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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전기차-연료전지

안전한 배터리의 실현 가능성

by R.E.F. 25기 백선우 2025. 6. 26.

안전한 배터리의 실현 가능성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백선우

 

고에너지 시대의 그림자, ‘안전’이라는 숙제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는 탄소중립을 앞당길 핵심 인프라로 꼽히지만, 최근 잇단 화재폭발 사고는 ‘배터리 = 잠재적 폭탄’이라는 불안을 증폭시켜 왔다. 2024년 국내 화재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33건, 고정형 ESS 화재는 12건으로 집계돼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글로벌 공급망이 요구하는 주행거리·출력 경쟁은 멈추지 않는다. 제조사는 고에너지·고밀도 셀을 계속 밀어붙이고, 각국 정부는 규격‧인증 문턱을 높이고 있다. 본 기사는 (1) 화재 메커니즘과 통계, (2) 핵심 기술의 현황, (3) 규제 변화와 인증 절차를 종합 진단해 ‘안전한 배터리’의 실현 가능성을 살펴본다.

[자료 1. 전기차 화재 사고 및 진화 방법]

출처 : 연합뉴스

 

열폭주, 어디까지 왔나: 사고 사례와 원인 분석

열폭주(thermal runaway)는 ▲전기적(과충전·내부 단락) ▲기계적(충격·파손) ▲열적(외부 가열) 스트레스가 축적돼 셀 내부 발열 가스 발생압력 상승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2023년 민관 합동 조사단은 ESS 5건 중 4건이 셀 내부 단락 기인이라고 결론지었고, 나머지 1건은 시스템 결함으로 판정했다. 자동차 쪽으로 눈을 돌리면 2018~2025년 국내 EV 화재 137건 중 71%가 충·방전 상태에서, 29%는 주차 중 정지 상태에서 발생했다. 열폭주가 전파되면 130°C 전·후 분리막 수축, 200°C 이상 전해액 분해, 250°C 이상 금속 음극 용융 등 단계적 반응이 가속화돼 ‘셀→모듈→팩’ 순으로 확산된다. 이에 업계는 셀 레벨과 팩 레벨 모두에서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핵심 기술 현황: 소재 혁신 vs. 시스템 제어

① 고체전해질: 액체가 없다는 안전 프리미엄

토요타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적용한 2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2027년 상용화” 목표로 제시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데미츠가 2027년 완공 목표로 황화리튬 생산설비(연 5만 톤)를 짓고 있다. 삼성SDI도 수원 R&D 센터에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며 900Wh/L 에너지밀도를 시현, 2027년 대량 생산을 선언했다. 비가연성 고체전해질은 전해액 기화에 의한 열폭주 개시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본질 안전’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② 세라믹·열차단 분리막: 다층 방어막

LG에너지솔루션의 SRS®(Safety Reinforced Separator)는 표면에 알루미나 세라믹을 코팅해 200°C에서도 90% 이상의 치수안정성을 유지, 수축 단락을 방지한다. 연구 보고서는 세라믹 코팅이 기존 PE/PP 분리막 대비 열수축을 20~25% 줄여준다고 분석한다. 최신 학계에선 열차단-열저장 복합분리막·이중 상변화(PCM) 분리막 등 액티브 방식이 제안돼, 특정 임계온도(≈135°C)에서 마이크로스피어 팽창으로 공극을 봉쇄하거나 열을 흡수해 반응 지연 효과를 노린다.

③ AI BMS·내장형 소화 시스템: 실시간 예측 제어

전통 BMS는 전압·온도 상한치 기반의 ‘사후 방어’였다. 최근 AI 기반 플랫폼은 전류 파형·임피던스·가스 센서 데이터를 학습해 열폭주 징후를 수초 단위로 예측, 능동 냉각·세이프티 로직을 실행한다. AI BMS가 데이터 기반 잔존수명·이상 패턴을 학습해 화재 리스크를 선제 차단한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형 배터리 시스템 어셈블리(BSA)에 내장형 분사 소화장치와 BMS를 통합, 열폭주 초기 5분 이상 전파 방지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④ 차세대 배터리: Sodium Ion Battery

소듐 이온 배터리는 작동 전압이 2.8 V 내외로 낮아 전해액 열분해 위험이 줄고, 저온 특성이 우수하다. 다만 ‘소듐 = 무조건 안전’은 오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층상 산화물은 열폭주 개시 온도가 180°C 이하로 보고되며, 전해액 조성에 따라 독성가스(HF·HCN) 배출 우려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원재료·공정 친환경성, 탄소발자국 측면에서 EU 규제 대응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 규제와 표준

