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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수소-바이오

수소 사회의 혈관, 수소 유통 기술에 대하여

by R.E.F 27기 권준혁 2025. 4. 28.

수소 사회의 혈관, 수소 유통 기술에 대하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권준혁

 

수소 유통 기술이란?

화석 연료는 산업 혁명을 견인하여 인류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었으나, 화석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 위기는 도리어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화석 연료를 대체할 무탄소 청정 에너지원으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수소이다. 수소는 부산물로 오직 물만을 내놓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이며, 이미 자동차, 발전 등 여러 분야에서 상용화가 시작됐다. 이러한 수소를 수소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기술이 바로 수소 유통 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소는 대부분 고압의 기체 형태로 유통 및 저장되고 있으나, 고압 기체 수소는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소재로 저장 탱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과 에너지 밀도가 낮아 운송 효율이 낮다는 점, 안전에 대한 우려 등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고압 기체 수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차세대 수소 유통 기술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액화 수소,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고체 수소를 통한 수소 유통의 특징과 장단점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액화 수소를 통한 수소 운송 및 저장

액화 수소는 수소 온도를 영하 253도까지 낮추어 액체 상태로 운송 및 저장하는 기술을 이야기한다. 기체 수소에 비해 850배나 밀도가 높아 적은 부피로도 많은 양의 수소를 운반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대기압 조건에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액화 수소는 기체 수소에 비해 트레일러와 트럭을 통한 수소 운송 방식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

 

[자료 1. 고압 기체 수소의 비용 분석]

출처 : sciencedirect

위 사진에서와 같이, 고압 수소 탱크의 경우 운송 거리가 늘어날수록 트럭의 연료비와 통행료 등 변동비가 급증하여 수소 가격이 올라간다. 하지만 수소를 액화하여 운송할 경우 트럭 하나당 운송되는 수소의 양이 증가하므로, 규모의 경제에 의해 고압 수소 탱크에 비해 같은 양의 수소를 운반하는데 들어가는 운송비가 줄어들어 장거리 운송에 유리하다. 아래 그래프에서도 고압 수소 탱크는 거리가 증가할수록 운송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액화 수소는 비용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됨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2. 수소 운송 유형별 운송 거리에 따른 운송 비용]

출처: sciencedirect

액화 수소는 운송뿐만 아니라 충전소에서 활용될 때도 장점을 가진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액화 수소는 기체 수소보다 밀도가 높으므로 충전소에 더 많은 양의 수소를 비축해 둘 수 있다. 또한 탱크에 저장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이 더 많으므로 수소 충전 탱크를 교체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고압 수소가 최소 200기압 이상의 압력이 필요한 것과 달리, 액화 수소는 1~3기압의 압력만 필요하다. 따라서 압력을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도 적고, 설비가 단순하여 고장의 위험도 적으며, 기체 수소에 비해 폭발 위험성도 낮아 안전하다. 게다가 액화수소의 수소차 1대 충전 시간은 3분으로 기체수소보다 4배 빠르므로 일일 충전가능대수가 증가하여 수소충전소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액화수소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 온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이다. 수소 액화에 필요한 에너지는 5~10kWh/kg으로, 이는 고압 수소 탱크 방식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최대 14배, 액화한 수소를 연소했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약 30%에 해당하는 양이다. 애초에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만드는 데 전기 에너지가 손실되고, 수소를 액화하는데 30%의 에너지가 또 손실된다면 에너지 저장체로서 수소의 가치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액화 수소가 수소 유통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소 온도를 더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는 공정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LOHC를 통한 수소 운송 및 저장

액상유기수소운반체(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LOHC)는 액체 상태의 분자에 수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온도나 압력 조건을 바꿔서 분자에서 수소를 방출시키는 방식으로 수소를 운송 및 저장한다. 수소가 방출되고 남은 LOHC 분자는 다음 수소를 저장하는 데 다시 활용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LOHC의 한 종류인 메틸사이클로헥세인을 나타낸 것으로, 주황색으로 표시된 것이 탄소 원자, 청록색으로 표시된 것이 수소 원자이다. 수소를 저장할 때는 수소 기체를 톨루엔 분자에 결합시켜 메틸사이클로헥세인 형태로 저장한다. 아래 그림에서 왼쪽 톨루엔 분자에 비해 오른쪽 메틸사이클로헥세인 분자가 더 청록색 부분이 많은데, 그 차이만큼 수소가 저장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저장된 수소를 활용할 때는 다시 수소를 방출하고 메틸사이클로헥세인 분자는 톨루엔 분자로 돌아가고 또다시 수소를 저장하는 데 쓰인다.

