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 더 이상 NIMBY가 아닌 PIMFY!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곽서영, 김수현, 조선근, 22기 박재욱, 최정우
NIMBY : Not In My Back Yard, 자신의 지역에 위험시설, 혐오시설 등의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
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시설들을 자신의 지역에 설립해달라는 현상
[우리나라의 수도권 매립지 분쟁]
쓰레기 매립지는 예전부터 '폭탄 돌리기'라는 타이틀과 함께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취급받으며 NIMBY 현상이 끊이질 않았다. 환경청의 중재 아래에 서울, 경기, 인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자는 취지로 김포 수도권 매립지가 탄생하였고, 역시 근처 주민들의 극심한 악취와 벌레로 인한 불만을 자아냈다. 2016년까지 사용 예정이었으나 서울시가 사용 연장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되었다.
2025년 인천시의 수도권 매립지 사용 금지 예고와 함께 2026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을 추가 건립하기로 했다.
[자료 1. 도심 광역자원회수시설 개념도]
출처 : 이투데이
그러나 쓰레기 매립지는 기피 시설이므로 후보군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소각시설을 모두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1,000억 원 규모의 주민이 즐겨 찾을 수 있는 복합문화단지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으나, 두 차례의 공모에도 시설 유치를 희망하는 자치구는 없었다. 계속 지연이 될 경우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으며, 새 시설 건립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보상 규모에 대하여 기존 광역자원회수시설 과의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는 등 또 다른 갈등은 빚을 수 있다. 이처럼 매립 시설을 기피하고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 새 소각장을 건립하는 것만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 매립지가 주민들에게 기피시설 또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기대시설로서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진 곳이 존재한다. 해외 사례에 대해 알아보며 우리나라에도 자원회수시설을 친환경적이면서도 창조적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코펜힐, Copenhill]
코펜힐 또는 아마게르 바케, Amager Bakke는 고체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발전소이다. 이는 2025년까지 탄소 중립 도시를 거듭나겠다는 코펜하겐시의 친환경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기피시설인 쓰레기 소각시설을 시민들이 혐오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자료 2. 코펜힐의 스키 슬로프]
출처 : ArchDaily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아파트 단지와 불과 200m 떨어진 이곳은, 잔디 스키장과 암벽등반 코스가 있어 코펜하겐 사람들의 '놀이터'라고 불린다. 코펜하겐은 산 하나 없는 평지이지만 코펜힐에 있는 스키 슬로프 바닥은 눈과 질감이 비슷한 네버플라스틱, Neveplast라는 재질로 만들어 인공 눈을 뿌리지 않아도 사계절 스키를 탈 수 있다.
[자료 3. 코펜힐의 등산로]
출처 : 국제지속가능인증원
스키 슬로프 옆에는 3000m² 녹지를 확보해 덴마크에서 유일한 등산로로 조성했다. 등산로 주변에는 산딸기 등 야생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으며 등산로마다 쉼터를 조성해 잠시 숨 돌릴 곳을 제공한다.
[자료 4. 코펜힐의 인공 암벽]
출처 : 국제지속가능인증원
또한 인공 암벽 등반로도 같이 마련하여 85m 높이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직 인공 클라이밍 암벽을 만들었다.
