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에 적합한 혁신적인 에너지 저장방법, P2G(Power to Gas)
■ 에너지저장시스템이 필요한 이유
최근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대응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이 점차 확보되고 있어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 확대가 가속화 되고 있다. 그러나 출력변동성이 높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은 안정적 운영에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여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과 더불어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도를 제고하고 전력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저장장치는 신재생 에너지와 기존 전력 시스템 간의 조화로운 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신재생 에너지 비율만 늘리면 우리나라 에너지 시스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는 주위 환경에 따라 공급 전력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완전히 의존하기에 무리다. 만약 신재생 에너지에 100% 의지한다면 밤이 되면 태양광, 태양열 발전이 중단되고, 바람이 불지 않는 시간이 되면 풍력발전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가뭄이 들면 수력발전도 못하게 되어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력 공급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할 경우 공급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전력 공급 안정화 시스템은 단순히 기존의 전력시스템에만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신재생 에너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전력을 가스형태로 변환하는 P2G 시스템
에너지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P2G는 이러한 전력 공급의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력계통이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풍력 및 태양광발전량을 계통으로 투입하지만, 전력계통이 포화될 경우에는 생산전력을 P2G로 투입해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거나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메탄으로 변환하여 가스망에 주입한다. 또한 P2G는 생산된 수소, 메탄을 연료전지 또는 가스터빈 등의 발전연료로 사용하거나 연료전지자동차 등의 수송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시스템의 단계가 아래에 설명되어 있다.
단계1: Electrolysis (4H2O à 4H2 + 2O2 + Heat)
•피크시간 때 생산되는 잉여전력을 물의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H2)를 생산
•산업현장, 자동차에 쓰임
단계2: Methanization (CO2 + 4H2 à CH4 + 2H2O + Heat)
•생산된 수소를 가스파이프라인에 넣어 이산화탄소(CO2)와 반응시켜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이나 암모니아의 연료 형태로 저장 및 이용
•자동차, 발전소, 열 공급에 쓰임
단계3: Net Reaction (CO2 + 2 H2O à CH4 + 2O2 + Heat)
•이산화탄소(CO2)를 메탄화하는 또 다른 방법
그림 1. P2G 시스템의 화학적 매커니즘
현재 에너지저장시스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한 것이 표1에 나와있다. 효율적인 측면을 보았을 때는 배터리가 훨씬 좋으나, 그림 2에서 보듯이 에너지를 대용량으로 저장할 때는 P2G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을 알 수 있다.
구분 |
P2G |
Li-ion 배터리 |
비고 |
저장형태 |
전력 → 연료 |
전력 → 전력 |
CO2 재사용 (CCS 연계 가능) |
기능/역할 |
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 / 송전 제약 해소 |
신재생 출력 안정화 / 주파수, 예비력 |
P2G: 단방향 (과잉출력) 배터리: 양방향 (충방전) |
설비용량(MW) |
0.01 ~ 1,000 |
0.1 ~ 20 |
P2G: 대용량 배터리: 소용량 |
효율 |
60~70% |
85~95% |
CH4 기준 |
표 1. P2G와 배터리의 비교 (출처: 헬로티 매거진)
그림 2. P2G는 Pumped hydro와 Compressed air와 비슷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의 천연 가스망과 연결하면 방대한 저장용량을 가질 수 있다. (출처: CHBC Hydrogen Energy Storage)
■ 우리나라 P2G 전문가들의 의견
우리나라에서 실증사업은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P2G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곳들은 있다. 국내의 전문가인 한국 수소 및 신재생 에너지 학회장이신 임희천 박사님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료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남석우 박사님을 인터뷰 해보았다.
먼저 아래는 임희천 박사님과의 인터뷰이다.
Q. 경제적 비용을 위해 전력공급과 수요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신재생 에너지에 의존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이를 위한 해결방안은 무엇인가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전력 의존도가 20~30%정도 되면 전력공급의 불안정성 때문에 경제적으로 굉장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급이 불안정하면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기 위한 해결책은 4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그리드(전력망)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드를 확장하려면 송전선로가 필요한고 이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 3면이 바다라 북쪽으로 그리드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역조류 현상으로 인해 전력계통에 문제가 올 수 있습니다. 즉, 컨트롤 할 수 있는 소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둘째, 백업 전원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피크전원에 맞춰 전력을 생산하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셋째, 수요를 줄이면 되는데, 간단히 말하면 전기를 덜 쓰면 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력을 저장해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해결 가능합니다.
총 네 가지 방법 중에서 첫째, 셋째 방법은 실현 불가능하거나 문제의 초점에서 벗어난 경우이고, 두 번째 방법은 전력 불안정 문제를 핵심적으로 해결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에너지 저장기술이 마지막 방안으로 보여지고, 우리나라는 아직 신재생 에너지 의존율이 적기 때문에 괜찮지만 가까운 미래에 유럽만큼이나 많은 부분을 신재생 에너지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의 도입이 매우 시급합니다.
Q. 수소에너지가 최근에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 점이 P2G에 있어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수소는 다른 형태의 화합물로 쉽게 변환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죠. 다양한 분야에 활용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도 적합합니다. 따라서 P2G는 향후 융·복합된 신재생 에너지 기술에서 간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미래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남석우 박사님과의 문답이다.
