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침수 시리즈 2, 부산은 과연 도시침수로부터 안전한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도시 침수 시리즈]
7월에는 집중호우로, 8월에는 태풍으로 도시가 잠기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끝나고 지구 가열기인 'Global Boiling'에 접어든 만큼 기후 재난의 위력은 거세지고 있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강해지는 기후재난으로부터 정말 안전할까?
대한민국의 도시에 설치된 침수방지시설을 살펴보는 '도시 침수 시리즈'의 2탄, 부산 편 시작합니다.
[매번 태풍은 부산을 향했다]
[자료 1. 2023년 제6호 태풍 카눈의 이동경로]
출처: 기상청
8월 초에 발생했던 2023년 제6호 태풍 카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부산을 지나갔으며, 2022년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2020년에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부산을 관통했다.
위의 태풍 이외에도 역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가장 먼저 부산을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료 2. 2022년 8월 31 ~ 9월 1일 해수면 온도 및 북태평양고기압 위치]
출처: 2022 이상기후보고서
그 이유는 북태평양에 형성된 북태평양 고기압을 따라서 태풍이 이동하는데 그 경로에 부산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은 대한민국의 해안선에서 가장 돌출된 부분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태풍이 부산을 지나가면서 바다와 육지 간 기압차로 인해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발생한다.
이러한 기후, 지형적인 이유로 매번 부산에는 강력한 태풍이 지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태풍으로 인한 집중 호우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고 이미 구축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부산의 상습 침수지역인 온천천이 흐르는 동래구와 연제구를 방문해, 어떤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 일대의 침수위험지역 확인]
온천천 일대의 침수위험지역은 생활안전지도의 ‘침수흔적도’와 홍수정보시스템에 있는 ‘하천범람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도시침수지도는 미제작 상태이다.
[자료 3. 부산에 위치한 온천천 일대의 침수흔적도]
출처: 생활안전지도
첫 번째로 ‘침수흔적도’에서 확인했을 때 온천천을 중심으로 침수 이력이 확인됐다. '침수흔적도'란 태풍, 호우,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피해가 발생한 지역의 침수위, 침수심, 침수시간 등을 조사해 표시한 지도이고, 2023년 9월 5일을 기준으로 2023년 6월까지의 자료가 갱신된 상황이다.
[자료 4. 침수흔적도의 상세정보]
출처: 생활안전지도
또한 침수 지역을 누르면 ‘침수흔적도 상세정보’를 확인해 침수원인과 침수년도, 침수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홍수정보시스템의 하천범람지도이다.
[자료 5. 온천천 일대의 하천범람지도]
출처: 하천범람지도
‘하천범람지도’로 확인했을 때도 온천천을 중심으로 넓은 지역에서 침수 위험이 확인됐다. '하천범람지도'란 하천 범람에 의한 침수예상지역, 피해범위, 예상 침수깊이 등을 표시한 지도로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나눠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두 가지의 지도(침수흔적도, 하천범람지도)를 통해서 침수위험지역을 확인했다.
[부산 온천천 일대의 침수위험지역 방문 및 침수방지시설 살펴보기]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총 3일간, 온천천을 중심으로 동래구와 연제구에 있는 침수방지시설을 위주로 확인했다.
[자료 6. 부산 동래구의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의 날씨]
출처: 웨더아이
취재 당시 내내 비가 내렸으며, 도시 곳곳에 물이 고이거나 하천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확인 한 침수방지시설은 다음과 같다.
① 지하철 출입구에 설치된 차수판
② 주택가에 설치된 차수판
③ 침수위험지역의 빗물받이 크기와 설치 간격
④ 하천산책로 및 지하차도 출입 차단 시설
⑤ 곳곳에서 발견한 저류시설
이렇게 총 5개의 시설을 확인했고,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① 지하철 출입구에 설치된 차수판
[자료 7. 7호선 삼산체육관역 4번 출구에 있는 차수판]
출처: ⓒ23기 김경훈
'차수판'이란 흔히 차수벽, 물막이판이라고 말하며 "물이 흘러들거나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막이나 판"을 말한다.
[자료 8. 7호선 삼산체육관역 4번 출구에 있는 차수판 홈통]
출처: ⓒ23기 김경훈
차수판을 차수판 홈통에 끼면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있어, 집중 호우로 인한 지하철 침수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부산역 6번 출구에 설치된 차수판 홈통의 모습은 인천에 위치한 삼산체육관역의 차수판 홈통과는 사뭇 달랐다.
[자료 9. 도시철도 부산역 6번 출구에 있는 차수판 홈통]
출처: ⓒ23기 김경훈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입구에 설치된 차수판 홈통은 차수판을 설치했을 때, 차수판과 바닥과의 공간이 발생해 전혀 입구로 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생각된다.