독특한 외형으로 주목받고 있는 코펜힐은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열병합발전소로 평가받고 있다. 2017년 3월 30일 가동을 시작한 코펜힐은 인근 지역에서 나오는 폐기물 가운데 금속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제외한 쓰레기를 매년 40만 톤까지 소각한다. 이는 1시간에 25 ~ 35톤을 소각하는 양이다. 또한 쓰레기를 태울 때 섭씨 950 ~ 1100도에 달하는 열이 발생하여, 이 열로 고압 증기를 만들어 전기를 만들거나 온수를 끓여 지역난방수로 공급한다. 이때 증기를 만들 때의 에너지 효율은 90%에 달하며 이와 같은 방식 덕분에 덴마크의 폐기물 매립량은 4%에 불과하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폐기물 소각 과정에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코펜힐은 유럽연합(EU)에서 적용하는 배출기준인 최적 가용 기준(BAT)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이를 정화한다. 이는 발전소 운영사인 아마게어자원센터(ARC)가 오염물질 정화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황(SO₂) 배출량은 99.5%,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은 90%가량 줄였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소분은 연간 10만 톤이 넘는다. 이러한 노력에도 배출되는 슬래그, SLAG는 숙성하여 재활용 가능 물질로 분류하는데, 분류된 슬래그 200kg 중 15kg 정도가 재활용이 된다. 따라서 현재 배출되는 건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뿐이다. 이에 앞으로는 탄소포집장치, CSS를 통해 이산화탄소까지 제거하는 목표가 있으며 빠르면 올해 12월에 정식으로 탄소포집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있다.
[슈피텔라우, Spittelau]
[자료 5. 슈피텔라우 소각장]
출처 : 울산매일
슈피텔라우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시내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예술성이 돋보이는 친환경적 건축물로 유명하다. 1971년 설립되어서 1987년 과열로 인한 대형 화재 발생으로 그 기능을 상실, 시민들과 환경단체에서는 도시 미관과 환경을 위해서 소각장의 외각지역 이전을 강력히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빈의 시장이었던 헬무트질크가 '열-전기에너지 공급' 기술로 유해가스 및 악취제거와 함께 예술적 건축 설계를 약속하며 시민들을 설득하고 1991년 리모델링에 성공하였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리센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에 의해 새롭게 리모델링되었고, 연간 25만 톤의 쓰레기를 소각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빈 시내의 6만여 가구에 난방을 제공하고 있다. 소각장 굴뚝에는 황금색 돔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것은 훈데르트바서가 자주 사용했던 예술적 기법일 뿐 아니라 쓰레기 소각 중 나오는 분진과 유해 가스를 걸러내는 최첨단 정화 장치이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다이옥신, 중금속, 염화수소 등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물질들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있다. 또한 슈피텔라우의 독특한 외관은 모두 재활용품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유명해졌다.
[마이시마 쓰레기 소각장]
[자료 6. 마이시마 쓰레기 소각장]
출처 : flickr
이웃나라인 일본은 세계적으로 환경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부터 환경 교육이 의무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쓰레기 처리 시설에 직접 방문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시설은 연간 2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하고 있는 오사카의 '마이시마 쓰레기 소각장'이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금색의 탑'(소각 굴뚝)을 앞세워 뽐내는 화려함은 소각장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할 정도이다. 기피 시설의 멋진 반전으로 칭찬받으며 다채로운 외관 외에도 최신 과학 기술로 하루 평균 9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필수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오사카의 270만 인구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이 하루 평균 3,600톤임을 감안했을 때, 25%를 마이시마 소각장이 담당하고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이 들어선다고 했을 당시엔 당연하게도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빗발쳤다. 쓰레기 소각장의 이미지가 부는 불쾌함과 7,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그 이유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사카시는 소각장을 인공섬에 짓는 것과 앞선 '슈피텔라우 소각장'을 디자인 한 '훈데르트바서'에게 마이시마 소각장의 건축을 맡기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환경 운동가로 유명했던 훈데르트바서의 디자인과 오사카 근처의 '마이시마' 인공섬에 소각장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건설된 마이시마 소각장은 관광명소의 역할은 물론이며 시민들에게 개방된 소각장 주변의 공원은 휴식처와 생태 학습장으로 이용되며, 학생들의 견학 및 분리수거 작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친환경 교육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본연의 역할인 쓰레기 소각 역시 굉장히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의 장점은 또 하나 있다. 다이옥신의 배출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이옥신’은 쓰레기나 담배가 연소할 때,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독성물질로, 물에 용해되지 않고, 미생물로도 잘 분해되지 않으며, 고열로 완전연소시키는 방법으로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마이시마 소각장에서는 1000℃ 이상의 고열로 소각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이옥신의 배출이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타지 않는 금속을 잘게 부숴 분리수거 한 뒤 판매하는데 이는 연간 5억 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타지 않는 금속을 잘게 부숴 분리수거 한 뒤 판매하는데 이는 연간 5억 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소각장의 전기와 조명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모두 쓰레기를 소각하여 발생하는 에너지를 활용하며 남는 전기는 판매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연간 65억 원에 달한다. 즉, 마이시마 소각장은 에너지 효율을 극도로 끌어올리며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까지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쓰레기 소각장, 더 이상 NIMBY가 아닌 PIMFY!]
