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세상에서 가장 큰 일회용품은 축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우리가 알지 못한 일회용품: 축제]
일회용품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줄곧 들어 온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일회용품과 관련된 환경 오염 교육을 받았고, 일회용품 사용 금지 관련 법은 뉴스에서 자주 보도된다. 카페에서는 매장 이용 손님을 대상으로 일회용품을 제공할 수 없다. 이러한 일회용품은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 시에도 다량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큰 에너지가 필요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등 우리는 주변에서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일회용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형 일회용품이 있다. 바로, ‘축제’이다.
[자료 1.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열리는 축제]
출처 : 강원일보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축제부터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축제까지,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나라의 어딘가에서는 축제가 열리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껏 여러 축제에서 사람들이 버리고 가는 일회용품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과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2023 서울 세계 도시 문화축제에서는 이틀간 7.5톤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다회용품을 사용하려는 축제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일회용품에 가려진 또 다른 일회용품이 있다. 바로 축제에 쓰이는 물건들이다.
축제는 주로 1년 간격으로 열려 축제 때 쓴 물건을 축제가 끝나고 난 후 버릴 때가 많다. 부피가 큰 물건은 보관하기도 어려워 축제가 끝난 후 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최근 일정 기간만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인 팝업스토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들로 인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화문광장 및 청계천에서 매년 개최하는 서울 빛초롱 축제를 통해 현재 진행되는 축제의 상황을 살펴보자.
[서울 빛초롱 축제와 한지]
[자료 2. 2009년부터 매년 열리는 서울 빛초롱 축제]
출처 : ©23기 김태현
서울 빛초롱 축제는 빛을 이용한 여러 모형이나 조형물을 전시하는 축제로, 2009년 처음으로 시작되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년 11월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인 2022년부터는 12월에 열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 2021년은 축소 운영했다. 이 축제는 연평균 2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방문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서울 빛초롱 축제에 사용되는 재료는 어떨까?
[자료 3. 서울 빛초롱 축제 조형물의 주재료 한지]
출처 : 뉴시스
가장 먼저 조형물의 주재료를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많이 쓰인 재료는 한지이다.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종이로, 일반적인 종이와 마찬가지로 나무를 잘라야만 한다. 서울 빛초롱 축제는 코로나19 이전 청계천에서만 열렸을 때는 청계광장과 수표교 사이 약 1km 구간에서, 코로나19 이후 청계천에서 처음으로 열린 2022년과 2023년에는 청계광장과 삼일교 사이인 약 800m 정도의 구간에서 한지로 된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광화문광장에서는 더 많은 수의 한지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위의 코뿔소 조형물에서만 수백 장의 한지를 쓰는데 전체 축제에 쓰이는 한지의 양은 적게는 수천 장에서, 많게는 수만 장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한 산림 파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종이와 비교했을 때 친환경성을 갖기도 한다. 먼저, 생분해가 잘 된다는 것이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는 생분해가 잘 돼 한지도 여러 생분해성 친환경 제품의 재료로 들어가고 있다. 본래 한지는 닥나무 껍질에 닥풀을 붙여 만들어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축제를 위해 대량으로 한지를 제작했을 때 화학적 처리가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종이로 조형물을 만들었을 때보다 적은 화학적 처리를 사용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이 점에서는 친환경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지는 환경호르몬을 검출하지 않아 다른 종이와는 달리 인체에 해롭지 않다. 또한, 한지가 다른 종이보다 질기고 강도도 높다는 것은 이 축제 조형물의 주재료로 쓰이기에 충분하다. 닥나무의 인피 섬유는 다른 종이의 원료가 되는 나무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기 때문에 섬유 간의 상호 작용이 강해진다. 이는 섬유 간 화학적 결합이 강함을 의미해 한지가 강도가 뛰어난 훌륭한 종이가 되는 것이다. 한지는 그 외에도 보온성과 통풍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서울 빛초롱 축제에서는 이 모든 장점을 알리지 않는다. 주요 관광지인 청계천과 종로 주변에서 주최되는 축제인 만큼 매년 한국에 거주하거나 여행 온 외국인도 이 축제를 찾는다. 친환경성, 높은 강도, 뛰어난 보온성 등 한지의 우수성을 조형물 설명에 기재했다면 전 세계에 한지를 홍보할 수 있었는데 이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환경을 위한 서울 빛초롱 축제]
[자료 4. 서울 빛초롱 축제 조형물의 재사용-왼쪽이 2022년, 오른쪽이 2023년 및 위 조형물이 공모전 수상작, 아래는 너구리 마스코트]
출처 : ©23기 김태현