[자료 3. LOHC의 수소 저장 원리]

출처: SAGE

LOHC는 비록 액화수소보다는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요구되는 에너지가 더 적고, 액체이기 때문에 여전히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액화 수소의 형태로 수소를 유통할 경우, 액화 수소 중 일부가 증발하여 손실된다. 액체의 표면적이 넓을수록 증발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저장 용량이 커질수록 증발로 인한 수소 손실은 액화 수소의 중대한 과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LOHC는 수소를 화학 결합으로 붙들고 있기 때문에 대용량으로 저장하더라도 수소 손실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LOHC의 단점도 존재한다. 먼저 에너지 요구량이 액화 수소보다는 적을지라도 탈수소화 반응이 흡열 반응이기 때문에 최대 400도에 이르는 고온 조건이 요구된다. 또한 LOHC의 수소화 반응과 탄수소화 반응에 사용되는 촉매로 현재가지는 백금과 같은 귀금속을 활용하고 있어, 비싼 촉매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LOHC 분자 자체도 가격이 싸지 않은 것도 과제이다. 게다가 톨루엔을 비롯한 일부 LOHC의 경우 인체 또는 환경에 유해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평상시에는 액체 상태여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만, 탈수소화 과정을 위해 온도를 높이면 일시적으로 기체 상태가 되고 공기 중으로 누출될 경우 인체나 환경에 피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 따라서 LOHC가 수소 운반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낮은 온도에서 탈수소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촉매를 비교적 저렴한 물질로 합성할 수 있어야 하고, 더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LOHC 물질이 개발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톨루엔이나 디벤질톨루엔과 같이 전통적으로 활용되던 화학 물질이 아닌, LOHC로 기능하기 위한 새로운 화학 물질을 발견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인공 LOHC인 2-(N-메틸벤질)피리딘의 경우, 화합물에 질소 원자를 추가하여 탈수소화 반응의 효율을 높인 결과 25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 조건에서도 탈수소화 반응이 일어난다. 이처럼 새로운 LOHC의 지속적인 발견에 힘입어 LOHC가 수소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체 수소를 통한 수소 운송 및 저장

고체 수소는 수소를 수소저장합금 또는 금속수소화물에 저장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소 자체를 고체로 만드는 것은 아니고, 수소 친화력을 갖는 금속 원소들과 전이금속을 조합한 합금의 결정격자 사이에 수소를 물리적으로 저장하거나, 수소를 금속과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수소를 저장한다. 다시 말해 고체의 금속 용기 안에 수소를 저장하는 방식인 것이다.

[자료 4. 고체 수소의 수소 저장 원리]

출처: sciencedirect

수소저장합금은 자세히 보면 결정 구조 사이에 미세한 공간이 있는데, 수소는 크기가 매우 작으므로 그 틈 사이로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들어간 수소는 온도와 압력 조건을 바꾸면 다시 수소저장합금 밖으로 나와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수소저장합금은 금속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같은 부피에 저장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은 액화수소보다도 높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고체 수소는 수소 운송보다는 한 장소에 머무르는 수소 저장에 특별히 유리하여, 충전소 보급 확대에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나 마그네슘처럼 비교적 가벼운 금속들로 만든 고체수소화물(Light Metal Hydride) 또한 고체 수소 유통 방식의 하나이다. 수소를 물리적으로 가둬서 저장하는 수소저장합금과는 달리, 고체수소화물은 금속과 수소의 화학 결합을 이용해 수소를 화학적으로 저장한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고체수소화물은 고체 수소의 특성상 단위 부피당 저장할 수 있는 수소의 양이 다른 방식에 비해 압도적인 것은 물론이고, 단위 질량당 저장할 수 있는 수소의 양 또한 수소저장합금의 수치를 훨씬 뛰어넘고 심지어는 액화 수소에 버금가는 수치가 보고되었다. 참고로 아래 그림에서 metal alloy는 수소저장합금, GH2는 고압 기체 수소, LH2는 액화 수소를 의미하며, wt%는 전체 물질의 질량에 대해 저장된 수소의 질량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자료 5. 수소 유통 방식의 종류별 단위 질량당,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 용량]

