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대상, 전기차 너로 정했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송태현
전기자동차 세금 논란
전기차 시대를 맞아 각종 세금 면에서 내연기관차가 홀대받는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교통세’ 논란이 일고 있다. 내연기관차 차주들은 도로 보수·유지 명목으로 부과되는 교통세로 작년 한 해 16조6,000억원을 부담했다. 반면 전기차 차주들은 한 푼도 내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최근 유가 상승 등으로 자동차 유지비가 늘면서 내연기관차 차주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자동차세 감면 등 혜택이 많은데 도로 이용까지 무료로 하는 건 지나치고 수익자 부담이라는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통세의 정확한 명칭은 ‘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다. 도로·철도를 확충하고 유지·보수하거나, 환경 개선 및 에너지 사업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금이다. 고지서가 따로 나오는 건 아니고, 운전자들이 주유할 때 부과된다. 휘발유 리터(L)당 529원, 경유는 375원이 이 세금으로 책정돼 있다. 지난해 교통세수 16조6,000억원은 전체 국세 수입의 5%가량을 차지다. ‘3대 세목’이라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비중이 컸다.
[자료1. 교통세 세수 비중]
출처: 이투데이
2017년 기준으로 정부가 국내에서 운행되는 휘발유 및 경유 등 수송 연료를 통해 거둔 유류세는 연간 26조원이다. 물론 유류세의 대부분은 법에서 확정된 교통에너지환경세로 15조3,782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이 돈은 교통시설(80%), 환경개선(15%), 에너지 및 자원사업(3%), 그리고 지역발전(2%)에 사용토록 명시돼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8년 내놓은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에 따르면 유류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도로(43~49%), 철도(30~36%), 항만(7~13%), 교통체계관리(0~10%), 공항(0~7%) 등에 사용된다. 쉽게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 15조원 가운데 80%인 12조원이 교통부문에 사용되지만 이 가운데 40%인 4조8,000억원 정도는 실제 자동차 이용자를 위한 도로 인프라 유지관리 및 신규건설투자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휘발유에 포함된 교통세의 일부분은 '도로 이용료'의 성격으로 일종의 도로 소비세로 분류한다. 하지만 전기차는 기름을 넣지 않기 때문에 이를 면제받는 것이다.
과세 형평성 문제
전기차에 대한 세금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휘발유·경유를 사용하지 않아 유류세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도로 인프라의 이용에 따른 부담은 내연기관 차량만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기차 이용자에게도 별도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내놓은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해외 과세사례 검토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현행 자동차세 과세체계에서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과세는 제도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교통세는 휘발유나 경유에 포함되는 유류세이기에,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운행이 가능한 전기차에는 교통세 부담이 없다. 연간 15~17조원 걷히는 교통세는 목적세인 만큼, 세수입 중 80%가 교통시설특별회계 항목에 들어간다. 주로 도로·철도·항만·공항 등을 설립하고 유지하는 데 쓰인다는 소리다. 도로 인프라의 이용에 따른 수익자부담원칙 측면의 세금 부담은 부족한 실정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료 2. 충전 중인 전기차]
출처: 조세일보
게다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보유에 대한 자동차세는 '10만원(비영업용, 영업용은 2만원)'으로 못 박아져 있다. 내연기관 차량은 차종, 배기량 등에 따라 차등 과세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일으킨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현재 국내에 보급(누적)된 친환경 자동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는 약 116만대로, 전체 자동차등록대수의 약 4.65%를 차지한다. 이 비중은 2018년 2.0%에서 2019년 2.5%, 2020년 3.4%로 매년 증가 추세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나래 지방재정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현행 자동차세 과세체계가 적용된다는 가정하고 친환경 자동차 차종별 비영업용 승용자동차 보급추세를 반영했을 때, 소유분 자동차세 세수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전기차 이용자가 사용하는 수송용 전기는 부가세와 전력산업기반금을 제외하면 교통세가 전혀 없지만, 도로는 함께 이용한다는 점에서 '교통세'를 부담하는 휘발유 차와 수송 연료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에 따라 수송 연료의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교통환경에너지세'로 뭉뚱그려진 세목을 '교통'과 '환경에너지세'로 분리 후 과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행거리세 도입이 필요한 이유
주행거리세는 일정 기간 주행한 거리를 계측하고, 주행거리(㎞)를 바탕으로 교통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이에서는 주행거리 기반 과세 체계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료3. 주행거리세 현황]
출처: 매일경제
