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계의 숨은 진주, 레독스 흐름 전지
새로운 ESS의 필요성
무분별한 경제개발과 인구의 증가에 따라 자원과 에너지가 빠르게 소비되고 있고, 기후변화, 환경의 오염문제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는 환경, 에너지 문제가 막연히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경제, 의식주 등 우리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서는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입지환경과 자연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속적인 공급이 불가능하고, 발전량을 임의로 관리하기 어렵다. 더하여, 전력생산의 간헐성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품질 저하 문제, 발전 설비 활용 효율 저하 문제 또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걸림돌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전력저장장치의 개발이 요구된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거나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전력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ESS의 개발, 보급이 필수적이다.
[그림1. 스마트 그리드]
출처: 네이버 캐스트 - 스마트 그리드
다재다능한 ESS, 레독스 흐름전지
현재까지 양수발전, 플라이 휠, 울트라 캐퍼시티 등 다양한 대용량 전력 저장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 중, 경제적, 환경적인 이점이 있는 이차 전지가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고, 레독스 흐름전지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이차 전지 중 하나이다.
이차전지가 전력시장에 채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긴 수명, 리사이클성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레독스 흐름 전지는 상온에서 폭발 및 화재에 대해 안전하고 리사이클이 가능하다. 출력과 용량의 독립적인 설계가 가능한 장점이 있고 대용량화가 용이하기 때문에 스마트 그리드, 분산형 전원, 에너지 자립섬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장시간 정지해도 전력손실이 적고, 사용하는 전극은 화학변화 없이 전극표면과 전해질 사이에서 불균일 반응을 하는 비활성 전극으로, 전극과 활물질이 분리되어 있어 두 물질 간의 부반응(Side Reaction)이 최소화 되어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지의 수명도 길다. 또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이러한 장점은 레독스 흐름 전지만의 독특한 구조에서 온다. 레독스 흐름전지는 기존 이차전지가 활물질이 포함된 전극에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전해액에 용해된 활물질(Active material)이 산화/환원되어 충전/방전되는 시스템이다.
[그림2, 그림 3. 이차전지와 레독스 흐름 전지의 구조]
출처: 네이버 캐스트 - 리튬 이온 전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레독스 흐름 전지의 구조
레독스 흐름 전지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는 산화 상태가 각각 다른 활물질이 저장되어 있는 탱크와 충전/방전 시에 활물질을 순환시키는 펌프, 그리고 이온교환막으로 분리된 셀이 있다. 활물질로는 V, Fe, Cr, Cu, Ti, Mn, Sn 등의 산화수가 변하는 전이금속을 강산 수용액에 용해하여 제조한 전해질을 사용한다. 제조한 전해질은 전지 내의 용기에 저장되어 있지 않고, 외부의 탱크에 액체 상태로 저장되어 있으며, 충전/방전 과정 중에 펌프를 통하여 셀 내부로 공급된다.
높은 에너지밀도 효율, 내구성, 저가격 등의 장점을 갖는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전압 레독스 커플(양극·음극 전해액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물질, 활물질들의 조합), 고용해도 용매, 이온의 선택 투과성이 뛰어나고 전기적 저항이 작은 이온교환막 등이 연구, 개발되어야 한다. 철/크롬, 바나듐/바나듐, 바나듐/브롬, 아연/브롬, 아연/세륨 의 레독스 커플들이 개발되었고, 그 중 전 바나듐/바나듐 조합의 흐름 전지가 전극 반응속도가 빠르고, 전지의 용량을 높일 수 있으며, 수명이 매우 길다는 등의 장점이 주목받아 중점적으로 연구 중이다.
[그림4. 전 바나듐 계 흐름전지의 구조]
출처: 블로그 Scientific American Blogs
이온교환막 또한 레독스 흐름 전지의 용량, 전지 수명,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온교환막은 이온의 선택투과성이 높고, 전기적 저항이 적고, 화학적으로 안정해야 한다는 등의 특성을 가져야 한다. 중점적으로 연구 중인 전 바나듐계 전지에 주로 사용되는 막을 적용할 경우 안정성과 전지 수명이 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막의 제조와 성능 향상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레독스 흐름 전지 연구 동향
레독스 흐름전지에 대한 연구는 1974년 미국 NASA에서 시작된 후로, 유럽, 중국, 일본에서도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실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고, 일본은 풍력발전과 연계하여 도마마에군 등 홋카이도 지역에서, 중국은 베이징 지역에서 실증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레독스 흐름 전지는 1990년대에 연구가 진행된 이후 한동안 관심이 미비했다. 하지만 최근 레독스 흐름 전지가 리튬이온전지보다 스마트 그리드에 효율적이고, 대형화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의 연구도 점점 활기를 띠고 있다.
국가명 | 기관명 | 사용하는 레독스 커플 | 개발 내용 |
영국 | Plurion System | 아연/세륨 | 11개의 흐름 전지 관련 특허 보유 MSA라는 종류의 배터리 사용 |
미국 | ZBB Energy | 아연/브로민 | 무정전 전원 장치 UPS용 50kWh 모듈 시험 |
중국 | Prudent Energy | 바나듐/바나듐 | - 20kW×9h용 바나듐 전지 ESS를 California의 Telecoms Site에 설치함 - 5kW×4 h VRB ESS를 케냐에 공급
|
GEFC | 바나듐/바나듐 | - 바나듐 전지 관련 스택, 전해질, 이온교환막 제조 판매 - 25 kW급 개발하여 판매중
| |
Central South University
| - | - 전해질, 양극, 음극 소재 개발 - 집전체, 이온 교환막 성능 개선 - 시스템 최적화 | |
일본 | Ryukyu | 바나듐/바나듐 | - 바나듐 레독스 전지용 전해질 개발 - ‘VANASAVER’란 상품명으로 발매중 |
Mitsubishi | 바나듐/바나듐 | - 바나듐 레독스 전지 개발 | |
Sumitomo | 바나듐/바나듐 | - 5 kW 바나듐 레독스 전지 스택 개발 - 풍력발전과 연계 | |
한국 | 한국 에너지 기술 연구원 | 바나듐/바나듐 | - 5kW급 스택 개발 - 스택 슬림화 연구 |
[표1. 국가별 레독스 흐름전지 개발 상황]
자료 출처: 진창수 저 대용량 에너지저장 전지
레독스 흐름전지의 전망
앞서도 설명했듯이 레독스 흐름 전지는 안전성이 뛰어나고, 환경친화적이며 대용량의 전력 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명확히 드러나는 단점도 존재한다.
대용량 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효율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레독스 흐름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낮으며, 각 레독스 커플들에 따라 내구성, 수명, 부식성에 대한 문제 또한 존재한다. 또한 주로 연구되고 있는 전 바나듐계 전지와 주로 쓰이는 이온교환막들이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낮은 에너지 밀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연/브로민, 주석/세륨 등 산화환원 전위차가 큰 레독스 커플 등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아연/브로민 조합은 저비용의 장점도 가지고 있어 바나듐을 대체할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더하여 기존의 이온교환막의 단점을 보완하고 효율을 증대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고분자, heteropoly acid(혼종 다중산)등을 활용하는 등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스택 개발 및 시스템 적용 연구 등 레독스 흐름 전지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장점들을 등에 업고 차세대 ESS로 완전히 자리 잡을 레독스 흐름전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 진창수 저 대용량 에너지 저장 전지
⊙ 유철휘, 황갑진, 김재철 저 신재생에너지와 연계 가능한 대용량 전력 저장용 레독스 플로전지의 기술 동향
⊙ http://www.dongascience.com/special.php?idx=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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