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값보다 싼 두부값? 전기 요금 체계, 과연 적합한가
-한전의 전기요금 개편, 연료비 연동제-
15기 김재환, 18기 이유나, 18기 최별
▶ 연료비 연동제, 도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 환경과 전기 공급 안전성에 선순환 가져오나
▶ 우리나라에 과연 적절한가
▶ 전기요금의 개편,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여름철이면 전기요금이 이슈로 떠오르곤 한다. 현재 한국전력공사의 이익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국제유가의 등락이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낮은 경우가 잦은데, 이는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에서 통상마찰의 이유로도 이따금 지적되곤 한다.
한전은 특히 고유가 시기에 타격이 큰데, 국제유가가 상승한 2019년에 약 1조 3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러한 구조를 두고 김종갑 한전 사장은 자신의 SNS상에 “저는 콩을 가공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수입한 콩값이 올라갈 때도 그만큼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며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러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고자 최근 한전에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란 전기를 생산할 때 필요한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연료 가격이 변동될 때, 이를 전기요금에 바로 반영하는 제도이다. 즉, 연료의 값이 내려가면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연료의 값이 상승하면 전기요금 또한 인상된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합리적인 전기 소비를 촉진하고 요금 부담을 분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2011년 7월에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배럴 당 100달러 이상이라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반발이 거세 무산되었다.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다면 급격한 전기료 인상이 수반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전은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유가가 하락한 지금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저유가 상황에서 도입되면 전기요금이 인하되어 반발이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그렇다면 현재 전기요금의 책정 방식이 어떻길래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려는 것일까? 현재 한전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발생한 총 경제적 비용인 ‘총괄 원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전력판매액을 전력판매원가로 나눈 값인 원가 회수율은 최근 10년간 2015년(106.1%), 2016년(106.3%), 2017년(100.5%)을 제외하면 모두 100% 미만이었다. 2019년에는 90.1%이었다. 원가 회수율이 100% 이하라는 것은, 전력판매액보다 전력판매원가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한전이 전기를 원가보다 싼 값에 팔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현재 한전은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별로 분류하여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에서 차등 적용하고 있으며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때 누진제는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이다. 이는 1974년 발생한 오일쇼크로 인해 고유가 상황이 이어졌을 시기에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자 도입되었다.
결국 현재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는지, 하락하는지, 혹은 전력을 생산하는 데에 쓰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지, 적게 드는지, 환경비용이 얼만큼인지 등이 전기요금을 측정할 때 반영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로 국제유가의 등락에 따라 한전의 적자, 흑자 여부가 결정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연료비 등락과는 무관하게 전기료가 책정되고 있다. 한전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8204억 원을 달성했던 것도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국제유가가 약 40달러로 하락한 국면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1. 최근 20년간 원전이용률, 국제유가, 한전 영업이익 변동 그래프]
출처: 환경일보
반면, 도입하고자 추진 중인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의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즉각 반영하는 제도이다. 특히, 연료 중에서도 가격 변동성이 가장 큰 국제유가에 따라 전기요금이 변동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전은 3개월간의 연료비를 평균 낸 후 시차를 한 달로 정해 매달 전기요금을 선정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는 그간 연료값 변동으로 발생했던 ‘원가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요금이 급격히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전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격 상한제’도 함께 도입한다. 이때 상한선은 전기 1kWh당 1~10원에서 정할 예정이다. 즉 월평균 220kWh를 사용했을 때, 상한선이 5원으로 책정되면 최대 1100원이 오를 것이고, 10원으로 책정되면 최대 2200원이 오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환경과 전기 공급 안전성에 선순환 가져오나