국가기후환경회의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당 1년 평균 운행 거리(2018년 기준)인 1만4,308㎞를 10년 동안 주행한다고 가정할 때 세금은 전기차의 경우 130만원에 불과해 휘발유차(223만원)와 경유차(221만원)보다 훨씬 적다. 결과적으로 유류세와 차량 구입 및 운행 시 부담하는 각종 세금 등을 종합하면 전기차를 10년간 운행할 경우 약 350만원의 세금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차량 동력원이 무엇인지에 관계없이 주행거리만큼 세금을 납부하는 주행거리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재현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 교통세제 개편 없이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 혜택이 유지될 경우 2050년까지 교통세 약 19조6,000억원, 자동차세 약 20조8,000억원, 교육세와 주행세 각각 3조 원, 5조원 등 모두 48조4,000억원의 세입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라도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 및 자동차 제조, 폐기 및 재활용 단계에서 탄소배출이 발생하므로 환경오염에 대한 원인자 부담 측면에서도 과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예결위는 보고서에서 "타이어 마모에 따른 미세먼지 유발 영향이나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점에서는 친환경 차도 자유롭지 않다"며 "현재는 경유 차는 물론이고 내연기관 차량의 대수 감소와 운행 감소, 친환경 차로의 교체가 중요한 만큼 친환경 차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유지하되 이후 친환경 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에 대해 차량 주행거리세와 탄소세 부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료4. 자동차세]
출처: 중앙일보
실제로 미국은 친환경 자동차 보급 비중이 2% 미만 수준임에도 친환경자동차등록세, 주행거리세, 대체연료소비세 등 내연기관 자동차에 부과되던 연료 소비세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EU 국가의 경우 친환경 자동차 충전용 전기에 대한 연료소비세를 도입하였으며,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친환경자동차 보급비중이 70~90% 수준이 되는 시점에 주행거리세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다.
주행거리세의 국내 도입은 교통·환경·에너지세에 대한 대안으로 검토되었으나 (가칭)탄소중립 교부세 등을 신설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자동차세 소유분의 세수 감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행거리세를 도로 등 지방공공재의 이용, 지방자치단체의 교통 관련 SOC 유지·관리, 교통체증 및 사고위험 대응 비용 등에 대한 원인자 부담금의 측면으로 지방세로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도 있다.
아울러 사용자 부담원칙 및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교통·환경·에너지세(자동차세 주행분)의 과세 대상을 확대하여 친환경 자동차 충전용 전기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용, 산업용 등의 전기요금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친환경 자동차 충전용 전기요금에만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도입 방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다른 대안으로 충전용 전기에 세금을 별도로 부과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EU28 국가들은 차량용 유류세와 비슷한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고 한다. 오 연구위원은 "도로 인프라 이용 및 교통혼잡에 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과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주행거리세에 대한 의견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주행거리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내연기관차냐 전기차냐를 구분하지 않고 주행거리 등을 따져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조세 부과의 기본원칙인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도로 이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자는 것이다. 차량 연료 종류와 무관하게 세금을 징수할 수 있고, 더 많이 주행한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과세 형평성에도 맞는 대안이다. 전기를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을 내는 것과 같다.
이미 해외에서 시도되고 있다. 미국은 콜로라도, 오리건,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을 중심으로 주행거리세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휘발유·경유 등에 부과되는 연료세를 기반으로 ‘도로 신탁기금’을 조성한다. 도로 건설 및 유지 관리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가 개선되고 대체 연료 차량 등이 도입되면서 세수 부족을 겪어오고 있다. 유럽에선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화물차에만 주행거리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행정 비용 증가와 사생활 침해 문제다. 주행거리를 확인하려면 차량마다 이를 측정하는 기계를 부착해야 한다. 개인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위험도 있다. 유럽은 위성항법장치(GPS)를 사용해 차량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추산한다. 전국의 모든 차량의 주행거리를 이런 방식으로 측정하면 거둬들이는 세수보다 관련 장비를 구매하고 관리하는데 더 큰 비용이 투입될 수도 있다.