EU 규제는 설계 단계부터 지속가능성 전 주기를 평가하는 ‘Battery Passport’를 요구한다. 이미 볼보는 2024년 EX90에 세계 최초 패스포트를 도입해 소재 원산지·재활용 함량을 공개했다. UL 9540A 개정은 셀 간 전파 기준을 정량화(총 에너지 방출량, 비산 입자 크기)해 가속 실험 결과를 코드(NFPA 855)와 연결한다. 한국 기업은 북미 ESS 진출 시 UL 9540A와 NFPA 855 동시 충족이 필수이며, 전고체·소듐 이온 등 신계열 배터리도 초기 설계부터 시험 프로토콜을 내재화해야 한다.

 

안전과 성능의 상생

배터리 산업은 ‘Wh/L’과 ‘안전지수(Safety Index)’라는 이중 트랙에서 진화를 강요받고 있다. 고체전해질, 세라믹 분리막, AI BMS 등 다층 방어 전략은 열폭주 확률과 전파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이고 있지만, 완전한 ‘제로 화재’까지는 소재 공정시스템 통합 최적화가 필수다. 규제 측면에서는 사고 기반(reactive) 규정에서 데이터 기반(proactive) 규정으로 패러다임이 이동 중이며, 디지털 배터리 패스포트가 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국 밸류체인은 소재 장비 경쟁력을 앞세워 새로운 안전 표준을 선도할 기회를 가졌지만, 탄소·순환 경제 요구와 인증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결국 ‘고에너지 고안전’이라는 모순적 목표는 기술 혁신+프로세스 혁신+규제 대응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현실이 된다.



배터리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넘어야만 하는 중국發 배터리", 25기 백선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830

 

넘어야만 하는 중국發 배터리

넘어야만 하는 중국發 배터리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백선우 중국과 한국의 격차세계 배터리 시장의 저울추는 중국 쪽으로 기울어 있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2025년 1∼3월 글로벌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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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터리 여권: 지속 가능한 배터리 산업을 위한 열쇠", 27기 천혜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741

 

배터리 여권: 지속 가능한 배터리 산업을 위한 열쇠

배터리 여권: 지속 가능한 배터리 산업을 위한 열쇠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천혜원  배터리 여권과 배터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 전기차와 ESS의 확산으로 배터리 산업이 급격히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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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고에너지 시대의 그림자, ‘안전’이라는 숙제]

1) 김윤희, ZDNet Korea, "'완충' ESS 화재 지속 발생충전율 제한 조치 무시돼”", 2024.10.07, 
https://zdnet.co.kr/view/?no=20241007084436](https://zdnet.co.kr/view/?no=20241007084436

2) 천현수 기자, "전기차 화재 위험 낮은 전고체배터리 개발", KBS 뉴스, 2023.05.1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78144

[열폭주, 어디까지 왔나: 사고 사례와 원인 분석]

1) 성지온, 시장경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열 폭주 방지 기술 '주목'", 2024.08.21, https://www.meconom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9130

2) 이호길, 동아사이언스, "소재 간격 '밀당'으로 화재위험 적은 전고체 배터리 수명 늘렸다", 2025.05.30,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71977

[핵심 기술 현황: 소재 혁신 vs. 시스템 제어]

1) 강태우, 연합뉴스, "LG엔솔·삼성SDI, '전고체배터리' 출시 속도…"양산기술에 집중"", 2025.03.05, https://www.yna.co.kr/view/AKR20250305125900003

2) 이호길, 정현정, 전자신문,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기술 바꾸나…롤프레스 투자 강화", 2025.06.08, https://www.etnews.com/20250605000027

3) 정동훈, 아시아경제, "세라믹 코팅 분리막으로 음·양극 접촉 차단배터리 화재 방지 사활", 2024.08.12,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81209164561824

[국제 규제와 표준]

1) 법률신문, "EU 배터리법(EU Battery Regulation), 2024년 시행 예정", 법률신문, 2023.04.03, https://www.lawtimes.co.kr/LawFirm-NewsLetter/186511

2) 해양한국, "IMO, '컨'선과 전기차운송선박 화재 안전강화 국제동향", 해양한국, 2025.03.25, https://www.monthlymaritime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53616

[안전과 성능의 상생]

1) 김진원, 한국경제,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기술 공개", 2025.03.02,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0283241

2) 박시하, 아시아타임즈, "잇따른 전기차 화재...열폭주 없는 '전고체 배터리' 누가 먼저 양산하나", 2024.11.20,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41120500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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