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유해보조금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24기 서채연, 25기 김승현, 남궁성, 26기 김승진
보조금도 잘못 주면 환경에 피해가 간다
보조금이란 신사업을 부흥시키거나 기존 사업에 대한 소비자나 생산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다. OECD는 보조금에 대해 "직간접적인 지원 수단을 통해 소비자에게 시장 수준 이하의 가격이 유지되도록 하거나 생산자에게 시장 수준 이상의 가격이 유지되도록 하거나, 또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조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료 1. 유류세 인하]
출처: KDI
그러나 보조금을 환경유해 측면에서 바라보면 명시적 보조금과 암묵적 보조금으로 나뉜다. 명시적 보조금은 사적 한계비용과 사용자가 실제로 내는 가격의 차이로 측정되며, 암묵적 보조금은 외부효과 등을 반영한 사회적 한계비용과 시장가격의 차이로 측정된다. 다른 분류로 직접보조금(가격과 예산지원)과 간접보조금(조세제도, 법적의무, 저리융자)으로도 나뉘는데, 이는 명시적 보조금을 더 세분화한 것이다. 명시적 보조금과 암묵적 보조금에 대한 내용은 위의 그래프를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료 2. 유류세 인하]
출처: KDI
그렇다면 보조금이 어떻게 해서 환경에 피해를 미친다는 얘기인지 살펴보자. 생산보조금과 소비보조금 등으로 인해 연료사용량이 Q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오염물질에 해당하는 E가 아래로 이동하게 되는 것을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염물질이 늘어나면 당연히 환경에는 악영향이다. OECD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속가능발전의 맥락에서 보조금 개혁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2000년대 중반에는 환경유해보조금 식별 방법론을 개발하기도 했다.
보조금의 지급 자체만으로도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환경유해보조금에 대한 개편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관련해 환경부가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2022년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목표 18에 따른 조치다.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시각은 다양한데,
#1. 운송 수단의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도록 장려하는 보조금이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까 아닐까.
#2. 바이오연료 작물재배 보조금에 따른 산림훼손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까 아닐까.
#3. 생산가격보다 낮은 수도요금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칠까 아닐까.
이 정도가 최근 시각이다.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는 2025년까지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을 포함한 보상책을 공정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개혁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또한 생물다양성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최소 5,000억 달러씩 유해보조금을 줄이고 긍정적인 보상책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플라스틱 생산량, 온실가스 배출량, 화석연료 등 환경에 유해를 미치는 요인에 대한 조정 및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기에 환경유해보조금 조정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있다. 다만 진정한 실천을 위해서는 걸림돌이 있는 것이 현실인데, 환경유해보조금 축소에는 어떤 장벽이 있는지 알아보고, 보다 빠른 진행을 위해 보조금 축소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 고찰해 보자.
환경유해보조금을 줄여야 하는 이유
환경유해보조금은 생물다양성에 위해를 끼치고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하는 기존 에너지원 사업을 뒷받침하기에, RE100과 같은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위해 축소돼야 한다.
그러나 환경유해보조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아 왔다. 2010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20개 목표인 아이치 타겟3를 발표했다. 아이치 타겟에는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해서 5가지 분야 - 소비 감소, 지속가능한 생산, 기타 요인 감소, 기후변화 행동, 생태계 보전/복원 - 에 대한 20개의 타겟이 포함되었다. 그 후 2020년에 제5차 지구생물다양성전망(global biodiversity outlook 5)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생물다양성 유해보조금의 단계적 축소는 20개 목표에서 완전히 달성되지 않았다. 보고서에선 최소 6개의 경우엔 부분적으로 진전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2030년까지의 달성을 위해선 더 세밀하게 다가가야 함을 발표했고, 앞으로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복원을 위한 다이어그램을 발표하며 더 많은 노력이 들 것을 시사했다.
[자료 3. 생물다양성과 5가지 지표]
출처: GBO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환경유해보조금 감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대표적으로는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가 있다. GBF는 당사국총회, COP15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 관련 협약으로 생물다양성이 인류 번영의 근간이 됨을 인지하고 이를 보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배경에서 대두되었다. 이 중 환경유해보조금 관련 내용은 17번, 18번 목표에서 얘기되면서, 이것의 감축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환경유해보조금 축소의 어려움 1. 지속된 유류세 인하 조치
[자료 4. 유류세 인하]
출처: 동아일보
우리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중동의 불안 고조로 국제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지금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까지 경유와 LPG 부탄에는 37%, 휘발유에는 25% 인하된 세율을 적용했고, 가격으로 따져보면 휘발유는 리터당 205원, 경유는 212원, LPG 부탄은 73원의 인하 효과가 있었다.
최근 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도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낮추기로 했다. 지난 7월부터 25%였던 휘발유의 유류세 인하율은 20%로, 경유는 30%로 축소됐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오는 8월 31일까지 시행될 예정이고, 그 이후에도 인하 조치를 유지할지는 국제유가 흐름의 안정도에 따라 8월 말에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물가 대응 방안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는 석유제품을 사용하도록 환경에 유해한 보조금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로 전기자동차의 이점 중 하나인 ‘저렴한 전기 충전 요금’이 약해져, 전기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료 5. 국산 전기차 월별 판매 추이]
출처: 한겨레
실제로 전기차의 국고보조금도 낮아져 2022년 600만 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400만 원에 그쳤다. 또한 전기차 충전 요금 특례할인제도가 종료되는 등 각종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2023년도 전기승용차 보급은 당초 목표 절반 수준인 11만5817대에 그쳤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종료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 대신 선별적인 방법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OECD도 유류세 인하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한 것으로 파악되고, 그 여파는 고소득층보다 취약계층에 더욱 치명적으로 전달될 것이다.
