아 제 역할을 다하며 인간의 삶을 이만큼이나 발전시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빈번하게 사용되는 금속들은 다른 물질들에 비해 더욱 중요하며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6대 핵심광물’이라고 부른다.
[자료 1. 주기율표에 위치한 희토류 광물들]
출처 : 뉴스메카
6대 핵심광물에 포함되는 물질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차전지의 필수 재료인 리튬, 배터리와 전지부터 촉매와 도금까지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니켈,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역할을 수행하는 코발트, 수소 생산 사업의 열쇠이자 대체 불가 촉매인 백금, 뛰어난 이온 저장 능력과 안정성을 자랑하는 흑연, 그리고 영구자석과 레이저, 합금 등 첨단 산업을 이끌어가는 희토류 원소들이 있다.
이러한 광물들이 6대 핵심광물로 선정된 이유는 앞선 소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차전지, 배터리의 양극재/음극재, 촉매, 전기차 등의 미래 산업을 주도할 기술들에 필연적인 물질들이기 때문이다. 즉,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소비가 예상되는데 과연 수요가 어느 정도일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 ‘청정에너지 전환에서 핵심광물의 역할(The Role of Critical Minerals in Clean Energy Transitions)’에 따르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광물자원을 6.2배 더 사용한다. 가스 발전과 비교할 때 태양광은 6배, 육상풍력은 8.95배, 해상풍력은 13.55배 더 많은 광물을 사용한다. 2010년 이후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신규 발전설비 용량 당 필요한 광물 투입량은 50% 이상 증가했다.
[자료 2. 6대 핵심광물과 그 예상 수요]
출처 : 에너지신문
위 자료는 2021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발간한 ‘한눈에 보는 6대 핵심광물 이슈 분석’에 기재된 내용의 일부로, 핵심광물의 주 수요처와 의존도, 예상 수요까지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핵심광물들의 2030년 예상 수요는 2020년에 비해 적게는 3배, 많게는 42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IEA는 핵심 광물에 대한 수요가 현재 정책으로 진행될 시나리오(STEPS)에서 2040년에 2020년 대비 2배로 증가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시나리오(SDS)에서는 4배로 증가하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6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청정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광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EA는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는 SDS 시나리오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약 40배 이상 증가하고, 전력망 확대로 인한 구리 수요는 2배 이상, 저탄소 발전 부문에서의 광물 수요는 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수소 시장이 더 성장할 경우 수전해용 니켈 및 지르코늄과 연료전지용 백금족 금속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며, 희토류 수요는 2040년까지 7배 증가하고 특히 전기차 관련 광물 증가세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미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은 기존 화석연료보다 핵심 광물을 포함한 금속에 대해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탄소중립 시대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핵심 광물의 수요가 많이 늘어남에 따라, 각국에서 핵심 광물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지우개 닳듯 사라지는 핵심 광물
[자료 3. 프랑스 석유 에너지 연구소의 광물자원 분석]
출처 : 서울신문
프랑스 석유 에너지 연구소(IFPEN)의 분석에 따르면, 수요뿐 아니라 채광 속도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IFPEN는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섭씨 4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확인된 코발트의 62%, 구리의 82%, 니켈의 48%를 채굴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채광 속도가 빨라져야 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재생에너지의 전환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일반 자동차를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해야 할 것이며 이때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의 양은 일반 자동차에 비해 6배가량 높다. 이러한 인과관계가 태양광, 원자력, 풍력발전, 건설 등의 다양한 산업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채광 속도의 상승은 뻔히 보이는 미래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량 채굴 등의 급진적인 변화는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광물의 매장이나 가공이 특정 국가에 크게 의존되어 있다는 점은 원자재 및 기술의 가격 상승을 불러와 에너지 전환 사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백번 양보해서 채광 속도를 늘려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했을 때, 매장량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핵심광물 채광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광산의 탐사를 통한 매장량 확보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기록으로는 주요 광산 하나를 발견하고 자원 생산을 시작하는 데까지 평균 16.5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게다가 많은 주요 광산에서 이미 질적 저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앞으로 개발될 광산들에서는 생산에 더 큰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품질이 낮은 광물이 추출될 것을 암시한다. 주요 광물들이 집중적으로 매장된 지역들이 기후변화의 피해로 인한 고통을 두드러지게 받는 지역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광물 생산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나 저런 이유로나, 광물 자원의 생산과 개발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는 과정에는 아직 수많은 과제가 남아있는 듯하다.
