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살어리랏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 제주도 산림 현실을 보여주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장세희, 23기 고가현
우리나라는 4월 12일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으로 ‘국토의 저탄소화’ 부분에서 산림·습지의 탄소흡수원 확충, ‘부분별 중장기 감축 대책’ 중 흡수원 부문에서 흡수원의 양적·질적 확대를 통한 탄소 흡수량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에 살어리랏다’ 시리즈는 우리나라 산림과 그 중요성을 파헤친다. 이번 기사에서는 비자림로 확장 공사와 제주도의 숲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세 차례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 공사 현황은?
2023년 12월 13일, 환경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켜 중단되었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합법적인 둘레 아래 재개된다. 확장 공사를 두고 벌어진 환경단체와 제주도 간 행정 소송에서 법원이 제주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비자림로의 운명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6월, 비자림로 확장 및 포장 공사는 비자림로 중 일부 구간인 제주시 구좌읍 대천 교차로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4km 구간을 왕복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넓히기 위해 시작됐다.
첫 번째 공사 중단
[자료 1.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
출처 : KBS 뉴스
공사 구간은 왕복 2차선 도로 양쪽에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뛰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공사 직후 이러한 삼나무 900여 그루를 베어내면서 환경훼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환경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착공 두 달 만에 공사가 중단됐다.
두 번째 공사 중단
[자료 2. 애기뿔소새똥구리]
출처 : 뉴스펭귄
제주도는 확장 도로 폭을 줄이거나 우회 도로를 만들어 삼나무 벌채 규모를 줄이는 방안 발표 후 2019년 3월 공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비자림로 시민 모니터링단이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 내에서 팔색조와 애기뿔소새똥구리 등 멸종 위기 보호종을 발견하면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세 번째 공사 중단
2020년 5월, 1년 만에 공사가 재개되었다. 그러나 공사 시작 하루 만에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주도에 과태료를 부과하였고 공사가 중단됐다. 도와 환경청의 환경 영향 저감 방안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2021년 12월 제주녹색당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비자림로 확장 및 포장 사업 계획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 2023년 4월, 1심 재판부는 ‘사업을 백지화할 정도로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에 하자는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2023년 12월 항소심 재판부 역시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제주도는 2023년 9월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2023년 12월, 시공 현장에서는 삼나무 벌채와 이식 작업을 끝내고 지반을 보강하는 치환 작업이 한창이다. 2025년 12월, 비자림로 4차선 완전 개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의 제주도, 실상은 육지보다 산림면적 적다.
도둑이 없어 경찰이 필요 없을 정도였던 평화의 제주, 산림도 평화로웠을까? 아니다. 제주도의 산림은 역사적으로 외세에 의해 계속 파괴됐었다. 몽골의 일본 원정 당시 제주(당시 탐라)는 병참기지 역할을 했는데 일본 원정에 필요한 선박 중 300척을 탐라에서 건조했다. 당시 선박 건조에 사용된 나무들을 울창한 원시림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해안가에서부터 한라산 고지대 오름까지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주둔하면서 많은 산림이 파괴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다른 산림이 그러하듯 광복 이후 대대적인 조림이 전개되면서 회복되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2022년 기준 87,244ha의 임야 면적을 가지고 있다. 무입목지 23,224ha를 제외한 입목지에서는 활엽수, 침엽수, 혼효림 순으로 면적이 크다. 또한 산림면적은 84,718ha이며 민유림(51,656ha)이 국유림(33,062ha)보다 큰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는 올해 국비 261억 원과 지방비 454억 원 등을 포함해 총 730억 원을 투입해 생활밀착형 숲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은 도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생활권 도시 숲 조성 ▲산림의 경제적·공익적 기능 증진 및 임산업 소득증대 사업 ▲산림생태계 보전 및 산림생태계 보호 ▲산림복지서비스 증진 ▲숲에서 살기 좋은 일자리 만들기 사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한라산과 368개의 오름이 섬 전역에 분포하기에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산림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반대이다. 제주도의 임목축적은 136.39㎥로 전국 임목축적 145.99㎥에 비해 낮다. 그로 인해 전국 대비 산림면적은 1.4%지만 임목축적 비율은 전국 대비 1.3%를 차지한다. 여기서 임목축적이 낮다는 것은 산림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산림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나무를 심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 숲을 가꾸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림면적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1964년 13만 5,813ha로 산림면적이 최대치에 달한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 2020년 기준 8만 8,022ha 선을 유지 중이다.
