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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침수 시리즈] 전기차, 도시침수에 안전할까?

by R.E.F. 23기 김용대 2025. 3. 3.

[도시침수 시리즈] 전기차, 도시침수에 안전할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김용대

 

복합재해(複合災害, Compound Disaster)의 시작

[자료 1. 대한민국 도시화율(좌)과 서울시 불투수면적 현황(우)]

출처: 통계청 / 서울특별시

대한민국은 도시로 뒤덮이고 있다. 1955년 24.5%에 불과했던 도시화율은 1970년 50%를 넘어서더니 2010년에 90%를 돌파했다. 덩달아 서울시의 불투수면적도 50%에 근접하고 있다. 도시 내 아스팔트, 콘크리트, 건물 등의 인프라가 땅을 덮어 빗물이 흡수되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서 불투수면적이 증가하는 것이다. 불투수면적이 증가하면 빗물이 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관로로 유입된다. 여기서 문제점은 관로가 처리할 수 없는 비가 내려 ‘도시침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2023년 2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시침수 대책 입법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관로가 처리할 수 없는 비인 ‘극단적인 비’가 기후변화로 인해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10년(2011~2020년) 국내 자연재해 피해액 4조4192억원 가운데 홍수 피해액이 93%(4조1125억원)를 차지했다.

 

[자료 2. 빈도별 지속기간 강우자료 분석]

출처: ©23기 김경훈

*지속기간 60분, 빈도 50년 = 1시간(60분) 동안 내리는 비의 양이 50년 만에 내리는 강수량

*지속기간 60분, 빈도 100년 = 1시간(60분) 동안 내리는 비의 양이 100년 만에 내리는 강수량

‘극한 호우’는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인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mm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말한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비’가 증가한다는 것이 사실일까? 그래서 기자는 인천의 약 60년 간의 강우자료(1965~2023년) 분석해서 21세기 이후로 ‘극한 호우’가 더 빈번하게 내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1965~1994년 기간의 강우자료로 구한 지속기간 60분-빈도 50년의 강우는 약 82mm였지만, 1995~2024년 기간의 자료를 이용해서 구한 지속기간 60분, 빈도 50년의 강우는 약 97mm다. 이는 20세기 중후반에 내렸던 50년 만에 한 번 내렸던 비가 21세기 초인 오늘날에는 20~30년 만에 내리는 비가 됐다는 뜻이다. ‘극한 호우’가 점점 더 빈번하게 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3. 인천의 1964~2023년의 기온 변화와 극한 호우 그래프 비교]

출처: ©23기 김경훈

강하고 짧게 내리는 ‘극한 호우’ 빈도의 증가는 인천의 평균 기온 상승 그래프와 기울기가 양(+)으로 일치한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평균 기온 상승이 극한 호우의 빈도 증가에 영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다.

결국 지구온난화로 인한 평균 기온 상승이 극한 호우를 더 자주 내리게 했고, 동시에 도시화율 증가로 인한 불투수면적이 증가해 도시침수라는 복합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복합재해(複合災害)는 두 개 이상의 재해가 복합적으로 지역에 영향을 줘 피해의 크기를 증가시키는 형태이다.

 

복합재해는 전기차를 위협하는가

여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위험요소(도시화율, 불투수율, 극한호우)로 발생하는 복합재해인 ‘도시침수’는 전기차 보급과 관련해 또 다른 복합재해를 야기할 수 있다.

 

[자료 4. 국내 전기자동차 등록 현황]

출처: 국회도서관

우리나라의 전기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2024년 6월 기준 60만대를 넘어섰다. 서울시에서는 2024년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보급량 10만대를 달성했다. 서울시는 올해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교통 문화 정착과 다양한 차종의 보급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권 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시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고 시민생활에 밀접한 상용차와 대중교통 위주의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위험요소가 가득한 도시에 전기차가 들어섰을 때, 과연 전기차는 도시침수로부터 안전할까?

 

전기차는 침수에 안전할까

전기차는 400V 이상의 고전압을 가진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수분 접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감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의외로 침수에 안전하다는 인식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자료 5. 현대자동차 E-GMP 배터리 보호 설계]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배터리의 수밀·침수 시험

전기차 배터리는 출시 전 수분을 차단하는 수밀 시험과 침수 시험 등을 거친다. 그 예시로 현대모비스의 BSA(Battery System Assembly) 기술이 있다. BSA는 배터리 셀,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냉각팬, 전원차단장치 등이 하나의 모듈로 구성돼 있고, 배터리의 상태를 진단하거나 전력을 공급 및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BSA에 수분 유입을 확인하는 수밀 시험과 소금물에 배터리를 침수해 부식과 발화, 폭발 여부를 확인하는 침수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테스트한다.

