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시대, 보급량 확대를 위해서 수소도 분산형으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권준혁
지금은 분산에너지의 시대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류 문명이 급속한 전기화를 겪으며 전기 에너지 사용량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한국전력이 일괄적으로 전기를 사들이고 전력 수요처에 독점적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체계를 채택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는 전력 생산 지역과 전력 소비 지역의 지역적 분리로 이어졌고,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에 의존하여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또한 대부분의 전력 사용처가 수도권에 집중돼있음을 감안할 때, 현재의 전력 공급 체계는 에너지의 관점에서 수도권이 지방을 착취하는 구조로 이어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고, 전력 계통 포화로 더 이상 지방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나를 수 없게 되자 ‘분산에너지’라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분산에너지는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그 지역 주변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공급 체계를 의미하며,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체계와는 반대된다. 분산 에너지가 활성화될 경우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고, 발전원의 분산화에 따라 중앙 계통에 문제가 생겨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대규모 발전 방식 외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중소 규모의 발전원을 활용함에 따라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료 1. 분산에너지의 개념]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이러한 분산에너지는 주로 전력 공급과 관련지어 사용되던 개념이지만, 이제는 점점 그 범위를 확대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분산에너지의 개념을 확대해야 할 대상은 바로 ‘수소’이다. 전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형태의 에너지이고, 전기화 비중도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전기의 비중은 26.8%이고 나머지 73.2%는 여전히 직접 연소 형태로 소비된다.
비록 전통적으로 직접 연소 형태로 에너지를 소비하던 수송 부문이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전기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화물용 트럭, 선박, 항공기 등 대형·장거리 운송수단은 배터리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대안적 에너지 공급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확대되면 기상상황의 영향으로 인한 전력 공급의 변동성이 심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주야간, 그리고 계절 간의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받는 대체 에너지원이 바로 수소이다. 수소는 에너지를 화학 결합 형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배터리보다 에너지의 대용량·장기간 저장에 유리하며, 부산물로 물만을 내놓는 무탄소 에너지원이다.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등 수소 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국내 수소 산업의 성장세는 높은 수소 가격과 미비한 인프라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산에너지는 수소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온사이트 vs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
수소의 생산은 온사이트와 오프사이트로 나뉜다. 온사이트는 수소를 활용하는 곳에서 직접 필요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하고, 오프사이트는 수소 생산 단지에서 수소를 생산한 뒤 수소 수요처로 수소를 운송하는 방식이다. 수소 발전소, 수소환원제철, 수소 충전소 등 다양한 수소 수요처에 대해 온사이트와 오프사이트를 논할 수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수소 충전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아마도 한국이 수소 경제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가 바로 수소 충전소일 것이다. 수소 충전소는 수소 자동차라는 수소 경제의 굉장히 큰 축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높은 수소 가격으로 인해 수소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수소 충전소 사업자들도 정부의 보조금이 없으면 이윤이 거의 남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소 보급량 확대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 충전소는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로, 충전소 외부에서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수소를 공급받는다. 반면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는 수소추출기나 전해조를 함께 설치하여 수소 충전소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는 생산과 유통을 한 장소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수소 운송 비용이 없다. 현재 수소 가격이 kg당 8,000~9,0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운송 비용은 수소 가격의 약 30~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들은 거리에 따른 운송 비용의 증가로 인해 대규모 수소 생산 기지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지역별로 수소 판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음을 고려하면,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는 운송 비용 절감으로 인한 수소 가격 인하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수소 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효과까지 있다. 현재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같은 장소에서 이뤄지지 않더라도 같은 지역에서 이뤄지면 분산에너지로 인정받기 때문에,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라고 해도 일부는 분산에너지로 분류될 수 있지만,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소를 공급할 능력을 갖춘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야말로 분산에너지 트렌드에 진정 부합하는 미래지향형 수소 충전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와 다르게, 개질기나 전해조 등 수소 생산 설비와 수소 저장을 위한 압축 또는 액화 설비를 추가로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충전소 부지 면적도 더 넓어야 한다. 만약 수소를 수전해로 생산할 경우,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는 수소 생산 시설은 재생에너지가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입지시켜 전력 단가를 줄일 수 있고 생산된 수소는 여러 수소 충전소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는 각 수소 충전소마다 재생에너지와 연결되는 송배전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경우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에 비해 전력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의 전기요금은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에 비해 약 40% 더 높게 나타난다. 또한 그린 수소 가격의 약 40~70%가 전기 요금임을 고려하면, 이러한 전기 요금의 상승은 경제성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는 그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낮은 경제성으로 인해 수소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온사이트 수소 생산을 위한 혁신 기술
온사이트 수소 생산이 현재는 오프사이트 수소 생산 방식에 비해 경제성 측면에서 많이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소 충전소와 같은 중소규모 수소 수요 시설에서 장기적으로는 오프사이트보다 온사이트 수소 생산 방식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까닭은 최근 개발되고 있는 혁신 기술들 때문이다.