가리기 급급한 광물 채굴의 '그늘'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이 있는 중국 네이멍구 바오터우시. 이곳에는 수많은 소형 파이프가 쏟아내는 폐수로 가득한 거대한 검은 호수가 있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지표상에 풍부하나, 가공 및 정제가 복잡해 적은 양만 생산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황산 등의 유독한 화학약품이 쓰인다. 또 희토류는 방사성 원소를 포함하는 지질학적 구조에서 발견되므로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또한 방사성 물질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에 따르면 1톤의 희토류 정제 공정에서는 20만 리터의 산성폐수 및 1.4톤의 방사성 물질 함유 폐수가 발생한다. 이러한 독성, 방사성 폐기물로 인해 주변 토양은 폐허로 변하고, 지하수마저 심각하게 오염되어 지역 주민들은 건강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또 무분별한 광산 개발로 인해 산림이 파괴되는 등 희토류가 가져오는 환경 오염은 한 지역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자료 4. 호수로 쏟아지는 희토류 정제 공정 폐수]
출처: ABC NEWS
푸르게 빛나는 금속 원소 코발트는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아동 착취’의 그늘에서 결코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채굴된다. 2016년 국제기구인 국제앰네스티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이루어지는 광산 아동 노동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 콩고에서는 전쟁과 가난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동들이 돈이 되는 코발트 광산에 투입된다. 광산은 먼지가 많고 체내 독성을 일으키는 코발트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대다수는 장갑이나 마스크와 같은 기본적인 보호 장비조차 제공받지 못한다. 또 코발트 광석의 상당수는 수작업으로 채굴되는데, 아이들은 이곳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무거운 돌 더미를 날라 일당 1~2달러 남짓을 받는다. 이처럼 육체적 노동 강도가 심한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통증과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 코발트에 숨어 있는 비참한 현실이 알려지면서 배터리를 사용하는 몇몇 기업들은 콩고산 코발트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료 5. 콩고의 코발트 광산에서의 아동 노동 실태]
출처: 나우뉴스
이러한 광물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과연 중국과 콩고만의 책임일까?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을 기준으로 중국의 비중은 34%지만, 공급량은 한때 98%에 달했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다. 선진국들이 희토류 정제를 중국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작년 채굴한 희토류 4만 3,000톤을 모두 중국에 보내 정제했다. 미국은 원래 희토류 시장을 지배했던 나라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패스 광산은 수십 년 동안 희토류 원소 중 하나인 유로퓸의 전 세계 생산을 담당했지만, 폐수 유출 사고와 환경 규제를 이유로 2002년 문을 닫았다. 유럽 또한 오랫동안 광산의 대륙이었지만, 지하수와 대기 오염 등의 문제를 여러 차례 겪고 현재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엄격한 환경 규제와 중국의 저렴한 가격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위선적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자국에서 깨끗한 전기차가 달릴 수 있도록 중국의 호수를 검게 물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 묵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원공급망 ESG의 광물 채굴 규제 부재에 대한 허점과 선진국들의 책임 부족 문제
미국은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기후 위기의 해결에 지원금을 사용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데 주로 쓰인다. 전기차를 살 때 지원금을 주며, 이는 전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이익이자 궁극적으로 전기차 생산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지원받기 위한 조건인데, 미국은 이 부분에서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조립된 전기차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 광물 중 상당 부분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것이어야 한다고 설정했다.
최근 유럽 역시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을 내놓았다. EU가 추진 중인 ‘녹색 전환(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및 ‘방위산업’을 위한 핵심기술에 꼭 필요한 것이 ‘핵심 원자재’이므로 안정적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EU는 핵심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데다가, 2030년까지 수요가 50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발트의 경우 60%를 중국에서 가공된 제품을 수입하고 있으며, 마그네슘(97%), 중희토류(100%), 경희토류(85%) 등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EU는 이러한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지난 3월 16일 ’핵심원자재법(CRMA; Critical Raw Materials Act)’ 초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위 법안들에서 광물의 원산지나 제조국 등의 ‘어디’에서 생산되는지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미국은 IRA에 따라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기존 5%에서 90%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광물 채굴에 대한 규제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 유럽은 CRMA에 따라 핵심 원자재 재활용 의무 또는 생산과정에서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정보 공유요건 등을 설정하여 공정경쟁을 촉진한다. 하지만 IRA, CRMA 모두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핵심 광물의 원산지와 제조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중국을 견제하며 특정 국가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선진국인 만큼 이들 국가가 시행하는 IRA와 CRMA는 전 세계 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두 법안이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산업의 시장수요를 형성하고 생산 및 운송 과정의 탄소 감축에 이바지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해당 법안을 내세운 목적이 온전히 기후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탄소중립 시대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부분과 충돌하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탄소를 감축하고 에너지 절약 산업을 육성했으니 그만 아니냐고 주장한다면 현재의 법안이 간과하거나, 어쩌면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부분을 파악할 수가 없다.
