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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025] AI가 촉발한 전력 위기, 해법은 '지능형 분산망'… "수익 모델과 민간 참여가 관건"

by R.E.F. 23기 김경훈 2025. 10. 18.

AI가 촉발한 전력 위기, 해법은 '지능형 분산망'… "수익 모델과 민간 참여가 관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지난 17일 서울 코엑스 A홀에서 ‘에너지를 위한 AI(AI for Energy)’를 주제로 SEP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노철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종율 한국전기연구원 에너지플랫폼연구센터장, 임일형 LS일렉트릭(LS ELECTRIC) 전력연구개발본부장이 연사로 나서 AI 시대의 에너지 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AI가 촉발한 전력 위기, 해법은 'AI 오케스트레이션'에 있다"

노철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새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 제시

[자료 1. 노철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발표]

출처: ⓒ23기 김경훈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전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야기하며 에너지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철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AI를 활용한 에너지 전환 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등이 유발하는 전력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장주기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와 함께, 복잡한 에너지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기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노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가하는 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자력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특히 24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장주기 ESS의 역할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더불어 전기차 가정용 완속 충전, 히트 펌프 보급 확산 등 새로운 전력 수요 패턴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 연구원은 단순히 머신러닝을 이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은 명확한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 효율화는 새로운 가치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에너지 자원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조율하고 통제하는 지휘자 역할의 ‘AI 오케스트레이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노 연구원은 미국의 사례를 들며 AI를 핵융합과 같은 파괴적 혁신 기술 개발에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은 미래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낡은 전기사업법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혁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정책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AI가 촉발한 전력 위기, 해법은 'AI 기반 분산 전력망'

김종율 한국전기연구원 센터장, "AI, 단순 도구를 넘어 전력망 운영의 핵심 주체로 진화해야"

[자료 2. 김종률 한국전기연구원 에너지플렛폼연구센터 센터장 발표]

출처: ⓒ23기 김경훈

인공지능(AI)이 야기한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전력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김종율 한국전기연구원 에너지플랫폼연구센터장은 'AI가 바꾸는 에너지 - 현황과 기술적 과제' 발표를 통해,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탈피해 AI가 운영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분산형 전력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센터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하며,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경에는 한국의 연간 총소비량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의 전력망, 특히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데이터센터와 같은 새로운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주민 수용성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문제의 핵심은 전력망"이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분산형 전력망'을 제시했다. 이는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멀리까지 보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태양광을 비롯한 분산 에너지를 수요지 인근에 설치하고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지산지소, 地産地消)'하는 개념이다. 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통해 각 지역이 독립적으로 에너지를 운영하면, 국가 기간 송전망의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산형 전력망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 바로 AI 기반의 '에너지 플랫폼'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AI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을 최적화하는 '도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AI가 코드의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고 최적의 운영 방안까지 생성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미국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개발 중인 'AI 코파일럿(Co-pilot)' 시스템처럼, AI가 인간 운영자와 협력하여 전력망의 위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검증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성공적인 AI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을 제시했다. ▲양질의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확보하는 문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력 시스템의 보수성을 넘어설 AI의 신뢰성 검증 체계 마련 ▲공용망 사용에 따른 사이버 보안 위협 대응 ▲에너지와 AI를 모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이며 발표를 마쳤다.

 

"AI 에너지, '공급' 아닌 '수요' 예측이 돈 번다… 민간에 기회 열어야"

임일형 LS ELECTRIC 팀장, 산업계 관점에서 본 현실적 AI 활용법과 규제 완화 촉구

[자료 3. 임일형 LS ELECTRIC 전력연구개발본부장 발표]

출처: ⓒ23기 김경훈

AI를 통한 에너지 산업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기술적 환상에서 벗어나,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민간의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일형 LS ELECTRIC 에너지DX사업개발팀장은 'AI와 에너지 산업의 전환시대' 발표를 통해, AI는 만능 해결사가 아닌 '인간을 편하게 하는 도구'라는 현실적 시각을 제시하며, 기술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을 강조했다.

임 팀장은 국내 계통이 포화 상태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365일 24시간 내내 포화인 것이 아니라 특정일, 특정 시간대에만 문제가 발생한다"고 핵심을 짚었다. 그는 이 순간적인 계통 혼잡과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이크로그리드 도입의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간 발전량이 사용량보다 많다고 해서 마이크로그리드가 되는 것이 아니며, 가장 필요한 '피크 타임'에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는 것이 핵심 편익이라는 것이다.

특히 임 팀장은 현재 에너지 분야의 AI 기술이 재생에너지 '공급량' 예측에만 치중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수요자가 전기를 어떻게 쓸지 알아야 공급 계획을 세우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결국 돈이 되는 사업 모델은 AI를 활용한 정확한 ‘수요 예측’에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소비 패턴 예측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 투자 기준을 세우고 사업성을 평가해야만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무조건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은 통신 지연(latency) 문제와 '데이터 주권'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수도권 내에서 유연하게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팀장은 현재 유럽 유틸리티 기업들이 겪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 소용돌이 현상)’을 언급하며, 전통적인 관(官) 주도의 에너지 산업 구조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정책도 ‘돈이 안 되면’ 산업계는 움직이지 않고 투자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민간에 과감히 기회를 열어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하게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전환과 규제 혁신이 이루어져야 미국이나 유럽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고 촉구하며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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