[자료5. 자동차세]
출처: SBS뉴스
이런 이유로 충전용 전기에 세금을 별도로 부과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펴낸 ‘자동차의 전력화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보고서는 ‘수송용 전기’ 개념을 제안한다. 보고서는 “전기차 등장과 함께 수송용 전기라는 새로운 전기의 사용 용도가 생겨났다. 전기차 충전용 전기 사용량에 대해 kWh당 소비세 형태의 목적세가 적절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농사용, 산업용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용도의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세금을 탈루하려는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탈세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보완책 마련과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미국 등지에선 전기차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보고서는 전기차의 세금 부과 방식도 제안했다. 연간 평균 주행거리에 따라 일괄 부과하는 주행거리세 방식이다. 정보통신 기술 등으로 주행거리 산출이 가능한 만큼 전기차 확산에 따른 유류세 부족을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일부에선 전기 에너지의 배출가스 기준으로 유류세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고서는 연료 산지에서 바퀴까지(Well-to-Wheel) 휘발유 및 경유, LPG, 수송용 전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전 과정을 분석한 결과 전기차는 머플러를 통한 직접 배출 대신 전력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간접 배출이 적지 않아 무공해 자동차로 분류되는 '제1종 저공해자동차'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교통, 환경, 에너지'로 구분할 때 교통은 세금의 사용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봐야 하고, 전기차 또한 도로 이용에 따른 과세의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친환경 보급 확산 제동
최근, 이 같은 논란이 주목받는 데는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차 100만 대 목표가 배경이다. 보급을 이루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유류세 문제가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보급 대수가 많지 않아 보조금 부담이 낮지만 2025년까지 100만 대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면 줄어드는 유류세를 보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결국 수송용 전기에도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환경 차 보급에 있어 유류세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오로지 보급에 방점을 두다 보니 논의를 애써 외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 친화 뉴딜'로 대표되는 정부의 4차 산업 미래 전략에 '친환경 모빌리티'가 중심을 잡으면서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뒤늦은 논의에 따른 혼란보다 현실 인식에 따른 제도 개편이 미래전략 추진 과정에서 보다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구매 시 지급되는 혜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충전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보조금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세금부과 체계 개편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휘발유보다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지만, 최근 국제유가는 떨어지고 있는 반면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이 예상되면서 이 같은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충전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보급 확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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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전기자동차 세금 논란]
1) 권용주,”[하이빔]자동차, 휘발유와 전기의 세금 논란“ 오토타임즈, 2020.07.28,http://autotimes.hankyung.com/apps/news.sub.
2) 김아사,”17조원 vs 0원… “교통세 왜 우리만 내나” 내연기관 차주들 분통”,조선일보,2022.07.25,https://www.chosun.com/economy/auto/2022/07/25/YNIQGXC6NZH5TOE2CHMWOYY6LA/.
[과세 형평성 문제]
1) 강상엽,”’교통세' 전기차는 한푼 안낸다…"美처럼 주행거리로 세금 매겨야"”,조세일보,2022.11.02,http://www.joseilbo.com/news/htmls/2022/11/20221102470127.html.
[주행거리세 도입이 필요한 이유]
1) 양연호,”전기차도 주행거리 따라 세금내야”,매일경제,2021.01.03, https://www.mk.co.kr/news/economy/9693311.
2) 유일지,”친환경車 과세, 주행거리세 도입 논의 꿈틀”,세정일보,2022.11.02,https://www.sejungilbo.com.
[주행거리세에 대한 의견]
1) 권용주,“자동차 휘발유와 전기이 세금 논란”,오토타임즈,2020.07.28, http://autotimes.hankyung.com/apps/news.sub.
2) 안태호,”기름값에 포함된 ‘도로 세금’…전기차에도 부과해야 할까”, 한겨레, 2022.04.11, https://www.hani.co.kr/arti/economy/car/1038309.html.
3) 우훈식, “가주. 유류세 대신 주행거리세 도입 검토”, 중앙일보, 2023.06.27, https://news.koreadaily.com.
[친환경 보급 확산 제동]
1) 권용주,“자동차 휘발유와 전기이 세금 논란”, 오토타임즈, 2020.07.28, http://autotimes.hankyung.com/apps/news.sub.
2) 배성은, ”보조금 줄고 충전요금 오르고···힘 빠지는 '전기차 메리트'”, 아주경제,2023.05.31, https://www.ajunews.com/view/20230530150140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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