[자료 6. 침수에 대비한 전기차 배터리]

출처 : 삼성화재 다이렉트 블로그

전기차 배터리 팩 방수 설계

전기차는 하부의 배터리팩과 커넥터 부분이 실링 처리가 돼 있어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고, 평상시에 BMS가 배터리에 이상이 생길 경우 릴레이를 통해 배터리를 제어하기 때문에 만약 배터리 팩 안으로 물이 들어올 경우 수분 감지센서가 작동해 전원을 차단한다.  특히 배터리를 보호하는 하우징은 기본적으로 수분으로부터 배터리 모듈을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하부 하우징에는 스틸, 상부 하우징에는 경량화를 위해 주로 알루미늄, 폴리머 복합소재 등이 적용되고 있다. 

 

[자료 7. IP등급 분류]

출처 : 위키피디아

제작사 및 차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팩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방진방수 IP67 등급에 해당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해당 등급은 일정 조건 하에 물에 잠긴 상태에도 사용이 가능한 정도이다. 그러나 침수 상태에서는 수압이 높아 방수 처리를 뚫고 차량 내부로 물이 유입될 수 있다. 수분감지센서가 있어 전원은 차단되지만, 장시간 물에 접촉될 경우 전자장비가 손상되거나 부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전기차 역시 침수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지난해 9월, 미국 남부에서는 ‘헐린’이라는 허리케인으로 인해 해수 침수가 발생했는데, 차고에 주차된 침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례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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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8. 전기자동차 충전부 안전장치]

출처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는 충전에 있어서도 방수기능을 갖추고 있다. 충전건 버튼을 통해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전류를 차단할 수 있고, 체결부에 실링처리가 돼 있어 액체 유입이 방지돼 있다. 또한 드레인홀이 내장돼 있어 비가 오더라도 충전구 내부의 액체를 배출할 수 있고, 만일을 대비해 체결이 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전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돼 감전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젖은 손으로 충전을 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해야 하고, 또한 비가 많이 올 때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만약 충전이 불가피하다면 지붕이 있는 충전소에서 하는 것이 안전하다.

 

[자료 9. 전기차 충전설비 전주기 안전관리 제도]

출처 : 전자신문

침수에 대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 - 설치 - 운영 단계로 나누어 '전기차 충전설비 전주기 안전관리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제조 단계에서는 충전시설에 침수대비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충전장치와 커넥터 등 부속품의 방진·방수 보호등급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표준과 동등한 수준으로 강화한다. 설치 단계에서는 과금형 콘센트 충전시설의 화재 예방을 위해 방적형 기준을 적용하고,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되는 충전시설에는 화재 확산을 초기에 진압하기 위해 소화기(D형)를 설치하는 등 전용 소화시설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운영 단계에서는 전기차충전시설의 정기검사 범위를 전기차 충전장치와 부속품까지 확대하고, 운영정보와 충전상태뿐만 아니라 안전 요소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통합 안전관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침수에 안전한 전기차 시대를 위해

[자료 10. 전기차 포비아]

출처: OpenAI ChatGPT

전기차 포비아(EV Phobia)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불안, 거부감, 또는 두려움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퍼지고 있다. 이제는 전기자동차를 기피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불신하고,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따라서 전기자동차가 침수된다면, 전기와 물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라고 단정짓기 쉽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전기차 배터리 팩은 철저한 방수 설계가 돼 있고, 출시 전 수밀 시험과 침수 시험 안전성을 검증받고 있다. 또한 배터리 팩은 일반적으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방진방수 IP67 등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정 조건 하에 물에 잠긴 상태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장시간 물에 접촉될 경우 손상 및 부식 발생의 위험이 있어 전기차가 침수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연기관 차량은 바퀴의 3분의 2까지 물에 잠겨도 괜찮지만, 전기차는 배터리가 바닥에 있기 때문에 물이 조금만 차올라도 배터리가 젖기 시작한다. 따라서 아무리 배터리 팩의 방수처리가 잘 돼있다고 하더라 물은 멀리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전기차가 차량 바퀴 절반 이상 잠겨 침수 위험에 처했다면, 최대한 고지대로 이동해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 좋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시동을 끄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만약 침수 피해를 입은 경우 소방서나 자동차 제조사의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기후변화 속 다양한 위험 요인이 동시에 혹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커져가는 전기차 포비아 속에서 팩트를 체크하고, 복합재해로부터 전기차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또한 전기차 소유주에게 위험요인에 대한 대비책을 정확히 고지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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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복합재해(複合災害, Compound Disaster)의 시작]

