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탄소중립의 미래: 탄소 순환으로 지구의 운명을 읽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홍민서
기후변화를 이해하려면 '탄소'를 알아야 한다!
지구는 기권, 지권, 수권, 생물권, 외권이 복잡하게 상호 연결돼 하나의 시스템을 이룬다. 지구시스템의 각 요소는 되먹임(feedback)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기후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구시스템의 한 요소인 탄소는 기권, 지권, 수권, 생물권 등을 오가며 형태를 바꾸며 순환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탄소 순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탄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료 1. 지구의 기후시스템]
출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바로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는 두 개의 탄소와 하나의 산소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화합물로, 가장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는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에서 지표면으로 흡수되었던 태양열이 우주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흡수하거나 반사하여 지구 표면의 온도를 유지하는 ‘온실’ 역할을 한다. 본래 온실효과는 지구시스템 상에서의 에너지 평형 유지를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인류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점점 상승하는 지구온난화가 발생하게 된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에는 다량의 탄소가 들어있기에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며, 이에 따라 심화된 지구온난화는 극심한 가뭄, 홍수, 식량 위기 등으로 이어지며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를 야기하게 된다.
[자료 2. 지구온난화(온실 효과)의 원리]
출처: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류의 생존을 위한 ‘탄소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흡수량을 증대하여 순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고 1.5℃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각국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도록 하였다. 이에 한국 역시 2021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며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탄소 순환과 기후 전망의 불확실성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장애물을 고려했을 때 탄소 중립은 절대 쉽지 않은 목표이다. 더 나아가 전세계가 많은 노력을 통해 결국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데 성공한다고 가정해도, 본격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던 산업혁명 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구시스템의 균형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르 퀘레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지난 몇 년간 코로나 19로 경제활동이 감소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코로나 19의 이전보다 10% 정도 줄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오히려 약 3ppm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출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며, 그렇게 하더라도 이미 균형이 깨져버린 탄소 순환 시스템이 가져올 결과들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Plattener와 Knutti의 연구에 따르면 2100년에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지표면 온도는 오랜 기간 동안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아래 자료 3은 2100년 탄소 중립 달성 이후 지표면 온도와 육상 탄소 농도를 예측한 결과의 그래프이다. 지표면 온도는 오랫동안 감소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탄소 배출이 중단된 몇 백년 이후까지도 온도가 상승할 수 있다. 육상 탄소 농도 역시 탄소 중립을 이룬 뒤 오랜 기간 동안 높게 유지될 것이며, 농도가 감소하는 속도는 인류가 기대하는 바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자료 3. 2100년 탄소 중립 이후의 암울한 결과]
출처: AMSO
이미 오랜 시간 이어진 탄소의 과다한 배출로 인해 탄소 순환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끝이 아니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탄소 순환 시스템을 통해 기후 변화의 미래 이해하기
현재 배출된 이산화탄소 중 약 50%만 대기 중에 잔존하며, 이 중 30%는 해양에 의해, 나머지 20%는 토양에 의해 흡수된다. 즉 탄소 순환 시스템에 의해 지구온난화의 심화가 내생적으로 어느 정도 억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계속된 탄소 배출로 인해 탄소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고려하면, 미래에는 육상, 해양 생태계가 탄소를 이러한 속도로 계속 흡수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해양, 토양 시스템, 식물 등 현재까지 탄소를 흡수하는 ‘흡수원’으로 기능하던 시스템들이 오히려 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영구동토층의 영향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빙권의 영구동토층은 여름에도 녹지 않고 일 년 내내 항상 얼어있는 퇴적물, 토양 또는 기반암을 의미한다. 본래 영구동토층은 탄소를 저장하는 지구의 ‘거대한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해당 동토층에 저장돼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기재된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현재보다 심화되는 미래 시나리오에서 영구동토층은 초기에는 탄소 흡수원으로서 기능한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늦어지면 지표면의 온도가 증가하여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고, 이에 따라 영구동토층은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된다. 한 번 배출원으로 전환된 영구동토층은 이후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계속 탄소배출원으로 남게된다. 이처럼 영구동토층이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크게 저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료 4 . 영구동토층의 탄소 반응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출처: 서울대학교
탄소중립 이후의 암울한 미래
지구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화석연료를 배출하는 등의 활동으로 탄소의 농도를 상승시켰다. 탄소 농도의 변화로 인해 다시 해수면, 지표 시스템 등이 변화하게 되고, 이러한 탄소순환 시스템의 변화가 다시 탄소의 농도에 영향을 주며 ‘되먹임(feedback)’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탄소 순환 피드백은, 이미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류가 뒤늦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인류는 이러한 탄소 중립 이후의 ‘암울한 미래 가능성’을 인지하고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앞서 영구동토층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살펴보았듯, 탄소중립의 달성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의 ‘달성 시기’ 역시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지구 시스템에 미친 불균형과 피해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더욱 빠른 노력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시에 인류는 각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우리가 기대하는 바만큼 빠르게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에 환경 친화 정책의 단기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후 변화 대응을 멈추기보단,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간 활동에 의한 탄소 배출 외에도 지구시스템과 탄소 순환에 대한 이해까지 동반하여, 더욱 철저하고 정교하게 기후 변화 대응을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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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기후변화에서 탄소가 중요한 이유]
1)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http://www.nims.go.kr/?sub_num=857, (2025.04.10)
2) 김현정, “[소년중앙] 지구와 함께 시작된 ‘탄소순환시스템’ 무너진 균형 되살리려면”, 중앙일보, 2023.07.0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4334
3) 탄소중립 정책 포털, 탄소중립, https://www.gihoo.or.kr/menu.es?mid=a30101020000, (2025.04.10)
4) 2050 탄소중립 녹생성장 위원회, 2050 탄소중립, 2025.01.20., https://www.2050cnc.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69&boardNo=4505&page=1&searchCategory=&searchType=&searchWord=&menuLevel=2&menuNo=97
[탄소 순환과 기후 전망의 불확실성]
1)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http://www.nims.go.kr/?sub_num=857, (2025.04.10)
2) G.-K.Plattener 외, “Long-Term Climate Commitments Projected with Climate–Carbon Cycle Models”, Journal of Climate, Volume 21, pp. 2721–2751, 15 June 2008, https://journals.ametsoc.org/view/journals/clim/21/12/2007jcli1905.1.xml?tab_body=abstract-display
[탄소 순환 시스템을 통해 기후 변화의 미래 이해하기]
1) 국립기상과학원, 영구동토층이란 무엇이며 이것은 기후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http://www.nims.go.kr/?sub_num=866#:~:text=%EC%98%81%EA%B5%AC%EB%8F%99%ED%86%A0%EB%8A%94%20%EC%97%AC%EB%A6%84%EC%97%90%EB%8F%84,km%C2%B2%EC%9D%98%20%EB%A9%B4%EC%A0%81%EC%9D%84%20%EA%B0%80%EC%A7%84%EB%8B%A4, (2025.04.10)
2) 지구환경과학부 국종성 교수팀, 서울대학교 연구성과, “영구동토층, 뒤늦은 탄소중립 달성 이후에도 탄소 배출 지속... 기후 완화 노력에 ‘빨간불’(탄소중립 영구동토층)”, 2025. 2. 14., https://www.snu.ac.kr/research/highlights?md=v&bbsidx=15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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