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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산에 살어리랏다] 나무베기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불편한 동거

by R.E.F 21기 장세희 2024. 1. 1.

[산에 살어리랏다] 나무베기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불편한 동거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장세희

우리나라는 4월 12일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본계획에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으로 ‘국토의 저탄소화’ 부분에서 산림·습지의 탄소흡수원 확충, ‘부분별 중장기 감축 대책’ 중 흡수원 부문에서 흡수원의 양적·질적 확대를 통한 탄소 흡수량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에 살어리랏다’ 시리즈는 우리나라 산림과 그 중요성을 파헤친다. 이번 기사에서는 산림이용과 우려되는 점을 알아보자. <편집자 주>

 

산림훼손 종식선언 후 2년, 현재 산림 상황은?

10월 24일 발간된 뉴욕산림선언(NYDF)은 ‘2023 산림평가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2년 전세계적으로 660만㏊ 면적의 산림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 면적은 우리 남한 국토면적의 65% 규모이다. 파괴된 산림 면적 중 410만ha는 원시림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원시림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주요 열대우림이다. 2021년 전 세계 145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산림훼손을 종식하고 산림 복구 비율이 훼손 비율을 넘어설 수 있도록 '산림 및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선언'을 채택했다. 그러나 뉴욕산림선언은 보고서 기준점으로 삼은 2018~2020년 산림 벌채 및 황폐화 비율에 비춰보았을 때 지난해 산림 파괴율은 오히려 4% 늘었다고 파악했다. 이 수치는 2030년까지 매년 줄여야 하는 연간 잠정 목표치에 21% 미달하는 수준이다. 산림이 지속해서 파괴됨에 따라 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40억 톤으로 2021년보다 6% 늘었다.

다만 보고서에는 긍정적인 상황도 담겼다. 뉴욕산림선언은 글래스고 산림 벌채 서약에 동의한 141개 국가 중 50개 이상의 국가(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가 2030년까지 산림 벌채를 근절하기 위한 정상 궤도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브라질 아마존의 산림 벌채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했다. 국립우주연구소와 브라질 환경부는 각각 브라질 아마존의 산림 벌채 면적은 작년 대비 22.3% 감소했고 삼림 벌채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6% 감소했다고 밝혔다.

[자료 1. 브라질 열대우림, 산림 벌채 면적이 작년 대비 22.3% 감소했다.]

출처 : 조선비즈

 

산림을 ‘훼손’ 아닌 ‘이용’하는 세계

산림훼손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다른 한쪽에서는 산림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지속적인 산림경영을 펼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넓은 산림 면적을 가지고 있는 바이에른주에서는 인위적인 수종 교체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에른주 산림연구소의 쿠르트 아메렐러 부소장은 “어떤 숲은 그냥 놔두는 것이 좋지만, 더 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것 역시 추천한다”며 “수종 교체를 통해 나무를 섞음으로써 어린나무들을 더욱 잘 자라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은 산림경영뿐만 아니라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은 1990년대부터 원칙적으로 모두베기(개벌)를 금지하고 솎아베기(가려베기)를 장려하고 있다. 모두베기하더라도 최대 2ha 이상은 한꺼번에 베어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5ha보다 엄격한 규정이다. 임도 또한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데 임도는 산불 예방 및 신화에 필요하고 솎아베기를 위한 필수 인프라이다. 독일의 임도는 ㏊당 54.4m/㏊로 한국(3.97m/㏊)의 10배가 넘는다.

[자료 2. 독일 바이에른주의 목재수확 현황을 보여주는 앱]

출처 : 주간조선

스위스도 산지 보호와 함께 산지를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알프스 지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융프라우 일대도 목재수확 작업이 상시 이루어지고 있다. 스위스 베른주는 산림을 더욱 울창하게 가꾸기 위한 일환으로 솎아베기를 시행하고 있으며 모두베기는 위에 언급한 독일(2ha), 한국(5ha)보다 더 엄격한 수준인 0.5ha 이상은 규제하고 있다. 스위스의 솎아베기는 정교한 작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장비를 직접 운전해 작업장까지 올라가면 토양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땅이 움푹 파여 집중호우 때 산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스위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선집재 케이블을 이용한다. 임도를 통해 중장비를 투입하고 가선집재용 케이블이 베어낸 목재를 임도까지 끌어올린다. 또한 숲길 위아래를 일괄적으로 베어내지 않고 눈사태, 낙석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베어내고 나무 밑동은 약 1m 정도 남겨두고 있다.

[자료 3. 스위스 융프라우 인근의 숲길(임도)]

출처 : 주간조선

 

고령화된 우리 산림, 젊게 바꾸기 위한 대책으로 임업 진흥

우리나라는 그에 반해 임업, 벌목에 대한 국민 인식이 좋지 못하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숲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인데, 나무는 절대로 베면 안 된다는 인식이 머릿속에 너무나 강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림 면적을 가지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의 산림면적 비율은 68%로 우리나라(63%)와 비슷하지만, 목재 자급률은 42%로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15%)의 세배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토녹화사업으로 나무의 양은 크게 늘었지만, 임도가 별로 없어 쓸만한 나무가 있어도 수확·운반 장비의 접근이 어렵다.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ha당 3.8m로 독일 46m, 오스트리아 45m, 일본 13m 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벌목하는 비용이 커져 수요의 85%의 목재를 수입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목조 수입액은 7조 원이 넘었다.

