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 평가의 척도, EROEI 지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최별, 18기 한동근, 19기 권승호
우리는 에너지 효율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요즘, 우리는 어느 곳에서나 여러 종류의 에너지들과 그 생산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에너지를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시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각각의 에너지의 경제성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필수적인 주제가 되었다. 즉, 우리에게 어떤 에너지가 얼마만큼의 효율을 가지는지가 꽤나 중요한 사안이 된 것이다.
허나, 여기서 문제가 있다. 과연 에너지의 효율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현재 우리가 각각의 에너지에 대해 효율을 판단하고 그것을 논의하는 과정엔 여러 불편함과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에너지마다 그 효율을 평가하는 지표가 상이하다. 쉽게 말해,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에너지는 투입된 연료 대비 에너지 생산량을 이야기하고 어떤 에너지는 그날의 일사량 대비, 어떤 에너지는 풍량 및 풍속에 대비해 에너지 생산량을 이야기한다. 그럼 우리는 각각의 생산방식으로 같은 에너지를 얻었을 때 무엇이 가장 효율적이었는지 빠르게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두 번째로, 하나의 에너지에 대한 효율의 변화를 간편하게 담아내지 못한다.
같은 에너지라도, 같은 생산방식이라도 사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율이 변화한다. 연료의 매장량이나 가격이 변동할 수도, 그 채굴방식에서 드는 비용이 변동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의 에너지도 그 경제성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쉽게 말해, 한 에너지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러 사회,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해당 에너지도 그 효율과 경제성이 영향을 받으며 함께 변화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한눈에 비교하는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 에너지 효율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지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하나의 에너지에 대해 그 효율을 조사했을 때, 그것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 원자력이 에너지 효율이 더 높고, 풍력이 효율이 더 낮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풍력에너지만을 이용할 때와 원자력 에너지만을 이용할 때, 그 삶의 질이나 이용 가능한 기술 및 서비스가 각각 어떤 수준으로 차이가 나게 되는지 구체화하여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에너지 효율과 더불어 그 효과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지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에너지의 효율을 평가해야 할까? 사실 이미 앞선 세 가지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한다. 각각의 에너지에 대해 이를 평가할 수 있는 통합되고 수치화 된 지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EROEI 지수이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는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이 EROEI 지수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EROEI 지수란 무엇일까?
우리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형태의 에너지를 어느 정도 투입해서 얻어내야 한다. 이때 적게 넣었을 때 많은 에너지가 나올수록 더 에너지의 효율이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EROEI 지수란 Energy Return on Energy Invested의 약자로 이처럼 투입한 에너지에 대하여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화 된 지표이다. 단순하게 EROI 지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EROEI 지수가 1:0이라면 우리는 투입한 에너지에 비해 어떤 에너지도 얻지 못했음을 의미하고 1:1이라면 투입한 만큼의 에너지를 얻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EROEI 지수는 투입된 에너지에 대한 생산된 에너지의 비율을 표시하는 지표이므로 모든 에너지에 대해 서로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지표를 이용하여 각 에너지와 생산방식에 대한 효율을 파악하고 서로 비교할 수 있다. 화력발전은 1:100, 풍력은 1:5, 태양광에너지는 1:3정도의 EROEI 지수를 가진다. 이처럼 하나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 수치를 비교하니 그 수준을 더 빠르고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EROEI는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석탄, 석유를 통한 화력발전이 처음 사용된 시기부터, 화력발전이 널리 퍼지고 화석연료의 매장량이 급격히 줄어 든 시점까지. 이러한 사회, 경제적 변화와 그에 따른 에너지 효율의 차이를 EROEI는 담아낼 수 있고 실제로 담아 내 왔다. 과거 화력발전이 EROEI로 1:100 기록한 것과 더불어 매장량 급감 시기에 1:3까지 효율이 떨어진 것을 담아낸 지표도 바로 이 EROEI지수이다.
