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 청정에너지를 위한 혼소발전, 정말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될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노정연
[혼소발전, 석탄발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
[자료 1. 수소발전 입찰시장 홈페이지]
출처: 더THE인더스트리 신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에너지 구조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서 무탄소에너지로 탄소중립의 목표가 확장되면서 중단했던 원전이 재가동되었고,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US), 암모니아 수소 혼소발전 등 여러 기술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지난 5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 최초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RE100을 넘어, CF100을 통해 무탄소전원을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취지이다. 해당 시장을 통해 청정수소간 비용 경쟁을 발생시키고, 더욱 경제적인 가격의 청정수소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청정수소를 발전 연료로 사용해 생산된 전기를 구매 및 공급하는 제도이다. 기존 연료전지 발전 중심이었던 일반수소 발전시장과 달리 LNG-수소, 석탄-암모니아 혼소발전 중심이라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자료 2. 사용 연료에 따라 구분되는 일반수소와 청정수소 발전시장]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두 종류 이상의 연료를 혼합해 연소시킴으로써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혼소발전’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혼소발전에는 석탄과 암모니아를 혼합한 ‘암모니아 혼소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혼합한 ‘수소 혼소발전’이 있다. 이러한 혼소발전은 탄소중립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가스터빈, 발전소 등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암모니아 혼소발전 분야는 10~20%의 암모니아를, 수소 혼소발전 분야는 최대 50%의 수소를 혼소 할 수 있다. 추후 혼소율을 높여간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혼소량과 비례해 줄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청정에너지기술이 필요하며, 그중 하나가 혼소발전이다.
소형모듈원전(SMR),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US) 등 다른 청정에너지기술과 비교했을 때, 혼소발전은 새로운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 없이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달콤하게 들린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혼소발전의 이면이 존재하며, 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혼소발전의 이면 - ① 독성물질의 위협]
[자료 3. 석탄화력 발전소]
출처: PEXELS
혼소발전 중에서도 암모니아 혼소의 경우, 독성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석탄발전소에 암모니아를 혼소하게 될 경우, 보일러 내에서 연소하지 않은 상태의 암모니아가 대기 중에 배출될 수 있다. 암모니아 슬립(NH3 slip)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연료 혹은 환원제로서 작용을 하지 못한 상태로 배출되는 암모니아를 의미한다. 독성 가스로 분류되어 있는 암모니아는 흡입하게 될 경우 호흡곤란증상, 인후염, 폐부종, 유전적 결함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현 정부의 계획을 고려했을 때, 혼소발전을 통해 암모니아가 0.1%만 배출되더라도 1만 1천 톤이 대기 중에 배출된다. 암모니아 슬립 현상이 발생하는 순간, 환경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암모니아 혼소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발전소 근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안전도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대기 중에 배출되는 암모니아 슬립은 암모니아 형태로도 존재하지만, 황산염 및 질산염과 반응해 황산암모늄 및 질산암모늄의 형태로 미세먼지도 형성하게 된다. 발전소에서 여러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작업자와 인근주민에게 직접적인 건강 위협을 줄 수 있다.
[혼소발전의 이면 - ② 대량의 미세먼지 발생]
[자료 4. 석탄발전과 암모니아혼소발전의 미세먼지 형성 경로 비교]
출처: 기후솔루션(SFOC)
석탄화력발전기는 석탄원료를 태워서 보일러에 유입되는 물을 고온고압의 증기상태로 만들고, 이 증기의 압력에 의해 터빈을 회전시키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때 석탄은 보일러 내부로 이송되어 연소되는데, 해당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대부분 큰 입자의 먼지들은 전기집진기, 탈질 및 탈황설비 등의 환경설비를 거쳐 제거되지만,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은 제거되지 못한 상태로 배출된다.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는 만성 폐렴, 허혈성 심장 질환, 하부 호흡기 감염 등 다양한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이러한 미세먼지는 연소하지 않은 암모니아와 황산염, 질산염이 반응하게 되면서 형성된다. 암모니아 슬립의 양과 비례하여 미세먼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암모니아슬립은 암모니아 투입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따라서 기존의 석탄발전소에 암모니아 혼소발전 공정이 추가될수록, 암모니아 슬립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암모니아 슬립이 미세먼지 형태로 변화할 경우,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장기간 체류하고 수십 km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량보다 오히려 평균 1.5배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기존 대비 미세먼지 총배출량이 기존 대비 최소 23%에서 최고 85%까지 증가할 수 있다. 기존 발전소보다 대기오염을 악화시킬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혼소발전의 이면 - ③ 온실가스 감축량의 현실]
[자료 5. 수소 및 암모니아 이송, 저장, 활용의 전체 흐름도]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혼소발전에 필요한 수소와 암모니아는 어디에서 생산될까? 해외에서 생산한 암모니아와 수소를 액화시켜 배를 통해 운송된다. 생산 및 조달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도 고려한다면, 혼소발전을 한다고 해서 탄소배출량 감축에 크게 기여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 친환경 대형 선박 개발에 대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무탄소 선박이 완전히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운송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존재할수밖에 없다. 특히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를 차지하는 만큼. 혼소발전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운송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혼소발전에 투입되는 청정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암모니아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필요한데, 이때 필요한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면 청정 암모니아가 된다. 따라서 수소 생산방식에 따라 청정 암모니아가 결정되는 것이다. 청정 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이용하더라도, 아직 상온 ·상압에서의 암모니아 합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기존 하버-보슈 공정으로 '그린 암모니아'가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정은 높은 고온·고압 조건을 유지해야 하며, 화석연료 사용량이 높아 현재 그린 암모니아 생산기술은 사실상 반쪽짜리 청정기술인 것이다.
