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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선두업체는 따라잡힐 것인가? - 제조 공정 속 품질 변수

by R.E.F. 16기 임상현 2021. 4. 26.

이차전지 선두업체는 따라잡힐 것인가? - 제조 공정 속 품질 변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6기 임상현 19기 김성민

 

이차전지 후발 주자들의 진입

 전기를 휴대할 수 있고 자동차 엔진도 전기로 사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배터리 시대가 도래했다. 전기차 보급의 확산으로 한국, 중국, 일본 3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차전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 수요는 2019년 기준 198GWh에서 2030년 3,392GWh로 10년간 약 17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리튬이온전지 사업은 전기차 시장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으며, 각국 이차전지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점유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튬이온전지 소재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이 시장을 주도하였으나 한국, 중국업체들의 급격한 성장으로 공급망도 다양화되고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자료 1. 최근 2년 배터리 시장 점유율]

출처 : 지난해 세계 전기차 3분의 1, 한국 배터리 달고 질주…LG에너지솔루션 2위

 경쟁 과열 속 폭스바겐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것처럼, 전기차업계가 고객이 되지 못한다면 삼성, SK, LG 등 국내 업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리튬이온전지의 생산 공정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과연 후발주자들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제조 공정 속 품질 변수를 통해 예측가능성을 높여보고자 한다.

[자료2.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

출처 : 폭스바겐도 "전기차 배터리 직접 만들겠다"…비상걸린 K배터리

제조 공정 속 품질 변수

이차전지의 내부는 롤케이크 또는 크레이프 케이크의 단면을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만드는 과정도 유사하다. 얇은 극판에 물질을 코팅하고, 이 극판을 말거나 겹치는 형태로 내부를 구성한다. 이 물체를 포장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숙성을 하면 전지가 완성된다. 이 과정을 업계에서는 전극(극판) 공정 - 조립 공정 - 활성화(화성) 공정 으로 칭한다. 첨단산업으로 분류되는 반도체와 비교하면 나노 단위의 공정이 없을 뿐 아니라 제품의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2배 이상 짧다. 이처럼 일견 단순해 보이는 공정으로 인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차전지의 특수성으로 인해 각 공정 별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매우 많다.

1. 전극(극판) 공정

 전극 공정은 양극(+)극판, 음극(-)극판을 만드는 공정이다. 크레이프 케이크의 한 층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전극 공정에는 크게 5가지로 단계가 나뉘게 된다.

1) 믹싱 공정: 활물질을 슬러리로 만들기 위한 공정. 

 이차전지의 에너지 저장 물질(활물질)은 높은 표면적을 위해 가루형 입자로 제조된다. 이 가루를 고정하기 위한 본드(바인더)와 첨가제 등을 용매에 녹여 코팅이 가능한 액상(슬러리)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미세 금속 등의 이물질이 포함될 경우, 이차전지 내부의 합선 위험과 효율 저하 가능성이 있다.

2) 코팅 공정: 제조된 슬러리를 코팅하는 공정. 

 정해진 부피 내에서 용량과 효율 상승을 위해 모든 극판은 밀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균일한 코팅이 요구되며, 유동성이 있는 액상을 균일하게 코팅하는 것은 코팅 두께(loading level), 슬러리의 비율, 코팅 속도 등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3) 드라이 공정: 슬러리의 용매를 제거하는 공정.

 이후 공정을 위해 용매를 제거해 유동성, 점성을 없앤다. 벽에 두껍게 바른 페인트가 마르면 단단하게 되는 것과 같다. 열과 바람을 가해 건조하는 과정에서 기포가 생성되거나, 바람에 의해 표면의 균일함이 떨어질 수 있다.

4) 프레스 공정: 코팅된 전극을 눌러주는 공정.

 입자가 치밀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는 공정이다. 이를 통해 효율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부피가 작아져 셀 내에 더 많은 활물질을 넣을 수 있다. 얇은 극판에 압력을 가하는 만큼, 전극에 주름이 가거나 코팅 두께 단차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5) 슬리팅 공정: 프레싱 후 극판을 배터리 크기에 맞게 슬리팅 하는 공정이다.

 업계는 생산 효율을 위해 넓은 면적에 코팅한 후 전극을 자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슬리팅이라 하며, 설비의 상태에 따라 거칠게 절단된 단면으로 인해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

[자료 3. 전극 공정 모식도]

출처 : 산업분석 7편 - 글로벌 배터리 공급 캐파와 제조공정, 삼성증권

 

2. 조립 공정

 조립 공정은 크게 Winding, Stacking 방식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winding은 원통형, 각형 전지에 채택되며, stacking은 파우치형 전지에 채택된다. 층을 쌓아 케이크를 완성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료 4. 이차전지 내부구조와 유사한 음식]

출처 : 2차전지의 제조 프로세스_(1) 극판 공정

 

1) 노칭 : 전극 공정에서 슬리팅된 것을 배터리 크기에 맞게 자르는 공정. 

 레이저 또는 프레스 방식이 있으며, 방식에 따라 불량이 발생하는 유형이 다르다.  노칭 단계에서 레시피에 맞게 정확하게 재단되지 않으면 불량이 된다는 점은 유사하다. 

2) Winding or Stacking : 크기에 맞게 재단된 전극을 조립하는 공정

 전극과 분리막을 말거나 층층이 쌓아 배터리 내부 구조를 완성하는 공정이다. 이차전지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공정이며, 안정성과 가격에도 핵심적인 공정이다. 공정 과정에서 전극의 뒤틀림 또는 정확한 위치에 겹치도록 쌓지 못하면 그대로 불량품이 된다.