[자료 3. 100년 전 노거수와 숲(좌)과 2019년 노거수와 숲(우)]
출처 : 제주의소리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불러오는 것들
① 서식지 단절 효과 심화
기존의 비자림로가 2차선으로 건설되었던 것은 자연 훼손 방지와 더불어 서식지 단절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로 건설에 따라 서식지가 단절된 면에서 새로운 환경이 전개되면서 서식 면적이 축소하게 된다. 따라서 차선 확장 공사로 인해 도로의 폭이 넓어진다면 서식지 단절은 극대화되고, 서식 면적도 좁아질 것이다.
이러한 서식처 세분화는 개체군의 유전적 변이 감소를 유발하여 자연환경 적응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 지역의 동물상 변화를 불러일으켜 생물 다양성 보전과 유지에 상당한 문제를 가져온다.
② 생물들의 서식지 소멸
[자료 4. 두점박이사슴벌레]
출처 : 세계일보
2019년 6월, 생물종 전문가와 비자림로 시민 모니터링단은 공사 현장에서 생태 정밀 조사를 하였다. 생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자림로 공사 구역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종이 조류 4종(붉은 해오라기, 팔색조, 긴꼬리딱새, 붉은 배새매), 곤충 2종(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 양서 파충류 1종(맹꽁이)으로, 총 7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특히 팔색조는 전 세계에 1만 마리, 국내에 500마리 정도 남은 천연기념물이다. 또한 두점박이사슴벌레는 국내 중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발견되는 종이다. 불빛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도로를 만들고 가로등을 설치하면 두점박이 사슴벌레가 불빛으로 날아들어 차에 깔릴 위험이 크다.
만약 이 생물들이 확장하는 도로가 될 터전 위에서 서식한다면 공사가 이루어질 때 대체 서식지를 찾아 생태계 전체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생태계는 주변과 촘촘히 연관 지어 있어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산림 측면에서는?
제주도는 현재 조림과 동시에 대규모 개발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로 산림 면적의 축소와 훼손 위협을 안고 있는 상황 속에서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도 산림에 또 다른 쟁점이 되었다. 확장 찬성 측은 비자림로 공사 구간의 삼나무를 베어내는 것이 오히려 환경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비자림로 숲의 삼나무는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자생종은 아니다. 1924년 제주 산림을 조성하기 위해 일본에서 들어왔고 1970년대부터 인위적으로 심었다. 찬성 측은 삼나무가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햇빛을 가려 제주 자생식물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기에 괜찮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나무의 꽃가루도 벌목 찬성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산림과학원 김용석 연구사는 삼나무의 산성화에 대해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는 그 차이가 명확지 않다”며 “삼나무가 다른 나무와 비교해 토양을 더 많이 산성화시킨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나무의 부분적 벌목은 대체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2023년 9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세미나에서 제주 고유 식생 경관 회복과 생물종 다양성 확대를 위해 순차적인 간벌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제주 삼나무림의 92%가 과밀화 형태를 띠고 있고 벌채가 가능한 4영급 이상이 삼나무림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나무 조림지역 조사·분석 결과 식물 다양성이 많이 증가한 점도 주목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무효 소송' 항소심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주도의 비자림로를 탄소 흡수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지, 아니면 숲의 지속적인 훼손과 생물 다양성을 파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간과 생물의 조화는 항상 인간의 손아귀 안에 있기에
또한 제주도에는 난대·온대·한대 및 아고산대를 걸쳐 약 2,000종의 식물과 곤충, 약 5,000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하고 다양한 동·식물종과 자연환경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2년 12월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자연유산, 세계 지질공원 지정 등 다양한 국제 인증을 받아왔다. 자연환경 분야에서 제주만큼 국제 인증을 많이 받은 곳은 흔치 않다. 그만큼 제주 자연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물권 보전 지역은 다양한 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고 현명하게 이용하면서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뜻한다. 이러한 제주에서 ‘인간’에 의한 교통량 정체를 이유로 ‘생물’이 서식하는 삼나무 숲을 벌채하며 도로를 확장하는 것이 조화인가?
