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로 만들어진 제품, 사용하시겠습니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김지원
당신은 공장의 굴뚝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로 만들어진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가?
그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집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속에 활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장의 굴뚝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기술은 이미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 플라스틱, 콘크리트, 음료수, 심지어는 교통수단의 연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흔히 CCU라고 불리는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기술이 전 세계에서 활용되면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방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잘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탄소 중립 사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의 중요성
[자료 1. 탄소중립]
출처 : 포스코뉴스룸
지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 온실가스의 과도한 증가는 지구온난화 현상의 주요 원인이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의 인위적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 지구 평균기온이 높아지는데, 특히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IPCC에서 발표한 5차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은 기후 시스템에 명백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최근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관측 이래 최고 수준으로, 30년 사이 지구의 평균 온도는 1.4oC 증가하였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o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 전 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여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다.
탄소 중립이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만들어 탄소 순 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으로, ‘넷-제로(Net-Zero)’라고도 부른다.
2050 탄소 중립 달성까지 기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단순히 온실가스 방출을 멈추는 것 이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엔 대기에 존재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것도 포함된다. 나무, 토양, 바다에서 자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의 5배를 넘는다. 그렇기에 이산화탄소를 연료로써 재활용하거나 사용기간이 긴 시멘트와 같은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 CCU
[자료 2. CCUS 기술 개념도]
출처 : 2021 CCU 기술혁신 로드맵
탄소포집기술 (CCU)는 Carbon Capture Utilization의 약자로써 발전소,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에탄올, 메탄올 등의 산업 원료나 다른 유용한 물질로 전환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우선 석탄 및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정유공장 등과 같은 대규모 산업 공정 시설에서 생성된 온갖 불순물 중에 이산화탄소만을 분리하는 ‘포집(Capture)’과정을 거친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분산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흡수제 또는 흡착제를 설치하여 이산화탄소만을 걸러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고온의 스팀 가열기로 80-100기압의 압력을 가하여 액화시킨 후 파이프라인, 트럭, 선박 등의 이동 수단으로 심해 지반과 같은 깊은 지하 퇴적층에 저장된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주며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땅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고 해서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이 없고, 안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산화탄소를 전환하여 활용하는 기술인 CCU가 필요하다.
CCU를 통해 만들어진 제품들
CCU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공정에 따라 화학 전환, 생물 전환, 광물 탄산 기술을 거쳐 우리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용품의 원료가 된다.
화학 전환 기술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촉매와 반응을 일으켜 메탄올, 초산, 개미산, 옥살산, 우레아 등의 화학 원료로 전환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산화탄소에서 전환된 젖산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원료로, 포름산은 가축의 사료첨가제로 쓰이며, 알파올레핀은 세정제와 윤활유, 화장품 등의 원료가 된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전환 제품은 우레아로 연간 1억 5000만 t이 생산되며 주로 비료의 원료로 사용된다.
생물학적 전환 기술은 광합성률이 굉장히 높은 미세조류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화학물질로 전환하여 바이오 자원화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물 탄산화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전환해 소재화하는 기술로, 폐콘크리트, 석탄재, 철강슬래그 등을 특수 처리해 고순도 탄산염을 얻은 다음 이를 고무 등 화학제품이나 건설자재로 바꾼다. 그 외에도 고온의 열을 활용하여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합성가스로 변환한 후에 디메틸에테르(DME)와 합성 항공유를 생산하는 기술이 있고, 전기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합성가스, 에틸렌 등의 산출물을 생성하는 기술이 존재한다.
[자료 3. Carbon Cure Technology concrete]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활용 분야는 치료 장비와 콘크리트 생산이다. 한 예로, 캐나다의 기업 ‘Carbon Cure Technology’에서는 콘크리트 속에 90,000t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미국의 회사 ‘CO2 Concrete’는 탄소 포집 없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건축 자재 및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CCU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이산화탄소 재활용 제품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여 만들어진 제품들은 대부분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성공이 결정된다.
