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플라스틱, 어디까지가 친환경일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황지영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대두되자 환경부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을 권장함은 물론 각 기업에서도 친환경 포장재를 내세우고 있다. 기존 포장재보다 비싼 값으로 소비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과연 어떤 플라스틱이 ‘친환경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걸까?
[자료 1. 식물성 페트병]
출처 : 서울파이낸스
친환경 플라스틱이란,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말하는데, 주로 바이오 소재로 만들어지며 크게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의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수 있어, 수개월 내에 분해가 가능하여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라고 불리는 식물성 재료와 석유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혼합형 플라스틱으로, 제조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덜하다.
기존의 석유 플라스틱 제품을 포함한 세 종류의 플라스틱은 원재료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리수거와 폐기방법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실제 처리 방법과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개선점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친환경 플라스틱 하나, 생분해 플라스틱
‘친환경 플라스틱’하면 대부분 생각하는 플라스틱이 생분해 플라스틱일 것이다. 기존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쓰레기 처리 시 썩지 않기 때문에 자연에 그대로 쌓인다는 것이다. 또한 소각 시 타지 않은 채 끈끈하게 벽에 붙어 소각로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플라스틱이 바로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생분해란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토양 영양분으로 분해되는 과정이며, 생분해 플라스틱은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단시간에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다. 우리는 여기서 ‘특정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될 수 있는 특정 조건이란, 대부분 ‘약 60℃의 온도와 7의 pH 값, 어둡고 밀폐된 환경’ 등을 포함한 까다로운 조건이다. 그러나 자연환경에서는 기온 50℃를 넘는 상황이 매우 드물다. 매립 시 일반 플라스틱과 같이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료 2. 모 비닐 업체의 생분해 플라스틱 홍보 문구]
그렇다고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재활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순수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바이오 소재 첨가물이 존재하며,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 석유계 플라스틱과 함께 재활용되지도 못하고, 종량제 봉투로 분리수거 되어도 매립 시 분해되지 않거나 소각처리되어 그 제조 목적을 상실한다.
친환경 플라스틱 둘,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이란 제조 시 식물 등에서 추출한 물질을 일부 섞어 석유 사용량을 줄인 제품을 말하며, 바이오매스에서 온 탄소 함량이 20%를 넘으면 EL727(바이오매스 합성수지 제품) 인증을 받게 된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매립 시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에 집중했다면,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제조 시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에 집중한 플라스틱인 셈이다. 일반 플라스틱은 석유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이때 원료의 탄소 성분의 일부가 산업폐기물로 전환되어 소각된다.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제조과정에서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적게 들어가는 합성수지로 인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낮다는 점에서 친환경 플라스틱이 되는 것이다.
[자료 3. 작년까지 동일했던 친환경 인증마크]
출처 : 프로팩
작년까지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생분해 플라스틱과 동일한 친환경 인증 마크를 달고 소비되었다. 소비자들은 같은 친환경 마크인 만큼,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도 생분해 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생분해 플라스틱은 과장된 효용을 의식하여 친환경제품 인증을 중단했지만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의 정보를 명확히 제공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여전히 두 플라스틱을 혼동할 수 있어 제대로 된 분리배출이 어렵다.
그렇다면 생분해 플라스틱과는 달리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한가? 결론은 재활용은 가능하다. 그러나 바이오매스 첨가물이 기존에 있는 깨끗한 폴리프로필렌과 섞이게 되면 저급 제품으로만 재활용이 가능하며 더 고급 제품으로의 제조는 어렵다.
플라스틱 폐기 처리 현황
생활 속에서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재활용 선별장으로 향한다. 플라스틱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실제 재활용될 수 있는 깔끔한 플라스틱을 선별해내는 작업이 이루어지는데, 선별해내는 플라스틱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우리가 분리수거한 플라스틱 중 실제 재활용률은 약 14%라고 알려져 있는데, 나머지 플라스틱들은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석유계 플라스틱이 아닌, 우리가 친환경이라고 믿었던 플라스틱은 어떻게 폐기 처리될까? 우선 일반 플라스틱처럼 분리배출할 경우 다른 플라스틱 물질의 재활용을 방해한다. 따라서 환경부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바이오매스 함량이 100%인 물질이 있고, 반생 분해인 물질이 있다. 이 플라스틱들은 모두 유통 시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통칭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된 전문 퇴비화 시설이 없어 기존에 있던 매립지에 묻히게 된다. 또한,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기 때문에 매립 못지 않게 소각되는 경우도 많아 생분해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무조건적인 홍보보다 매립지 조성, 분리수거 방침 개선해야
친환경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개발이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악화,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개선을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 관련 연구개발은 물론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언젠가는 현실적인 자연조건에서도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이 등장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현재 다양한 플라스틱들의 현실을 알고, 명확한 분리수거와 폐기 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석유제품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은 원재료에 차이가 있는 만큼, 폐기방법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리수거 방침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해당 분리수거에 따른 폐기물 처리, 특히 생분해 플라스틱의 매립지 조성 또한 빨리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 플라스틱의 소비를 장려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또 다른 그린 워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무조건적인 홍보보다는 현실적인 정보제공과 명확한 폐기처리가 필수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착한 플라스틱? PLA가 뭐길래!", 20기 황지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m/3507
2. "썩는 플라스틱을 아시나요?", 17기 이지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18
3. "차세대 플라스틱으로 기대 받던 썩는 플라스틱, 왜 외면 받고 있나", 18기 이유나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10
참고문헌
[서론]
1) 이혜진, 파이낸셜뉴스, "사탕수수로 만든 비닐?.. 바이오 플라스틱이란 [지구를 사랑하는 장한 나]", 2022.02.05,
https://www.fnnews.com/news/202202041106103396
[친환경 플라스틱 하나, 생분해 플라스틱]
1) "플라스틱", 환경부 홈페이지 용어사전, http://www.me.go.kr/search/totalSearch/search.jsp
2) 홍수열, "썩는 비닐봉지는 사실 잘 썩지 않는다.", 한국일보, 2022.03.1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31409260004972
[친환경 플라스틱 둘, 바이오 베이스 플라스틱]
1) 닷페이스, "지금 한국에서 분해될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은 하나도 없다.", 2020.12.09, https://www.youtube.com/watch?v=_d9x9KisQZM
2) 박세준,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 썩지 않아도 친환경인 3가지 이유", 신동아, 2020.11.15,
https://shindonga.donga.com/Library/3/02/13/2240429/1
플라스틱 폐기 처리 현황
1) EBS 다큐, "갈 곳 잃은 플라스틱, 매일 하는 쓰레기 분리수거의 현실은?", 2021.03.15,
https://www.youtube.com/watch?v=7-52lzpz76s
2) 그린피스, "플라스틱, 줄이는게 답인 이유 5가지", 2017.08.23,
3) 강찬수, 정종훈, 편광현, 백희연, 중앙일보,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데... 소각되는 것도 많다", 2021.09.1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6904
4) 조은비, 뉴스펭귄, "환경부도 '난감'... 생분해 플라스틱 한국 상황 A to Z", 2021.06.19,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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