왜 이런 법안들은 겉으로는 ‘기후 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표방하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이지만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연료의 시대에서 이제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차와 같은 자연환경에 더욱 의존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신기술을 사용하려면 인버터와 같은 전력변환장치, 전기차를 위한 모터, 반도체에 들어가는 광물들은 더욱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즉, 탄소중립 시대에서 패권을 가진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광물을 확보하는 것이 각국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선진국들은 자국에 유리한 무역 조치를 단행하고, 관련 법안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결국 환경 보호,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한 법안을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디에서 광물을 채굴하며, 어떤 산업에 지원하고, 생산 운송 과정에서 탄소 감축을 얼마나 요구하는지는 미국 및 유럽 국가의 자국 기업 육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출 수 있으며, 에너지 산업의 주도권을 강화하지만, 환경을 명분으로 비난 대신 지지를 받고, 해외 기업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탄소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 반면 광물 채굴의 규제는 선진국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다. 광물 채굴은 모든 친환경 산업의 출발점임에도 수반되는 환경오염과 광물 매장량의 문제로 선진국들이 중국, 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떠넘긴 역할이다. 광물 채굴을 규제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한다. 더불어 환경 및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에 선진국들이 나서야 하는 금전적 부담도 커진다. 광물 채굴 과정에서 환경 및 인권 문제가 점점 심화하지만, 그 어느 법안에서도 규제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광물 채굴 과정은 ESG 경영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앞서 살펴봤던 광물 채굴 과정의 환경 및 인권 문제에서 알 수 있듯, 광물 채굴 규제의 부재는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 지역 주민의 생활권을 위협하고 노동착취의 문제까지 야기한다. 광물 채굴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친환경 전기차로 나가는 가장 첫 단계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생활권과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채굴을 지속한다면 이를 과연 친환경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의구심이 든다.
이렇듯 광물 채굴에는 아직도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 추구를 ‘ESG’로 포장했다면 이에 따르는 최소한의 책임은 감당해야 한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일방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배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기후 위기로 전 지구적인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한 국가의 이익은 기후 위기 극복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국의 이득이 우선시되어 탄소중립이 수단이 되는 순간, 광물 채굴의 환경 및 인권 문제처럼 근본적인 문제에 다가가기 어려워진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기후 위기의 공동 대응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광물 채굴 과정에 ESG를 도입하려는 노력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단기에 자국의 이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광물 채굴의 환경 및 인권 문제와 고갈 문제를 논의하는 장을 활성화해야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사회를 도모할 수 있다. 광물 채굴과 같이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한다면 진정한 지속 가능 세계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속 가능한 광물 확보를 위해
이처럼 탄소중립을 위해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는 금속 광물은 역설적으로 광물 채굴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인권 문제를 낳고 있다. 광물자원 확보가 미래 친환경 사업을 위해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지속 가능한 광물자원의 확보가 중요한 실정이다.
[자료 6. 전기차 폐배터리]
출처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폐배터리에 내장된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 희귀 금속을 재활용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시장 규모가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과 폐기물량이 증가하고, 배터리에 포함된 각종 중금속과 전해액이 전기차를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폐자원으로부터 광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의 광산 채굴뿐만 아니라 국내 EV 배터리 재활용을 적극 촉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에 2,050만 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업에 31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EU는 리튬이온 배터리 회수율 목표를 2025년부터 65%로, 2030년에는 70%로 상향 조정하며, 전기차 각 배터리에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을 만들어 폐배터리 재사용이 용이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서 배터리 여권이란 공급 및 가치 사슬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배터리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수명 주기 동안 배터리 사용을 최적화하며 수명이 다한 시점에서 책임 있는 재활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플랫폼을 뜻한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금속 회수에도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생산 업체별로 배터리 구조가 달라 배터리 별로 상이한 추출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니켈과 코발트 등 배터리 구성 성분 비중의 차이를 고려하여 회수, 포장, 운반 등 단계별 국가 표준을 제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자료 7. 도시광산 산업 개념 및 흐름도]
