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지원 방안 발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김채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2일 ‘그린뉴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RE100 이행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그린뉴딜 정책간담회에서는 그린뉴딜의 성과 창출을 위한 재생에너지 분야 제도혁신 방안을 논의하였다.
[자료1.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개최한 그린뉴딜 정책간담회]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적인 기업의 친환경 움직임, RE100
[자료2. RE100 참여 기업]
출처 : RE100
RE100이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연간 100GWh 이상을 사용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이 2050년까지 공장과 매장 등 기업이 운영하는 시설이 소비하는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약속하는 캠페인이다.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연합하여 주관하며, 2014년 뉴욕시 기후주간에서 처음 발족되었다. 기업들이 RE100 선언을 공표하고 이를 이행할 계획을 작성하면 CDP는 기업의 계획을 보고받고 이를 평가와 인증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RE100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기업들이 한데 모여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늘리기 위해 협력하는 친환경적인 움직임이다.
필환경 시대, 이제는 한국 기업도 RE100에 참여해야 할 때
21세기는 친환경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가 되며,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브랜드를 구축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현재 263개의 기업이 RE100을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RE100 참여 기업 목록에 한국 기업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올해 7월 LG화학이 지속가능성 전략 5대 핵심 과제로써 RE100을 추진할 것을 발표하였으나, 아직 정식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자료3. 우리나라 전력 산업 구조(2001년 이후)]
출처 : 솔라커넥트
그렇다면 왜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대세’라고 불리는 RE100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의 전력시장 구조에 있다. 전력시장을 규율하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공사만이 전력판매 사업자로 소매시장에 전기를 팔 수 있다. 즉,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재생에너지 시설을 통해 사업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른 재생에너지 공급업체와 직접 전력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이 제한된다. 이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PPA(전력구매계약; Power Purchase Agreements)를 맺어 RE100을 이행하는 방법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전력은 석탄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분하여 공급하지 않고 있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 기업도 RE100 참여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다. RE100을 이행하거나 저탄소를 시행하는 해외의 고객사가 한국의 부품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최근 글로벌 기업은 높은 수준의 공급망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사업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한국 기업을 위해 마련했다, RE100 이행 지원방안 5가지
국내 기업들은 해외 고객사 요구 대응, 온실가스 감축,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 및 참여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해왔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다양한 RE100 이행 수단을 마련해 기업 등 전기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RE100 이행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구매 및 사용 방안을 마련했다. 또한 에너지공단을 RE100 지원기관으로 선정하여 이행 수단별 재생에너지 구매, 사용 실적을 추적하고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약속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마련한 지원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료 4. 산업통상자원부의 RE100 지원방안 계획안]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 ① 녹색 프리미엄제는 한전이 구입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구매할 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일반 전기요금 대비 높은 가격에 구매하면 이 수입을 에너지 공단이 재생에너지에 재투자해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한다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녹색요금제는 한국전력공사가 전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는 12월에 한전이 이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을 1차 입찰할 예정이다.
- ② 인증서(REC) 구매 방안은 기업 등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인데, REC는 RPS 의무이행에 활용되지 않은 REC만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란 발전 설비 용량 500MW 이상의 대형 발전사에 총 발전량에서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의미하고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s)는 대형 발전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해 정부로부터 발급받는 인증서를 말한다. RPS 의무를 이행하고 REC를 발급받아야 하는 발전사는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6개의 발전 자회사와 지역난방공사, 포스코 파워, GS ESP들이다. 이들이 할당량만큼의 RPS를 이행하고 남은 잉여 REC를 기업이 직접 구매하면 RE100 실적으로 인증한다는 것이 인증서(REC) 구매 방안이다. 에너지 공단은 RE100용 REC 거래 플랫폼을 21년 1월에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③ 제3자 PPA는 한전의 중개로 발전사업자와 전력소비자 간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는 한국 글로벌 기업의 RE100 이행을 어렵게 했던 한국 전력 시장의 구조를 개정하는 것으로, 재생에너지에 한하여 한전의 중개 하에 발전사업자와 전력 사용 기업이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연구원은 “녹색요금제는 프리미엄이 붙어 기업 부담이 가중되지만, PPA를 도입하면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을 낮춰 기업의 에너지전환을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 ④ 지분 투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이다. 즉,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이다. 지분 투자 방안을 통해 기업은 투자로 소유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을 RE100 이행 실적으로 인증할 수 있게 된다. 태양광 비즈니스 플랫폼인 솔라커넥트는 지분 투자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식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 강제성을 갖는 탄소배출권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탄소 배출권 제도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고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시설에 투자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시킬 수 있는 지분 투자 방법을 통해 RE100 이행과 함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전략인 것이다.