 와인딩 방식은 설비가 단순하고 생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롤 휴지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한데, 휴지심처럼 중심부에 활물질을 넣을 수 없는 공간(데드 스페이스)이 발생한다. 또한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활물질은 미세하게 팽창·수축을 반복하는데 말린 전극의 중심부와 외부의 팽창률 차이로 인해 물리적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는 전지의 영구적인 뒤틀림 또는 팽창으로 안전성을 낮출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스택 방식은 높은 공간활용으로 와인딩 방식보다 부피 당 용량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활물질의 부피 변화에도 스트레스의 영향이 적어 안전성도 높다. 하지만 낮은 생산속도는 큰 리스크이다. 또한 와인딩 방식은 만들어진 롤 형태의 구조체(젤리롤)를 금속 캔에 넣고 용접만 하면 되지만, 스택 방식은 파우치형에 넣는 방식에도 여러 번의 공정이 필요하기에 생산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

[자료 5. 와인딩 과 스택의 비교]

출처 : [지식발전소] LG화학, 휘는 배터리의 비밀

3) 포장: 전극·분리막 조립체를 보호할 용기에 담는 공정.

 셀의 물리적인 보호, 공기 중 부반응 방지, 전해액의 보관 등의 역할을 하는 용기에 포장하는 공정이다. 조립체의 형태에 따라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을 결정짓는 공정이며, 유형에 따라 차이점이 있다.

 원통형과 각형은 조립체를 금속 캔에 넣고 뚜껑을 용접, 전해액 주입 후 밀봉하는 비교적 간단한 공정으로 구성된다. 파우치형의 경우 파우치가 될 필름에 조립체가 들어갈 위치를 만드는 공정, 조립체 삽입 후 열을 가해 파우치를 만드는 공정, 전해액 주입 후 Degassing, 밀봉하는 공정으로 구성된다.

 각 공정은 용접 또는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전극이 손상될 수 있고, 생산성을 높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최적화가 쉽지 않다. 또한 이 공정이 미흡하면 전해액이 누출되거나 전극에 합선이 발생하는 위험이 있다.

[자료 6. 조립 공정 모식도]

출처 : 산업분석 7편 - 글로벌 배터리 공급 캐파와 제조공정, 삼성증권

3. 활성화(화성) 공정

 마지막으로 활성화 공정이다. 활성화 공정은 흔히 배터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공정으로, 조립체가 배터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에이징 과정을 거친다. 마치 음식을 발효하거나 숙성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1) SEI layer 형성: 이차전지의 성능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리튬이온전지는 반응성이 높은 리튬이온과 전자의 이동으로 구동된다. 반응성이 높기 때문에 높은 전압을 구현하기 용이하지만, 그만큼 원하지 않는 반응이 일어나기도 쉽다. 이를 부반응이라고 하며, 이로 인해 전지의 성능은 저하된다. 

 SEI layer는 부반응을 막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 활성화 공정의 첫 충전을 통해 형성되는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반응이 아닌 음극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반응이 일어나 전지의 성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하지만 보호막을 형성할 때 리튬이온이 소모되어 전체 용량이 감소한다. 배터리의 소재, 형태에 따라 보호막을 형성하는 조건과 변수들이 많아 수율에 영향을 준다.

2) 성능 평가: 제품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단계

 제품이 적절한 전압과 용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공정은 활성화 공정이 유일하다. 이전 공정에서 전기화학적 성능 검증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품질의 영향을 주는 가장 큰 공정이면서도 동시에 불량을 검수하는 공정이 맨 마지막 공정에 존재한다. 이는 공정 중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활성화 공정 전까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리스크를 만들어낸다. 만약 대량 불량이 발생하면 생산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고, 또한 최종 단계인만큼 불량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수율 안정화의 어려움

 이차전지는 공정과 제품의 특성상 품질의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매우 많다. 게다가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고 발화 또는 폭발 시 대처가 어려워 안전성에 매우 민감하다. 국내 3사를 비롯한 전지 업계의 선두주자들은 지난 시간 동안 위의 수많은 변수들을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율을 안정화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배터리 점유율 순위권을 다투는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도 2019년 폴란드 공장 설립 후에도 수율 안정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차전지 후발주자들(노스볼트 등)의 진입은 예견되어 있었지만 낮은 진입 장벽에도 불구하고 수율 안정화 및 생산성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은, 공개된 기술들과 전지업계 인력들의 유출로 인해 선두주자들보다 빠르게 생산성을 활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기존 업계들은 기존 생산성 개선뿐만 아니라 전고체전지, 리튬황전지 등 새로운 소재와 설계에 투자하고 패러다임을 앞서가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경쟁이 가속화되는 전지 업계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할 회사는 점유율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일 것인가, 전고체전지를 제시한 삼성SDI일 것인가, NCM 구반반과 분리막 등 소재기술을 가진 SK이노베이션일 것인가, 아니면 테슬라나 CATL 등 해외 기업에게 기회가 넘어갈 것인가. 끊임없는 개발과 투자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이차전지 후발 주자들의 진입]

1) 한국경제, 네이버포스트, ""폭스바겐도 "전기차 배터리 직접 만들겠다"…비상걸린 K배터리", 2021.03.17, 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961858&memberNo=37570062

2) 이재은, "지난해 세계 전기차 3분의 1, 한국 배터리 달고 질주…LG에너지솔루션 2위", 조선비즈, 2021.02.01, 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2/01/2021020101127.html

[제조 공정 속 품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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