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화 시대의 중동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이시은
탈석유화 시대,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
10월 3일 유가는 배럴 당 37달러를 육박했다. 전세계적인 코로나의 유행을 필두로 점점 감소하는 유가가 중동 지역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석유 생산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판매가는 사우디 82달러, 오만 87달러 등으로 약 80~90 달러이지만 현재 유가는 40달러를 웃돌고 있는 수준이다. 적자가 GDP의 40%를 차지하는 쿠웨이트 등 대부분의 걸프 산유국들은 저유가로 인한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인 중동은 2012년 1조 달러, ‘19년 5,750억 달러로 석유 수입의 감소를 겪어왔으며 IMF에 따르면 2020년의 예상 수입은 3000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자료1. 유가 및 나라별 예산 균형]
출처 : 이코노미스트
석유는 20세기를 지배했다. 20세기 내내 세계가 빠르게 가동된 것은 석유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1세기의 세계를 달리게 하는 것은 더 이상 석유가 아니다. 1928년부터 다우 존스 지수의 포함 기업이던 엑슨 모빌이 92년만에 다우 지수에서 퇴출되며 21세기의 탈석유화는 속도를 더욱 빨리 하고 있다.
석유 수요가 ‘14년부터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여온 만큼 탈석유화는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히 거론되어 오던 현상이다. 여기에 코로나 19의 여파로 석유 사용의 비중이 가장 큰 수송×교통 분야의 활동이 동결되면서 석유 수요가 더욱 감소하며 유가가 폭락했다. 전세계가 타격을 받고 있으나 특히 중동 지역은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가의 하락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앞으로 에너지 산업의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비단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직면하게 될 위기이다.
중동 지역의 국가 간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보았을 때 산유국과 비산유국 모두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 대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중동 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석유 산업은 비생산적인 경제 구조와 비도덕적인 제도 등을 지탱해왔다. 탈석유화 시대로 인한 에너지 산업의 변화는 사회적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것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변혁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자료2. 중동 지역 산유국 지도]
출처 : 이코노미스트
저유가의 장기화로 드러나는 문제들
먼저, 지역의 가장 부유한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는 현재 상황에서 약 2년의 지출을 메울 수 있는 444억 달러의 국부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나, 코로나 이후 사우디는 450억 달러의 현금을 지출하였다. 이 재정난을 보충하기 위해 사우디는 정부 직원의 생활비 수당을 철폐하였으며, 부가세를 15%로 3배 올렸다. 그럼에도 올해 재정 적자는 11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가세에 대한 사우디 국민의 여론은 차갑다. 빈민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 세금을 비롯해 부자들에게는 왜 세금을 지우지 않느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북쪽 지역에 궁전을 더 짓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이러한 대중의 반응은 놀랍지 않다.
산유국이 아닌 나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몇달 간의 시위가 중단된 레바논은 내전 이후 GDP가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으나 현재의 오일 슬럼프는 이를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많은 비산유국과 석유 비수출국들은 부유한 산유국들로부터의 송금액에 의존한다. 이집트는 인구의 약 3%를 차지하는 250만 명, 레바논과 요르단은 인구의 5%, 팔레스타인 지역은 9%의 인구가 석유 수출 아랍국에서 일을 한다. 이들이 보내는 송금액은 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석유 수입 감소로 송금액이 줄어든다면 비산유국의 금전적인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 그 이상이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에 기대왔던 국가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사회적 구조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매년 35,000명의 레바논 대학 졸업자들 중 국내 취업을 하는 인구는 5,000명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 걸프 산유국으로 미숙련 노동자를 꾸준히 공급하던 이집트도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해외로 이민을 가 돌아오지 않는 고학력자들의 수는 늘고 있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두뇌 유출 (brain drain) 상황은 코로나 발 저유가 시대로 인해 더 악화될 것이다. 특히 이집트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의료진 부족으로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던 만큼, 석유 산업에만 의존하는 중동의 사회×경제적 구조는 근본적인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저유가 시대로 인해 자본이 부족한 시점에서 사회적 혁신을 꿈꾸기는 어렵다. 즉, 유가의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해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가 서로의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후 중동의 방향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탈석유화 현상이 코로나 19로 인해 가속화 되고 있다. 현재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는 단순한 유가의 하락이 아니라 주요 에너지원의 변화라는 점에서 전례의 오일 쇼크들과는 다르다. 이는 지금까지 석유라는 천연 자원에 기대어 경제를 발전시킬 마땅한 유인을 찾지 않았던 석유 수출국들의 미흡한 경제적, 사회적 제도와 인프라의 부족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리게 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변혁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성공적인 재기를 이루기는 커녕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사회적 허약함을 직면할 것이다. 이에 대한 여러 의문과 예측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은 중동 스스로에게 달린 셈이다.
참고문헌
[탈석유화 시대,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
1) The Economist Group Limited, "The end of the Arab world’s oil age is nigh", The Economist, 20.07.18, www.economist.com/middle-east-and-africa/2020/07/18/the-end-of-the-arab-worlds-oil-age-is-nigh
2) The Economist Group Limited, "Is it the end of the oil age?", The Economist, 20.09.17, www.economist.com/leaders/2020/09/17/is-it-the-end-of-the-oil-age
3) "[사설]BP '석유 종말' 선언...합리적 에너지믹스 전략 짜야", 서울경제, 20.09,17, https://www.sedaily.com/NewsVIew/1Z7W0I229I
[저유가의 장기화로 드러나는 문제들]
1) The Economist Group Limited, "The end of the Arab world’s oil age is nigh", The Economist, 20.07.18, www.economist.com/middle-east-and-africa/2020/07/18/the-end-of-the-arab-worlds-oil-age-is-nigh
[이후 중동의 방향은?]
1) Khairallah Khairallah, "The upcoming Middle East upheaval in the post-COVID 19, post-oil crisis world", The Arab Weekly, 20.04.26, thearabweekly.com/upcoming-middle-east-upheaval-post-covid-19-post-oil-crisis-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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