Q. P2G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수소를 생산해서 저장했다가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각 과정이 70%정도의 변환 효율을 보이더라도 결국 49%정도로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를 하던 중, 수소와 CO2의 결합을 통해 CH4가 되어 천연 가스망에 넣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고, 그것이 P2G라 할 수 있습니다.
Q. 연료전지(배터리)와 수소충전을 비교했을 때, 수소충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수소를 생산해서 저장했다가 연료전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효율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수소충전은 배터리의 충전시간에 비해 충전시간이 짧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적인 면에서는 수소충전이 연료전지보다 더 낫습니다. 하지만, 수소충전은 연료전지보다 자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편의적인 면에서는 연료전지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소충전을 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수소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굉장히 높은 수준인 700기압의 상태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때문에 안전문제가 가장 크고, 사실상 어디에 지을 것인지의 문제도 고려해 볼 사항입니다. 결국, 수소 충전소의 경우에도 전기 충전소와 마찬가지로 인프라 구축이 향후 기술의 진행방향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Q. P2G에 대한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수소+CO2반응은 이미 플랜트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현재 지속적으로 개발 중입니다. 현재 독일에서 알려진 CO2와 수소의 결합의 반응 효율은 78%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촉매 때문에 매우 높은 온도에서만 결합이 가능했지만, 더욱 상용화 하기 위해서 바이오 프로세서 기술을 이용하여 결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덴마크의 “Electrochaea”에서 이 방식으로 결합을 하고 있는데, 에탄올도 만들 수 있고, 저온에서 이용 가능한 부분이라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파리 기후 협약으로 인해 CO2를 줄이기 위해 각국에서 많은 노력을 하기 때문에 발전소, 바이오 가스 등에서 나오는 CO2를 포집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P2G는 CO2를 이용하여 CH4를 만들기 때문에 포집한 CO2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내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P2G라는 단어가 독일에서 생겨난 만큼 유럽의 현황은 어떠할까?
■ P2G 연구개발의 출발점, 유럽
유럽은 전세계적으로 P2G의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한 대륙으로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의 출력 안정화를 위해 P2G를 적극 도입하고 있고 이미 수 MW급 수소생산 플랜트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독일이 가장 대표적이며, 네덜란드, 영국, 스페인 등에서도 P2G 실증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 및 에너지 정책과 P2G의 특징인 높은 에너지 저장 능력, 전력분야 외에 가스·수송·화학분야 등과 호환될 수 있는 높은 유연성과 저장 시간에 구애 받지 않은 장점들 때문에 독일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독일 정부는 최근 에너지 저장·전환 및 운송의 핵심적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P2G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P2G 상용화에는 약 10~1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IWES, 카셀 및 ZSW 슈투트가르트)와 에너지 기업을 중심으로 상용화를 기반으로 확장 사업을 하고, 최근 자동차 기업인 아우디도 P2G 플랜트에 뛰어들었다. 독일 정부는 2010년 말부터 부상하고 있는 P2G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 과제를 에너지 전환의 핵심과제로 인식하고, 에너지효율(수요측면)과 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을 통한 대체전력 확보(공급측면)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망 구축, 에너지 저장 등이 핵심과제이다. 최근 독일 내에서 P2G를 전력망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잠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였다.
덴마크는 30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풍력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발전부문에서 선두자리를 꿰차고, 이를 이용한 응용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나라이다. 덴마크는 미래의 성장가능성 있는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에너지를 통하여, 안정적이고 장기간 사용 가능한 대용량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현재, 덴마크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20%이상의 전력을 풍력에너지로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 2020년 풍력 에너지에서의 총 전력 소비량의 50%를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2050년에는 80%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풍력에너지를 이용한 P2G 사업 플랜트를 통한 교통 및 난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벨기에의 에너지정책은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국가간 전력 및 가스의 교역과 인접국가의 에너지정책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주변의 독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가 가스망을 이용한 저장 방법에 관심을 보이면서 에너지 수송의 징검다리국가에 위치하고 있는 벨기에 역시 최근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균형을 강조하고, 전기망과 가스 에너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벨기에는 전력 네트워크가 혼잡하여 국가 간 송전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며, 가스 수송 용량은 적정한 수준이나 향후 추가적인 용량을 필요로 할 것이라 P2G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 우리나라 P2G 실증사업의 출발점 영월군
이미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들은 P2G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온실가스 규제 대응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증대됨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을 증대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7차 전원계획에서는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을 2029년 발전량기준 11.7% 설비 기준 20.1%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간헐적 전원인 재생에너지원의 급격한 보급은 삼면이 바다에 접해있고 북쪽이 단절된 우리 계통은 통합된 유럽계통 보다 훨씬 취약하기 때문에 전력저장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국내 최초로 ‘영월군’과 ‘에스 에너지’가 P2G 실증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P2G 상용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영월에서 P2G로 생산된 수소나 메탄의 가스연료가 다양한 산업에 이용될 지 주목 받고 있다. 더불어 영월군의 에너지 자립도시 마스터플랜에 따라 수소에너지 산업의 구축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전까지 만들어질 수소충전소의 위치 중 한 곳이 영월이기 때문에 영월군은 수소 관련 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실증사업단지를 구축함으로써 그 지역이 발전되고 고용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러 장점들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미래에 꼭 쓰이게 될 효과적인 에너지저장방법인 P2G를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30%가 육박하기 전까지 활발하게 연구하고 실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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