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수소-바이오

아프리카와 수소의 만남

by R.E.F. 27기 이대현 2025. 4. 28.

아프리카와 수소의 만남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이대현

 

수소경제로 도약하는 대륙 아프리카

[자료 1. 대륙별 그린수 생산 잠재력 평가]

출처 : SK 에코플랜트 뉴스룸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내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에 한계를 느끼며,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이 새로운 수소 공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재생 가능한 수소 생산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들은 수소 산업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 간 협의체와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출범한 아프리카 그린수소 연합(African Green Hydrogen Alliance, AGHA)은 7개의 국가(이집트, 케냐, 나미비아, 모로코, 모리타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와 함께 대륙 차원의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정책 공유와 기술 협력의 중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잠재력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재생 에너지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전체 대륙 면적의 60% 이상이 연간 3,000시간이 넘는 일조량을 자랑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태양광 발전 가능성을 보유한 지역이다. 풍력 또한 북아프리카와 사헬지대, 남아공을 중심으로 높은 자원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각국은 수소 생산의 핵심 원료인 '청정 전기'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AGHA는 각국의 수소 관련 정책 및 프로젝트를 조율하며, 대륙 단위의 인프라 투자, 기술 표준화, 인력 양성 체계를 통해 일관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수소 생산을 넘어서, 아프리카가 수소의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소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핵심적인 발판이 된다.

[자료 2. 아프리카 대륙 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모식도]

출처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그린수소 생산의 높은 잠재력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아프리카 대륙의 북부, 남부 지역의 태양에너지, 풍력 에너지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는 저탄소 배출 수소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청정 전기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0년부터 10년간 균등화 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nergy, LCOE)이 태양광 발전의 경우 82%, 태양열 발전의 경우 44%, 육상 풍력 발전의 경우 약 40% 이상 감소했다. 아프리카의 북부 및 남부 사막과 반건조 지역은 균등화 발전비용의 감소로 인해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 생산에 필요한 청정에너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확인된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 수소의 경우, IEA가 2050년 전 세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한 양의 10배에 해당하는 연간 50억톤을 생산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의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단가를 낮춘 효과를 적용한다면 2030년 아프리카 수소 생산 비용은 $ 1.4~2.0/kg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북유럽의 생산 단가에 해당하는 $ 2.2~3.2/kg과 비교하여 매우 경쟁력이 있는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3. 아프리카 대륙 수소 생산 단가 및 잠재적 수소 공급량]

출처 : IEA(2022) 'Africa Energy Outlook'

 

대륙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수소 통로

아프리카의 수소가 진정한 글로벌 에너지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생산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바로 운송 인프라의 확보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 낮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기 때문에, 장거리 수출을 위해서는 액화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등 파생 연료 형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는 현재 주요 항만 도시를 중심으로 수소 수출 전용 터미널 및 냉각·압축 설비를 갖춘 수소 허브 항만 조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곳은 모로코의 탄제르 항구(Tanger Med Port)와 나미비아의 월비스베이 항 (Walvis Bay Port)다. 위 항만들은 이미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주요 물류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소 저장 및 선적 기능을 탑재한 ‘그린 터미널’ 구축이 추진 중이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과 협력한 이 프로젝트는, 양국 간 수소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2030년까지 연간 수백만 톤의 청정 수소를 유럽으로 운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에 설치된 국제 파이프라인은 북아프리카와 유럽 간 천연가스 운송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개조해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산과 운송 모두 중요한 논점이고 아프리카 대륙은 해당 문제 방지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실상이다. 