결국 모든 인간과 생물의 조화는 아무런 협의 없이 인간의 선택으로 형성된다. 인간의 욕심이 선을 넘는다면 그 순간으로부터 조화는 사라진다. 생물권 보전지역인 제주도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 인간은 한 발짝 물러설 필요가 있다.
[산에 살어리랏다]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산에 살어리랏다] 나무베기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불편한 동거", 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316
2. "[산에 살어리랏다] 동아시아의 달 표면이 지구로, 우리나라의 녹화사업", 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61
참고문헌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세 차례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 공사 현황은?]
1) 강동삼, ““백지화할 정도로 하자 없어”… 비자림로 예정대로 내년말 완공 속도“, 서울신문, 2023.12.13.,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1213500149
2) 박미라, “‘제주 비자림로 확장 무효 소송’ 항소심서도 제주도 승소”, 경향신문, 2023.12.13., https://m.khan.co.kr/local/Jeju/article/202312131614001#c2b
3) 송철호, “환경청 “멸종위기종 발견 제주 비자림로 공사 중단하라””, 뉴스펭귄, 2019.05.31., http://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961
4) 안서연, ““비자림로 공사 명백한 하자 없어” 항소심서도 제주도 승소”, KBS 뉴스, 2023.12.14.,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41513&ref=A
5) 안서연, “중단된 제주 비자림로 공사 ‘2년 만에 다시 시작’”, KBS 뉴스, 2022.02.26.,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404556
6) 이혜란, “[에코리포트]제주 비자림로 확장 논쟁”, 동아사이언스, 2019.08.25.,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0429
7) 전지혜, “‘비자림로 확장공사 무효 소송’ 항소심서도 제주도 승소”, 연합뉴스, 2023.12.13., https://www.yna.co.kr/view/AKR20231213114000056
8) 허호준, “삼나무 훼손 논란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 2년 만에 재개”, 한겨레, 2022.05.18., https://www.hani.co.kr/arti/area/jeju/1043348.html
9) 허호준, “‘삼나무숲 파괴 논란’ 제주 비자림로 공사, 재개 하루 만에 중단”, 한겨레, 2020.05.28., https://english.hani.co.kr/arti/area/jeju/946867.html
[자연의 제주도, 실상은 육지보다 산림면적 적다.]
1) 김도영, “제주도 산림분야 730억원 투입… 생활밀착형 숲 조성”, 한라일보, 2024.01.11, https://m.ihalla.com/article.php?aid=1704955534751817073#_DYAD
2) 이윤형, “[청정 제주, 숲이 미래다 2] 2. 줄어드는 산림”, 한라일보, 2021.05.11, https://www.ihalla.com/read.php3?aid=1620658800707684367
3) 산림현황-제주시, 제주시청, https://www.jejusi.go.kr/information/open/data/view.do?id=447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불러오는 것들]
1) 민소영, “비자림로 ‘생물종 다양성 재확인’…“대체서식지 사실상 불가능””, KBS 뉴스, 2020.07.1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4493049
2) 송철호, “환경청 “멸종위기종 발견 제주 비자림로 공사 중단하라””, 뉴스펭귄, 2019.05.31., http://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961
3) 심재한, “신설도로 건설에 따른 동물상의 변화, 관리 및 보존대책(II)”, 자연보존 156권, 21p, 2011.12.
4) 이혜란, “[에코리포트]제주 비자림로 확장 논쟁”, 동아사이언스, 2019.08.25.,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0429
[비자림로 확장공사, 산림 측면에서는?]
1) 이혜란, “[에코리포트]제주 비자림로 확장 논쟁”, 동아사이언스, 2019.08.25,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0429
2) 진유현, ““제주 삼나무림·편백림 과밀화…고유 식생 회복 위해 간벌 필요””, 제주일보, 2023.03.29, https://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01672
[인간과 생물의 조화는 항상 인간의 손아귀 안에 있기에]
1) 고제량, “[기고] 11월3일 - 다시, 생물권보전지역”, 제주의 소리, 2022.11.03.,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09218
2) 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 생물권보전지역”, https://jejuecotour.com/untitled-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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