마지막으로 EROEI는 그 에너지 효율이 사회에서 갖는 효과까지 담아낸다. 예를 들어 EROEI가 5면 고작 현대 농업만이 가능한 사회적 단계에 머무르며 EROEI가 12이면 신기술 개발이나 최신 의료서비스 같은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EROEI가 20이 되면 비로소 선진국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EROEI지수를 통해 우리 사회가 최소한 어느 정도의 에너지 효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으며, 그 목표 에너지 효율에 근접하기 위해 각 에너지와 생산방식들의 효율을 파악하고 이용 비율을 조정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석탄, 석유를 중심으로 바라본 EROEI 지수 변화의 역사
지금부터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용되는 가장 역사적이고 대표적인 물질인 석유와 석탄의 EROEI 지수 변화를 예시로 들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산업 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1900년대 초반에 매장되어있던 엄청난 양의 석유는 별다른 투자 없이 쉽게 시추가 가능하여 EROEI 지수가 1:1000을 넘어설 정도로 에너지 투입 대비 수익이 엄청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석유를 이용하는데 추가적인 비용이 소모되기 시작했고, 특히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 세계 2차 대전 이후 1:100선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도 매장되어있는 석유의 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EROEI지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1:3 정도까지 하락하였다. 석유를 시추하는데에도 많은 에너지의 투입이 필요해지자 그 효율이 변화한 것이다.
[자료 1. 석유의 EROEI 지수 그래프]
출처 : 8020 Vision
허나 최근에 발견된 셰일오일·가스 채굴과 캐나다 등지의 타르샌드(오일샌드) 석유로 인해 석유의 매장량이 증가하자 다시 EROEI 지수가 반등하게 되었다. 셰일오일·가스 및 오일샌드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이 찾아낸 석유로 상당한 양이 생산되고 있어 석유 공급이 문제없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오일샌드도 마찬가지로 1:5 정도의 EROEI 지수를 가지고 있어 석유의 전체적인 지수 비율은 1:1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자료 2. 오일 샌드 EROEI]
출처 : The Oil Drum
그러나 셰일오일·가스 및 오일샌드 역시 매장량의 한계가 있는 자원이므로, EROEI 지수가 꾸준히 하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머지않아 생산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석탄도 살펴보면 1950년대에는 1:80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며 많이 쓰이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1:5 정도까지 하락하였다. 따라서 석탄을 채굴하는데에도 많은 에너지의 투입이 필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자료 3. 석탄, 석유, 가스의 EROEI 감소 그래프]
출처 : 2012 Reenergize the Americas Keynote
이처럼 에너지 효율은 그 매장량이나 채굴 비용에 따라서 변화하게 되며 EROEI 지수는 이러한 외부요인의 영향에 따른 에너지 효율의 변동까지 함께 담아 내 왔음을 알 수 있다.
EROEI 지수의 종류와 개념
EROEI는 에너지 소비 및 생산 시 비용의 범위를 어디까지 고려할지 따라 크게 4가지 종류로 정의된다. 따라서 같은 에너지원에 대해 계산하더라도 생산 에너지로써 고려한 범위와 그 비용에 따라 결과값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EROEI의 4가지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Standard EROEI (EROEIst)
EROEIst는 계산이 상대적으로 쉬워 가장 많이 사용되는 EROEI로, 획득한 연료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총량을 그 연료를 채굴하는 데 드는 에너지양으로 나눈 것이다. EROEIst는 주로 연료 채굴 단계에서 경제적 이득을 계산하는데 쓰이며, 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재료 자체의 효율을 비교하는 데에도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2. Point of Use EROEI (EROEIpou)
EROEIpou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의 EROEI로, 수치 산출에 연료 채굴에 드는 에너지 양 뿐만 아니라 연료를 정제하고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도 포함한다. EROEIpou를 사용하면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므로 결과값은 EROEIst에 비해 낮아지게 된다.
3. Extended EROEI (EROEIext)
EROEIext는 EROEIpou보다 에너지 비용을 더 넓게 산정하는 방법이다. EROEIpou가 연료의 정제, 운반에 사용한 에너지를 함께 계산했다면, EROEIext는 여기에 연료의 소비 단계에 필요한 설비에 드는 에너지 및 비용도 포함하게 된다. 예를 들면 송변전 설비와 같이 에너지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데 필요한 인프라의 구축 및 유지보수 비용이 있다.