서울 빛초롱 축제에서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것은 이전에 쓰였던 조형물을 일부 재사용한다는 것이다. 2016년에 사용했던 듀라셀 건전지 관련된 조형물은 2017년에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이런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축제는 축소 운영했지만, 한지와 축제의 명맥을 잇기 위해 '서울 빛초롱 축제 한지 등 디자인 공모전'이 열렸다. 이 공모전 수상작은 2022년 축제에서 광화문광장에 전시됐었는데, 일부 수상작은 2023년에도 똑같이 전시됐다. 그 외에도 타이완 마스코트 오숑, 너구리 마스코트 등은 2022년과 2023년에 모두 전시됐다. 이는 사용하는 한지의 양을 줄임으로써 환경오염 방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재사용했던 조형물이 부수적인 조형물이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사진을 많이 찍는 조형물인 거북선은 2019, 2022, 2023년 모두 전시됐었는데 재사용하지 않고 다른 형태의 거북선을 새로 만들어 사용했다. 2022년 전시됐던 호랑이 조형물도 2023년 다른 모습을 하는 호랑이를 새로 만들어 전시했다. 사람들의 기대감에 부응하면서도 환경오염을 최대한 방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추가로, 광화문광장 중앙에 있는 트리와 전구 재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람들의 사진 명소로 자리잡힌 주요한 조형물이지만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새 단장을 통해 흥행과 환경 모두를 생각한 축제가 됐다.
[자료 5. 기존 환경이나 물건을 이용한 조형물]
출처 : ©23기 김태현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을 발견했다. 바로, 기존 환경이나 물건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위 조형물은 기존 광화문광장에서 쓰이던 벤치를 작품의 일부로 포함 만든 마차를 전시한 것이다. 이는 예술성과 환경 모두를 고려한 작품 구성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또 다른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을 따라가니 실제 나무에 나비 모양 조명과 눈꽃 모양 조명이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재료의 사용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을 파괴하는 서울 빛초롱 축제]
[자료 6. 서울빛초롱축제에서 환경 파괴 우려가 있는 부분 - 왼쪽이 위시래빗 오른쪽이 따옴표 모양의 소재]
출처 : ©23기 김태현
지금껏 이 축제의 환경친화적인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에서 아쉬운 점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일부 조형물의 재료였다. 2022년의 복주머니를 들고 있는 토끼와 캐릭터 조형물인 2023년의 브라키오, 위시래빗 등의 조형물은 고무 소재로 제작됐다. 이 조형물은 크기가 커 많은 양의 고무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크기가 큰 조형물이라 한지로 하기는 무리가 있어 고무 소재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다른 소재를 선정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축제의 한 곳에서 따옴표 모양의 종이로 추정되는 소재가 300m 정도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명과 함께 빛나도록 코팅이 되어 있어 미적 가치는 높일 수 있지만, 화학적 처리 및 재활용의 어려움 때문에 환경에 피해를 준다. 정확한 소재는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특정 자원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환경 파괴 우려를 피해 갈 수 없다.
[축제 속에 숨겨진 진정한 이면]
지금까지 서울 빛초롱 축제의 환경적 측면을 살펴봤다.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서울 빛초롱 축제를 주최하는 서울관광재단 및 서울시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80%가 넘는 조형물을 친환경 소재인 한지를 사용해 제작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으로 축제를 운영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축제가 열린 지 15년째임에도 200만 명이나 방문할 정도로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축제 자체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친환경성을 지닌다면 축제의 우수성이 더 널리 인정받지 않을까?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많은 축제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축제 이후 쓰레기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축제에 쓰이는 물건들도 1년이 지나면 거의 버려진다. 축제에서 버려지는 1회용품 쓰레기는 신경 쓰면서도 정작 축제 자체가 1회용품인 것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며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축제의 숨겨진 이면 속에는 또 다른 이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하루빨리 대중들이 이 문제를 신경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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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재, 인터뷰] 더 나은 연고전과 고연전을 위해", 23기 김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235
2. "무심코 쏳아 올린 불꽃에 고통받는 야생동물들", 23기 차승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266
참고문헌
[우리가 알지 못한 일회용품: 축제]
1) 정민규, "곳곳에 일회용품…지역 축제 쓰레기 ‘몸살’", KBS뉴스, 2023.10.3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05850
[서울 빛초롱 축제와 한지]
1) 강다은, “질기고 튼튼한 한지는 미래 소재… 이차전지 분리막용 제품 개발 중”, 조선일보, 2023.11.10,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3/11/10/AKHBZXX3BNHK5EISTYNLH74W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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