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타

그렇게 많던 공중전화, 어디로 갔을까

by R.E.F. 20기 서범석 2022. 8. 29.

그렇게 많던 공중전화, 어디로 갔을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서범석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추억]

어릴 적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처럼 휴대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가 부모님 혹은 친구, 지인과 어떻게 연락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공중전화를 떠올렸을 것이다. 필자 역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혹은 학원 가는 길에 주위를 둘러보면 공중전화 부스 속에서 자신의 사연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1902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설치되어 1999년에 전국 15만 3천여 대에 달했던 공중전화가 2021년 3만 3천여 대까지 줄었다. 누구나 개인 휴대전화를 보유하면서, 더 이상 공중전화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공중전화를 운영하는 KT링커스는 사용량이 적거나 낡은 공중전화 부스는 철거하고 역 등에 몰려 있는 부스는 수요가 있는 곳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자료 1. 우리나라 공중전화 감소세]

출처: 중앙일보

폐기 예정인 공중전화 부스는 마을의 애물단지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처리하는 데에도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에 버려진 부스를 개조해 생활공간 등 다른 용도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 어떻게 바뀌었을까?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전화 부스]

첫 번째로 소개할 예시는 공중전화 부스가 책방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례이다. 아주복지재단에서 마련한 책방은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해서 만들었으며, 지역 주민들은 따로 허가를 받거나 대여 기록 작성 없이 자유롭게 꺼내보고 다시 책장에 넣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운영된다. 비치된 도서나 부스 관리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를 책방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는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웨스트베리 서브멘딥이라는 마을의 한 주민이 전화 부스를 재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누군가가 책방으로 재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자유롭게 책을 빌릴 수 있는 책방이 되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공중전화 부스를 다양하게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자료 2. 책방으로 변신한 전화 부스]

출처: 넥슨핸즈

KT 링커스는 아라워크앤올과 협력해 폐 공중전화 부스를 1인용 사무, 놀이공간인 아라부스로 재활용한다. 재활용된 부스는 소음 차단 기능이 뛰어나고 공기 청정 기능을 제공해 쾌적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또한, 빠른 속도의 인터넷과 충전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장시간 영화를 보는 등 모바일 장치도 사용 가능하다. 크기도 크지 않아 다양한 곳에 설치할 수 있어 활용도 또한 높다. 성남시 판교 지역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국의 카페, 사무실로 확대될 예정이며, 휴대폰에서 ‘AraBooth’ 앱을 다운로드해 부스를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자료 3. 아라부스 내부 모습]

출처: EBN 산업경제

KT 링커스와 방역부스 업체 쏠라이노텍과 협력하여 전화 부스를 방역부스로 개조했다. 방역부스 ‘우리 동네 방역부스’는 공중전화 부스에 방역 설비를 설치해 사람들을 손쉽게 소독할 수 있게 한다. 방역부스에 설치된 에어샤워기 버튼만 누르면 10초 내에 인체, 옷에 묻은 외부 병균을 소독한다. 2021년 8월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방역부스는 2022년 1월까지 서울, 수원 등에서 시범 운영되며, 이후 정식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료 4. 수원 남문에 위치한 우리동네 방역부스]

출처: IT조선

충북 충주시에서는 2021년 공중전화 부스를 이용한 전시회를 개최했다. 충주시 지현동의 도시재생 리모델링 사업의 일환이다. 근처 중학교 학생들의 동아리 작품 50여 점이 걸려 있는 빨간 공중전화 부스 15개를 전시했다. 공중전화 부스 이름은 ‘사과나무 이야기 길 갤러리’로 작품이 모두 사과와 관련되어 있고 부스 뒤에는 사과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자료 5. 공중전화 갤러리]

출처: 한겨레

 

[에너지 설비로 탈바꿈한 전화 부스]

한편, 버려진 부스를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안성시는 노후된 전화 부스를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충전소로 개조했다. KT링커스가 이에 협력하여 전화부스를 개조한 안성시 내 충전소 10곳을 운영한다. 직접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기존 충전소와는 달리, 교환형 배터리 충전소는 완충이 되어 있는 배터리를 교환하기 때문에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공중전화 재활용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에서는 KT링커스와 협업하여 전기이륜차 보급 사업을 추진한다. KT링커스는 2021년 말까지 성남시 내 공중전화 부스 33개에 전기이륜차 공유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했다. 교환소는 점차 확대 설치될 예정이며, 전기이륜차는 교환소에서 완충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앱을 통해 교환소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디를 이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성남시는 전기이륜차를 구입하는 시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 지원금은 차종에 따라 다르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2025년까지 전기이륜차 19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서울시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한다. 2022년 6월에는 서울시에서도 전화 부스를 배터리 교환소로 개조했다. 이번 배터리 교환소는 완충된 배터리를 1분 안에 교체할 수 있어 접근성과 효율이 대폭 향상된다. 그 동안 배달용 이륜차는 일반적인 이륜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5~6배 길어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적되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1000개소의 교환소를 설치하여 전업 배달용 이륜차 100%를 전기이륜차로 바꾸기로 했다. 전기이륜차는 충전하는 데 4~6시간 정도 소요되고, 주행거리가 길지 않아 배달용으로 사용하기 꺼려졌지만, 교환형 배터리 충전소를 통해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기이륜차 사용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배달 수요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KT링커스와 150개를 시작으로, 한화에너지솔루션과도 협력하여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다. 