출처: sciencedirect

이러한 고체수소화물의 압도적인 수소 저장 용량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먼저 수소의 방출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수소 충전소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빠른 차량 회전을 위해 저장된 수소를 빠르게 뽑아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소 방출 속도가 느린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수소 방출을 위해 400도에 가까운 온도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큰 단점이다. 다만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들도 활발히 진행 중인데, 한 연구에서는 염화 전이금속을 수소화 리튬과 혼합하여 10wt% 이상의 수소 저장량을 유지하면서도 수소 방출 온도를 130도까지 낮춘 성과를 보인 만큼 고체수소화물은 수소 저장 방식으로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 최근에는 나노 기술의 발달로 나노 입자들의 합성이 가능해지면서 고체 수소의 나노구조화를 통해 반응속도를 향상시키는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 중인 만큼, 고체 수소 기술의 미래가 기대된다.

 

수소 유통 기술 없이는 수소 사회도 없다

산업이 성장하려면 생산, 유통, 활용에 이르는 전 주기 벨류체인이 고르게 발달하여 서로를 견인해야 하며, 이는 수소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 넥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는 이미 수소차와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소 활용 분야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과는 대조적으로, 수소 유통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수소차 보급률이 정체된 것은 다름 아닌 수소 충전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며, 이는 전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소 유통 기술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 현재 주력 유통 방식인 고압 기체 수소는 앞서 언급한 한계점들을 지니고 있고, 그로 인해 수소 충전소는 낮은 경제성과 주민 수용성으로 보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소 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지 않는다면 현재 수소차 보급률이 정체된 것처럼 수소 시장의 성장에 중대한 제약이 걸릴 것이다. 한국의 수소 유통 기술이 하루빨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수소 경제 구축의 결정적인 돌파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수소 유통 기술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수소를 암모니아로 옮긴다고?!", 20기 서범석, 윤지민, 황지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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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를 암모니아로 옮긴다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서범석, 20기 윤지민, 20기 황지영 [수소 전환, 필수!]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언젠가 고갈될 것이다. 때문에 수소를 연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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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가오는 수소경제사회, 액체수소를 주목하라!", 15기 김혜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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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수소경제사회, 액체수소를 주목하라! 15기 김혜림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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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액화 수소를 통한 수소 운송 및 저장]

1) 이민우, “액화수소충전 확산 세가지 이유는 안정성·용량·경제성”, 조선일보, 2021.09.14, https://it.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1091301813

2) Ling Wu 외, “Economic analysis of hydrogen refueling station considering different operation modes”, International Journal of Hydrogen Energy, vol 52, 1577-1591, 2024

3) Rupert Wickens, LFF Group, “Hydrogen – An Overview of the Issues associated with its Production, Storage and Transportation”, 2022.04.05, https://www.lffgroup.com/posts/hydrogen-an-overview-of-the-issues-associated-with-its-production-storage-and-transportation

[LOHC를 통한 수소 운송 및 저장]

1) Andy Lin 외, “Revolutionising energy storage: The Latest Breakthrough in 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s”, International Journal of Hydrogen Energy, vol 63, 315-329,  2024

2) SAGE, “Hydrogen Carriers”, 2024.02.14, https://research.cec.sc.edu/sage/blog/hydrogen-generation

[고체수소를 통한 수소 운송 및 저장]

1) 박상우, ‘수소특수모빌리티 상용화 앞당길수소저장합금 개발 가속“, 월간수소경제, 2024년 9월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919355

2) Sesha Srinivasan 외, “Light Weight Complex Metal Hydrides for Reversible Hydrogen Storage”, Advanced Applications of Hydrogen and Engineering Systems in the Automotive Indust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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