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취재] 대제로시대, 이제는 빌딩도 에너지 제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정이진, 023기 김태현, 24기 유현지, 25기 구윤서, 26기 김승진, 김예은, 류호용
[건축물의 '에너지 다이어트',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실현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제로 음료, 제로슈거와 같이 ‘제로(Zero)’라는 단어를 마주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정 성분이 0이라는 의미를 주는 이 단어는 소비자들을 자극하기에 용이하다. 음료 속 당분이 0인 것처럼,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0인 이른바 ‘제로에너지’가 시도되고 있다.
앞으로의 인류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에 대한 탐색이 시급한 시점이다. 다시 말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대체에너지와 더불어 에너지의 자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자립을 위해서는 일상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생산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패시브 & 액티브 기술이다. 패시브 기술이란 외부 블라인드, 단열재 등 한번 설치를 통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 총량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감해 줌에 따라 효율적 에너지 관리를 도모하는 기술이다. 액티브 기술은 폐열회수환기장치, 터보냉동기 등 고효율 기계설비를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액티브 기술과 패시브 기술이 앞서 말한 에너지자립을 위해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여기서 액티브 기술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선제적 에너지를 패시브 기술을 통해 보완한다면 에너지자립을 이루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비록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자립을 이루는 것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으나, 에너지자립에 수렴하는 제로에너지빌딩(ZEB)이 대두되고 있다. 본 기사를 통해 제로에너지빌딩을 소개하고, 에너지자립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제로에너지빌딩(ZEB)이란?
제로에너지빌딩은 연간 에너지 사용량과 생산량의 합이 ‘0’인 건축물을 말한다. 건축물에서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자급자족하는 방식으로 사용량과 생산량의 합을 제로로 만든다. 그러나 건축물 내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의 종류와 소비량 포함 여부, 재생에너지 생산의 포함 여부 등, 제로에너지빌딩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검증하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나라마다 제로에너지빌딩을 정의하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2016년 개정된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 제2조(정의) 4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제로에너지빌딩을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로 정의한다. 이는 고단열, 고기밀 기술, 차양 시스템 등과 같은 패시브 기술을 활용하여 건물의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태양광 발전, 지열, 연료 전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폐열회수환기장치, 터보냉동기 등의 액티브 기술을 통해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는 건축물이다.
미국의 경우 1차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연간 사용되는 에너지양이 해당하는 부지에서 연간 생산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양보다 작거나 같은 효율적인 건축물로 제로에너지빌딩을 정의한다. 유럽연합에서는 난방, 냉방, 급탕, 조명, 환기 등에 대해 건축 및 설비적으로 매우 높은 에너지 성능을 갖는 건축물로 제로에너지빌딩을 정의하고 있다. 이때 제로에너지의 의미는 대지 내, 또는 인근 지역으로부터 생산된 신재생에너지가 포함된다. 일본은 제로에너지빌딩을 건축물과 설비의 에너지 절감 성능 향상과 부지 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연간에너지소비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건축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렇듯 제로에너지빌딩은 각국의 정책과 기술 발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에너지 소비량 감소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목표한다. 또한, 고효율 단열재와 고기밀 기술로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며,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여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초기 건설 비용이 높고 제로에너지빌딩 건축 기술과 경험을 가진 공학자 및 디자이너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자원을 절약하는 등의 환경적 이점과, 운영 비용 절감하고 장기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등의 경제적 이점도 제공한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의 제로에너지빌딩]
대표적인 제로에너지빌딩의 예시로는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있다. 에너지드림센터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도시형 신재생에너지원 보급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 9월 건립됐다. 에너지드림센터는 쓰레기매립장을 복원하여 만든 평화의 공원 내에 위치하며, 국내 공공 분야에서 만든 첫 제로에너지빌딩 사례이다.
[자료 1. 서울에너지드림센터의 전경]
출처: ⓒ 25기 구윤서
에너지드림센터는 패시브 기술과 액티브 기술을 활용하여 비교 건물 대비 에너지 소비를 70% 절감한다. 또한 에너지자립 100%를 목표로 소비량 전체를 태양광발전기로 생산하는 NET 제로에너지 빌딩으로 설계됐다. 에너지드림센터는 어떤 패시브 기술과 액티브 기술을 제로에너지 건축요 해소에 활용했는지 알아보자.
