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가 지금에서야 각광받지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3000년 전부터 사용되었다. 화석연료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이전에는 풍차를 통해 배수를 하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금속을 녹이기 위해 사용했다. 또한, 19 세기에는 태양열 집광기를 통해 증기기관을 가동시켰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이용해왔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전기가 발견되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기술발전이 시작되었다.
지구에 있는 제품만 전기를 사용하는 건 아니다.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도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지구에서 전선을 끌어다 꽂을 수는 없다. 그 대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력을 생산하여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작은 에너지 자립마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말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면 에너지 자립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에너지 자립이 실현 가능할까? 에너지 자립마을을 실현한 사례는 있을까?
[1] 에너지 자립마을이란?
에너지 자립마을은 마을 공동체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산을 늘려 자립도를 높여가는 마을을 말한다.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지역의 특성에 맞게 이용이 가능한 로컬 에너지로 개발하고 이용한다. 에너지 자립마을은 에너지의 절약과 이용 효율 극대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 등을 통해서 마을 단위에서 에너지의 생산 및 공급을 자립할 뿐만 아니라 잉여 에너지를 판매하여 수익을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관련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 마을의 에너지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림 1. 저탄소 녹색마을(에너지 자립 마을) 개념도]
출처 : 한국환경공단
[2] 에너지 자립마을은 왜 만들어야 할까?
1)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전기와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생활은 정전이 되는 순간 무너진다. 전기뿐만 아니라 난방에너지 등 생활에너지가 없는 생활을 상상해 보라. 과연 우리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까?
2) 현재의 전기 공급방 식인 공급자 위주의 단 방향 전력 운용시스템은 송·배전 계통의 건설비, 송·배전 시 전력손실, 고전압 송전으로 인한 감전 위험 등의 문제가 많다. 반면, 소비자도 참여하는 양방향 운용시스템으로 융·복합화한다면 송·배전 계통의 건설비 감소, 고전압 송전이 불필요해지는 등 전력서비스를 고부가 가치화할 수 있다.
3) 한국은 에너지 소비 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이지만,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에 있어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프 1. 에너지 수입의존도, 석유 의존도]
출처 : 에너지경제연구원
4) 전력 생산의 많은 부분을 석탄이 차지했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섰다. 하지만 원전은 안전과 폐기물 처리 문제로 인하여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원자력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로 가기 위한 makeshift(임시변통)가 되어야지 mainstream(주류)이 되어선 안 된다.
[3] 에너지 자립에 대한 인식조사
에너지 자립 마을에 대한 장점은 많지만 실상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50명을 대상으로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표 1. 설문조사 결과]
출처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추가적으로 에너지 자립에 대하여 여러 의견들을 다음과 같이 내주었다.
1) 에너지 자립이 좋다면 모든 도시가 에너지 자립을 했을 것이다. 장단점이 궁금하다.
2) 설립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것 같지만 실효성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3) 이번 설문으로 처음 알았다. 홍보를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다.
4) 국내 사정상 에너지 부족 국가로서 독립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한다면 원자력이나 화력 등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줄어 들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에너지 자립 마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에너지 자립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는가 하면, 좋은 취지이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가진 응답자도 있었다.
[4] 에너지 자립마을 해외 사례
[덴마크 삼소도]
세계 최초의 에너지 자립 섬이며 10년간 정부 보조금과 주민 및 협동조합의 투자를 받았다. 정부의 주도하에 신재생에너지가 환경보전, 지역 발전,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여 주민들의 참여와 투자를 촉진하도록 인식을 전환시켰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사진 1. 덴마크 삼소도 연안 풍력발전기]
출처 : New York Post
> 설비종류
- 풍력발전소 : 육상 풍력(섬 전체 전력수요 100% 충당) / 해상 풍력(덴마크에 전력 판매)
- 밀짚 열 발전소 : 석유의 1/10가격
- 태양열 및 우드칩 난방시설
> 사업성과
- 연간 6.5만tCO₂→ 풍력에너지를 외부로 판매하여 탄소 배출량 –1.5만tCO₂저감
- 에너지 절감, 환경개선, 소득 증대 등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 및 관광수입 증대, 주민들의 자긍심 고양 등 다양한 간접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독일 윤데 마을]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바이오 에너지 마을로써, 지역에 있는 대학인 괴팅엔대학에서 바이오매스에 의한 열과 전기의 자급화로부터 바이오 에너지 마을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되었다. 지역주민의 75% 이상이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1500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정부에서 130만 유로를 지원받아 사업이 시작되었다.
