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은 ‘미시적’이다.
생각보다 우리의 일상은 미시적인 세계와 관련이 깊다.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는 초미세먼지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쓰이는 향수, 방향제 등은 모두 미세한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에도 우리는 미시적인 세계와 친숙했다. 수세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기록하고 서신을 주고받는데 먹을 사용했고 서양에 있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의 붉은 색에는 나노 크기의 금 입자가 들어있다.
[그림1.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 쓰인 나노 입자의 금]
출처: 나노기술연구협의회
이처럼 미시적 세계는 인간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환경과 에너지의 측면에서 미세한 크기의 물질들이 어떤 득과 실을 주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입자 속은 모른다.
대부분 미세입자 하면 떠오르는 것이 ‘먼지’다. 날이 갈수록 미세먼지의 농도는 심해지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비록 미세먼지를 처리하는 기술이 발전되고 있다지만 2009년 기준으로 약 9억 8천만대에 육박하는 전세계 자동차 대수나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80%가 화석연료(2015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연간 생성되는 미세입자(배기가스 속 입자, 먼지 등)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림2. 세계 에너지 소비량]
출처: NBA매니아
이런 미세입자로 인해 황사와 호흡기 질환 등이 발생하며 미세입자는 환경과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물질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겉보기에 독과 같은 미세물질이 인간과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미세입자와 같은 작은 물질들은 분명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만 인위적으로 합성된 경우에는 득이 될 수도 있다. 다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미세한 크기의 물질들이 활용되는 사례를 확인해보자.
사례1.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이하 DSSC)
태양전지는 잘 알려진 신재생 에너지다. 태양전지는 유명한 만큼 종류도 많으며 그 중 각광 받는 종류 중 하나가 DSSC다. 1991년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의 Gratzel 교수팀에 의해 개발된 DSSC는 식물의 광합성에서의 전자이동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되는 태양전지로 제조공정이 단순하고 설비 단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효율이 낮다는(모듈 기준 8%) 단점이 있고 아직 상용화가 이루어질 만큼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림 3.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출처: 테크인포럼
DSSC의 원리
DSSC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투명전극, TiO2 나노입자, 염료 고분자, 전해질 용액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염료로는 주로 CdS(황화카드뮴)이 쓰이며 전해질은 주로 요오드화물이 쓰인다.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DSSC에 태양빛이 들어오면 염료가 태양빛을 흡수하고 염료의 전자가 들뜬 상태(excited state)로 된다. 들뜬 전자는 TiO2의 전도대로 넘어가며 넘어간 전자는 외부회로를 통해 상대 전극으로 이동하며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TiO2로 전자를 보낸 염료는 전해질로부터 전자를 받아 환원되고 전해질은 산화된다. 산화된 전해질은 상대 전극으로부터 전자를 받아 다시 환원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어 계속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따라서 염료는 DSSC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염료는 금속-유기물 복합체로 이루어져있는데 ‘자외선 투과’에 의해 염료의 유기물이 산화되어 광촉매 열화(여러 요소로 인해 성능이 떨어져 파괴되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현재 DSSC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그림4.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원리]
출처: 위키백과
그런데 ‘나노물질’을 이용하여 DSSC의 열화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연구는 ‘인위적으로 합성된 1차원 구조의 티탄산염 나노선(nanowire)이 상업적으로 쓰이는 TiO2 나노입자 P25보다 높은 밴드 갭 에너지(Band Gap Energy)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밴드 갭 에너지’는 전자가 없는 에너지 구간(conduction band)와 전자가 있는 에너지 구간(valence band) 사이의 에너지 차이를 말하는 것으로 금속이 도체가 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물체가 빛이나 열 등의 에너지를 받으면 물체 내의 전자가 Valence Band에서 Conduction Band로 이동하게 되며 이는 전기가 통하는 원리다. 도체의 경우 밴드 갭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작은 에너지로도 전자가 Valence Band에서 Conduction Band로 이동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전기가 잘 통한다.
[그림5. 밴드 갭 에너지]
출처: 감마의 하드웨어 정보 블로그
앞서 DSSC의 염료는 자외선으로 인해 열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티탄산염 나노선을 DSSC에 사용하면 높은 밴드 갭 에너지 때문에 염료의 전자가 Conduction Band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즉, 염료를 구성하고 있는 유기물의 산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티탄산염 나노선이 염료의 광촉매 열화를 40%로 줄여주고 DSSC의 안정성을 상승시킬 수 있다.
[그림6. 합성된 티탄산염 나노선]
출처: Enhanced dye stability in dye-sensitized solar cells using 1D-structured titanate.
연구의 전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주소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사례2. 중금속 흡착
폐수에 존재하는 중금속을 제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중금속은 비중4 이상의 금속을 총칭하는 말로 미량으로도 인체에 유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이다. 폐수에 포함된 중금속은 구리, 크롬, 비소, 카드뮴, 수은 등이 있으며 특히 카드뮴과 수은으로 인해 생기는 병인 이타이 이타이 병과 미나마타병은 중금속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알려주는 사례다.
[그림7. 카드뮴 중독으로 인한 이타이이타이병]
출처: 뉴스1코리아
이러한 중금속을 제거하는데 주로 침전, 산화ㆍ환원 등의 물리 화학적 방법이 사용된다. 그런데 ‘나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노입자를 이용해 중금속을 제거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마그네타이트
마그네타이트는 자철석을 뜻하는 말로 다른 광석에 비해 높은 자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활발해진 나노기술 연구와 더불어, 마그네타이트가 중금속을 흡착하기 유용한 물질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 연구에서는, 마그네타이트를 이용해 만든 나노입자가 넓은 표면적과 자성으로 인해 크롬과 같은 중금속에 대해 높은 흡착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마그네타이트가 중금속 배출이 많은 도금공장에서 중금속을 제거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8. 철염으로부터 만들어진 마그네타이트 나노입자]
출처: Use of low-grade iron ore for producing a nano-adsorbent and a complex fertilizer
작은 고추가 맵다.
인류는 거시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과학계를 지배하던 뉴턴의 고전물리학 또한 거시적인 운동을 설명한다. 이런 우리에게, 미시적인 세계가 걸음마처럼 다가 온지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처음 미시적인 세계는 ‘공해’로 다가왔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영국과 런던에서는 스모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상했고 유럽을 공포로 몰았던 ‘흑사병’또한 페스트균이라는 아주 작은 생물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제 미시적인 세계는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도 쓰이고 있다. 앞서 들었던 사례를 제외하고도 익히 알려진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기술은 날이 갈수록 진보하고 있다. 언젠간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순간이동’까지 구현해내는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까. 옛말 중에 틀린 것은 정말 하나도 없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참고자료
- Enhanced dye stability in dye-sensitized solar cells using 1D-structured titanate, BADEMA, K. Cho, Journal of Industrial and Engineering Chemistry, 29, 32-34 (2015. 9. 25)
- http://kiss.kstudy.com/journal/thesis_name.asp?key=3043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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