- ⑤ 자가 발전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전력을 생산하여 기업에서 쓰는 전력으로 직접 사용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애플은 쿠퍼티노 본사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본사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100% 충당하고 있다.
산업부의 큰 그림, 환경에도 좋고 기업에도 좋은 RE100
각각의 이행 수단은 올해 하반기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구축하여 내년 본격적 시행을 목표로 한다. 정부가 마련한 5가지 방안은 해외에서 RE100을 이행하는 기업들의 이행 전략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개정한 것이다. 이 5가지 지원방안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구매, 사용하면 에너지 공단을 통해 RE100 이행 실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또한 산업부와 환경부는 녹색 프리미엄제를 제외한 4가지 이행 수단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협의하여 RE100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위해 연간 100GWh 미만을 소비하는 기업들에도 국내 이행 수단을 통해 재생에너지 구매가 가능하도록 할 것을 발표했다. 더불어 산업부는 그린뉴딜에 공공기관의 RE100 캠페인 확산 내용이 포함되는 부분을 언급하며 공공기관들이 RE100 캠페인 확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산업부의 RE100 이행 지원 방안에 아직 부족한 점은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녹색 프리미엄제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거나 배출권과 연계하는 등의 과도한 인센티브는 오히려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당초 취지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꼬집었다. 또한 반대로 프리미엄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입찰 된다면 기업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이는 오히려 기업의 재생에너지 이용 축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부의 지원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우려할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해외 시장과 소비자층으로부터 저탄소 이행 요구가 강해지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업에 필수적이기도 하며, 그 자체로 기업에 시장경쟁력과 브랜드 가치의 제고라는 이점이 된다. 또한 2021년은 파리 협약이 적용되는 원년이기도 하다. RE100 이행 지원 방안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국내 기업은 RE100 이행과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달성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구 환경을 위한 개인의 실천은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가져야 할 생활 태도이지만,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량으로 화력에너지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기업들의 에너지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산업부의 RE100 이행 지원 방안은 긍정적인 시작으로 보인다. 지원 방안을 통해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RE100 대응을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세계적인 기업의 친환경 움직임, RE100
- 솔라커넥트,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물결 ‘RE100’ 의미와 현황”, 20.08.20, http://blog.naver.com/solarconnect/222065973520
필환경 시대, 이제는 한국 기업도 RE100에 참여해야 할 때
- 솔라커넥트, “한국에서 RE100 이행하기, 과거와 미래”, 20.09.21, http://blog.naver.com/solarconnect/222095549435
- 조한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 글로벌 트렌드 된 ‘RE100’… 뒤처지는 한국 기업”, 민중의 소리, 20.08.16, https://www.vop.co.kr/A00001506796.html
산업부가 한국 기업을 위해 마련했다. RE100 이행 지원방안 5가지
- 산업통상자원부, 그린뉴딜 성과창출 위한 재생에너지 제도혁신 추진, 20.09.02, http://www.motie.go.kr/motie/ne/presse/press2/bbs/bbsView.do?bbs_seq_n=163268&bbs_cd_n=81¤tPage=71&search_key_n=title_v&cate_n=1&dept_v=&search_val_v=
- 솔라커넥트, “해외 RE100 현황 및 글로벌 동향 (1) 기업이 RE100을 이행하는 5가지 방법”, 20.08.26, http://blog.naver.com/solarconnect/222071615674
-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시사상식사전, 20.09.23,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31915&cid=43667&categoryId=43667
산업부의 큰 그림, 환경에도 좋고 기업에도 좋은 RE100
- 산업통상자원부, 그린뉴딜 성과창출 위한 재생에너지 제도혁신 추진, 20.09.02, http://www.motie.go.kr/motie/ne/presse/press2/bbs/bbsView.do?bbs_seq_n=163268&bbs_cd_n=81¤tPage=71&search_key_n=title_v&cate_n=1&dept_v=&search_val_v=
- 조한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 글로벌 트렌드 된 ‘RE100’… 뒤처지는 한국 기업”, 민중의 소리, 20.08.16, https://www.vop.co.kr/A000015067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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