[사진 2. 윤데마을 바이오가스 설비]
출처 : REGBIE plus
> 설비종류
- 바이오가스 설비 : 열병합 발전기 716kWh 전력 생산 및 750kW 열 생산, 액체 상태인 분뇨와 여러 작물의 사일리지를 사용한 시설(15000ton)
(*사일리지 : 사료작물을 사일로(Silo) 용기에 진공 저장하여 유산균 발효시킨 사료)
- 우드칩 난방 설비 : 550kW 열 생산(겨울철 부족한 열 공급)
- 바이오가스 + 우드칩 = 연간 6500MW 열 생산
> 사업성과
- 연간 3,300tCO2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
- 에너지 주권 확립, 에너지 비용 절감과 부산물을 재활용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메탄가스 발효 이후에 남은 부산물은 유기질비료로 활용한다. 도시민의 이주가 늘어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윤데마을과 삼소도 이외에도 가까운 일본에도 에너지 자립마을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지역에 에너지 자립마을이 존재한다.
[5] 국내 에너지 자립마을 사례
[부안 등용마을]
전라북도 부안군은 2003년 위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핵 폐기장) 추진을 반대하면서 핵 폐기장 예정부지 인근에 주민이 주도하는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민 주도형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사진 3. 등용마을 태양열온풍기 교육관]
출처 : 부안시민발전소 블로그
> 설비종류
- 태양광 발전 : 햇빛발전소 1~3호기 (3kWh), 4호기(30kWh)
- 태양열 발전 (약 100㎡(30평) 정도를 난방할 수 있는 용량의 전기 생산
- 지열난방 (30RT 규모) : 등유 대비 1/3가격으로 겨울철 난방
- 풍력발전 : 날개 지름 2.4m의 소형 풍력발전
> 사업성과
햇빛발전소 1~3호기는 연간 3500~3700kWh를 생산해 kW 당 716.4원으로, 4호기는 kW 당 711.25원으로 한전에 판매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월평마을]
월평마을은 주변에 765kV, 345kV의 고압송전선로가 지나고 있고 옥외 변전소가 있어, 16년 11월 기준으로 송주 법 지원금 대상이 되었다. 한국전력에서 송주 법 지원금으로 추진한 ‘태양광 발전설비 지원 사업’을 마무리하여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났다.
* 송주 법 :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사진 4. 부산 월평마을, 표시한 부분은 태양광 발전소]
출처: 구글 어스
> 설비종류
- 태양광 발전시설 : 446kWh(연간 361MkW 전력 생산)
> 사업성과
147가구, 회관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되어 연간 4500만원의 이윤이 창출될 것으로 한전은 보고 있다. 마을 회관에 에너지저장장치인 ESS를 설치하였으며 추가로 마을 공동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연 3억 원 이상의 이윤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 측은 "월평마을은 국내 최초로 소형 ESS를 설치해 에너지 자립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에너지 자립이 가능했던 요인은 지역의 특성에 적합한 로컬 에너지를 활용한 점과, 지역주민의 인식변화와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정부의 사업주도와 여러 시행착오,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을단위에서 에너지 자립화를 하려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도시단위에서도 에너지 자립화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에너지 자립화가 활성화 된다면 탄소로부터 발생하는 악영향과 에너지부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1. 김종일,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과 지역 활성화 전략”, <리전인포> 제157호, 전남발전연구원, 2009
2. 진상현, “사회생태자본에 기반한 대안적 지역발전 모델 - 독일 바이오에너지마을에 대한 사례연구”, 한국정책학회보, 제16권 4호, 2007
3. 장남정, “전북 농산촌 분산형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방안 연”, 2009
4. 정종선,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회입법조사처, 2013
5. 장영배 외 2명,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개입 방안”,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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