원료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탄소배출량이 많다면, 혼소발전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더라도 실질적인 탄소 중립 효과가 있는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진정한 청정 에너지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통한 중장기적인 기술적 한계 극복이 필요해 보인다.
[혼소발전, 탄소중립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까?]
기존의 석탄발전소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혼소발전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정책 및 기업 또한 혼소발전을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바라보고 로드맵을 설립하고, 청정수소 발전시장도 구축 중이다. 좌초될 수 있는 기존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술 대안이 된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는 기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화석에너지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자료6. 수소·암모니아를 활용한 무탄소 발전 전원화 로드맵]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연구 ·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6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청정연료연구실에서는 기존 하버-보슈 공정에 필요한 압력의 1/3 수준으로도 99,9%의 고순도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같이 저압·저온 저비용으로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 달성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질적으로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혼소발전을 추진하기만 한다면, 감축 목표에서 더욱 멀어져만 갈 뿐이다.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을 선별하고 도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발전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이전 기사] "탄소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 '수소 혼소 발전'이 징검다리?”, 19기 염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34
2.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발전소", 24기 배장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452
참고문헌
[혼소발전, 석탄발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
1) 김재경, "수소 상용화 앞당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A to Z", SK ecoplant 뉴스룸, 2024.03.29, https://news.skecoplant.com/plant-tomorrow/15746/
2) 안희민, "[단독] "석탄발전 암모니아 혼소, 발전성능 변화 없이 온실가스 대폭 줄여", 데일리한국, 2024.05.23, https://www.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58318
3) 이창운, "세계 최초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더THE인더스트리 신문, 2024.05.25, https://the-industry.co.kr/news/751
4) 산업통상자원부, "세계 최초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2024.05.24, https://www.motie.go.kr/attach/down/095a2dda9c864e1d90d751f7668a1117/90f754802291500a05214d34aa1497fb
5) "혼소발전",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70129&docId=6654542&categoryId=70129
[혼소발전의 이면 - ① 독성물질의 위협]
1)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발전소 패러다임 바꾼다. 암모니아 혼소 기술 개발", 2022.07.13, https://energium.kier.re.kr/sub040101/articles/view/tableid/news/category/2/view_type/webzine/page/4/id/5306
[혼소발전의 이면 - ② 대량의 미세먼지 발생]
1) Jamie Kelly, "독성물질의 위협 암모니아 혼소에 의한 미세먼지 증가와 건강피해", 기후솔루션, 2024.05.14, https://forourclimate.org/sub/data/ammonia-co-firing-air-pollution-health-threat
[혼소발전의 이면 - ③ 온실가스 감축량의 현실]
1) 권영국, [에너지칼럼] 수소경제 열쇠, 암모니아의 친환경 딜레마, 울산매일UTV, 2023.09.24, https://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4450
2) 박상영, "노후 화력발전 ‘수소 혼소’ 해도…“CO2 감축 미미”", 경향신문, 2024.05.12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5122123005
3) 변국영, “암모니아 혼소발전, 탄소 감축 효과는 적고 미세먼지만 늘어난다”, 에너지데일리, 2024.05.14, http://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6388
4) 이종민, "수소·암모니아 가스터빈 발전의 기술 동향 및 전망", 에너지경제연구원, 2022.04.17, https://lib.keei.re.kr:448/search/DetailView.ax?cid=809172
[혼소발전, 탄소중립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까?]
1)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탄소중립 앞당기는 친환경 암모니아 대량 생산 기술 개발", 2024.02.05, https://energium.kier.re.kr/sub040101/articles/view/tableid/news/category/2/id/6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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