 

[자료 4. 아프리카 대륙의 수소 운송 방식]

출처 : Hydrogen Council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전략적 접근 

아프리카 수소 시장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실현 단계로 끌어올린 국가는 나미비아이다. 나미비아는 독일 정부와 협력하여 ‘남부 아프리카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약 100억달러 규모의 민관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수소 및 그 파생물인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나미비아의 수소 전략은 단순한 수출 지향에서 그치지 않고, 자국 내 정유, 철강, 비료 산업의 탈탄소화에도 활용될 예정이며, 이는 수소 기반 내수 시장 형성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기존의 석탄 중심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기 위해 수소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Hydrogen Society Roadmap’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분해 기술 상용화와 함께 플래티넘 촉매 기반 연료전지 산업 육성을 병행 중이다. 특히 남아공은 수소를 활용한 ‘Power-to-Gas’ 시스템을 통해 농촌 학교 및 병원에 전력을 공급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며, 이는 사회 기반 시설의 친환경화와 에너지 접근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녹색 전환의 그림자, 아프리카 수소 산업의 이면

아프리카의 수소 산업은 분명 대륙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중요한 기회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한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독일과 EU가 수십 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아프리카의 수소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녹색 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 5. 녹색 식민주의]

출처 : 뉴스펭귄

녹색 식민주의란, 선진국이 자국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자원과 영토를 일방적으로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용어다. 실제로 유럽은 2050년까지 수소 수요의 상당량을 아프리카에서 충당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에너지 수탈 구조를 청정에너지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튀니지와 모로코는 각각 2050년까지 연간 수백만 톤의 그린수소를 유럽에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정작 자국 내 산업 고도화나 에너지 접근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 설계는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수소 프로젝트의 수익이 실제로 지역사회에 어떻게 환원될지에 대한 투명한 계획이 부족하며, 이로 인해 현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배제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과 이익의 분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수소 산업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 지역 주민의 권리 보장, 기술 이전, 인프라 공유, 공정한 파트너십이 수반해야 한다. 국제 사회는 일방적인 ‘에너지 수입처’ 확보가 아닌, 공동의 녹색 미래를 위한 협력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프리카는 수소 산업을 통해 에너지 독립과 산업 주권을 확보하고, 진정한 의미의 ‘녹색 번영’, '그린수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에너지 민주주의, 21세기의 시민혁명", 27기 정환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761

 

에너지 민주주의, 21세기의 시민 혁명

에너지 민주주의, 21세기의 시민 혁명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정환교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기존

renewableenergyfollowers.org

2.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LCOH 최적화", 23기 김태현, 26기 김예은, 27기 김계환, 27기 이대현, 27기 이희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735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LCOH 최적화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LCOH 최적화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태현, 26기 김예은, 27기 김계환, 27기 이대현, 27기 이희원 수소 경제의 핵심 과제: 그린 수소와 생산 비용기후 위기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수소경제로 도약하는 대륙 아프리카]

1) 채희근, "산유국까지 가세! 수소경제, 누가 가장 앞서 있나?" SK 에코플랜트 뉴스룸, 2023.10.31,  https://news.skecoplant.com/plant-tomorrow/13645/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잠재력]

1) 전지성, "서부발전, 프랑스와 아프리카 재생e·그린수소사업 진출", 에너지경제신문, 2024.08.06, https://m.ekn.kr/view.php?key=20240806028388965

2)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아프리카 주요국의 수소산업 동향 및 시사점", 2022.12.07, https://nsp.nanet.go.kr/plan/subject/detail.do?nationalPlanControlNo=PLAN0000033885

[그린수소 생산의 높은 잠재력]

1) IEA. "Africa Energy Outlook", 2022.06, p140~156, https://www.iea.org/reports/africa-energy-outlook-2022

[대륙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수소 통로]

1) Hydrogen Council,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아프리카 수소 기회", 2024.03.28, https://hydrogencouncil.com/ko/the-africa-hydrogen-opportunity-for-a-just-transition/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전략적 접근]  

1) 강동수, "나미비아 수소마이크로그리드, 폐수 처리에 부생산소·여과기술 사용", 가스신문, 2025.01.03,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769

2) 이종수, "나미비아, 2030년 연간 200만 톤 그린암모니아 생산",월간수소경제, 2023.06.13, https://www.h2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1049

[녹색 전환의 그림자, 아프리카 수소 산업의 이면]

1) 김지현, "[녹색식민주의①] 21세기 석유가 된 친환경 에너지", 뉴스펭귄, 2023.06.09,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9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