출처 : 한국도시광산협회
지속 가능한 광물 확보를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뿐만 아니라 도시광산 산업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광산이란 고철과 폐가전 같은 폐기물에 축적된 금속 광물 자원을 회수하여 산업원료로 재공급하는 산업이다. 도시광산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와 함께 폐자원 매립 문제 해결, 천연자원을 이용한 생산 대비 온실가스 및 에너지 사용 절감 효과가 있다. EU는 폐전기·전자제품 회수처리지침(WEEE 지침)을 시행하여, 전력 1,000V AC와 1,500V DC 이하에서 사용되는 전기·전자 제품을 대상으로 이를 생산자가 회수 및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전기·전자제품 생산자는 폐전기·전자제품 회수 및 처리, 재정 부담, 정보 제공, 분리배출 마크 표시, 생산자 등록 및 보고 등의 의무를 지닌다. 이외에도 친환경적인 광산 운영, 친환경적 심해 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해양 시추 기술 개발 등 지속 가능한 광물 공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같은 미래 친환경 사업에는 광물이 기존보다 더욱 많이 필요하기에 광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광물 개발에는 환경오염 문제와 인권 문제가 뒤따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친환경 사업을 앞다투어 발전시키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을 외치면서도 미래 사업에 대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자국의 광물 확보에만 우선으로 신경 쓰고 있다. 따라서 친환경 사업이 이면 없이 진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친환경적인 광물 채굴 접근이 절실하다. 폐배터리 재활용, 신기술 개발, 친환경적인 광산 운영, 해양 시추 등 지속 가능한 광물 확보를 위해 큰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며 친환경적인 광물 채굴을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광물 기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자원전쟁, 핵심 광물을 차지하라", 22기 한예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850
2. "광물 공급망 전쟁", 21기 정재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85
참고문헌
[탄소중립 시대, 핵심광물 없이는 못살아]
1) 권승문, “탄소중립에 꼭 필요한 6대 핵심 광물”, 그린포스트코리아, 2022.08.11,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397
2) 권승문, “탄소중립 관련 광물 확보 경쟁 치열...환경 영향은 없나?”, 그린포스트코리아, 2022.05.27,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868
3) 이민경, “지금은 ‘광물광 시대’”, 헤럴드 경제, 2023.08.08,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808000428
[지우개 닳듯 사라지는 핵심 광물]
1) 손해용, “2050년 핵심광물 6배 필요…"팀코리아, 해외광산 개발해야"”, 중앙일보, 2022.07.14,
https://news.zum.com/articles/76918825
2) 신석주, “6대 핵심광물 이슈, 한곳에 모았다”, 에너지신문, 2021.10.07,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637
3) 최준영, “재생에너지 전환 ‘광물자원 조달’ 논의 전무… 장기적 관점서 접근을”, 서울신문, 2022.02.09,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210027005
4) LX인터네셔널, “탄소중립 실현의 중심! 6대 핵심 광물”, 2023.03.29, https://blog.lxinternational.com/30109/
[가리기 급급한 광물 채굴의 '그늘']
1) 류즈이, “검은 호수에서 잠자는 수백조원의 희토류”, 이코노미인사이트, 2013.01.01,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Print.html?idxno=1638
2) 막시밀리안 프롭스트, “희토류는 희귀하지 않다, 다만 중국에 떠넘겼을 뿐”, 이코노미인사이트, 2023.03.01,
http://m.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81
3) 최기성, “전기차의 배신, 환경오염·아동착취…`보물` 폐배터리, 다시 `살맛`나게 [왜몰랐을카]”, 매일경제, 2022.05.09,
https://www.mk.co.kr/news/business/10314212
4) Amnesty International, “콩고민주공화국:스마트폰 배터리 속에 숨은 아동노동 실태”, 2016.01.19,
[자원공급망 ESG의 광물채굴 규제 부재에 대한 허점과 선진국들의 책임부족 문제]
1) 목숨을 건 코발트 채굴: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교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AMENSTY INTERNATIONAL, 2016.01.
2) 손수석,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유럽판 IRA ‘EU 핵심원자재법(CRMA)’의 내용과 대응 방안”, 대구신문, 2023.06.27.
https://www.idaegu.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2962
3) 심영구, “[스프] 어려운 문제, 어떻게 하면 쉽게 바꿔 풀 수 있을까”, SBS NEWS, 2023.04.1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150557&plink=ORI&cooper=NAVER
4) 이정훈, “원주민의 눈물로 만드는 ‘리튬’을 아시나요?”, 한겨레, 2022.07.24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052113.html
[지속가능한 광물 확보를 위해]
1) 김희영,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 동향 및 시사점: 중국 사례 중심으로”, 한국무역협회, 11호, p.12-30, 2022.
2) 김민서 외 4명,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시광산은 재도약할 수 있을까?”, 2020.08.31,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082
3) 나광호, “도시광산, 폐기물서 금속 회수…환경오염 방지·자원 재활용”, 미디어펜, 2018.02.18,
https://www.mediapen.com/news/view/333391
4)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다시 쓰는 전기차 배터리, R-ESS란?”, 2022.10.27,
https://m.blog.naver.com/energyinfoplaza/22291115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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