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뜨거운 루머, 전력수급과 태양광 기여의 진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18기 오연지 19기 김아현 19기 김정혁
19기 정승준 20기 권혜주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가운데, 올여름의 더위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에서는 열대야 일수가 20일을 넘었으며, 제주에서도 29일 이상의 열대야가 지속되며 체감온도 35도 이상의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연일 이어지는 더위에 사람들의 냉방기 사용량 증가와 더불어 산업생산 증가 등으로 인해 전력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는 90.9GW 내외, 상한 전망 94.4 GW 내외로 예상되며, 피크 시기 전력 공급 능력은 99.2GW, 최대 전력 수요는 8월 둘째 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수급 비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전력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8.8GW의 예비자원을 확보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전력수급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표하기도 하며, 폭염 속 전력 수급에 새롭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태양광 발전”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한다. 본 기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슈들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 최대 전력 수요 : 일 년 중 전력 사용이 최대로 되는 순간의 전력 수요)
이슈 1. 전력 공급예비율 7%대, 불안한 예비력이 아니야
폭염이 급격히 심해진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특히 전력수요 급증으로 인해 전력예비율이 7%대로 떨어진 시기에 탈(脫)원전 정책 시행은 시기상조이며, 우리나라 전력공급체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명 블랙아웃이라 불리는 대정전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내막을 살펴보자. 실시간 전력 수급과 관련이 있는 것은 ‘공급예비율’이다. 공급예비율은 공급예비력을 최대수요로 나눠 백분율로 표기한 것이다. 여기서, 공급예비력은 *공급능력과 최대전력수요의 차이를 나타낸다.
*공급능력 : 발전설비의 총 설비용량 중에서 예측이 가능한 출력 감소분을 제외한 공급능력용량과 최대수요와의 차이
공급예비율은 연중 변동 폭이 큰 특징을 가진다. 18년도 2월 16일에는 59.2%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7월 24일에는 7.7%의 낮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예비율은 최대전력 수요가 낮을 때는 높게, 최대전력 수요가 높을 때는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수치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예비율 7%대로 하락, 전력수급 위기’ 또는 ‘예비율 10% 이상이어야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한 변동성이 크다는 예비율의 특성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부적절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 공급예비율이 실시간 전력수급의 여유 상태 정보를 제공하지만 10%면 충분함.
- 10% 미만이면 위태로운 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음.
- 다수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예비율’은 실제로 얼마나 전력수급 상황이 위험한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
그렇다면 전력수급 상황의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이 있을까?
실시간 전력수급 유지의 안정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지표는 바로 ‘운영예비력’이다. 운영예비력은 통상적 수요 오차, 수요 예측 실패량, 발전기 등 설비 고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 시간 내 확보와 이용이 가능한 공급용량을 의미한다. 즉, 운영예비력은 실제로 생산하고 있는 전력과 최대수요의 차이를 말하기 때문에 공급예비력과 개념이 다르다. ‘예비율 7%’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이 두 개념을 두고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예비력을 세분하면 항상 변동하는 전력수요를 맞춰주는 ‘주파수 조정 예비력’(150만kW)과 수요예측 오차와 발전기 고장에 대응하는 ‘운전상태 대기·대체예비력’(150만kW 또는 100만kW), ‘정지상태 대기·대체예비력’(150만kW 또는 100만kW)으로 구분된다. 즉, 전력수급 유지를 위해 400만kW 이상의 운영예비력을 갖춰야 한다. 2011년 9월 15일 전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전을 되살펴보면, 경보 수준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에 이르는데 고작 30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결국 운영예비력은 50만kW 밑으로 떨어졌다.
[자료1. 경보 수준 별 경보 발령 기준]
출처: 전력거래소 ‘전력시장운영규칙’
운영예비력은 하한선이 설정되어 있는데 상한선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특징을 지닌다. 요즘과 같이 폭염이 급격히 심해진 날에는 운영예비력을 최대한 확보해 안전성에 보다 신경 쓰겠다는 운영의 원칙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도한 운영예비력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으나 냉방수요의 가치가 절대적으로 높은 여름철 정전이 발생했을 때 잠재적 피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부분을 고려한다면 과도한 운영 준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한 고품질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운영예비력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슈 2. 폭염 상황 속 태양광 발전의 기여도
폭염으로 인해 전력수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태양광 발전이 피크시간대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있다. 태양광 패널이 받아들이는 빛 중 전기로 바꾸는 비중(30%)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 온도가 25도이므로 폭염이 태양광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사실은 과거와 현재의 전력 수요 피크시간대 변동으로부터 알 수 있다.
2016년도까지의 여름철 전력 소비가 집중하는 시간은 14~15시 사이였다. 하지만 올여름 21일, 전력거래소에 잡힌 최대 전력사용 시간은 오후 5시였다. 그 이유는 바로 태양광 발전에 있다.