첫 번째는 광촉매를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이다. 광촉매를 활용한 광화학적(photochemical) 수소 생산 방식은 햇빛으로 물을 직접적으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의 태양광 연계 수전해의 경우, 햇빛의 에너지를 태양광 패널이 전기로 바꾸고 그 전기를 다시 전해조를 사용해 수소로 바꾸는 과정이 설비의 복잡도를 더했지만, 광화학적 수소 생산의 경우 광촉매와 물만 있으면 수소를 만들 수 있어 구조가 훨씬 단순하다. 이러한 특징은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규모의 분산형 수소 생산에 더욱 적합하다. 다만 햇빛에 의해 촉매가 변형되는 문제와 산소 기체와 수소 기체가 함께 발생하여 섞이는 문제, 수소 생산 규모가 작다는 부분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광화학적 수소 생산 방식에 산화 반응과 환원 반응이 분리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의 원리를 접목한 기술이 광전기화학적(photoelectrochemical) 수소 생산 방식이다. 광전기화학적 수소 생산 방식은 수전해 설비와 마찬가지로 산화극과 환원극, 외부 도선이 존재하며 수소와 산소가 각각 다른 전극에서 발생한다. 다만 햇빛에 대한 광촉매의 반응을 이용하여 물을 분해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전력망에 접속하지 않고도 소형 태양광이나 배터리와 같은 소규모 분산형 전원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화학적 방식과 마찬가지로 햇빛을 바로 이용하는 것이다. 광전기화학적 수소 생산 방식은 비록 광화학적 수소 생산 방식보다 구조는 복잡하지만 앞서 언급된 광화학적 수소 생산 방식의 한계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자료 2. 광화학적 수소 생산 방식(좌), 광전기화학적 수소 생산 방식(우)]
출처: springer
광화학적 방식과 광전기화학적 방식은 외부 전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전기 가격과 송배전 인프라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는 물론이고 일반 주택에서까지 분산형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더 나아가서 수소 생산 설비의 공간적 제약을 줄임으로써 수소 생산량 확대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고압 수전해 기술이다. 수소는 기본적으로 매우 높은 압력으로 보관되기 때문에, 기존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들은 생산된 수소를 고압 탱크에 저장할 수 있도록 압축하기 위한 설비가 추가로 필요했으며, 이는 수소 충전소의 공간적 효율성을 저해하고 초기 투자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수백 기압의 고압 조건에서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고압 조건에서 수전해를 수행할 경우, 생성되는 수소 기체의 압력이 이미 높기 때문에 별도의 기계식 압축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생산된 수소를 저장하는 과정이 단순해져 초기 투자 비용이 줄어들고, 수소 저장 설비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전문성도 줄어든다.
다만 생성된 수소 기체를 바로 저장하려면 최소 350기압이라는 매우 높은 압력에서 수전해를 수행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그 정도의 압력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우므로, 기계식 압축 설비는 필요하지 않지만 전기화학적 압축설비 (Electrochemical Hydrogen Compressor, ECHC)나 흡수-방출 순환 압축설비(Cyclic Absorption-Desorption Compressor, CADC) 등 화학적 압축 설비는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고압 조건에서는 수전해 셀의 안정성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아 압력을 높이면서도 수전해 셀의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자료 3. 수소 생산 압력에 따른 수소 저장 방식]
출처: sciencedirect
수소도 분산에너지 트렌드를 따른다
앞서 살펴봤듯 아직까지는 기술 성숙도가 낮아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가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중소규모 수소 수요 시설에서는 온사이트 방식이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앞서 다룬 기술들은 외부 전원과의 연결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 생산 설비를 지을 때마다 송배전 설비를 함께 지을 필요가 없다는 매우 중요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신규 수소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제약 조건이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수소 생산 시설과 그에 따른 수소 생산량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그린 수소 공급량은 목표치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지만, 온사이트 수소 생산은 유통비 절감으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는 물론이고 수소 공급량 확대 효과까지 일으켜 수소 사회의 장애물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대규모 수소 생산 단지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해야 하지만, 분산형 수소 생산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수소 충전소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집에서도 수소를 생산하여 직접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 우리의 집이 곧 우리만을 위한 온사이트 수소 충전소가 되는 셈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분산형 수소 생산 기술은 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료전지 발전소나 수소환원제철과 같이 수소가 대규모로 필요한 산업을 위한 대규모 수소 생산 단지 또한 여전히 필요하다. 즉 온사이트 수소 생산 방식과 오프사이트 수소 생산 방식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수소 사회에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 함께 발을 내딛는 관계인 것이다. 이처럼 분산형 수소 생산 기술이 기존의 수소 생산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며 세계가 하루빨리 탄소 경제에서 수소 경제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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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지금은 분산에너지의 시대]
1) 한국에너지공단, “분산에너지 활성화”, 2023, https://www.energy.or.kr/front/conts/105002001024000.do
2) Enterdata, “Share of electricity in total final energy consumption”, 2024, https://yearbook.enerdata.net/electricity/share-electricity-final-consumption.html
[온사이트 vs 오프사이트 수소 충전소]
1) 정세영, “(기자의 눈) 온사이트 충전소, 수소인프라 조기구축의 초석되길”, 전기신문, 2021.05.26,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737
2) 한상원, “[기획]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 수소수급문제 대안될까”, 가스신문, 2025.05.07,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023
3) Lazard, “Lazard’s Levelized Cost of Hydrogen Analysis—Executive Summary”, Lazard’s Levelized Cost of Hydrogen Analysis—VERSION 2.0, page 1, October 2021
4) Stathis Alexandrou, “Comparative Analysis of On-site vs Off-site green-Hydrogen Value Chain Scenarios to cover projected Aviation demand”, Master of Science Thesis(KTH School of Industrial Engineering and Management), 2022
[온사이트 수소 생산을 위한 혁신 기술]
1) Mohd Nur Ikhmal Salehmin et al, “High-pressure PEM water electrolyser: A review on challenges and mitigation strategies towards green and low-cost hydrogen production”, 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 vol 268, 2022
2) Shahzer Imran et al, “Emerging trends in water splitting innovations for solar hydrogen production: Analysis, comparison, and economical insights”, International Journal of Hydrogen Energy, vol 7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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