그렇다면 이런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효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재생 에너지의 비율이 높아지는 등 환경친화적 발전 방식을 중점에 둘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꼽힌다. 현재의 가격 선정 방식은 전력의 생산 원가가 어떠하든 판매할 가격이 이미 책정되어있는 방식이었기에 판매 시 이익을 남기려면 다른 사안보다 '전력 생산 원가가 낮은 방식인가'를 가장 중점에 두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발전 방식 중 환경 오염이 불가피하지만, 전력 생산원가가 값싼 석탄 화력 발전의 의존도가 무려 29.5%로 굉장히 높을 수밖에 없었으며 친환경적 에너지원과 발전 방식의 이용 비율은 상당히 저조했다. 실제로 OECD에 함께 소속된 독일 등의 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이용 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으로 구조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만약, 연료비 연동제의 도입 시 우선 고려 순위가 생산 원가였던 것에서 벗어나 액화 천연가스(LNG)가 원료인 복합화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적 에너지원의 이용을 우선순위에 두고 비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가격 책정 방식에 따라 한전은 생산 원가의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8년부터 한전은 회수율 90%를 기록하며 생산한 원가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영업실적을 보였다. 이는 비효율적인 가격의 책정 방식과 너무 값싸게 정해진 전기 요금으로 인함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8년 기준 메가와트시(MWh) 당 109.11달러로 30개 회원국들 중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3번째로 저렴하다. 유럽과 비교 시 가장 요금이 낮다 언급되는 국가인 터키(109.71달러/MWh)나 노르웨이(112.78달러/MWh)와 비교해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최소 128달러 이상(MWh당)이며,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의 경우 343.59달러로 한국의 3배 이상인 가격을 보인다.
[자료 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 ]
출처 : 국민일보
이를 통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통한 효율적인 요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며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가격 변동 예측을 도와 사업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예측이 가능해지면 비용 조달, 상품 가격 결정, 조업 조정, 생산량 조절 등 생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방적인 손해를 강요받지 않아 재무구조 개선과 신용등급 상승이 기대할 수 있으며, 적정이윤 보장과 주주 이익 제고 등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전력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결국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전기 과소비를 방지하여 온실가스 감소로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일반용을 제외하곤 모두 원가 이하로 책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저렴해진 요금체계는 과소비를 부추겼다. '내일신문'이 에너지 자립도가 비슷한 국가들의 전력소비·전기요금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2017년 기준 에너지 자립도는 19%로 프랑스 55%, 독일 39%, 이탈리아 24%, 벨기에 24%보다 낮지만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가장 많았다. 총 전력소비량이 우리나라 두 배에 육박하는 일본보다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한국이 더 많으며 1인당 전력소비량 역시 비교 대상 국가인 프랑스, 독일, 터키, 포르투갈,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 중에서 한국이 제일 높았다. 하지만 이들 국가와 비교해 전기요금은 한국이 더 저렴했다. 결국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적정 수준으로 책정되지 않아 전력소비량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소비자에게 가격정보를 제때 제공해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할 것이며 온실가스 감소로 환경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 또한 이에 대해 "전력시장을 시장답게 운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해 온실가스 예방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신호 중 하나가 전기요금 체계 변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 과연 적절한가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이 좋지만은 않다. 한전은 연료비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것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반대로 한전이 흡수하던 요금 변동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어 불안정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로 인해 서민, 중소기업의 전기 요금 변동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게 되면 이는 지속적인 물가의 상승 또는 변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경제적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민간사업자들의 연료 집약적인 발전소 건설 유인이 될 수 있고 전력설비의 부실로 전력품질 저하까지 우려되는 사항이다.
시민단체의 입장은 한전은 전력수급 안정화, 국민경제 발전기여를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므로 공기업의 역할인 '적정 수준 적자를 유지하더라도 리스크를 흡수하는 역할'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 아닌 국민의 경제 수준을 보호, 반영해야 하는 공기업의 본질에 빗대어 명확한 판단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견으로 보인다.