결국 유류세를 포함한 환경유해보조금은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보조금이기 때문에, 현재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놓여있는 것이다.
환경유해보조금 축소의 어려움 2. 에너지 안보를 위한 느린 에너지 전환
환경유해보조금 축소의 또 다른 어려움은 에너지 안보와 관련된 문제이다. 현재 여러 정부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특히 석탄, 석유 같은 산업에 면세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적인 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이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이 우려되기에 환경유해보조금 축소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자료 6. 2021년 연료별 세계 에너지 공급 구조]
출처: 아시아투데이
예를 들어 에너지 안보를 고려할 때, 발전용 석탄 면세를 중단하면 석탄화력발전 단가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이는 사람들에게 전기 요금 상승 같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져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환경유해보조금 축소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고려가 필요하며, 동시에 에너지정책 측면에서는 보조금 제도의 개선이 에너지 생산 및 소비패턴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계획보다 진정한 실천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
G7과 EU가 2025년까지 화석연료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협의하였음에도, 단계적 축소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아직 현재의 에너지 발전 및 소비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설비용량, 효율, 기자재 가격 상승 등의 원인과 기술력의 한계에 부딪혀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9% 수준으로 전 세계 평균인 30%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자료 7. annual electricity data in south korea]
출처: 이투뉴스
2024년 기준 아직도 전기차의 비율은 2%대에 불과하며, 정책적 관점에서 환경유해보조금을 축소할 시 물가 상승, 에너지 안보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한다. 또한 전기차의 경우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문제로 매년 겨울마다 방전의 문제가 발생하며,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만 보더라도 안정성 측면에서의 결함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이슈로 인해 많은 자동차 대기업(GM) 등에서도 2050년까지 100% 전기차 생산 계획을 철회하거나 전기차 투자금을 줄여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류세와 같은 환경유해보조금을 축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료 8. 청라 아파트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
출처: 한국경제
전 세계가 RE 100을 목표로 탄소세까지 부과하고 있는 현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환경유해보조금을 축소해 한국의 에너지 생산 방향성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인구가 더욱 감소하고 생산성이 떨어져 한국 산업구조가 변화할 타이밍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환경유해보조금을 줄이고 이를 재생에너지 확대 및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기술 투자금이나 인센티브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GBF 18번 목표 달성(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 세계가 CBD에서 쿤밍-몬트리올 GBF 채택하면서(‘22.12)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유해 보조금을 매년 최소 5,000억 USD씩 절감하기로 했다. 생물다양성에 유해한 보조금을 2025년까지 규명해야 하는 이 정책이 많은 국가들에게 행동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환경유해보조금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세수 대상, 전기차 너로 정했다", 23기 송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33
2. "화석연료의 종말, 내연기관의 마지막 희망은?", 23기 김서정,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65
참고문헌
[보조금도 잘못 주면 환경에 피해가 간다]
1) 김아영, "보조금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평가한다", 내일신문, 2024.06.17, https://m.naeil.com/news/read/513602
2) 김종호, "환경유해보조금 추계 및 개편방향 연구 : 화석연료보조금을 중심으로", 한국환경연구원, 2017.12.31, https://www.kei.re.kr/elibList.es?mid=a10101000000&elibName=researchreport&c_id=716420&act=view
[환경유해보조금을 줄여야 하는 이유]
1) 국가생물다양성센터,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https://www.kbr.go.kr/content/view.do;jsessionid=92E3F23CD7ED2AB15FCCC220DC1DCF14?menuKey=793&contentKey=173
2) 최동훈, "환경 파괴 보조금, 자연 보호 투자보다 3배 이상 많다… UNEP 보고서", 임팩트온, 2022.12.06,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5460
3)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Aichi Biodiversity Targets", https://www.cbd.int/sp/targets
4)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Global Biodiversity Outlook 5", 2020.08.18, https://www.cbd.int/gbo5
[환경유해보조금 축소의 어려움 1. 유류세 완화]
1) 김희원, "“공장은 해외, 보급 목표는 반토막”...국회 추진 ‘반값 전기차⋅한국 IRA’ 성과 낼까?", 굿모닝경제, 2024.07.12, http://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241804
2) 불스원, "자동차 주유비 증가 비상! 7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 줄인다", 2024.07.12,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8143865&memberNo=5549852&vType=VERTICAL
3) 허세민, "OECD, “한국, 유류세 인하 종료하고 취약계층 직접 지원해야”", 2024.05.0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022421i
[환경유해보조금 축소의 어려움 2. 에너지 안보를 위한 느린 에너지 전환]
1) 윤창인. "환경유해보조금의 논의". OECD Focus, 3(3), 77-88, 2004.05.
[계획보다 진정한 실천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
1) 문영재, "“폭스바겐·GM·포드 전기차 '투자 취소'···현대차·도요타 '예정대로'", 서울파이낸스, 2023.11.03. https://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499852
2) 안혜원, ""집 비밀번호까지…" 청라 '전기차 화재' 피해 주민 '눈물'", 한국경제, 2024.08.0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80397997
3) 이상복, "재생에너지 전력비중 세계 평균 30%·한국 9% 불과", 이투뉴스, 2024.05.08 https://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434
4) Global Biodiversity Outlook 5, 제5차 지구생물다양성 전망, 11-17, 생물다양성협약사무국, https://www.cbd.int/sites/default/files/2023-10/gbo-5-spm-k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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