21년 7월 기준으로 전체 태양광 설비용량은 약 20.3GW로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태양광(5.1GW)과 한전과 직거래(PPA)를 통해 발전하는 태양광(11.5GW), 자가소비 목적의 자가용 태양광(3.7GW)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실시간 발전량이 계량되는 태양광은 5.1GW(약 25%)로 전력시장에 등록되어있다. 나머지 75%는 미계량 설비로 실시간 발전량이 계량되지 않고 수요 예측 시에만 반영되고 있다. 전력수요 최고점이 늦은 오후로 이동한 것은 미계량 태양광 설비가 한낮 전력수요를 충당하면서 나타난 효과인 셈이다. 즉, 태양광 설비는 피크 시간을 뒤로 미뤄버릴 만큼 전력수요 감축 및 공급 능력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계량 설비 : 가정용 발전량 + PPA
**PPA : 전력구매계약 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전력판매자와 구매자가 전력을 직거래하는 당사자 간 계약 방식
[자료2. 시간대별 전력 수요]
출처 : 중앙일보
[자료3. 2010/2015/2020 폭염발생일 시간대별 전력수요 변동]
출처 : 지앤이타임즈
그러나 미계량 태양광의 증가로 총 수요(Gross Load)와 순수요(Net Load) 간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로 인해 수급/수요 측면에서 수요예측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8월 2일 열린 ‘전력수급 위기와 탈원전, 무엇이 팩트인가’의 긴급토론회에서 정응수 전력거래소 처장은 “추정치에 의존하고 있는 미계량 태양광의 발전량 취득과 신재생 에너지 통합 관제 시스템 그리고 에너지 저장 장치 확충 등 실시간 변동성 대응을 위한 자원의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전한 바 있다.
이상으로 전력수급의 안정성, 그리고 폭염 상황 속 태양광 발전시설의 기여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 결과,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폭염 상황 속에서도 운영예비력은 적정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폭염 상황 속에서도 태양광 발전시설은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정부는 수요급증과 사고로 인해 예비력이 부족해질 시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기 위한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해놓았다. 예비력이 10GW 내외로 내려갈 시 단계적인 선제 대응이 시행되고, 이후 5.5GW 미만이 될 시에는 단계적인 비상시 대응이 시행된다.
[자료4. 단계별 선제적 대응 및 비상 시 대응]
출처 : 에너지전환포럼
이런 사실을 고려해보면, 전력거래소와 관련 전문가들은 기상청이 예상하지 못한 극단적 폭염이 발생하거나 동시에 여러 발전시설에서 사고가 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력수급경보가 발령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지속하는 폭염 속에서의 전력 수급과 태양광의 역할에 관련하여 입증되지 않은 이슈들을 바로 보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서론]
1) 고은지, “올여름 서울 20일간 열대야…소나기에도 찌는 듯한 더위”, 연합뉴스, 2021.08.05, https://www.yna.co.kr/view/AKR20210805026100530?input=1195m2) 산소통(산업통상자원부 소통 채널), “올 여름 전력수급 상황 어떨까?”, 2021.07.01, https://blog.naver.com/mocienews/222416414947
3) 산소통(산업통상자원부 소통 채널), “태양광발전의 여름철 전력수급 기여도는?”, 2021.08.04, https://blog.naver.com/mocienews/222456504585
4) 이승현, “폭염 속 숨은 공신 태양광발전, 전력수요 피크시간도 바꿔”, CEO스코어데일리, 2021.07.23, https://www.ceoscoredaily.com/page/view/2021072215365468597
5) 김동원, “예고된 기록적인 폭염, 태양광 발전엔 유리할까?”, HelloT, 2021.06.23, https://www.hellot.net/news/article.html?no=53013
[이슈 1. 전력 공급예비율 7%대, 불안한 예비력이 아니야]
1) 에너지경제신문, “[김선교 칼럼] 역대급 폭염, 대(大)정전 발생 가능성은?”, 2020.03.16, https://www.ekn.kr/web/view.php?key=378606
2) 파워텔링, 착한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전기사용 powertelling, 전력수급관련용어, 2013.12.20,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powertelling&logNo=100202034729
3) 주간조선, 7%도 충분? 위험?, 2018.08.06,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519100004&ctcd=C02
4) 오마이뉴스, "아직 300만kW 남았는데?"... 정전사태 부른 '10년 은폐', 2013.12.0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3554
[이슈 2. 폭염 상황 속 태양광 발전의 기여도]
1) 김정수, “오후 3시에서 오후 5시로 바뀐 ‘전력 피크’…무슨 일이?”, 한겨레, 2021.07.22,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04678.html
2) 김남준, “숨은 태양광 찾아라" 文 지시에 산업부 "비중 2.9% 아닌 11.1%”, 중앙일보, 2021.08.04, https://news.joins.com/article/24121195
3) 주문정, “태양광발전, 여름철 전력피크 시간 옮겼다”, ZDNet Korea, 2021.08.04, https://zdnet.co.kr/view/?no=20210804145024
4) 산소통, “태양광발전의 여름철 전력수급 기여도는?”, 산업통상자원부 네이버 블로그, 2021.08.04, https://blog.naver.com/mocienews/222456504585
5) "전력수급현황과 전망, 재생에너지의 전력피크 기여도”, 2021.08.02, https://youtu.be/Jd2iowEUFLk
[결론]
1) 김정수, “전력수요 2018년 폭염 이후 최대치 가나…경보발령은 아직”, 한겨레, 2021.07.21
2) 정응수, “전력수급현황과 전망, 재생에너지의 전력피크 기여도”, 2021.08.02, http://energytransitionkorea.org/post/4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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