① 패시브 기술
패시브 기술은 건축 본체와 관련한 요소로 설치 후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에너지드림센터는 고효율 삼중 유리 창호와 단열재를 사용하여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절감에 기여했다. 또한 외부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해 하절기에 유입되는 일사 차단으로 냉방부하를 감소했다. 외부 전동 블라인드는 하절기에 효과적인 일사 차단 기능을 제공하여 냉방 부하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를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을 줄여 냉방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으며, 실내 온도를 더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여름엔 빛이 최대한 적게, 겨울에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건물 경사도를 66도로 설계했으며, 빛 반사율 60% 이상의 하얀 인조대리석으로 외벽을 마감했다.
[자료 2. 패시브 기술을 활용한 건축 요소]
출처 :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건축전문해설 자료집
② 액티브 기술
건축물에 설치된 기계, 전기, 설비와 같이 가동하기 위해 외부의 에너지가 필요한 액티브 기술도 건축에 사용됐다. 에너지드림센터는 대표적으로 지열에너지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땅속 50m 아래의 1,517도의 지중열을 이용하여 히트펌프로 냉난방을 제공한다. 겨울에는 히트펌프를 통해 35도, 45도, 55도의 물을 생성해 바닥 난방, 급탕, 공조기에 사용하고, 봄과 가을에는 1,517도의 지중열로 냉방을 한다. 또한 폐열 회수 환기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는 실내에서 배출되는 공기의 열을 회수하여 외부 공기와 열교환함으로써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이다. 겨울에는 실내 공기의 열 80%를 회수해 외부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물을 분사해 냉각한 후 실내 공기의 열 90%를 회수해 외부 공기를 더 시원하게 만든다. 또한 자동 조명 시스템을 통해 조명 에너지를 절감하며,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재실 센서와 태양광을 감지하는 조도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조명의 세기를 조절한다.
[자료 3. 액티브 기술을 활용한 건축 요소]
출처 :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건축전문해설 자료집
이렇게 에너지드림센터는 패시브 기술과 액티브 기술을 사용하며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생산하고 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의 초기 설립 목적은 교육적 기능보다 제로에너지빌딩으로서의 의의가 더 크다. 이용성 센터장은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제로에너지빌딩의 체계화와 민간 분야의 제로에너지빌딩 설립에 기여하였기에 상징적 의미를 넘어 확산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에너지드림센터는 제로에너지빌딩을 10년 넘게 운영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제로에너지빌딩의 최적화 운영 방안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로에너지빌딩이 중요한 이유
제로에너지빌딩은 연간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여러 건축적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건축물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첫 번째 답변은 가장 먼저 서울에너지드림센터의 이용성 센터장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용성 센터장: 서울시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고민을 할 때 어디서 온실가스가 제일 많이 발생하느냐 이걸 볼 건데, 서울도 보면 대개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 된 점이 있습니다. 공장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서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하려면 건물을 봐야겠다고 하면서 건물에 방점을 찍었어요. 그래서 이제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죠.
바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고효율 단열재, 고성능 창호, LED 조명 등 여러 에너지 절감 기술을 활용하여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체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화석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사용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에너지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건물 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한다. 이는 전통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인 화석 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 변화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터뷰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실제로 건물 부문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로에너지빌딩의 확산은 기후 위기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로는 전력망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초기 건축비용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외부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송전망 정전의 위험이 줄어들어 더 안정적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지속 가능한 건축은 더 나은 도시 환경과 실내 환경을 위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현세대가 에너지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제로에너지빌딩은 이러한 책임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방안인 것이다. 우리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경제적 및 환경적 이점을 제공하는 제로에너지빌딩에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을 통한 에너지자립의 가능성
지금까지 서울에너지드림센터를 바탕으로 액티브 & 패시브 기술과 제로에너지빌딩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필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패시브 요소와 액티브 요소의 상호 보완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에너지자립을 점차 이룰 수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의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지원이 뒷받침해 준다면 건물을 넘어 하나의 동네, 도시, 국가가 에너지자립을 실현할 것이라 기대된다.
제로에너지빌딩은 단순 에너지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여 친환경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건축의 혁신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숙제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인류는 제로에너지빌딩이 확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마주해야할 당장의 미래, 그러나 극복해 나가야할 미래는 다가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로에너지건축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고쳐 쓰는 건축, 그린 리모델링", 20기 권혜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535
2. "건물 발생 온실가스, ZEB빠르게 잡자", 19기 염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329
참고문헌
[제로에너지빌딩(ZEB)이란?]
1)추소현,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제로에너지 건축”, https://seouledc.or.kr/bbs/board.php?bo_table=7010
[서울에너지드림센터의 제로에너지빌딩]
1)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건축전문해설 자료집”, pp.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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