부산광역시 감사위원회가 2022년 9월 13일부터 10월 19일까지 실시한 ‘도시철도 역사 및 지하보도 관리실태 안전감찰’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하부공간 발생으로 차수판의 기능이 상실되어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차수판의 형태가 분리형으로 되어 있어 총 4개의 차수판을 설치하면,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오는 물을 모두 막을 수 있는 형태가 된다”라고 말했다.
[자료 10. 부산역 6번 출구 옆에 있는 수방자재보관함]
출처: 네이버 지도
또한 “차수판은 출입구 옆에 있는 환기구에 위치한 수방자재보관함에 있어 집중 호우 시 역무원이 선제적으로 설치하면서 지하철 침수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② 주택가에 설치된 차수판
[자료 11. (좌측)침수흔적도 / (우측)하천범람지도]
이번에는 침수 위험 및 주택 밀집 지역인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 638 일대의 주택 밀집 지역을 방문했다.
동래구에서는 2015년부터 ‘차수판 설치사업’을 시행했고, 2021년까지 349가구 658개소에 차수판을 설치했다. 또한 이 지역은 침수흔적도와 하천범람지도에서 모두 침수 이력과 가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차수판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현장으로 갔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일대 주택 및 상가 입구에 설치된 차수판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자료 12. 동래구 안락동 638 일대의 한 주택 입구]
출처: ⓒ23기 김경훈
동래구청 도시안전과 관계자는 “차수판 설치는 필수가 아니라 지원사업이라, 차수판 설치 신청을 하면 침수 지역인지 파악하고 매년 예산에 맞게 금액을 지원한다”라며, “총금액의 90%는 구청에서 지원하고 10%는 개인이 부담하며, 공동주택의 경우 최대 2000만 원, 소규모 상가 및 단독주택은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개별로 신청하는 것이라 차수판 설치 분포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자료 13. 동래세무서 일대 (좌측)침수흔적도와 (우측)하천범람지도]
[자료 14.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 1515-6 일대 건물 계단에 설치된 차수판]
출처: ⓒ23기 김경훈
그래서 다른 침수위험지역인 동래세무서 인근으로 이동했고, 이곳에서는 건물 및 상가에 설치된 차수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일대에 위치한 초이스안경 연제점 직원은 "7월에 비가 많이 왔을 때 차수판을 사용했고, 도로가 잠길 정도로 비가 온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설치를 했다"라고 말했다.
[자료 15. 연제구 일대 건물에 있는 차수판에 부착된 설치방법 및 유의사항]
출처: ⓒ23기 김경훈
수해예방용 물막이판(차수판)에 적혀있는 유의사항을 보면 “물막이판 설치 주택의 소유자가 유지관리 하여야 한다”라고 적혀있으며, 동래구 도시안전과의 관계자는 “유지관리는 설치 신청한 개인이 담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차수판 지원사업으로 차수판을 설치했다고 해도, 유지 및 관리는 개인에게 맡겨진 상황이다. 가게 입구에 설치된 차수판을 제외하면 관리 주체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수판 유지관리에 관한 제도 및 법률의 제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③ 침수위험지역의 빗물받이 크기와 설치 간격
[자료 16. 동래역 앞 횡단보도]
출처: ⓒ23기 김경훈
동래역 앞 횡단보도에는 빗물받이가 약 2.5m의 간격으로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다.
[자료 17.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빗물받이]
출처: ⓒ23기 김경훈
또한 빗물받이가 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경우도 많았고, 취재 당시 비가 강하게 내리고 있었음에 불구하고 도로에 물 고인 곳이 없었다. 즉, 다량의 빗물받이의 설치는 도시 침수를 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④ 하천산책로 및 지하차도 출입 차단 시설
[자료 18. 온천천 산책로 출입구에 있는 자동차단시설]
출처: ⓒ23기 김경훈
온천천의 산책로 출입 차단시설은 총 132개 설치되어 있으며, 128개의 자동 차단시설과 4개의 수동 차단시설로 되어있다.
[자료 19. 일부 잠긴 온천천의 산책로]
출처: ⓒ23기 김경훈
하지만 취재 당시, 비가 강하게 내리고 하천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도 자동 출입차단 시설은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산책로에 가득 찬 물을 거세게 차며 앞으로 걸어가는 시민들도 다수 발견했다.
이에 부산시 관계자는 “하천 수위가 상승하거나 비가 많이 온 것을 센서가 감지해 차단시설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호우특보가 발령되거나 산책로 내 CCTV, 도로 상황 등을 확인해 담당자가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시설을 하나씩 클릭해서 차단한다”라고 말했다.