 

[자료 4. 한국과 일본의 임업 주요 현황]

출처 : 한국일보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기사에서 설명한 대로 산림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나무가 노령화되면 탄소 저장능력이 줄어든다. 집중식목한 우리나라의 경우 다양한 연령층의 수목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고령화된 나무를 없앨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목재 자급률 상승과 더불어 벌목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산림청은 올해를 '숲으로 잘사는 산림 르네상스' 원년으로 선언하고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추구하는 선진국형 산림 경영·관리를 중심으로 한 '산림 100년 비전'을 제시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체계적으로 벌채하고 목제품과 산림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것이 곧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일”이라며 “산림을 잘 경영할 수 있도록 임도, 기계화, 전문 기능인 양성 등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에 보다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우리 미래 세대에 쾌적한 국토를 남겨주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국산 목재 이용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그 이유는 수입재에 비해 운송 과정이 짧아 탄소 배출이 적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국내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목제 제품의 탄소만 탄소 저장량으로 인정하고 있어서이다. 우리나라는 목재 자급률을 2027년까지 2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로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기 위해 ‘I LOVE WOOD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무분별한 벌목과 힘입는 바이오매스, 체계적인 관리 필요해

세계 주요국이 벌목으로 산림을 활용하고 있지만 우려되는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세계자원연구소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 ‘세계 목재 수확의 탄소 비용’을 게재해 세계 목재 수요로 인한 탄소배출이 연간 35∼42억 톤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논문은 2050년까지의 목재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벌목으로 산림을 활용하는 것보다 보전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에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로서는 활용보다는 목재 수요를 먼저 줄이는 것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5-6. 윤미향 의원 정책 보고서 중 반절원별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바이오매스용 목재수급실적]

출처 : 중앙일보

또한 목재 수확에 따라 증가하는 바이오매스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미향 의원(무소속)과 에너지·기후변화 전문가 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정책 보고서에서 산림에서 수확한 목재가 무분별하게 발전용으로 사용되면서 산림 훼손과 함께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산림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것은 순환을 통해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산림 바이오에너지 발전 부문은 지난해 1,100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바이오매스 발전이 늘고 있는 이유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높게 부여했기 때문이다. 높은 가중치 탓에 발전회사에서는 산림 바이오에너지를 도입하면 큰 노력 없이 온실가스 저감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멀쩡한 목재, 원목까지도 벌목되고 있다. 또한 발전소에 투입되는 산림 바이오매스의 27%는 산지 개발에서 나온 목재인데, 개발로 산지가 사라지면 재조림할 수가 없고, 탄소 흡수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료 7. 윤미향 의원 정책 보고서 중 주요 발전원별 REC 가중치]

출처 : 중앙일보

우리나라는 산림의 고령화로 수종 교체가 필수적이다. 즉, 어느 정도 벌목을 해야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흡수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벌목과 바이오매스 이용으로 오히려 산림이 훼손되고 온실가스를 배출시키고 있다. 체계적인 벌목과 적절한 REC 가중치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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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에 살어리랏다] 동아시아 달 표면이 지구로, 우리나라의 녹화사업", 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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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에 살어리랏다] 산림의 고령화, 온실가스 감축 역할 어려워", 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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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산림훼손 종식선언 후 2년, 현재 산림 상황은?]

1) 김지윤, "브라질 아마존 삼림 벌채 면적 전년대비 22.3% 감소", 연합뉴스, 2023.11.11, https://www.yna.co.kr/view/AKR20231111001900009?input=1195m

2) 민서연, "아마존 불법 삼림 벌채 60% 이상 감소... 브라질 정권교체 효과?", 조선비즈, 2023.09.06,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economy/2023/09/06/DYJFXE3CR5ANDEJW7ZQWKMRJOM/?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3) 이재은, "산림훼손 종식 국제선언 '무색'...지난해 훼손면적 4% 늘었다", 뉴스트리, 2023.10.25,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310250009

4) 조현호,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나무 벌채 중단’ 약속은 공염불", 스마트투데이, 2023.11.05, https://www.smart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410

[산림을 ‘훼손’ 아닌 ‘이용’하는 세계?]

1) 이동훈, "국토녹화 50주년 원조국 독일에서 다시 배운다", 주간조선, 2023.10.27,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60

2) 이동훈, "스위스가 청정 산림강국인 진짜 이유", 주간조선, 2023.10.27,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67

3) 정민승, "심고 베고 또 심고... "일본의 산은 나무를 생산하는 들판", 한국일보, 2023.09.2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91917050000641

[고령화된 우리나라의 산림, 벌채 부정적 인식으로 활용도 낮아]

1) 정민승, "심고 베고 또 심고... "일본의 산은 나무를 생산하는 들판", 한국일보, 2023.09.2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91917050000641

2) 조한필, "고령화 산림, 젊게 바꾼다 … 국내 온실가스 21% 흡수", 매일경제, 2023.07.27,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10794869

[무분별한 벌목과 힘입는 바이오매스, 체계적인 관리 필요해]

1) 강찬수, ""멀쩡한 나무도 벌목…산림 바이오매스 되레 온난화 부추긴다"", 중앙일보, 2023.10.1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8446#home

2) 변국영, "“벌목이 온실가스 배출 증가시킨다”", 에너지데일리, 2023.07.13, http://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8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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