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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태양광-태양열

건물 사이에 피어난 태양광

by R.E.F. 24기 유현지 2024. 9. 30.

건물 사이에 피어난 태양광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용대, 24기 유현지

 

[도심형 태양광 패널의 등장]

우리나라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설비는 주로 영·호남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전력수요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태양광 발전을 하더라도 송전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으면 태양광 발전의 출력제어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수도권 지역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 시설물로 인해 태양광 패널에 그늘이 지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류가 막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특히 도심의 경우 건물 사이의 간격이 좁기 때문에 화재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태양광 발전설비는 넓고 한적한 평지를 중심으로 설치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전기연구원의 연구진은 테셀레이션 구조와 형상기억합금을 적용한 태양광 패널을 개발했다. 해당 패널은 유연한 모자이크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도시의 다양한 건축물에 맞게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또한 형상기억합금 기술을 적용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최적화된 패널 형태를 구현하여 발전 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도심 환경에서도 태양광 패널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기존 태양광 패널 소개 및 문제점]

기존의 태양광 패널은 평평한 구조를 하고 있어 도심 환경에 설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도시는 고층 건물, 다양한 구조물, 나무 등으로 인해 공간이나 구조물의 형태가 복잡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태양광 패널은 건물의 지붕이나 평지에 설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설치 비용이 높을 뿐만 아니라, 많은 태양광 인프라를 설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자료 1. 도심 속 태양광]

출처 : 동아일보

또한 기존의 태양광 패널은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비싼 강화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감싸는 적층 구조 형태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는 내구성이나 수명에 한계가 있고, 화재의 위험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유연한 소재로 활용하기 어렵다.

더욱이 기존 태양광 패널은 항상 같은 각도를 유지하는데, 주변의 건물이나 나무 또는 해의 이동으로 인해 패널의 일부에 그늘(부분 음영, partial shading)이 생기면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그늘이 생긴 부분에서는 전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핫스팟(hot spot)’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자료 2. 직렬 연결 방식의 기존 태양광 패널]

출처 : 한국전기연구원

현재 태양광 패널은 태양전지 하나하나가 일렬로 이어진 직렬의 형태로 구성되는데, 한 부분에 그림자가 생기면 전지는 작동을 멈추게 된다. 이때 주변 전지에서 생산된 전류는 계속해서 작동을 멈춘 전지로 들어오지만, 모인 전류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어 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핫스팟’ 현상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패널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이 현상이 반복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자료 3. 태양광 패널의 직·병렬 혼합 연결 방식]

출처 : 한국전기연구원

이에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태양광 패널의 전기적 연결 방식을 기존의 전체 직렬 방식에서 설치 환경에 따라 직·병렬 혼합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늘이 진 상황에서도 높은 출력을 유지하고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셀레이션 구조 및 적용된 패널 장점 소개]

[자료 4.  테셀레이션 구조]

출처 : 지디넷코리아

기존 태양광 패널의 평평한 구조로 인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테셀레이션’ 구조가 등장했다. 테셀레이션(tessellation) 구조란 도형이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빈틈없이 평면 또는 공간을 전부 채우는 것으로, 벽과 길에 사용되는 타일이나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강화 유리 소재 대신 실리콘으로 태양전지를 밀봉한 뒤, 이를 연결하여 유연한 테셀레이션 구조를 만들었다.

[자료 5. 테셀레이션 구조의 태양광 패널]

출처 : RSC

위의 그림과 같이 테셀레이션 구조를 이용하여 아치형 또는 사각형으로 구부러진 3D 태양광 패널을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로 태양광 패널을 만들 경우 동일한 설치 면적을 사용하면서 수직 입사광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또한 패널이 구조적으로 곡선을 이루고 있어 입사광이 셀 사이의 간격을 통해 더 많이 통과하며, 이러한 빛이 반사판에 의해 다시 반사되거나 산란된다. 이를 통해 태양광 패널의 뒷면에서도 빛을 받아 추가적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아치형과 사각형 구조의 태양광 패널은 기존의 평평한 패널에 비해 각각 41%와 37%의 더 높은 에너지 출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6. 테셀레이션 구조의 활용]

출처 : YTN 사이언스

3D 테셀레이션 구조의 태양광 패널은 종이접기가 가능한 수준의 유연한 구조 덕분에 이를 활용하면 도시 건물, 벤치, 차광막 등 다양한 곳에 부착하여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의 타일과 유사한 테셀레이션 구조는 디자인적으로도 도시 환경에서 활용성이 높아 앞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형상기억합금의 구조 및 장점 소개]

태양광 패널의 발전량은 일사량에 비례하고, 같은 외부 환경에서도 패널이 태양의 법선 방향으로 위치할 때 발전량이 최대가 된다. 이처럼 태양광 패널의 발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간에 따라 태양의 위치가 변하더라도 패널이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료 7. 형상기억물질의 형상기억원리]

출처 : 에듀넷·티-클리어

한국전기연구원은 패널 표면에 형상기억합금(SMA, Shape memory alloy)을 부착하여 태양광 패널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스스로 추적하고, 빛의 입사각에 따라 패널 모양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서 형상기억합금이란 물질 자체가 갖는 원래의 모양을 기억하고 있어 모양이 변했다가도 일정한 온도가 주어지면 되돌아가는 물질이다. 

