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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애플, 구글은 어떻게 RE100 기업이 되었는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11. 25.

애플, 구글은 어떻게 RE100 기업이 되었는가?

15기 김성중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인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로 100%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RE100 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를 100%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RE100의 실질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사실 RE100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100% 전환할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 된다.

 

 많은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방침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RE100을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단 3개이다. 세계 최대의 풍력에너지 회사 Vetas와 구글, 애플이다.

표 1. 국제 주요기업들의 RE100 이행계획

출처 : POSRI 이슈리포트

 

 이 기업들의 구조를 살펴보면 Vestas는 이미 105GW 이상의 풍력 터빈을 전 세계에 설치한 세계 최대의 풍력에너지 회사로 재생에너지 효율과 기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의 경우, 이미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소비전력의 42%를 바람으로 만들 만큼 풍력 자원이 풍부하며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잉여전력을 주변국에 판매하는 인프라를 갖고 있다. 북해의 강한 바람을 맞는 넓은 해안선의 지리적 이점을 갖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림 1.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스피 비교

출처 : 머니투데이

 애플과 구글은 세계 모든 사람이 안다고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더불어 시가총액이 1조 달러가 넘는 거대 기업이다. 애플은 2019년 10월 23일 시가총액이 세계 1위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코스피 전체 총액과 약 100조 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날 정도이며, 주 수입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제품 제조가 아닌 iOS와 같은 소프트웨어인 IT기업이다. 또한 애플은 재생에너지를 태양광, 바이오가스를 통한 자가설비와 PPA, REC 인증서 구매 등을 통해 충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와 달리 구글은 RE100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재생에너지 구매방식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상태이다. 애플, 구글, Vestas 이 세 기업들의 RE100 달성 시기는 모두 다르지만 Vestas만 2015년 이전에 이를 달성했을 뿐, 애플과 구글이 이를 달성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제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질 것이다. 이는 당연히 신 기후체제와 연관되는데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분야별로 감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며 유럽과 미국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개편을 통해 재생에너지 거래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시장의 기반이 확고하게 다져진 상태로 FIT 보조금을 비롯한 정부 보조금이 사라졌다. 또한 최근에 이루어진 재생에너지 경매 입찰을 통해 이미 REC가 Zero에 이를 정도로, 이는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SMP만을 통해서 충분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표 2. 2017년 4월 독일의 해상풍력사업 경매입찰가

출처 : Fitch Ratings

 하지만 이는 SMP의 상승이 동반되어야 하고, 설비증설을 통한 대출을 해줘야 하는 금융권의 경우 이러한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예측만을 믿고 돈을 빌려줄 수 없기 때문에 발전업자는 이를 보증해 줄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 이 때,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싶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장기 PPA를 통해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단가의 상승 없이 오랜 기간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다는 것과, SMP 상승에 대한 설비투자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발전업자들의 바람이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의 일부 해외사업장은 이미 RE100을 선언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RE100을 선언한 기업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글로벌 전력 사용량의 6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는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나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 시스템 등의 여건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부동의 1위 기업조차 구조적인 문제로 계획을 확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다른 기업들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더욱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제조업이라는 점과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제조업 중심 기업은 선두에서 RE100을 시도하기 어렵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시장에서 환경과 여러 이유로 재생에너지를 쓰라고 말하는 것은 곧 기업이 파산하라는 것과 같다. 재생에너지 단가는 일반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가격 경쟁은 물론이고 기술투자조차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재생에너지 단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결하지 못해 공장에서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생산라인에 있던 모든 물품은 불량품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은 곧 생산단가의 상승이고, 제조업에서 단가상승은 경쟁력을 잃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적인 자동차 회사 GM과 우리에게 익숙한 재규어, 랜드로버를 거느린 인도의 자동차 회사 TATA Motors는 회사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에 다른 산업군의 회사들보다 RE100을 달성하는 목표연도가 늦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국가이며, 전력시장의 폐쇄적인 구조와 재생에너지의 내수시장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등의 여러 문제들 때문에 국내에서 RE100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환경단체들은 다른 기업들은 다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못하냐며,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해외기업들이 할 수 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주장보다는 문제점을 함께 찾고 해결을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내에서도 RE100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시작일 것이다.

 

 

 

참고문헌

◎산업통상자원부 배포 자료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9478300&memberNo=387676&vType=VERTICAL

◎글로벌 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김성제 책임연구원/ POSRI 이슈리포트/ 2018.10.18

◎재생가능에너지 100% 선언 기업 분석/ 환경부, 한국환경산업 기술원/ 해외IP 환경동향보고

◎RE100 Progress and Insights Report(The Climate Group/CDP)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18/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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