[자료 4. CCU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설문조사]
출처 : Lauren Lutzke
‘Climate Change’에서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은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기술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 변화에 기여한다는 아이디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 사용 가능성을 물었을 때, 사람들은 제품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산화탄소 재활용 음료의 경우, 사람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제품 사용을 꺼려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걱정과 달리,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제품들은 시중의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안전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이다. 제품 속에 활용되는 배출 가스 속 필요 없는 오염물질은 필터를 통해 걸러지고,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부분들만 제품 속에 사용되므로 안전하다. 또한 이산화탄소가 원료로서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나면, 화학적으로 안정화된 제품은 다시 이산화탄소 기체의 형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실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드라이아이스, 특정 의료 장치, 탄산음료 속 탄산을 만드는 이산화탄소 모두 증기-메탄 개질의 과정을 거친 화학 연료의 부산물이다. 이 제품들은 성별과 연령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CCU 기술의 전망
미래 시장을 위한 CCU 기술의 핵심 요소는 ‘확장성’과 ‘가격 경쟁력’이다. CCU 기술로 생산된 제품의 소비자 수요를 고려해야 하고, 기술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CCU 기술을 상용화하기 매우 어렵다. 우선 CCU 기술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홍보를 통해 이산화탄소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경제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까지 탄소 포집, 수송, 저장 및 활용 각각의 과정에는 많은 초기 비용과 유지 비용이 발생하며,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CCU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CCU 제품에 대한 구매 할당제, 우선 구매제, 지원금, 정부 보조금 등 정부 차원의 새로운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폐기물관리법상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폐기물로 분류돼 활용하려면 관련 인허가를 취득해야 하는데, 인허가 취득에서 1~2년이 소요되며, 재활용 용도가 일부 화학제품으로 한정돼 있어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아직 기술의 상용화가 이루어지기까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CCU 기술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또한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한전을 포함한 굴지의 기업들이 CCU 기술을 이용한 블루수소 생산, 산업용 폐기물을 이용한 탄산염 무기물화 등의 다양한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환경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모여 2050년 탄소중립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길 바라본다.
CCU 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CCUS, 에너지 전환의 단단한 징검다리", 작성자(18기 이지수),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73
참고문헌
[탄소 중립 사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의 중요성]
1)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2050 탄소 중립’, 2021.11.08, https://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81562
[이산화탄소 재활용 기술, CCU]
1) 만금이, 새만금개발청, “탄소중립 실현의 열쇠! CCU 기술”, 2022.05.26, https://blog.naver.com/smgcstory/222747579798
[CCU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1) Lutzke, L., Árvai, J. Consumer acceptance of products from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Climatic Change 166, 15 (2021). https://doi.org/10.1007/s10584-021-03110-3
2) Lucca Henrion, Joe Arvai, Lauren Lutzke, Volker Sick, “Would you use products made of recycled carbon dioxide?”, PBS , 2021.05.18, https://www.pbs.org/newshour/science/would-you-use-products-made-of-recycled-carbon-dioxide
[CCU 기술의 전망]
1) 딜로이트 인사이트 편집국, ‘2050 탄소중립 로드맵 - 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 동향과 선도 기업들’, No.19, (2021) https://www2.deloitte.com/content/dam/Deloitte/kr/Documents/insights/deloitte-korea-review/19/kr_insights_deloitte-korea-review-19_2_2.pdf
2) 박민, “탄소감축의 핵심기술 ‘CCUS’… 포집해도 활용은 ‘먼길’, 이데일리, 2022.06.23,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16886632364672&mediaCodeNo=257&OutLnkChk=Y
3) 이세영, “CCUS 상용화까지 ‘산 넘어 산’… 연구계 “법,제도 완비하고 기술 개발해야”, 굿모닝경제, 2022.04.29, http://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75522
'News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PET병 에코절취선 라벨, 그 이름값을 할까? (11) | 2022.07.25 |
---|---|
농업의 현재와 미래 (1) | 2022.07.25 |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슈퍼푸드 아보카도, 그 이면을 아시나요? (13) | 2022.06.27 |
너무 쿨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체 (6) | 2022.05.30 |
폐기물로 우리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길 (5) | 2022.05.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