[자료 8.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변형되는 3D 테셀레이션 양면 패널]

출처 : RSC

형상기억합금은 외부 온도에 따라 고온 상(austenitic phase)과 저온 상(martensitic phase)으로 결정 배열이 변화한다. 따라서 태양광의 입사각에 따라 패널에서 발생하는 온도가 달라지므로, 각 온도에 맞는 테셀레이션 구조를 통해 최적의 형상을 기억시켜 태양광 패널이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효율 (기존 패널 = 100%) 테셀레이션 구조 테셀레이션 구조 + 형상기억합금
사각형 137% 145%
아치형 141% 147%

[자료 9. 태양광 패널 발전효율 비교 표]

출처 : RSC

해당 표는 한국전기연구원의 차승일 박사 연구팀이 ‘Royal Society Of Chemistry’에 발간한 논문을 참고하여 패널의 형태와 형상기억합금의 유무에 따라 발전효율을 비교한 표이다. 이를 통해 같은 테셀레이션 구조에서도 사각형보다 아치형 패널이 더 높은 효율을 보이며, 형상기억합금이 추가될 경우 태양광 패널의 발전효율이 더욱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테셀레이션 구조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단위셀이 필요하여 표준화된 제품 생산이 어렵고 복잡한 제조 공정이 요구된다. 현재 태양전지 모듈은 1와트(WH)당 10센트 초반의 가격으로 매우 저렴한데, 테셀레이션 구조를 사용하면 비용이 커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형상기억합금인 니켈-티타늄 합금은 가격이 비싸고 가공 조건이 까다롭다. 결국 대량 생산을 위해선 최적의 합금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후에 다양한 환경에서 구조적 안정성과 내구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실증 연구와 경제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도심형 태양광 패널이 갖는 의의]

현재 우리나라는 ‘송전망 부족’이라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국내에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더라도 보낼 수 있는 송전용량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과잉발전 시에는 수도권 지역에 보내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지게 된다. 게다가 지난 5월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서는 “AI의 영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30년에는 23년 수요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는데, 현재 2047년까지 경기 남부 지역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세워진 만큼 수도권 지역의 전력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도권 지역의 전력수요 증가와 송전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수도권 내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수력이나 풍력과 같은 규모가 큰 발전설비는 주민수용성 문제로 설치가 어려운 반면, 태양광 패널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특히, 이번에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새로 개발된 태양광 패널이 적용될 경우 수도권 지역의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이때 테셀레이션 구조를 활용하여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 활용될 경우 벤치, 차광막,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등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수도권 지역의 전력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


도심형 태양광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디자인과 태양광전력수요] 생활 속에 녹아든 태양광 시설", 20기 서범석,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20

 

[디자인과 태양광] 생활 속에 녹아든 태양광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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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로와 태양광 패널의 융합", 13기 문한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656

 

도로와 태양광 패널의 융합

도로와 태양광 패널의 융합 1. 대한민국의 태양광 산업 [사진 1. 산림을 파괴하여 설립된 태양광 발전소] 출처 : MBC [표 1. 올해 설립된 태양광 발전소] 출처 : 조선일보 국내의 여러 태양광 사업자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도심형 태양광 패널의 등장]

1) 한국전기연구원, 네이버블로그, “도시 환경에 최적화된 신개념 태양광 모듈 탄생”, 2024.07.10., https://blog.naver.com/keri_on/223507009238

[기존 태양광 패널 소개 및 문제점]

1) 정한교, “유연하고 강하다! 태양광 패러다임 바꾼 ‘도심형 모듈’ 탄생”, 인더스트리뉴스, 2024.07.10., https://www.industr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970

2) 한국전기연구원, 네이버블로그, “도시 환경에 최적화된 신개념 태양광 모듈 탄생”, 2024.07.10., https://blog.naver.com/keri_on/223507009238

[테셀레이션 구조 및 적용된 패널 장점 소개]

1) 권준범, ““송전망 필요 없다” 도시 자급자족형 태양광모듈 등장”, 2024.07.10.,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

2)  "테셀레이션",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28b6e203cf37409783c43bc690175235

3) 한국전기연구원, 네이버블로그, “도시 환경에 최적화된 신개념 태양광 모듈 탄생”, 2024.07.10., https://blog.naver.com/keri_on/223507009238

4) Seung I. Cha and 3 others, “Self-shape-transformable 3D tessellated bifacial crystalline Si solar cell module enabling extra energy gain through intervals and an integrated actuator”, Royal Society Of Chemistry, p. 1~9, 2021.11.

[형상기억합금의 개념 및 장점 소개]

1) 에듀넷·티-클리어, “형상 기억 물질”, https://www.edunet.net/nedu/contsvc/viewWkstContPost.do?contents_id=c66cf11c-a515-4481-99ed-b7b4770b0797&head_div=s2015w

2) 이상석 외 7명, “형상기억고분자의 응용”, 사이언스온, pp. 2, 2013.

3) 이상훈 외 3명, “고효율 태양광 위치 추적 장치에 관한 연구”, 코리아사이언스, pp. 1

4) 한국전기연구원, 네이버블로그, “도시 환경에 최적화된 신개념 태양광 모듈 탄생”, 2024.07.10., https://blog.naver.com/keri_on/223507009238 

5) Seung I. Cha and 3 others, “Self-shape-transformable 3D tessellated bifacial crystalline Si solar cell module enabling extra energy gain through intervals and an integrated actuator”, Royal Society Of Chemistry, pp. 1~9, 2021.11.

[도심형 태양광 패널이 갖는 의의]

1)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공개”, KDI 경제정보센터, 2024.05.31.,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52137

2) 유현지, “반도체의 핵심은 전력”,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24.07.01.,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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