1) 박건희, "[바꿔쓰자!과학용어] ⑮집중호우→극한호우...기후 부문 용어", 동아사이언스, 2023.11.21,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2539 

2) 이정성, "통합 도시침수대책법 마련 입법토론회 열려", 에코저널, 2023.02.12, 
https://www.ecojournal.co.kr/m/view.php?idx=140586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2539

3) Lee, Jong-Ook, et al. “Analysis of the Potential Landslide Hazard after Wildfire Considering Compound Disaster Effect.” Journal of the Korea Society of Environmental Restoration Technology, vol. 22, no. 1,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Feb. 2019, pp. 33–45

[복합재해는 전기차를 위협하는가]

1) 기후환경본부-친환경차량과, "전기차 10만 대 보급 달성...안전한 전기차 시대 본격화", 서울특별시, 2025.01.24, https://news.seoul.go.kr/env/archives/561794

2) 송병훈, "우리나라 전기차 60만 대 넘었다... 전 세계 4000만 대 돌파", 2024.09.25, 
https://www.energy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808

[전기차는 침수에 안전할까]

1) 드라이트리, 브런치스토리, "전기차는 침수에 취약할까?", 2024.09.27,
https://brunch.co.kr/@drytree21/163

2) 류정, "전기차는 물 차면 감전? 침수 상황 대처법", 조선경제, 2022.08.09,
https://www.chosun.com/economy/auto/2022/08/09/XGL5OZKLKZENBMNRZMEO6AKKDA/

3) 변상근, "산업부, 전기차 충전 안전관리 방안 제시···전주기 제도 개선", 전자신문, 2022.11.30,
https://www.etnews.com/20221130000165

4) 성기호, "[침수차 폭탄]전기차, 바퀴 다 잠기면 감전되나요", 아시아경제, 2022.08.13,
https://www.asiae.co.kr/article/2022081209043170316

5) 엘제이, "집중 호우에 침수차 속출! 전기차는 안전할까?", 채널EV,
https://evinfra.oopy.io/6c1ca990-20c3-4498-8158-10a7c0c2d2b4

6) 이동원, "xEV 배터리 하우징 산업 동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pp. 30-39., 2016.10.

7) 전윤정, "장마철 전기차, 침수·감전에 더 위험하다?", 투데이신문, 2022.06.17,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454

8) 최성훈, "해수 침수 전기차···이렇게 하세요!", 전자신문, 2024.10.01, 
https://www.etnews.com/20240930000392

9) 한국교통안전공단, "전기자동차(EV) 안전성 평가 및 통합 안전 관리 기술 개발 기획 최종보고서", 국토교통부, pp. 53, 2022.06.

10) 현대자동차그룹, "지구 환경을 품은 미래형 모빌리티", 2021.12.28, 
https://www.hyundai.co.kr/story/CONT0000000000005041

11) 현대트랜시스, "비 오는 날, 전기차는 안전할까?", 2021.07.26, 
https://blog.hyundai-transys.com/178

12) ERIN, "전기차, 폭우 안전할까?", mydailybyte, 2022.08.09, 
https://www.mydailybyte.com/post/electric_vehicle_flooding

[침수에 안전한 전기차 시대를 위해]

1) 류정, "전기차는 물 차면 감전? 침수 상황 대처법", 조선경제, 2022.08.09,
https://www.chosun.com/economy/auto/2022/08/09/XGL5OZKLKZENBMNRZMEO6AKKDA/

2) 엘제이, "집중 호우에 침수차 속출! 전기차는 안전할까?", 채널EV,
https://evinfra.oopy.io/6c1ca990-20c3-4498-8158-10a7c0c2d2b4

3) 전윤정, "장마철 전기차, 침수·감전에 더 위험하다?", 투데이신문, 2022.06.17,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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