4. Societal EROEI (EROEIsoc)
EROEIsoc는 상기한 EROEI 산출 방법과는 조금 다른 개념의 EROEI로, 국가나 사회가 얻은 에너지 총량의 비율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즉, 해당 국가나 사회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뜻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EROEIsoc의 계산 범위에는 사회 안의 모든 에너지, 물질 생산과 소비가 포함되므로 이를 정확히 산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EROEIsoc를 제대로 산출할 수만 있다면 여러 사회와 국가의 생활 지표 대비 생산 능력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EROEI, 앞으로는 어떻게 쓰여야 할까?
EROEI의 핵심 기능은 에너지 생산 효율을 정량화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최소 생산 EROEI 이상의 효율로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지속할 수 없다. 인류는 사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EROEI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에너지원을 발굴해왔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흐름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유지하려면 어떤 에너지원이 적합한지, 어떻게 에너지 믹스를 구축해야 할지에 정량적 지표인 EROEI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사회에서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책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려면, 현 화석 연료의 EROEI 지수와 대체할 에너지원들의 EROEI 지수를 파악하여 비교해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즉,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EROEI를 활용하여 이루어내야 한다.
EROEI를 활용해서 가장 적합한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EROEI에 대해 많이 인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ROEI 지수란 무엇일까?]
1) ADAM HAYES, “Energy Return on Investment (EROI)”, Investopedia, 2021. 04. 28
(https://www.investopedia.com/terms/e/energy-return-on-investment.asp)
2) Hali Healy, Sylvia Lorek and Beatriz Rodríguez-Labajos, “EROI (Energy Return on Energy Input/Invested)”, EJOLT, 2012. 12.
(http://www.ejolt.org/2012/12/eroi-energy-return-on-energy-inputinvested/)
[석탄, 석유를 중심으로 바라 본 EROEI 지수 변화의 역사]
1) Jay Kimball, 8020 Vision, EROEI, 2012. 11. 07
(http://8020vision.com/tag/eroei/)
2) Abbas Ghassemi,”2012 Reenergize the Americas Keynote”, Slide Share, 2012.10.24 (https://www.slideshare.net/Reenergize/ghassemi-keynote)
3) 달내골 농부, 선샤인 농장이야기, “기후위기, EROEI,농민 기본 소득”, 2020.01.26, (https://blog.naver.com/ssf17/221785633841)
[EROEI 지수의 종류와 개념]
1) 이철우, “[이철우 교수의 에너지와 국제정치]에너지 정책과 투자에너지수익률(EROI)”, civicnews, 2019.03.07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68)
2) Wikipedia,”Energy return on investment”, 2021.06.14, (https://en.wikipedia.org/wiki/Energy_return_on_investment)
[EROEI, 앞으로는 어떻게 쓰여야할까?]
1) ADAM HAYES, “Energy Return on Investment (EROI)”, Investopedia, 2021. 04. 28
(https://www.investopedia.com/terms/e/energy-return-on-investment.asp)
2) David J. Murphy and Charles A. S. Hall, "Year in review—EROI or energy return on (energy) invested",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2010. 01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41421151_Year_in_review-EROI_or_energy_return_on_energy_invested)
3) James Conca,”EROI--A Tool To Predict The Best Energy Mix”, Forbes, 2015.02.11 (https://www.forbes.com/sites/jamesconca/2015/02/11/eroi-a-tool-to-predict-the-best-energy-mix/?sh=2b017cbfa027)
4) Charles A.S.Hall, Jessica G, Lambert, Stephen B, Balogh, “EROI of different fuels and the implications for society”, Energy Policy, Volume 64,Pages 141-152, January 2014 (https://reader.elsevier.com/reader/sd/pii/S0301421513003856?token=3BDC39E491907EE69A67E222FD39F3DF54D9BB1CA92D57677E0D4E1916B8DE210EBBD9E8D7678EF72EEF1D424F83354D&originRegion=us-east-1&originCreation=2021062617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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