[자료3. 국가별 이행비용 회수방법 및 규정]
출처 : 한전 경영연구원
또 다른 논란으로는 ‘원가의 적정성’이 언급되고 있다. 한국은 외국의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전기요금이 공정하게 부과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요금에 부과하는 환경비용을 구분 짓고 발전 원가의 적정성에 대한 정보공개가 투명해지는 것이 먼저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전력사업자인 한전이 환경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도 보태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의 기존 제도들에 적합한지, 현재 도입하기 적절한 시기인지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연료비 연동제 도입 필요성이 민영 전기사업자에 국한되었는지 공영기업의 전기사업자까지 포함되는 여부인지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력시장 구조는 발전을 제외한 송전, 배전, 판매를 한전이 담당하고 있어 독점성이 강하기에 전력시장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해외 국가들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여 해외의 자료들을 이용할 땐 전기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전력공급 의무로 인한 규제 대상 기업인지에 따라 연동제 적용 수준이 상이한 외국 사례들을 보며 우리나라에 맞는 도입 수준을 찾아야 한다. 제도의 도입 시기를 부분적으로 늘려가야 하며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선 아직 해결할 문제점들이 많다.
전기요금의 개편,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전기사업자의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여 전력공급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이 연료비 연동제의 기본 취지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양면성이 존재하듯 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연료비 연동제 또한 재무 안정성, 전기 과소비 방지, 친환경 에너지원의 이용 기반 마련이라는 장점들이 있으나 그 이면에는 한전의 예상외 손익 발생, 환율과 관련한 리스크, 전력품질 저하 등의 위험 가능성들도 존재한다.
한 제도의 도입은 중대한 사안이다. 국가와 국민, 경제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제도에 대해 바르고 정확하게 알려 노력하고 적용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심하는 성숙한 면모를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해외 사례나 기대 효과만 보고 판단, 도입해서는 안 되며 우리나라의 상황이나 기존 제도들에 적합한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시행 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과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고 대체 방안과 기반을 마련한 다음 도입하는 신중한 태도 또한 필요하다.
전기요금의 개편은 앞으로도 꾸준히 해 나아가야 할 공동과제이며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야 마땅하다. 현재의 환경 그리고 미래의 환경 모두를 생각하는 더 나은 전기요금 개편안이 하루빨리 시행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참고문헌
1) 구민교, “[기고] 폭염, 전기요금 그리고 ‘K통상’”, 서울경제, 2020.07.14.
https://www.sedaily.com/NewsView/1Z5ATLQKDO
2) 구특교, “[단독]한전, 전기요금에 ‘유가 연동’ 추진”, 동아일보, 2020.08.25.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825/102629595/1
3) 배문숙. “연료비 연동 전기요금 개편안 연내 발표”, 헤럴드 경제, 2020.08.25.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0825000532
4) 조성구, “한전, ‘연료비 연동제’ 만지작”, 국토일보, 2020.08.27.
http://www.ikld.kr/news/articleView.html?idxno=222728
연료비 연동제, 도입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1) 김원, “”한전 적자, 국제유가 인상 때문””, 환경일보, 2020.08.31.
http://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7270
2) "전기요금 누진세", 네이버 시사 상식 사전, 2019. 07. 02.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1787&cid=43667&categoryId=43667
환경과 전기 공급 안전성에 선순환 가져오나
1) 신준섭,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 만지작... 한국 '값싼 전기' 시대 끝?”, 국민일보, 2020. 08. 25.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209173&memberNo=12282441
2) 이재호, "전기요금 체계 바로잡으려면 … '연료비 연동제'가 해법", 내일신문, 2020.08.19.
http://m.naeil.com/m_news_view.php?id_art=359231
우리나라에 과연 적절한가
1) 유준상, "한국전력, 코로나피크때 '연료비 연동제' 꺼낸 속내는", 데일리안, 2020. 08. 26.
https://www.dailian.co.kr/news/view/915068/?sc=Naver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30006625871584&mediaCodeNo=257&OutLnkChk=Y%5C
전기요금의 개편,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1) 국정 감사 정책자료집,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의 문제점과 대안 : 연료비 연동제는 親한전 反서민 정책", 2009.10.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4174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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