[자료 7. NIMBY의 대표 주자, 소각장]
출처 : 한국일보
쓰레기를 소각하여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와 쓰레기를 옮기고 저장하면서 나는 악취는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고 싶고 혐오스럽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비해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매번 쓰레기 소각장 이전, 재건축, 신설립 등에 대한 정책에 대해 민감하며 마땅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매번 위치 선정을 바꿀 뿐이다.
[자료 8. PIMFY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소각장]
출처 : bada
해외 환경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쓰레기 소각장의 이미지 반전을 알 수 있었다. 지역이기주의에 빗댄 NIMBY와 PIMFY 현상은 기피, 혐오 시설로 낙인찍힌 쓰레기 소각장에게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매년 새로운 이슈가 생기며 쓰레기 처리에 대한 문제는 정치권에서 정책으로 활용되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딘가엔 꼭 필요한 쓰레기 소각장이 관광명소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사례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왔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적극 추진을 하면 지역과 환경의 긍정적인 미래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우리나라의 수도권 매립지 분쟁]
1) 박진만, 박서영, “끝나지 않는 ‘폭탄돌리기’의 역사…쓰레기 매립지 갈등”, 한국일보, 2020.11.14,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1115190005789
2) 최재성, “서울 쓰레기 하루 1000t 처리… 새 자원회수시설 짓는다”, 파이낸셜뉴스, 2022.08,17, https://www.fnnews.com/news/202208171801583442
3) 손지민, “천억 준대도 싫다”는 서울 쓰레기소각장, 이번엔 어느 구에?”, 한겨레, 2022.08.18,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55172.html
[코펜힐, Copenhill]
1) 국제지속가능인증원, 덴마크 수도의 랜드마크가 된 쓰레기 소각 시설, 코펜힐, 네이버 블로그, 2022.03.15, https://blog.naver.com/igsc1/222673438054
2) 신혜정, 이수연, “서울이 배웠으면... 쓰레기로 에너지 직접 만드는 코펜하겐(feat. 오염물질 제로)”, 한국일보, 2022.08.06,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0209270003644?did=NA
3) 박수진, “옥상 위 스키장·암벽등반·등산로… 쓰레기 처리장의 변신”, 전남일보, 2019.09.08, https://jnilbo.com/view/media/view?code=2019090814014893639
[슈피텔라우, Spittelau]
1) “슈피텔라우”, 네이버 사전, 2022.09.04,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178027&cid=40942&categoryId=32411
2) 세이브 소제동, 네이버 블로그 Save_Sojedong, "놀이공원이야, 빈의 명물‘슈피텔라우’ 소각장!”,2021.01.03,https://blog.naver.com/save_sojedong/222195316068
[마이시마 쓰레기 소각장]
1) 에뜨랑제 나그네의 길, “그린환경대학, 일본 환경시설 견학”, 티스토리 블로그, 2019.06.17, https://ohyagobo.tistory.com/926
2) 김상아, “디자인 입힌 소각장, 에너지·관광자원 활용 ‘두마리 토끼’ [폐기물 자원화 현장을 가다] 혐오시설의 예술적 변신 오스트리아 빈”, 울산매일, 2019.09.17,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6021
3) 이한기, “일본 마이시마, 혐오시설을 관광명소로 바꾼 비결”, 오마이뉴스, 2021.09.0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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