[자료 6. 구로전화국 앞에 설치된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충전소]

출처: 내손안에서울

[우리의 추억, 이제는 보내줘야 할까?]

해외도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하다. 폐기 예정인 전화 부스를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2011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아트 페스티벌에서는 전화 부스를 수족관으로 개조한 사례도 있었다. 이 외에도 예술 작품, ATM기, 유기농 샐러드 키오스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화 부스가 재활용되고 있다. 

[자료 7. 국내 공중전화 부스의 재활용 현황]

출처: 중앙일보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공중전화는 조만간 사라지는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모든 국민의 통신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공중전화 사업을 운영하는 KT가 마음대로 공중전화 부스를 철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량이 매우 적은 공중전화 부스 운영이 소모적이고 애물단지로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주관으로는, 사람들의 수요 감소와 공중전화에 대한 인식에 맞춘 법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순차적으로 공중전화 부스를 철거하고 통신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추가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중전화 부스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2022년 5월 23일, 뉴욕에 있던 마지막 공중전화 부스가 철거되었다. 관광 목적으로 남겨둔 전화부스 4곳을 제외하고는 이제 뉴욕에서 공중전화 부스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와이파이 기능과 SNS 기능이 담긴 키오스크로 시대의 변화에 맞게 공중전화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먼 훗날이 되면 공중전화로서의 전화 부스는 더 이상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다른 형태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 생활 주변에서 발견될 것이다. 재활용되고 있는 부스를 발견한다면 한 때의 공중전화를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재활용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CGV의 폐스크린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21기 안연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81

2. "빗물 저금통과 함께하는 빗물 재활용", 21기 김보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87


참고문헌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추억]

1) 핸드메이커, 29STREET,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전화부스, 이제는 이렇게 쓴다", 2021.6.29, https://29street.donga.com/article/all/67/2756632/1

2) 박재천, "1인 1전화 시대지만…공중전화 3만7천대 여전히 '통화 OK'", 연합뉴스, 2020.7.4, https://www.yna.co.kr/view/AKR20200703137000064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전화 부스]

3) 류영상, “공중전화부스, 책방으로 화려하게 변신”, 매일경제, 2016.7.25,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6/07/531113/

4) Nexonhands, "공중전화부스의 변신! 작은 도서관과 예술로 재탄생", 2015.7.10, https://nexonhands.tistory.com/570

5) 송혜리, "KT링커스, 공중전화부스 재활용…1인용 사무공간 '변신'", 아이뉴스24, 2021.2.8, https://www.inews24.com/view/1341495

6) 김평화, "1인사무실 전기충전소로 탈바꿈 공중전화부스, 이번엔 방역소", IT조선, 2021.8.24,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8/24/2021082401936.html

7) 오윤주, "갤러리로 탈바꿈한 공중전화 부스", 한겨레, 2021.6.22, https://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1000439.html

[에너지 설비로 탈바꿈한 전화 부스]

1) 이기환, "안성시, 노후 공중전화부스를 전기차 충전시설로", 환경일보, 2021.10.8, http://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0748 

2) 김창진, "성남시 KT링커스 전기이륜차 활성화 업무협약", 환경일보, 2021.1.29, http://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4086 

3) 신석주, "노후 공중전화부스, 전기오토바이 충전소로 변신", 에너지신문, 2022.6.21,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2733 

[우리의 추억, 이제는 보내줘야할까?]

1) 윤혜인, "추억의 공중전화 부스, ATM·충전소로 변신 중", 중앙일보, 2022.6.2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81843#home

2) 애니멀플래닛팀, "누가 공중전화 박스 안에 금붕어 수족관을 만들어 놓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애니멀플래닛, 2020.7.6, https://www.animalplanet.co.kr/news/?artNo=9684 

3) 김평화, "애물단지 공중전화 부스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IT조선, 2021.12.16,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1/12/15/2021121501905.html

4) 유한주, "한 시대가 끝났다…뉴욕, 마지막 공중전화 철거", 연합뉴스, 2022.5.24, https://www.yna.co.kr/view/AKR20220524116700009

5) 진현경, "[맛있는 꿀Bee마켓] 요즘 공중전화는? 박물관으로 가거나, 충전소로 변신하거나", 어린이 조선일보, 2022.5.27,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5/26/2022052603012.html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