⑤ 곳곳에서 발견한 저류시설
도시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우수받이(빗물받이)와 하천도 중요하지만,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저류시설도 중요하다. 부산 동래구와 연제구 곳곳에는 저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자료 20. 부산 동래구 수안동 81-4에 있는 우수 저류 시설]
출처: ⓒ23기 김경훈
부산 동래구 수안동 81-4 일대는 상습 침수 지역이고, 우수 저류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집중 호우 발생 시 이 일대의 빗물은 이곳에 저장된다.
[자료 21. 동래 롯데백화점의 우수저류시설 설치지역]
출처: ⓒ23기 김경훈
또한 2014년 8월, 집중호우로 인해 동래 롯데백화점 일원 상가 및 주택 920세대가 침수되어 약 257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부산시는 ‘자연재해 저감 종합계획’에 따라 2018년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 신규지구로 이 일대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다. 2020년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2년 6개월 만인 2023년 2월에 준공했으며 부산시 방재성능목표 50년 강우 빈도(시간당 105mm)로 설계돼 침수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도시침수를 막는 우수저류시설, 반대에 막히다?]
막대한 침수피해를 막는 우수저류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인천 남동구의 한 6차선 도로 아래에 대규모 우수저류시설을 만드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안전상 문제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자료 22. 간석지구 우수저류시설 공사반대하는 주민]
출처: 인천일보
간석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 사업은 주안로 간석역 입구 교차로에서 해냄스토리 아파트 입구까지 이어지는 약 300m 구간 도로에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간석역 일대는 지난 2010년, 2011년, 2017년에 침수피해를 입은 상습 침수지역이므로 우수저류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을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고충 민원을 제기하고, 2022년 11월에 열린 주민간담회를 통해 저류시설의 위치 이동과 소규모 분산 설치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주민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면서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해지는 태풍과 폭우, 증가하는 방재시설의 중요성]
최근 한반도에 발생한 태풍의 개수는 줄어들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태풍은 더욱 강력해졌다. 또한 100년 빈도로 발생하는 극한 강우도 일상화된 상황이고, 내년인 2024년은 슈퍼 엘니뇨로 여름 폭우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료 23. 태풍 ‘힌남노’에 월파피해를 당한 마린시티 상가]
출처: 국제신문
과거 2015년 엘니뇨 발생 당시 국내에서는 비도 예년보다 훨씬 자주, 많이 내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했다.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말하고 있기에 어떤 폭우 및 침수피해가 발생할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재사업은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성상 소홀히 하거나 방재시설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향이 있다. 방재사업도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가 지금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뒤로 미룬 채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생할 피해를 예측하고 미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방재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긍정적인 인식과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의 충분한 시민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자세한 취재 내용은 본 기자의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rlarudgns22/223212315898
도시침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내가 사는 곳도 침수될까? 홍수위험지도로 알아보는 침수위험지역", 23기 김경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144
2. "21세기 노아의 방주, 지구를 지키는 첫 번째 시작은 부산에서", 20기 권혜주, 20기 조현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472
참고문헌
[매번 태풍은 부산을 향했다]
1) 기후정책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년 이상기후보고서", 2023.03.30, https://www.korea.kr/archive/expDocView.do?docId=40408
[부산 온천천 일대의 침수위험지역 방문 및 침수방지시설 살펴보기]
1) 부산광역시 청렴담당관 지봉구, 부산광역시, "도시철도역사 및 지하보도 관리실태 안전감찰 결과", 2023.01.31, https://www.busan.go.kr/gbinspec02/1554463?curPage=&srchBeginDt=2022-08-11&srchEndDt=2023-08-11&srchKey=sj&srchText=%EB%8F%84%EC%8B%9C%EC%B2%A0%EB%8F%84
2) 김민 기자, "부산 동래구, 침수 대비 2022년 차수판 설치사업 추진", 뉴스로, 2022.05.02, https://www.newsro.kr/?p=157861
3) 최재호 기자, "부산 동래 롯데백화점 옆 우수저류시설 준공... 183억 들여 침수 방지", UPI뉴스, 2023.02.02, https://www.upinews.kr/newsView/upi202302020011
[강해지는 태풍과 폭우, 증가하는 방재시설의 중요성]
1)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서정,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줄어든 태풍, 오히려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2023.09.05,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174
[도시침수를 막는 우수저류시설, 반대에 막히다?]
1) 이나라 기자, "인천 간석지구 우수저류시설 두고 주민∙상인 ‘설치 반대’ 집회 열어", 인천일보, 2023.02.15,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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