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 탄소 배출 감축의 사각지대, Scope 3을 조명하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변지원
지난 6월, 기업들의 공급망 내 탄소배출량(Scope 3)이 직접 운영 배출량(Scope 1, Scope 2)보다 평균 26배 많다는 사실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소매업, 자재업 순으로 많은 Scope 3 배출량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Scope 3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 소매, 자재 부문에서 공개된 업스트림 배출량은 2022년 EU 전체 배출량의 1.4배에 달하며, 이에 따른 탄소 가격은 3,350억 달러 이상으로 분석됐다.
[자료 1. Scope 3 배출량 비중]
출처 : 임팩트온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Scope 3 배출량을 간과하면 안 되지만,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줄이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Scope 3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될까?
[Scope 3란 무엇인가]
탄소중립을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점차 강조되면서 탄소회계가 주목받고 있다. 탄소회계는 기관의 활동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계를 설정해 정량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때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간접성에 따라 Scope 1, 2, 3으로 나뉜다. Scope 1은 사업장에서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있는 배출원으로부터 직접 발생하는 배출을 의미하고, Scope 2는 사업장에서 구매한 전기, 열, 냉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배출량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Scope 3은 사업장 외의 주체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배출원으로부터 발생하며, 사업장 활동의 결과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즉, 기업의 협력업체, 하청기관, 공급망, 운송 등 기업의 가치 사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적인 배출을 포함한다.
Scope 3 배출량은 다시 15개의 하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기업이 돈을 지불해 사용하는 것과 관련한 배출은 업스트림(Upstream), 기업이 돈을 제공받아 판매하는 것과 관련한 배출은 다운스트림(Downstream)이라고 한다.
[자료 2. Scope 3의 15개 카테고리]
출처 : Scope 3 측정 가이드북
[Scope 3 산정 과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Scope 3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완전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Scope 3 배출량 감축이 매우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산정하는 것은 다소 복잡하다.
[자료 3. Scope 3의 산정 방법론]
출처 : Scope 3 측정 가이드북
주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기업에 가치사슬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활동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파악해야 한다. 사업 목표나 기업 상황에 맞게 Scope 3 산정 범위를 설정해, 그 범위 내에서 수집할 데이터의 종류 및 특성, 데이터 존재 여부를 고려해 산정에 필요한 1차, 2차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때 하나의 배출량 데이터에 여러 기관이나 제품이 연관되는 경우, 적절한 할당 기준을 도입해 배출량을 할당해야 한다.
Scope 3 배출량을 측정하고 공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Scope 3 배출량을 집계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협력사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합산해야 하는데, 아직 작은 협력사에서 배출량 산출 자체가 안정화되지 않았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업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에서 Scope 3가 제외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Scope 3을 고려하는 규제들]
섣불리 Scope 3을 공시하는 규제를 만드는 것은 오히려 국가와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많은 국가가 조심스럽지만, 주목받고 있는 만큼 Scope 3 배출량을 고려하는 환경 규제도 늘어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지속가능성 표준 위원회(ISSB)에서 발표한 글로벌 표준에서는 IFRS S2를 통해 2026년부터 Scope 3 공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기반해 싱가포르의 회계 및 기업 규제당국(ACRA)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규제기관(SGX RegCo)에서는 2026년부터 Scope 3 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 최종안에서 Scope 3 공시가 면제되면서 약화했지만, 미국 주정부 중 최대 경제 규모인 캘리포니아는 2024년부터 Scope 3을 포함한 기후 공시 의무화를 시작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 4월 KSSB 공개 초안을 발표하면서 공시 유예 기간을 두기는 했지만 Scope 3 의무화 여부와 시기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Scope 3 공시를 대비하는 기업]
많은 전문가는 Scope 3 측정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에는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SEC는 Scope 3 공시를 제외했지만, EU의 ISSB와 유럽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는 공시가 확정되어 의무화될 예정이다. 이민 탄소중립연구원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협력사 위치에 있는 한국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지 않으려면 Scope 3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공급망 내 온실가스 공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SK 이노베이션의 202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계열 전체의 2019년 대비 financial intensity를 75% 감축했고, 에너지나 화학 사업에서 2019년 대비 절대량 기준으로 Scope 3 배출량을 2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각 회사당 Scope 3를 계산했으며, 이때 판매업체에서 제공한 LCIA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이용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성적표지 평가표지와 해외 Ecoinvent 데이터를 사용해 배출량을 계산했다.
[자료 4. SK 이노베이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출처 : 2022 SK 이노베이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또한 SK C&C는 공급망 제품 탄소배출량 관리 솔루션 기업 '글래스돔'과 협력해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탄소배출 규제 시행에 따른 대응 시기가 임박한 제조사를 대상으로 최적의 플랫폼 기능을 완성했다. 실제 공정 데이터 기반으로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Scope 3 수준의 탄소배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여러 대기업에서는 Scope 3 대응을 위해 방안을 내고 있다.
[정부의 역할]
탄소중립을 위해 Scope 3 감축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실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공급망 전반으로 산정 대상이 확산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며,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산정 역량이 요구된다. 따라서 기업의 사전 준비와 정부 지원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환경부는 2023년 7월부터 연말까지 이차전지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 SDI)와 함께 시범적으로 'Scope 3 배출량 산정 협의체'를 운영하고 안내서를 발간했다. 이 안내서에는 Scope 3 온실가스 배출 목록(인벤토리) 구축 방법, 국제 통용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준(GHG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제품 및 서비스, 운송 및 유통 등 15개 주제별 산정 방법론이 담겨 있다. 환경부는 '유럽연합 배터리법'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이차전지 업계의 활용도를 높였으며, 2025년에도 주요 수출업종 1개를 선정해 관련 안내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한국형 ESG 공시 기준에서 Scope 3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국제 규제로 인해 수출 기업에는 다른 난관이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이 공급망을 관리하며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인력을 지원하는 등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부에서도 이를 돕기 위한 다양한 방면에서의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Scope 3 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온실가스배출량 공시, 'Scope 3'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23기 김예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178
2. “공급망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대기업의 동반성장 프로그램”, 21기 정재혁,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32
참고문헌
[Scope 3란 무엇인가]
1) 유인영, “공급망 탄소 배출량, 스코프1·2 배출량의 26배…CDP·BCG 보고서”, 임팩트온, 2024.06.28.,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1893
2) 사회적가치연구원 & 탄소중립연구원, 실무자를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Scope 3 측정 가이드북
[Scope 3을 고려하는 규제들]
1) 이도형, “‘Scope3’ 뭐길래… 기업 반대할까 [아시나요]”, 세계일보, 2024.05.23,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522515611
2) 신지윤, “스코프 3보다 더 무서운 '1% 룰'…美·싱가포르 기후 공시 점검”, 한국경제, 2024.05.06,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0683891
3) 선한결, “ESG 공시 초안 나왔다…'스코프3' 결정은 일단 보류”, 한국경제, 2024.04.30,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4308223i
[Scope 3 공시를 대비하는 기업]
1) 황원규, “[스코프3가 온다] 韓, 스코프3 공시율 35%… 선제 대응 안하면 수출길 막힌다” 조선, 2023.04.12,https://www.futurechosun.com/archives/74906
2) SK 이노베이션, SK innovation ESG Report 2022
3) 조인준, “'스코프3' 데이터까지 관리…SK C&C, '탄소 여권' 기술검증 완료”, 뉴스크리, 2023.10.11,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310110004
[정부의 역할]
1) 이미연, “환경부 "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지원 첫걸음””, 디지털타임즈, 2024.04.04,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404021099580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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